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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9 화

Author: 윤아
제나의 시선이 텔레비전 화면으로 향했다.

가면남이 보고 있던 건 다름 아닌 경제 뉴스였다.

그는 곧 리모컨을 들어 TV를 꺼버렸다.

순식간에 방 안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다.

제나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리 와.”

낮게 흘러나온 목소리.

제나는 굳은 몸으로 그에게 다가가, 그의 앞에 조용히 멈춰 섰다.

가면남은 의아한 듯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

“오늘은 왜 이렇게 얌전해?”

그건 체념이 아니었다.

제나는 이미 깨닫고 있었다. 이 남자는 강하게 맞서면 더 잔혹해졌다.

‘맞서지 않는 게, 그나마 숨 쉴 구멍을 찾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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