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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화

Autor: 윤아
제나의 말과 행동은 의도적이었다.

제나와 세린은 같은 병원, 같은 VIP 병동에 입원해 있었다.

하필이면 이 층 전체가 VIP 병실 전용이라 둘이 마주칠 확률은 딱히 높다고도, 낮다고도 할 수 없었다.

제나는 감기에 고열까지 겹쳐 웬만하면 병실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덕분에 세린과 마주친 적은 거의 없었다.

반면 세린은 매일 저녁 식사 후 윤소진이나 구은정이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병동 복도를 한 바퀴 돌곤 했다.

조금만 신경 쓰면 금방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세린의 생활 패턴은 규칙적이었다.

오늘도 제나는 디저트를 다 확인한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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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894 화

    흑암처럼 어두운 경후의 눈은 달빛 아래 깊은 우물처럼 속을 헤아리기 어려웠다.그는 제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얇은 입술을 열었다.“계속 당신을 도와주던 그 남자... 대체 누구야?”경후가 묻는 건 그 일이었다.제나는 마음이 조금 놓였다.“맹세할 수 있어. 나도 정말 ‘그 사람’이 누군지 몰라. 심지어... 이름도 몰라.”“만난 적은 있어?”제나의 눈 밑으로 망설임이 스쳤다.지금은 모든 기억이 돌아왔지만, 그 정체 모를 사람의 신원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무 단서도 없었다.제나는 지난번에 나타났던 남자가 정말 그 정체 모를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893 화

    “네.”제나의 숨이 가볍게 멎었다.이어 고개를 들어 경후를 바라보았다.“진심이야?”경후의 짙은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설마 당신은 그냥 해 본 말이었어?”“아니.”제나는 경후를 올려다보며 망설이다가 물었다.“정말 이제 신경 쓰이지 않아?”“뭐가?”제나는 입술을 열었지만,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경후는 제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린 듯, 제나를 품에 끌어안고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이미 지나간 일은 지나간 대로 그냥 묻어두자.”경후의 목소리는 물처럼 맑고 서늘했다.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892 화

    경후는 제나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얼마 전까지는 기억을 되찾는 일에 꽤 신경 썼잖아. 그런데 요즘은 병원에 가겠다는 말도 안 하더라... 이제 기억을 되찾고 싶지 않은 거야?”제나의 기색이 미세하게 변했다.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경후가 무심한 듯 입을 열었다.“그런데 당신이 이미 혼자 몇 가지는 떠올린 것 같아.”제나의 마음이 서늘해졌다.경후는 제나의 앞으로 다가왔다. 허리를 숙여 제나와 눈을 맞춘 경후의 검은 눈동자는 먹물처럼 짙었고, 속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깊었다.“방금 당신이 말했지. 그 독은 당신이 먹인 게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891 화

    지금 와서 떠올려 보니, 제나는 모든 일이 조금 허무했고 우습기까지 했다.“괜찮아?”경후의 목소리가 제나의 생각을 다시 끌어올렸다.“괜찮아.”제나의 목소리는 아주 가벼웠다.“그냥 갑자기 몇 가지 일이 떠올랐어.”“그래?”경후의 얼굴에는 놀란 기색이 조금도 드러나지 않았다.“뭐가 떠올랐는데?”제나의 동공이 희미하게 흔들렸다.“예전 일들이야.”그녀가 며칠 동안 의식을 잃은 뒤 과거의 기억 몇 가지를 떠올렸다는 사실은... 경후도 알고 있었다.경후가 제나를 바라보았다.“예전의 어떤 일?”제나의 속눈썹이 조용히 내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890 화

    병실 안, 제나는 눈을 감은 채 침대 위에 조용히 누워 있었다. 마치 깊이 잠든 사람 같았다.의사가 제나를 살펴보았지만, 몸에는 큰 이상이 없었다. 의식을 잃은 원인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강한 자극을 받은 탓이라고 했다.경후는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하음을 바라보았다.“제 아내한테 무슨 말을 했습니까?”하음은 고개를 숙였다.“제가 아는 일은 많지 않아요. 그저 차 대표가 하제나 씨를 위해 얼마나 많은 걸 포기했는지 말했을 뿐이에요. 하제나 씨는 기억을 잃어서 아무것도 모르잖아요.”“지난 몇 년 동안 하제나 씨만 억울했다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889 화

    “왜죠?”하음이 말했다.“차 대표가 처음 차씨 가문으로 돌아갔을 때, 차씨 가문 사람들은 위아래 할 것 없이 차 대표를 반기지 않았어요.”“차 대표는 모두에게 밀려났죠. 차씨 가문에서 자란 것도 아니고,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다른 사람들과 재산을 두고 다투게 된 사람인데 누가 환영하겠어요?”제나는 경후의 친부모가 경후에게 다정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그럼 경후의 친부모님은요? 경후는 그분들의 친아들이잖아요. 그런데도 반기지 않았다는 건가요?”하음이 비웃듯 웃었다.“그것도 전부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457 화

    제나는 더 큰 수모를 당하지 않으려고, 경후에게 떠밀리듯 뱉어낸 수많은 더러운 말들을 떠올렸다.“변태?”경후의 입술이 옅게 휘어졌다. 그러나 웃음은 눈가에 닿지 못했다. 서늘하고 싸늘한 기운만이 흘렀다.“아까는 그렇게 말 안 했잖아. 내가 도와줄까? 당신이 아까 무슨 말 했는지 다시 기억나게 해줄까?”제나의 눈동자가 붉게 물들었다. 눈물이 맺힌 게 아니었다. 미쳐버릴 듯한 증오 때문이었다.경후는 마치 제나의 광기 어린 심정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담담히 가슴께를 겨누며 또 한 번 칼날 같은 말을 내뱉었다.“아니면...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437 화

    [듣자 하니, 그 사람들이 찾는 게 남녀 한 쌍이라던데... 일이 너무 급작스러워서 당장은 그 정도밖에 파악이 안 됐습니다.][전 대표님, 만약 그들이 정말 전 대표님을 노린 거라면, 지금 나가시는 건 스스로 덫에 걸리는 겁니다.]하성의 검은 눈동자가 가볍게 좁혀졌다.“응, 알았어.”짧게 대답한 그는 전화를 끊었다.“무슨 일이야?”제나가 불안한 눈길로 물었다.“뭔가 문제 생긴 거야?”하성은 잠시 표정을 풀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옅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차경후가 반응이 빨라서, J시를 통째로 봉쇄했대.”“차경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397 화

    제나는 하루 종일 밖을 떠돌아다녔으니 몸에 먼지도 묻었을 터였다.‘씻고 나서 얘기하는 게 낫겠지.’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응.”샤워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왔을 때, 경후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제나는 어쩔 수 없이 소파에 앉아 그가 오기를 기다렸다.온종일 쌓인 피로 때문인지, 아니면 긴장이 풀린 탓인지 알 수 없었다.제나의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졌다.‘잠깐 눈만 붙여야지.’그렇게 제나는 소파에 몸을 기댄 채,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몇 분 뒤, 경후가 돌아왔다.그는 소파에 기대어 잠든 제나를 잠시 바라보다가, 조심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406 화

    경후가 깨어 있었다. 다행히 방 안은 칠흑같이 어두워서 제나의 당황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짧은 정적 끝에 제나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조금 목이 말라서... 물 좀 마시고 오려고.”침대 시트가 스치며 낮은 소리가 울렸다.짙은 어둠 속, 남자의 실루엣이 천천히 일어나는 게 느껴졌다.“너는 누워 있어. 내가 가져올게.”경후가 이미 일어난 이상, 제나가 밖에 나가 약을 사려던 계획은 단숨에 무산됐다.제나는 더 이상 고집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응...”곧 침대 옆의 스탠드 조명이 켜지며 은은한 주황빛이 번졌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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