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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작가: 호안난어
윤태호는 정신을 잃기 전 한 노인의 목소리를 들었다.

“나는 윤씨 가문의 조상으로 평생 천하를 종횡무진하며 살다가 삶의 마지막 순간에 내 의식 중 일부를 이 옥팔찌에 남겨두었어. 그리고 그것은 윤씨 가문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보물이 되었지. 긴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 윤씨 가문이 이리도 몰락하다니... 참으로 비통하구나. 오늘 너와 이렇게 인연이 닿았으니 내가 평생 깨우친 것들을 전부 너에게 전수해 주겠다. 명심하거라. 너는 내게서 배운 것들로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 절대 잘못된 길로 들어서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아주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곧이어 윤태호는 장여울에게 선물로 주었던 옥팔찌가 갑자기 금빛 용으로 변해 자신의 가슴팍 안으로 파고드는 광경을 보았다.

“끄악...”

윤태호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바닥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놀랍게도 아무런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고 상처도 없었다.

윤태호는 곽진우가 그의 손가락 두 개를 부러뜨려서 그 통증 때문에 기절했던 걸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손가락은 멀쩡했고 피부는 예전보다 더 매끈해졌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윤태호는 문득 조금 전 꾸었던 꿈이 떠올랐다.

설마 꿈속의 모든 것이 진짜였던 걸까?

윤태호는 눈을 감았고 이내 경악했다.

그의 머릿속에 수많은 신기하고 놀라운 지식이 생겼다. 의술, 무공, 수련 방법, 기문둔갑, 풍수학, 현학... 게다가 그중에는 ‘비산주술대전’이라는 이름의 책도 한 권 있었다.

그 속에는 여러 가지 주술 방법이 적혀 있었다. 예를 들면 재앙을 부르는 주술, 빨리 움직일 수 있는 주술, 사악한 것들을 쫓아내는 주술, 영혼을 볼 수 있는 주술 등 총 108종이 있었다.

“세상에,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윤태호는 어안이 벙벙했다.

삐빅.

이때 갑자기 울린 전화벨 소리에 윤태호가 화들짝 놀랐다.

전화를 꺼낸 윤태호는 발신자가 백아윤인 걸 확인하고는 빠르게 통화 버튼을 누른 뒤 정중하게 말했다.

“교수님, 무슨 일이세요?”

“당장 돌아와. 사무실에서 기다릴게.”

전화 너머로 여자의 차갑지만 듣기 좋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태호가 물었다.

“교수님, 무슨 일로 절 찾으시는 거예요?”

“본인이 일을 저질러 놓고 무슨 낯짝으로 나한테 질문하는 거야?”

탁!

전화가 돌연 끊겼다.

윤태호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백아윤의 말을 들어 보니 뭔가 문제가 생긴 게 분명했다.

“내가 일을 저질렀다고? 무슨 일을 저질렀다는 거지?”

윤태호는 중얼대다가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

...

백아윤은 피부가 희고 키가 크며 귀티 나게 생겼다. 그러나 매일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어서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사람이었고 그 탓에 병원 동료들 모두 그녀를 냉미녀라고 불렀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름다운 여자는 늘 인기가 많았다. 백아윤을 짝사랑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그중 성공한 사람은 없었다.

여자들은 모두 차가운 면이 조금씩 있는데 백아윤은 그중에서도 유독 도도한 편이었다.

물론 그녀는 도도하게 굴 자격이 있었다.

백아윤은 비록 젊지만 실력이 뛰어나 23세에 엘리 왕립 의과 대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24세에 미주에 널리 이름을 떨쳤다. 그리고 25세엔 미주 병원 역사상 가장 젊은 외과 교수님이 되었다.

미주 의학계에서 그녀를 모르면 간첩이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윤태호는 병원에서 일하며 동료들을 통해 해정과 봄영의 유명한 병원들에서 엄청난 연봉을 제시하며 백아윤을 스카우트하려고 했지만 백아윤이 전부 거절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백아윤은 그 이유에 관해 얘기한 적이 없었고 그 탓에 다들 이유를 알지 못했다.

지금까지도 수수께끼였다.

병원에 도착해 로비에 들어선 윤태호는 안내데스크에 있던 간호사들이 그를 손가락질하며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짓는 걸 보았다.

그 순간 윤태호는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간호사들의 표정을 보니 뭔가 문제가 생긴 게 틀림없었다. 게다가 상황을 보아하니 그와 관련된 일인 듯했다.

그러나 그는 잘못한 게 없었다.

윤태호는 더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곧장 백아윤의 사무실에 도착해 노크했다.

똑똑.

“들어오세요.”

차가운 목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

윤태호는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고 백아윤이 진료차트를 읽고 있는 걸 보았다.

“교수님, 무슨 일로 절 찾으셨던 거예요?”

윤태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백아윤은 고개조차 들지 않고 진료차트만 바라보았다.

윤태호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불길한 예감은 더욱 강해졌다.

윤태호는 그동안 백아윤과 함께 일하면서 그녀의 성격을 조금 알게 되었다. 그녀가 대답하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화가 나 있다는 걸 의미했다.

‘설마 내가 정말 잘못한 걸까? 그렇지 않으면 교수님이 왜 화가 났겠어?’

윤태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는 잘못한 게 없었다.

백아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윤태호도 감히 입을 뗄 수 없어 사무실에 우뚝 선 채로 몰래 백아윤을 힐끔댔다.

오늘 백아윤은 화이트에 실버가 섞인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매우 늘씬해 보였다. 그녀가 숨을 쉴 때마다 가슴께가 부풀어 올랐는데 몸매가 너무 좋아서 당장이라도 셔츠 단추가 터질 것 같았다.

검은 머리카락은 머리 뒤로 넘겨서 아름다운 얼굴이 완벽히 드러났다.

아주 노련하고 냉철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5분이 지난 뒤에야 백아윤은 고개를 들며 윤태호 앞에 진료차트를 내려놓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네가 쓴 거야?”

윤태호는 진료차트를 빠르게 훑어본 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교수님. 제가 오전에 쓴 거예요.”

“왜 네가 쓴 거랑 곽 선생이 쓴 거랑 똑같아?”

백아윤이 호통을 쳤다.

“솔직히 얘기해. 왜 곽 선생이 쓴 걸 베껴 쓴 거야?”

“똑같다고요? 그럴 리가요.”

윤태호는 빠르게 해명했다.

“이건 제가 오전에 사무실에서 쓴 거예요. 베껴 쓴 적 없어요.”

“네가 쓴 거라고? 증거 있어?”

‘네. 장여울이 오전에 저한테 콜라를 가져다준 적이 있는데 그때 제가 쓰는 걸 옆에서 봤어요.”

“하지만 장여울은 곽 선생이 쓴 게 맞다고 이미 증언했어. 그런데도 계속 변명할 거야?”

백아윤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고 윤태호는 경악했다.

그러나 그는 이내 상황을 파악했다. 장여울과 곽진우가 그를 모함하려고 같이 작당한 게 틀림없었다.

“교수님, 이 진료차트 제가 쓴 게 확실해요. 전 이걸 쓰기 위해 어젯밤 늦게까지 많은 자료를 읽었어요. 장여울이 곽 선생님이 쓴 것이라고 증언한 건 두 사람이...”

“해명은 필요 없어.”

백아윤이 윤태호의 말허리를 잘랐다.

“이 일은 기획팀에도 보고돼서 이미 다들 알고 있어. 오늘부터 너는 간호 스테이션으로 가서 일해야 해. 그리고 내 허락 없이는 절대 환자를 진료할 수 없어.”

“교수님, 저는...”

“나가!”

백아윤은 문을 가리키며 매정하게 말했다.

윤태호는 주먹을 꽉 쥐면서 애써 마음속 분노와 억울함을 억누르며 사무실을 나섰다.

“곽진우, 장여울. 두고 봐. 절대 용서하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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