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화

Author: 호안난어
백아윤의 사무실에서 나온 윤태호는 너무 억울해서 울고 싶었다. 곽진우는 그에게서 장여울을 빼앗아 갔을 뿐만 아니라 장여울과 함께 그를 모함했다. 심지어 백아윤은 그들의 말을 믿고 그를 간호 스테이션으로 쫓아냈다.

간호 스테이션에서 일한다는 것이 뭘 의미하는가?

그건 가정부와 다름없었다.

매일 환자들의 얼굴을 씻겨주고, 발을 씻겨주고, 밥을 먹여주고, 몸을 닦아주고, 옷을 세탁해 주고, 대소변을 치우고...

그는 의대를 다닐 때 성적이 매우 좋았다. 그런데 그런 일을 한다면 그동안 의대를 다닌 의미가 없었다.

윤태호는 이 모든 게 자신이 힘도, 배경도 없는 탓이라는 걸 알았다.

“내가 재벌가 자제였다면 장여울이 날 배신했을 리도 없고 곽진우가 감히 날 때리지도 못했겠지. 백 교수님도 날 이곳으로 보내지 않았을 거야. 결국은 내가 아무런 힘도 없어서 이런 일들을 겪게 된 거지. 앞으로 꼭 성공해서 나를 무시한 놈들을 전부 짓밟아버릴 거야.”

윤태호는 주먹을 힘껏 쥐며 속으로 다짐했다.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림과 동시에 윤태호는 안으로 들어갔고 그 순간 익숙한 향수 냄새가 코를 찔렀다. 고개를 들자 곽진우와 장여울이 엘리베이터 안에 서 있는 게 보였다. 조금 전 장여울의 집에서 윤태호에게 맞은 곽진우는 코에 상처가 남았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윤태호는 두 사람과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싶지 않았기에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그런데 뜻밖에도 곽진우가 꼴 좋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간병인이 됐다더니 여기 있었네.”

장여울은 경멸에 찬 눈빛으로 윤태호를 힐끗 보았다.

“왜 어딜 가나 너랑 마주치는 거야? 짜증 나게.”

윤태호는 그들을 무시했다. 그는 두 사람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그의 태도에 곽진우는 오히려 더 화가 났다.

“윤태호, 내가 그냥 넘어갈 거로 생각하지 마.”

곽진우가 말했다.

“오늘은 운이 좋은 줄 알아. 빌어먹을 백 교수가 네 편을 들지 않았다면 넌 이미 병원에서 쫓겨났을 거야. 그랬다면 여기서 일하지도 못했겠지.”

“이 일이 백 교수님과 무슨 상관인데?”

윤태호가 물었다.

“흥. 백 교수가 기획팀 사람들 앞에서 네가 또 한 번 문제를 일으킨다면 자기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했어. 백 교수가 나서지 않았더라면 기획팀에서는 절대 널 병원에 남겨두지 않았을 거야. 그러고 보면 참 희한해. 둘이 무슨 사이길래 백 교수가 그렇게 널 감싸고 도는 거야?”

곽진우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백 교수랑 사귀어?”

“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야?”

“너...”

곽진우가 주먹을 들며 윤태호를 때리려고 했다.

“충동적으로 굴지 말아요.”

장여울이 서둘러 곽진우를 말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CCTV가 있어서 혹시라도 이 모습이 찍힌다면 성가신 일이 생길 수도 있어요.”

곽진우는 그제야 주먹을 내려놓고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윤태호, 병원에 계속 남아있는다면 언젠가는 험한 꼴을 당하게 될 거야.”

윤태호는 곽진우를 무시했다. 그는 다른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백 교수님을 오해했어. 백 교수님이 아니었다면 난 이미 병원에서 쫓겨났겠지.’

윤태호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곽진우는 윤태호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눈알을 굴리며 장여울에게 물었다.

“왜 저런 놈이랑 만났던 거야?”

“눈이 삐었었나 보죠.”

“하긴, 눈이 삔 게 아니라면 저런 무능력한 놈을 만날 리가 없지. 여울아, 지난번에 갔었던 호텔 괜찮았었는데 잠시 뒤에 거기로 가자.”

“정말 못됐어요. 대낮부터 그런 짓을 하려고요?”

“왜? 싫어? 지난번에는 30분 넘게 소리를 지르더니...”

두 사람은 점점 더 노골적으로 말했고 윤태호는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두 사람이 그의 앞에서 그런 대화를 나누는 건 그를 자극하기 위함이 분명했다.

윤태호는 참지 못하고 곽진우를 때릴 뻔했지만 결국 화를 억눌렀다.

곽진우를 때린다면 엘리베이터 안에 설치돼있는 CCTV에 그 모습이 찍힐 것이고 그렇게 되면 곽진우는 그 영상을 들고 기획팀으로 찾아가서 고자질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백아윤이 나서도 소용없을 것이고 윤태호는 병원에서 쫓겨날 것이다.

‘복수는 언제 해도 늦지 않아. 굳이 지금 화풀이를 할 필요는 없지.’

윤태호는 그렇게 생각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로비에 도착해 보니 로비 안에 사람들이 가득했다. 그들은 접수하거나 수납하고 있었다.

곽진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윤태호를 바라보면서 그가 언제까지 참을지 지켜봤다.

윤태호 또한 곽진우의 눈빛을 눈치채고 불길한 예감이 들어 걸음에 박차를 가하며 빠르게 떠나려고 했다.

“윤태호, 어디를 그렇게 급하게 가는 거야?”

곽진우는 윤태호의 앞을 가로막으면서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윤태호가 경계하며 물었다.

“곧 알 수 있을 거야.”

곽진우는 음험하게 웃더니 이내 큰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여기 좀 보세요. 제가 사람을 한 명 소개해 드릴게요.”

그 순간 수많은 사람들이 윤태호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곽진우는 손가락으로 윤태호를 가리키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 사람은 윤태호라고 하는데 우리 병원의 인턴이에요. 그런데 제 진료차트를 베꼈고 저한테 덜미를 잡히자 저에게 주먹을 휘둘렀어요. 제 코에 있는 상처가 보이세요? 이거 윤태호 씨가 때린 거예요. 지금 윤태호 씨는 간호 스테이션에서 일하고 있는데 다들 이 얼굴을 똑똑히 기억해 두세요. 이 사람은 절대 찾지 마세요. 맞을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미리 얘기해 드렸어요.”

로비에 있던 환자들과 보호자들은 진실을 알지 못했기에 다들 곽진우의 말을 듣고 윤태호를 욕했다.

“미주 병원은 그래도 꽤 유명한 병원인데 왜 저런 사람을 고용했대?”

“혹시라도 문제를 일으키면 어떡하려고.”

“그러니까. 저런 사람은 당장 병원에서 내쫓아야지.”

“...”

윤태호는 이런 상황에서 본인이 무슨 말을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아무도 자신을 믿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기에 싸늘한 시선으로 곽진우를 노려본 뒤 자리를 뜨려고 했다.

“왜? 많이 찔려서 그래? 그래서 도망치려는 거야?”

곽진우는 윤태호가 떠나지 못하게 길을 막으면서 다시금 사람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제가 또 하나 놀라운 비밀을 알려드릴게요.”

비밀이라는 말을 들은 순간 윤태호는 곧바로 곽진우가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깨닫고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곽진우, 선 넘지 마.”

곽진우가 차갑게 웃더니 큰 목소리로 외쳤다.

“여러분, 놀라지 마세요. 윤태호 씨는 사실 자기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생아예요.”

로비가 떠들썩해졌다.

“세상에, 사생아라고?”

“곽 선생님 진료차트를 베끼고 곽 선생님을 때린 이유가 있었어. 가정교육을 못 받은 탓이었네.”

“저런 사생아는 병원에서 쫓아내야 하는 거 아니야?”

“...”

사람들은 혐오 가득한 눈빛으로 윤태호를 바라보았다.

윤태호는 굳은 표정으로 곽진우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눈에서 불이라도 내뿜을 기세였다.

그러나 곽진우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윤태호의 뺨을 한 대 때리면서 거만하게 말했다.

“내가 괴롭힌다고 해서 네가 뭘 어쩔 건데?”

윤태호는 매우 화가 나서 주먹을 꽉 쥐었다.

빌어먹을 곽진우는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의 자존심을 짓밟았기에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그를 때린다면 병원에서 잘리게 될 것이다.

미주 병원은 미주에서 가장 좋은 병원이었기에 이곳에서 잘리게 된다면 평판이 떨어져 다른 병원에 취직하는 게 불가능해질 것이다.

‘내가 힘이 없는 탓이야. 내게 힘이 있었다면 곽진우는 절대 지금처럼 건방을 떨지 못했을 거야. 내가...’

그러다 윤태호는 문득 뭔가를 떠올렸다.

‘한 번 시도해 볼까?’

윤태호는 곧바로 곽진우에게 말했다.

“곽진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그러다가 천벌을 받는 수가 있어.”

“천벌? 난 그딴 거 두렵지 않아!”

쾅!

곽진우는 말을 마치자마자 머리에서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제314화

    윤태호의 말을 들은 임보운은 눈을 부릅떴다.“내 아버지를 때리겠다는 말이야? 내 아버지는 올해 80세인데 그런 분을 때리겠다고?”“저는 사람을 때릴 때 나이를 따지지 않아요.”윤태호가 말했다.“다은 누나를 괴롭히는 사람들은 전부 때릴 거예요.”임보운은 그 말을 들은 순간 흡족해했다.어른을 공경하지 않는 것 같은 말이지만 그것은 동시에 윤태호가 임다은을 매우 아낀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세상에 자기 자식의 행복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임보운도 마찬가지였다.“네가 내 딸을 아끼는 건 좋아. 그 점은 나도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충고 하나 할게. 다은이 할아버지가 뭘 하려고 하든 절대 다은이 할아버지를 때려서는 안 돼.”“무엇 때문이죠?”“다은이 할아버지를 때린다면 너는 죽을 테니까.”윤태호가 의아해하자 임보운이 말했다.“다은이 할아버지는 어렸을 때 홀로 강절에 정착해서 자수성가하여 임씨 가문을 강절의 재벌가로 만들었어. 그런 사람은 상당히 교활하고 치밀하며 수완도 좋고 안목도 뛰어나. 그동안 다은이 할아버지는 엄청난 인맥을 쌓았고 강절의 음지 세력까지 전부 다은이 할아버지를 존경해. 다은이 할아버지가 말 한마디만 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 걸고 싸우려고 할 거야. 물론 다은이 할아버지의 신분과 지위라면 당연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동원해 너 하나를 곤란하게 하지는 않겠지. 하지만 다은이 할아버지 측근들이 가만있지 않을 거야. 그리고 다은이 할아버지 곁에는 고수가 한 명 있어.”임보운은 표정이 심각해지면서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그 사람은 임재섭이라고 하는데 다은이 할아버지 곁에 수십 년을 있었어. 아주 충성스러운 인물이지. 다은이 할아버지도 임재섭을 아주 신뢰해. 그동안 줄곧 임재섭이 다은이 할아버지의 안전을 지켰지.”“얼마나 강한가요?”윤태호가 물었다.“모르겠어.”임보운이 말했다.“40년 전, 임재섭은 호용산 장교와 싸워서 승부를 가리지 못했어.”“헉.”윤태호는 저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현재

  •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제313화

    이혜정이 이어서 말했다.“며칠 전 누군가 다은이 아빠에게 무진산의 홍차를 가져다줬어. 우려줄 테니까 마셔봐.”“아주머니, 괜찮아요.”윤태호가 말을 마치자마자 임다은의 아빠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며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날 따라와.”“아빠, 태호 씨를 데리고 어디로 가려는 거예요?”임다은이 서둘러 물었다.“서재.”그렇게 말한 뒤 임다은의 아빠는 홀로 위층으로 올라갔다.윤태호는 걱정하지 말라는 표정으로 임다은을 바라본 뒤 임다은의 아빠를 따라서 서재로 향했다.서재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윤태호는 깜짝 놀랐다.서재 안의 인테리어는 매우 고아했다. 방 중앙에는 강향단으로 된 책상이 있었고 그 위에는 수많은 대가들의 서예 작품이 걸려 있고 벼루, 붓꽂이 등이 놓여 있었다.붓꽂이 안에는 크기가 서로 다른 붓들이 가득 꽂혀 있었다.그리고 다른 쪽에는 큰 꽃병이 놓여 있었는데 안에 수정구슬처럼 맑은 흰 국화가 한가득 꽂혀 있었다.남쪽 벽에는 유명한 그림과 서예 작품이 걸려 있었고 그 옆 구석 쪽에는 사람의 키만큼 큰 도자기 화병이 놓여 있었다. 화병 안에는 마른 연방 몇 개가 꽂혀 있어 독특한 운치를 더했다.서쪽 벽에는 나무로 된 책장이 있었는데 그 책장 안에는 수천 권의 책이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임다은의 아빠는 자단목으로 된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난 다은이 아빠 임보운이라고 해.”사실 소개를 할 필요가 없었다. 윤태호는 이미 그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안녕하세요, 아저씨.”윤태호가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이름이 윤태호 맞아?”임보운이 물었다.“네, 윤태호라고 합니다.”“태호라... 좋은 이름이네.”임보운은 무표정한 얼굴이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윤태호는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죄송해요, 아저씨. 처음 집에 방문하는 건데 아저씨 앞에서 사람을 때렸으니 제가 경솔했습니다. 죄송합니다.”“너는 다은이를 지키기 위해 그런 거잖아. 이해해.”임보운이 말했다.“내가 아까 왜 널 말렸는지 알아?”

  •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제312화

    “뭘, 뭘 하려는 거야?”임승우는 겁을 먹고 뒷걸음질 치면서 말까지 더듬댔다.그리고 임승우뿐만 아니라 임보겸도 살 떨리는 기분을 느꼈다.사실 임보겸은 산전수전 다 겪어 본 사람이라 윤태호에게 겁을 먹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윤태호가 내뿜는 살기가 너무 강렬한 탓에 그마저도 등골이 오싹했다.임다은의 아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윤태호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진짜 의사가 맞나? 살기가 어떻게 이렇게 강하지?’그러나 윤태호의 방식이 임다은의 아빠는 마음에 들었다. 적어도 윤태호가 임다은을 매우 신경 쓰고 있는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다.‘집안 형편을 제외하면 다 괜찮아.’임다은의 아빠는 속으로 생각했다.윤태호는 임승우를 노려보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늘은 내가 처음으로 다은 누나 집에 방문하는 거라 다은 누나 부모님 앞에서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거든. 그래서 사과를 해줬으면 하는데.”“흥, 내가 같잖은 임다은에게 사과할 것 같...”퍽!말을 마치기도 전에 윤태호에게 멀리 내던져진 임승우는 마치 짐짝처럼 문밖으로 휙 날아가 바닥에 쾅 소리 나게 박혀서 비명을 질렀다.“감히 내 앞에서 다은 누나를 모욕해? 죽고 싶어?”윤태호는 주먹을 움켜쥐고 문밖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임보겸은 상황이 심상치 않자 곧바로 윤태호의 앞을 가로막고 사정했다.“태호야, 승우가 아직 철이 없어서 그래. 그러니까 한 번만 봐줘. 내가 돌아가서 제대로 혼낼게.”“비키세요.”“태호야...”“다은 누나 체면을 생각해서 작은아버님이라고 불러드린 거예요. 지금 비키지 않는다면 작은아버님도 좋은 꼴을 보지 못하실 겁니다.”그 순간 임보겸은 마음속에서 분노가 끓어올랐다.그는 강절에서 엄청난 권세를 누리고 있고 지위도 상당히 높아서 웬만한 사람들은 모두 그의 체면을 고려하며 행동해야 했다.그러나 미주 출신의 의사 따위가 감히 그의 앞에서 큰소리를 치고 있었으니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러나 임보겸은 이내 화를 억누르면서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태호야,

  •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제311화

    그래서 답답했다.“둘째 작은아버님, 정말 죄송해요. 조금 전에는 작은아버님 신분을 몰라서 예의 없는 말을 하고 작은아버님 아들을 때리기까지 했네요. 설마 화나신 건 아니죠?”윤태호가 이어서 말했다.“저는 어렸을 때 부처님 앞에서 맹세한 적이 있어요. 감히 제게 화를 내는 사람은 외출해서 교통사고를 당할 거라고 말이에요.”‘젠장!’임보겸은 너무 화가 나서 얼굴 살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윤태호를 당장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윤태호는 그의 아들을 때렸을 뿐만 아니라 그에게 예의 없는 말을 했고, 심지어 화도 내지 못하게 했다. 임보겸으로서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일이었다.임보겸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아무 말도 못 했고, 그 모습을 본 임다은의 아빠는 윤태호가 더더욱 마음에 들었다.임보겸은 상대하기 상당히 까다로운 인물이었다. 그는 늘 웃고만 있어서 지금처럼 화를 낼 때가 매우 드물었다. 그것은 강절 사람들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그런데 오늘 처음 보는 사람 때문에 이렇게나 화를 내는 것은 정말로 보기 드문 일이었다.가장 중요한 건 윤태호가 사람을 때리기까지 했는데 바로 사과부터 하는 바람에 화를 내고 싶어도 낼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저 자식 보겸이에게 한 방 먹였네. 흥미로운걸.’임다은의 아빠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임보겸은 신분 때문에 윤태호를 어떻게 할 수가 없었지만 임승우는 달랐다.임승우는 강절에서 유명한 재벌가 자제로 그가 다른 이들을 괴롭힐 때는 많아도 오늘처럼 다른 사람에게 맞아본 적은 처음이었다.그래서 참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그는 윤태호를 빤히 바라보다가 윤태호가 방심하는 사이 그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려고 호시탐탐 노렸다. 그러나 임승우가 걸음을 옮기자마자 윤태호가 갑자기 몸을 돌리며 웃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다은 누나 사촌 동생이면 내 동생이기도 하지. 동생, 아까 아프지는 않았어?”“난 임승우라고 해. 동생이 아니라.”“알겠어, 동생.”“동생이라고

  •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제310화

    짝!따귀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임승우의 왼쪽 뺨이 순식간에 빨갛게 부어올랐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깜짝 놀랐다.윤태호가 사람을 때릴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임다은의 아빠는 소파에 앉아 있다가 윤태호의 행동을 보고 경악했다.임다은이 윤태호의 신분을 얘기한 적이 있기에 임다은의 아빠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평범한 의사가 어떻게 감히 임승우를 때린단 말인가?설마 임승우의 신분을 모르는 것일까?그럴 리가 없었다.임승우의 신분을 알면서도 그를 때린 걸 보면 윤태호는 배짱 좋은 사람인 듯했다. 그것이 경솔함에 의한 것이든 충동에 의한 것이든,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다.임다은의 아빠는 윤태호의 그런 점이 마음에 들었다.예로부터 큰 일을 해낼 사람은 배짱이 남달랐는데 임다은의 아빠는 윤태호에게서 그런 점을 보아냈다.임다은의 엄마 이혜정도 깜짝 놀랐다. 조금 전까지 그녀의 앞에서 매우 예의 바르게 행동하던 윤태호가 갑자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임승우의 뺨을 때렸으니 말이다.따귀를 맞은 임승우는 뺨을 부여잡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윤태호를 바라보았다.“지금 감히 날 때린 거야?”“어. 이미 때렸는데 그런 질문은 왜 하는 거야?”윤태호는 웃으면서 말했다.“다은 누나 말이 맞네. 미친 게 맞아.”“이 자식, 감히 날 때려? 죽여버리겠어!”임승우는 화를 버럭 내면서 윤태호의 중요 부위를 향해 발을 뻗었다.윤태호는 아주 능숙한 임승우의 움직임을 보고 그가 그동안 이런 방법을 많이 써왔을 것이라고 예상했다.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임승우의 발차기에 당해 남자구실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그러나 윤태호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몸을 살짝 비틀어 임승우의 발을 피하면서 팔을 뻗어 임승우의 목을 콱 쥐었다.그 순간 임승우는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숨을 쉬는 것마저 힘들어졌다.이때 윤태호가 손을 들었다. 임승우를 때리려는 게 분명했다.임보겸이 황급히 소리쳤다.“그만둬!”짝!따귀 소리가 또 한 번 울려 퍼졌다.임보겸은 곧바로 표정이 굳으

  •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제309화

    임승우는 버럭 화를 냈다.“임다은, 말조심해. 자꾸 그 따위로 나오면 나도 가만있지 않을 거야.”“왜? 날 때리기라도 하게?”“네가 여자라고 해서 내가 못 때릴 것 같아?”“임보겸 씨, 이것 좀 보세요. 승우 예전이랑은 완전히 달라졌네요. 예전에는 절 보면 누나라고 부르더니 이제는 이름까지 부르네요. 정말 많이 성장했어요.”그 말은 조금 전 임보겸이 임다은을 조롱하며 했던 말인데 임다은은 그 말을 그에게 똑같이 돌려주었다.그 순간 임보겸의 눈빛이 조금 어두워졌다.임다은이 이어서 말했다.“이 집은 우리 집이에요. 6억이 아니라 600억을 준다고 해도 안 팔 거예요. 그리고 가족이라는 말로 우리에게 뭔가를 강요할 생각은 하지 말아요. 우리가 세 살짜리 애도 아니고 이런 같잖은 수작질에 놀아날 것 같나요?”“형님, 형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임보겸이 고개를 돌려 임다은의 아버지에게 물었다.임다은이 말했다.“아빠도 저랑 같은 생각이세요. 집 안 팔 거예요. 그러니까 이만 돌아가세요.”“임다은, 나는 지금 네 아빠에게 물은 거야. 네가 끼어들 자격은 없어.”임보겸은 위협적인 태도로 말했다. 조금 전까지 사람 좋게 웃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임보겸이 다시 물었다.“형님, 형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나는 다은이랑 같은 생각이야.”임다은의 아빠가 대답했다.“형님, 정말 그렇게 하시려고요? 솔직히 말할게요. 아버지는 이번 생신 때 지금 갖고 계신 주식을 전부 자식들에게 나눠줄 생각이세요. 제가 아는 바에 의하면 형님이 갖게 될 몫은 아주 적어요. 만약 제가 아버지 앞에서 몇 마디 한다면 형님께서 주식을 더 많이 얻게 될지도 몰라요. 물론 주식이 이 집보다 훨씬 더 값어치 있겠죠.”임보겸은 또 웃으며 말했다.“반대로 제가 아버지 앞에서 형님의 험담을 한다면 형님은 주식을 전혀 얻지 못하게 될 수도 있어요. 집이 더 중요한지, 주식이 더 중요한지 형님은 아시잖아요.”그 말에 임다은 아빠의 안색이 달라졌다.임씨 가문의 자산은 어마어마했기에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