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656 화

Author: 윤아
경후가 갑작스럽게 몸을 뒤집으며 침대에 누운 제나를 위에서 가볍게 눌렀다.

“역겹다고?”

경후의 시선이 위험하게 가라앉았다.

“그 말은 내가 해야 하는 말 아닌가?”

제나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었다.

“무슨 말이야?”

“무슨 말인지, 당신이 제일 잘 알잖아.”

제나의 속눈썹이 잔잔하게 떨렸다.

“난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경후는 내려다보는 자세 그대로 제나를 응시했다.

낮게 깔린 목소리에는 얼음 같은 기운이 배어 있었다.

“어젯밤, 일부러 우리랑 같이 밥 먹은 거잖아. 일부러 은주 비꼬고, 사람들 앞에서 망신 주고, 결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908 화

    “제나야, 이유가 어찌 됐든 사람에게 손을 댄 건 잘못이다. 인정이한테 가서 사과해라. 그럼 이 일은 여기서 끝내는 걸로 하자. 어떠냐?”제나는 차근수가 경후와 제나 쪽을 감쌀 줄 몰랐다.벌도 내리지 않고, 배상도 요구하지 않았다. 사과 한마디로 끝낼 수 있다면, 제나에게는 가장 나은 결론이었다.제나가 조금 억울한 건 괜찮았다. 하지만 경후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고, 경후가 무언가를 잃는 것도 원하지 않아서 고개를 끄덕였다.차근수는 만족스러운 기색을 보였다.굽힐 때 굽힐 줄 알고, 영리하게 상황을 읽을 줄 아는 여자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907 화

    차근수가 그 뜻을 모를 리 없어서 바로 차민균 부부를 바라보았다.“너희 생각은 어떠냐?”차민균이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젊은 사람들한테는 젊은 사람들 생각이 있겠지요. 저희가 어른이라고 해도, 결국 당사자들 선택을 존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양쪽 당사자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차민균의 말은 그럴듯했다. 하지만 태도는 분명했다. 이 일은 자신과 상관없으니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물론, 그렇게 나온다고 해서 무조건 틀린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감싸 주는 말 한마디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906 화

    사람들이 하나둘 입을 열기 시작했다.제나를 좋게 보지 않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이런 자리에서 거짓 증언까지 할 사람은 없었다.차민균과 류서윤의 낯이 몹시 어두워졌다.두 사람이 잠깐 눈을 마주친 뒤, 류서윤이 입을 열었다.“제나가 먼저 잘못한 거라면, 제나가 인정이한테 사과하면 되겠네. 그래도 다 가족인데 하룻밤 넘길 원한이 뭐가 있겠어.”차민균도 말했다.“제나야, 이유가 뭐든 사람한테 손댄 건 잘못이다. 인정이한테 얼른 사과해.”박영수는 그 말에 넘어갈 사람이 아니었다.“우리 인정이가 이렇게 크게 다쳤어요.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905 화

    모든 사람이 주방 문 앞에 모여 있었다.인정은 깨진 그릇 조각들 사이에 쓰러져 있었다. 발과 손목, 뺨이 바닥의 파편에 베여 피가 흘렀고, 보는 사람의 가슴이 서늘해질 만큼 처참했다.“세상에, 인정아... 인정아, 이게 무슨 일이니?”중년 여자가 사람들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왔다. 온몸에 상처를 입은 인정을 보자마자 여자는 울음을 터뜨리며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곧이어 중년 남자도 뒤따라 들어왔다.“무슨 일이야?”두 사람은 인정의 부모였다.누군가 옆에 서 있던 제나를 가리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봤대요. 저 사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904 화

    한 번은 인정이 제나를 속여 냉동창고 안으로 들여보낸 뒤, 온도를 가장 낮게 내려 버린 적도 있었다. 제나는 하마터면 그 안에서 얼어 죽을 뻔했다.마침 지나가던 직원이 없었다면, 제나는 그대로 냉동창고에서 목숨을 잃었을지도 몰랐다.갓 성인이 된 여자애가 그런 짓을 태연히 저질렀다는 사실은... 생각할수록 등골이 서늘해졌다.바로 그 일 이후, 제나는 더는 참지 않기로 했다.제나는 인정을 호되게 혼냈다.나중에 듣기로 인정은 병원에 한 달 넘게 누워 있었다고 했다.하지만 제나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류서윤은 그 뒤로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903 화

    저녁 식사가 이어지는 동안, 분위기는 내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사람들은 더 이상 대놓고 수군거리지는 않았지만, 시선은 계속 경후와 제나를 향했다.이질적이고 노골적인 적의를 감춘 눈빛들이 칼날처럼 살갗을 파고드는 듯했다. 뼈마디까지 저릴 만큼 불쾌했다.경후는 그런 시선 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태연했다. 제나가 한참 동안 젓가락을 들지 않자, 경후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반찬 하나를 집어 제나의 그릇에 올려 주었다.“왜? 이것도 입에 안 맞아?”제나는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말했다.“아니.”“아니면 좀 먹어.”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505 화

    영상은 거기서 끝났다.제나는 무심코 손가락을 움직여 다시 재생 버튼을 눌렀다.화면 속 팔찌가 클로즈업되는 순간, 제나는 재빨리 멈춤을 눌렀다.그녀는 하성과 함께 참석했던 경매를 떠올렸다. 그날, 경후도 있었다.하성과 경후가 동시에 그 팔찌를 놓고 경합했던 장면이 또렷이 스쳤다.제나는 영상 속 팔찌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건 경후가 낙찰받은 그 팔찌가 아니었다.‘차경후가 그 팔찌를 산 후로, 윤세린이 착용한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설마, 윤세린이 아껴서 안 찬 거야?’‘아니면 애초에 그 팔찌가 윤세린을 위한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506 화

    지영이 나가자, 병실 안은 고요해졌다.세린이 잠시 제나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물었다.“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절 따로 부르신 이유가...”제나는 눈을 들어 세린의 눈을 곧게 바라보았다.“차경후와... 아직 함께 있고 싶으신가요?”세린은 잠시 멍하니 제나를 바라보았다.뜻밖의 질문에 머릿속이 하얘졌다.“무슨 말씀이시죠?”“차경후와 계속 함께 있고 싶다면,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저를요?”세린의 얼굴에 놀람이 스쳤다.“왜... 갑자기 절 도와주시겠다는 건가요?”제나는 담담히 입을 열었다.“이제 저는 차경후와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518 화

    제나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경후를 향한 시선이 본능적으로 날카로워졌다.“차경후, 너 뭐 하려는 거야?”경후의 입가에 차디찬 웃음이 걸렸다.“뭘 하려는진... 곧 알게 될 거야.”그는 제나를 잠시 내려다보더니, 천천히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쾅!문이 닫히는 소리가 싸늘한 공기를 갈랐다.복도로 나온 경후에게 준혁이 다가왔다.“대표님, 윤세린 씨 출국 준비는 다 끝났습니다.”그는 조심스레 경후의 눈치를 살피며 덧붙였다.“윤세린 씨가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대표님을 뵙고 싶다고 하십니다.”경후는 잠시 침묵했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484 화

    언제부터였을까? 제나가 사람들의 시선을 더 이상 똑바로 마주하지 못하게 된 게.그때, 제나의 등 뒤에 서 있던 남자가 낮게 말했다.“내가 있잖아. 누구도 당신을 건드리지 못해.”제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요즘의 제나는, 하루하루가 지나갈수록 더 침묵 속으로 잠겨갔다.‘나는 그저 차경후의 손에 쥐어진 장난감일 뿐이야. 내 의지는, 없어.’잠시 연회장에 머물던 제나는 결국 주위의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후원으로 가서, 잠깐 바람 좀 쐬고 싶어.”경후는 까칠한 성격은 아니었지만, 일정한 선 안에서는 제나의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