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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화

Auteur: 윤아
“당신, 우선 나와요.”

제나는 연주를 한 방안에 앉히고 조용히 말했다.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금방 올게.”

그녀가 문을 나서려는 순간, 옷소매가 가볍게 붙잡혔다.

“언니... 미안해요.”

연주는 결코 어리석지 않았다. 자신이 건드린 상대가 얼마나 만만치 않은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잘못한 것은 아무도 없었지만, 유력한 집안의 사모님들과 도련님들에게는 감히 반항했다는 사실 자체가 용납할 수 없는 죄였다.

제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불안한 눈빛으로 눈가에 눈물을 머금은 연주가 조용히 앉아 있었다.

“괜찮아. 네 잘못 아니야.”

제나는 몇 마디 말로 연주를 더 다독인 뒤, 경후를 따라 방을 나섰다.

...

방 안에서, 제나는 경후에게 사건의 전말을 차근히 설명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잘못한 건 연주가 아니라, 이 일을 꾸민 장본인인 윤소진이고...”

경후는 담담한 시선으로 여자를 바라보았다.

“당신 말은, 임승민을 다치게 한 게 사실은 소진이라는 뜻인가?”

“윤소진이 아니었다면, 연주는 이런 일에 휘말리지도 않았을 거니까.”

경후는 눈을 살짝 내리깔며 무감하게 되물었다.

“소진이가 한 짓이라고, 어떻게 확신하지?”

경후의 이 질문에 제나는 몹시 불쾌해졌다.

“사람들이 너무 빨리 몰려왔어. 마치 누군가 일부러 불러 모은 것처럼.”

“연주는 이 연회에 처음이고, 딱히 원한을 살 만한 일도 없었어. 유일하게 마찰이 있었던 사람이 소진이었지.”

“그리고, 마침 윤소진이 사건 현장에 가장 먼저 있었고...”

경후는 제나가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무심하게 중간에서 말을 잘랐다.

“그러니까, 결국 다 당신 개인적인 생각과 추측일 뿐이라는 거잖아.”

제나는 점점 얼어붙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경후의 냉정한 얼굴을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

“내 말을 못 믿는 거야? 아니면... 윤소진을 또 감싸려는 거야?”

순간적으로 떠오른 기억이 제나의 입꼬리를 희미하게 일그러뜨렸다.

그러나 눈빛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꼭 이래야겠어? 윤세린이라면 몰라도, 그런 멍청하고 다분히 악의적인 윤소진까지 감싸야 해?”

“오늘 연주에게 이런 짓을 했다면, 내일은 더 악랄한 수를 쓸 거야. 어차피, 윤소진에겐 든든한 ‘형부’가 뒷수습을 도맡아서 해주니까.”

제나의 비꼬는 듯한 말투에 경후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지금 나를 도발해봤자, 당신한테 득 될 게 하나도 없어.”

제나는 고개를 들었다. 깊고 차가운 눈동자가 곧바로 경후를 꿰뚫듯 바라봤다.

“그럼 내가 당신을 자극하지 않으면, 진짜 범인을 찾아서 제대로 처벌할 거라는 거지?”

경후의 대답은 흔들림이 없었다.

“법은 추측이 아니라 증거를 요구하지.”

제나는 경후의 냉정한 얼굴을 한참 바라보았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어서 가슴 깊은 곳에서 차가운 기운이 퍼져 나와,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내가 왜 잊고 있었을까? 윤소진이 나를 물에 빠뜨렸을 때도, 이 남자는 내 편이 아니었어.’

‘연주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데, 이번이라고 다를 리 없지.’

‘설령 내가 증거를 찾아낸다고 해도, 차경후는 그 전에 증거를 다 없애버리겠지.’

분위기가 점점 얼어붙었다.

그때, 복도에서 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노크 소리가 울렸다.

제나는 문을 열었다.

한 서빙 직원이 난처한 얼굴로 보고했다.

“사모님, 우연주 씨가 고의 상해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었습니다.”

제나의 손끝이 굳어졌다.

바로 그때, 차씨 가문 본가의 집사로 일하는 한이철이 다가왔다.

이 정도로 큰 사건이면, 당연히 차정환도 알고 있을 터였다.

한이철은 차분한 얼굴로 말했다.

“대표님, 사모님. 회장님께서 찾으십니다.”

...

경후와 제나는 다시 차정환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차정환은 제나를 보자마자 얼굴에 불쾌한 기색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리고 손에 쥔 지팡이가 바닥을 거칠게 내리쳤다.

“손부, 예전에 그렇게 큰 사고를 쳐 놓고도 모자라, 이제 임씨 가문까지 건드린 거냐? 대체 언제까지 차씨 가문을 곤란한 지경에 밀어 넣을 셈이냐?!”

제나는 침착하게 설명하려 했다.

“할아버님, 그게 아니라...”

그러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정환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끊어버렸다.

“우리 차씨 가문이 너한테 진 빚이라도 있는 게냐?! 너는...”

격한 감정 때문인지, 차정환은 갑자기 심하게 기침하기 시작했다.

제나는 걱정돼 다가가려 했지만, 차정환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마치 독기를 품은 듯한 차가운 혐오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보고는 결국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

경후와 제나가 차정환이 있는 방을 나섰을 때, 이미 밤은 깊어 있었다.

짙게 깔린 어둠이 세상을 감싸고 있었다.

제나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혼란스러웠고,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자꾸만 자신을 바라보던 차정환의 눈빛이 떠올랐다.

그것은 단순한 반감이 아니었다.

마치 원수를 대하는 듯한 차가운 시선이었다.

“할아버님... 아까 하신 말씀... 그게 무슨 뜻이지?”

고요한 밤공기 속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낮게 흘러나왔다.

경후의 발걸음이 잠시 멈칫했다.

“무슨 말씀?”

제나는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내가 예전에... 차씨 가문에 큰 피해를 준 적 있나?”

이 질문이 끝나자, 경후는 콧방귀를 뀌듯 차갑게 웃었다.

“정말 이상하지 않아? 당신이 사고를 당했을 때, 왜 병실에 자신을 보러 온 가족도, 친구도 없었을까?”

제나의 눈이 흔들렸다. 본능적으로 물었다.

“왜?”

경후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당신이 차씨 가문의 며느리라는 것만 믿고 제멋대로 행동했기 때문이야.”

“당신은 많은 사람들에게 반감을 샀고, 주변 사람들은 다 당신 곁에 있다가 피해를 볼까 봐 하나둘 멀어졌지.”

“내 아내라는 이유로 누구도 함부로 대하지는 못했지만, 결국 그 누구도 당신을 좋아하지도, 당신 곁에 남고 싶어 하지도 않았어.”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경후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어서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졌고, 감정이 실린 분노가 서서히 번져갔다.

“지금 이렇게 된 건, 결국 다 당신 스스로 불러온 일이지.”

그 말을 남기고, 경후는 더 이상 미련 없다는 듯 앞서서 걸어갔다.

제나는 그 자리에 굳어진 채 서 있었다. 마치 가슴이 거대한 손에 꽉 틀어쥐어진 것처럼 아팠다.

‘내가 그렇게까지 미움받던 사람이었어...?’

...

다음 날, 제나는 변호사와 함께 연주의 보석 신청을 위해 경찰서를 찾았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단호하고 냉정한 대답뿐이었다.

“죄송합니다. 우연주 씨는 현재 특별한 사유로 인해 보석이 불가능합니다.”

제나는 순간 얼어붙었다.

“특별한 사유...? 연주는 단순한 정당방위였을 뿐인데...”

하지만 그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담당자는 냉정하게 말을 잘랐다.

“현재까지 우연주 씨가 정당방위를 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죄송하지만, 이만 돌아가 주시죠.”

제나는 단단히 입술을 다물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번 일로 연주는 임씨 가문을 건드렸다.

그쪽에서 양보하거나 합의하지 않는 이상,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터였다.

제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핸드폰을 꺼내 경후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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