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제나의 기억은 대부분 돌아온 상태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기억만큼은 아직 떠오르지 않았다.제나는 몇 번이고 생각했다. 자신은 알고 있는 기억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았지만, 경후가 왜 잊게 했는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제나의 손가락이 가볍게 말렸다.“아니.”제나가 대답했다.“류서윤 사모님이... 예전 일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해 줬어. 미안해. 내가 당신을 힘들게 했어.”경후의 눈이 문득 깊고 어둡게 가라앉았다.그는 조용히 제나를 바라보았다.“그래?”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지난번에 의식을 잃
“당신...”제나가 겨우 한 단어를 내뱉자마자, 경후가 거침없이 입술을 덮쳤다. 전혀 막아낼 틈도 주지 않았다.제나는 눈을 크게 뜨고 무언가 말하려 했다.하지만 제나의 목소리는 모두 경후에게 삼켜졌다. 짧은 신음조차 새어 나오지 못했다.처음에 제나는 경후를 밀어내려 몸부림쳤다.하지만 오래 버티지 못했다. 경후의 강하고 깊은 입맞춤 속에서 제나는 자신을 잃어 갔다. 더는 밀어내지 않았고, 거부하지도 않았다. 경후가 원하는 대로 제나를 붙들고,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이 끌어당기는 손길을 그대로 받아들였다.앞좌석에서 운
제나는 눈을 들어 경후를 바라보았다.“왜냐하면... 내가 당신 아내라서?”경후가 비웃듯 낮게 웃었다.“틀렸어. 나한테 아직 이용할 것이 남아서야.”제나는 이해하지 못한 채 작게 중얼거렸다.“이용할 것?”“그분들의 양아들이 무사히 후계자 자리를 차지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는 가치.”제나의 몸이 굳었다.“친부모가 당신더러 양아들을 도우라고 한다고? 하지만 당신이야말로 그분들의 친아들이잖아.”경후의 표정은 무심했다.“그래서?”제나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맞네. 그래서 뭐가 달라질까?’경후에게는 이미 ‘반항적
차민균은 소빈을 한 번 바라본 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경후야, 구소빈이 왜 저런 말을 하는지 우린 전혀 몰라. 게다가 이 고용인은 본가에서 데려온 사람이잖아.”“구소빈이 어느 쪽에서 일부러 우리한테 누명을 씌우고, 너희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보낸 끄나풀이 아니라고 누가 장담해?”이곳에서 제나를 찾아낸 것은 사실이었다.그러나 고용인 한사람의 말만으로는 증거라고 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게다가 차민균과 류서윤이 끝까지 인정하지 않고 버티면, 경후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어찌 됐든 차민균과 류서윤은 경후의 친부모였
제나의 출신이 낮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차씨 가문과 비교하면 격차가 너무 컸다.설령 뒤에 하씨 가문이 버티고 있다고 해도 차씨 가문 앞에서는 충분하지 않았다.그 시기 경후는 회사의 문제를 해결하느라 바빴고, 경후와 제나는 거의 만나지 못했다.그래서 제나는 날마다 류서윤에게 불려갔다. 명목은 그럴듯했다. 예법을 배우기 위해서였다.하지만 실제로는 예법을 제대로 배운 적이 거의 없었다. 류서윤은 오히려 제나를 데리고 수많은 연회와 사교 자리에 참석했다.처음에 제나는 류서윤이 자신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려는 줄 알았다
제나는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자 안에 단정하고 아름다운 재벌가 사모님 몇 명이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제나는 발걸음을 옮겨 정자 안으로 들어갔다.아름다운 사모님들은 제나를 보자마자 웃음과 이야기를 뚝 멈췄다. 모두가 까다로운 눈길로 제나를 훑어보았다.그중 류서윤이 입을 열었다.“네가 하제나야?”제나는 류서윤을 바라보았다.“네, 제가 하제나입니다. 혹시 사모님께서는...”류서윤은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 아직도 고운 태가 남아 있는 표정 위로 은근한 오만함이 떠올랐다.“나는 경후 엄
경후는 소진의 반응을 무시하고 가볍게 문을 두드린 후 병실로 들어섰다.제나는 이미 일어나 침대에 등을 기댄 채 들어오는 두 사람을 무심히 바라보았다.세린은 여전히 휠체어에 앉아 있었고, 팔과 다리의 상처에는 약이 발라져 있었지만 상태는 꽤 처참해 보였다.그러나 제나는 세린을 한번 힐끗 보고는 다시 무덤덤하게 시선을 돌려 외면했다.제나의 무심한 태도에 경후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당신, 할 말 없어?”제나는 차가운 침대에 몸을 기댄 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무슨 말을...? 내가 할 말, 이미 다들 대신 해주신
무모한 소진이 앞장서서 세린 대신 온갖 못된 짓을 하고, 세린 대신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해주니, 세린은 언제나 이해심 많고 사려 깊은 사람인 척할 수 있었다.나쁜 짓은 전부 남이 대신 해주고, 좋은 이미지는 몽땅 세린이 가져가는 구조.사람을 찔러놓고도 피 한 방울 묻히기 싫고, 남의 남자를 탐하면서도 깨끗한 척 명분까지 챙기려는 거.‘세상에 그런 공짜가 리 없잖아?’‘윤세린, 설마 그렇게까지 멋대로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 거야?’제나는 속으로 비웃었다.‘윤소진은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폭탄이자, 결국 발목
경후의 목소리는 한층 더 냉담했다.“대체 뭘 근거로, 아무 상관도 없는 비서를 위해 임씨 가문을 적으로 돌릴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아무 상관도 없는 비서?’‘이 남자, 겉으로는 연주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하지만 사실... 정말 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바로 나지.’ 제나는 남자의 날카로운 턱선을 바라보며,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부탁할게, 딱 한 번만 도와줘... 응?”경후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침묵은 곧 거절이라는 뜻이었다.제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부러졌지만
제나의 말과 행동은 의도적이었다.제나와 세린은 같은 병원, 같은 VIP 병동에 입원해 있었다.하필이면 이 층 전체가 VIP 병실 전용이라 둘이 마주칠 확률은 딱히 높다고도, 낮다고도 할 수 없었다.제나는 감기에 고열까지 겹쳐 웬만하면 병실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덕분에 세린과 마주친 적은 거의 없었다.반면 세린은 매일 저녁 식사 후 윤소진이나 구은정이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병동 복도를 한 바퀴 돌곤 했다.조금만 신경 쓰면 금방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세린의 생활 패턴은 규칙적이었다.오늘도 제나는 디저트를 다 확인한 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