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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호안난어
백아윤의 사무실에서 나온 윤태호는 너무 억울해서 울고 싶었다. 곽진우는 그에게서 장여울을 빼앗아 갔을 뿐만 아니라 장여울과 함께 그를 모함했다. 심지어 백아윤은 그들의 말을 믿고 그를 간호 스테이션으로 쫓아냈다.

간호 스테이션에서 일한다는 것이 뭘 의미하는가?

그건 가정부와 다름없었다.

매일 환자들의 얼굴을 씻겨주고, 발을 씻겨주고, 밥을 먹여주고, 몸을 닦아주고, 옷을 세탁해 주고, 대소변을 치우고...

그는 의대를 다닐 때 성적이 매우 좋았다. 그런데 그런 일을 한다면 그동안 의대를 다닌 의미가 없었다.

윤태호는 이 모든 게 자신이 힘도, 배경도 없는 탓이라는 걸 알았다.

“내가 재벌가 자제였다면 장여울이 날 배신했을 리도 없고 곽진우가 감히 날 때리지도 못했겠지. 백 교수님도 날 이곳으로 보내지 않았을 거야. 결국은 내가 아무런 힘도 없어서 이런 일들을 겪게 된 거지. 앞으로 꼭 성공해서 나를 무시한 놈들을 전부 짓밟아버릴 거야.”

윤태호는 주먹을 힘껏 쥐며 속으로 다짐했다.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림과 동시에 윤태호는 안으로 들어갔고 그 순간 익숙한 향수 냄새가 코를 찔렀다. 고개를 들자 곽진우와 장여울이 엘리베이터 안에 서 있는 게 보였다. 조금 전 장여울의 집에서 윤태호에게 맞은 곽진우는 코에 상처가 남았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윤태호는 두 사람과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싶지 않았기에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그런데 뜻밖에도 곽진우가 꼴 좋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간병인이 됐다더니 여기 있었네.”

장여울은 경멸에 찬 눈빛으로 윤태호를 힐끗 보았다.

“왜 어딜 가나 너랑 마주치는 거야? 짜증 나게.”

윤태호는 그들을 무시했다. 그는 두 사람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그의 태도에 곽진우는 오히려 더 화가 났다.

“윤태호, 내가 그냥 넘어갈 거로 생각하지 마.”

곽진우가 말했다.

“오늘은 운이 좋은 줄 알아. 빌어먹을 백 교수가 네 편을 들지 않았다면 넌 이미 병원에서 쫓겨났을 거야. 그랬다면 여기서 일하지도 못했겠지.”

“이 일이 백 교수님과 무슨 상관인데?”

윤태호가 물었다.

“흥. 백 교수가 기획팀 사람들 앞에서 네가 또 한 번 문제를 일으킨다면 자기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했어. 백 교수가 나서지 않았더라면 기획팀에서는 절대 널 병원에 남겨두지 않았을 거야. 그러고 보면 참 희한해. 둘이 무슨 사이길래 백 교수가 그렇게 널 감싸고 도는 거야?”

곽진우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백 교수랑 사귀어?”

“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야?”

“너...”

곽진우가 주먹을 들며 윤태호를 때리려고 했다.

“충동적으로 굴지 말아요.”

장여울이 서둘러 곽진우를 말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CCTV가 있어서 혹시라도 이 모습이 찍힌다면 성가신 일이 생길 수도 있어요.”

곽진우는 그제야 주먹을 내려놓고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윤태호, 병원에 계속 남아있는다면 언젠가는 험한 꼴을 당하게 될 거야.”

윤태호는 곽진우를 무시했다. 그는 다른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백 교수님을 오해했어. 백 교수님이 아니었다면 난 이미 병원에서 쫓겨났겠지.’

윤태호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곽진우는 윤태호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눈알을 굴리며 장여울에게 물었다.

“왜 저런 놈이랑 만났던 거야?”

“눈이 삐었었나 보죠.”

“하긴, 눈이 삔 게 아니라면 저런 무능력한 놈을 만날 리가 없지. 여울아, 지난번에 갔었던 호텔 괜찮았었는데 잠시 뒤에 거기로 가자.”

“정말 못됐어요. 대낮부터 그런 짓을 하려고요?”

“왜? 싫어? 지난번에는 30분 넘게 소리를 지르더니...”

두 사람은 점점 더 노골적으로 말했고 윤태호는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두 사람이 그의 앞에서 그런 대화를 나누는 건 그를 자극하기 위함이 분명했다.

윤태호는 참지 못하고 곽진우를 때릴 뻔했지만 결국 화를 억눌렀다.

곽진우를 때린다면 엘리베이터 안에 설치돼있는 CCTV에 그 모습이 찍힐 것이고 그렇게 되면 곽진우는 그 영상을 들고 기획팀으로 찾아가서 고자질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백아윤이 나서도 소용없을 것이고 윤태호는 병원에서 쫓겨날 것이다.

‘복수는 언제 해도 늦지 않아. 굳이 지금 화풀이를 할 필요는 없지.’

윤태호는 그렇게 생각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로비에 도착해 보니 로비 안에 사람들이 가득했다. 그들은 접수하거나 수납하고 있었다.

곽진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윤태호를 바라보면서 그가 언제까지 참을지 지켜봤다.

윤태호 또한 곽진우의 눈빛을 눈치채고 불길한 예감이 들어 걸음에 박차를 가하며 빠르게 떠나려고 했다.

“윤태호, 어디를 그렇게 급하게 가는 거야?”

곽진우는 윤태호의 앞을 가로막으면서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윤태호가 경계하며 물었다.

“곧 알 수 있을 거야.”

곽진우는 음험하게 웃더니 이내 큰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여기 좀 보세요. 제가 사람을 한 명 소개해 드릴게요.”

그 순간 수많은 사람들이 윤태호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곽진우는 손가락으로 윤태호를 가리키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 사람은 윤태호라고 하는데 우리 병원의 인턴이에요. 그런데 제 진료차트를 베꼈고 저한테 덜미를 잡히자 저에게 주먹을 휘둘렀어요. 제 코에 있는 상처가 보이세요? 이거 윤태호 씨가 때린 거예요. 지금 윤태호 씨는 간호 스테이션에서 일하고 있는데 다들 이 얼굴을 똑똑히 기억해 두세요. 이 사람은 절대 찾지 마세요. 맞을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미리 얘기해 드렸어요.”

로비에 있던 환자들과 보호자들은 진실을 알지 못했기에 다들 곽진우의 말을 듣고 윤태호를 욕했다.

“미주 병원은 그래도 꽤 유명한 병원인데 왜 저런 사람을 고용했대?”

“혹시라도 문제를 일으키면 어떡하려고.”

“그러니까. 저런 사람은 당장 병원에서 내쫓아야지.”

“...”

윤태호는 이런 상황에서 본인이 무슨 말을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아무도 자신을 믿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기에 싸늘한 시선으로 곽진우를 노려본 뒤 자리를 뜨려고 했다.

“왜? 많이 찔려서 그래? 그래서 도망치려는 거야?”

곽진우는 윤태호가 떠나지 못하게 길을 막으면서 다시금 사람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제가 또 하나 놀라운 비밀을 알려드릴게요.”

비밀이라는 말을 들은 순간 윤태호는 곧바로 곽진우가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깨닫고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곽진우, 선 넘지 마.”

곽진우가 차갑게 웃더니 큰 목소리로 외쳤다.

“여러분, 놀라지 마세요. 윤태호 씨는 사실 자기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생아예요.”

로비가 떠들썩해졌다.

“세상에, 사생아라고?”

“곽 선생님 진료차트를 베끼고 곽 선생님을 때린 이유가 있었어. 가정교육을 못 받은 탓이었네.”

“저런 사생아는 병원에서 쫓아내야 하는 거 아니야?”

“...”

사람들은 혐오 가득한 눈빛으로 윤태호를 바라보았다.

윤태호는 굳은 표정으로 곽진우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눈에서 불이라도 내뿜을 기세였다.

그러나 곽진우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윤태호의 뺨을 한 대 때리면서 거만하게 말했다.

“내가 괴롭힌다고 해서 네가 뭘 어쩔 건데?”

윤태호는 매우 화가 나서 주먹을 꽉 쥐었다.

빌어먹을 곽진우는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의 자존심을 짓밟았기에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그를 때린다면 병원에서 잘리게 될 것이다.

미주 병원은 미주에서 가장 좋은 병원이었기에 이곳에서 잘리게 된다면 평판이 떨어져 다른 병원에 취직하는 게 불가능해질 것이다.

‘내가 힘이 없는 탓이야. 내게 힘이 있었다면 곽진우는 절대 지금처럼 건방을 떨지 못했을 거야. 내가...’

그러다 윤태호는 문득 뭔가를 떠올렸다.

‘한 번 시도해 볼까?’

윤태호는 곧바로 곽진우에게 말했다.

“곽진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그러다가 천벌을 받는 수가 있어.”

“천벌? 난 그딴 거 두렵지 않아!”

쾅!

곽진우는 말을 마치자마자 머리에서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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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2025. 12. 09.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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