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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Author: 달팽이 질주
이튿날, 국사부의 안살림을 맡을 권한이 윤채령에게 넘어갔다. 서지헌과 윤채령은 남들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국사부에서 늘 붙어 다니며 다정하게 굴었다.

강해원이 재앙을 몰고 다니는 사람이라는 소문도 갈수록 퍼져 나갔다. 강해원은 서지헌이 자신을 굴복시키려고 일부러 손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연화는 분한 나머지 눈까지 새빨개졌지만, 강해원은 놀라울 만큼 차분한 얼굴로 말없이 늘 지니던 검을 닦았다.

어차피 며칠 뒤면 이곳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러던 중 강씨 가문의 옛 저택을 지키던 늙은 하인이 급하게 뛰어들어와 눈물을 쏟았다.

"아가씨! 큰일 났습니다! 누군가 노장군님의 묘를..."

강해원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곧장 말을 몰고 성 밖으로 내달렸다.

빗물과 진흙 속에 펼쳐진 광경을 보는 순간,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아버지의 비석은 산산조각 나 있었고, 더러운 검은 개의 피가 사방에 뿌려져 있었다. 험한 사내 몇 명은 낄낄거리며 개의 피에 적신 채찍을 휘두르고 있었다. 진창에 흩어진 아버지의 유골을 채찍질하고 발로 짓밟으면서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쳐! 아주 호되게 치란 말이다! 그런 재앙 덩어리를 키웠으니 죽어서도 편할 줄 아느냐?"

그 순간 강해원의 마지막 남은 이성마저 끊어졌다.

그녀는 한 사내의 손에서 채찍을 빼앗아 사무친 증오와 절망을 모조리 쏟아 내듯 그들을 내리쳤다.

"악!"

처음에는 사내들도 욕설을 퍼부었다.

"재앙 덩어리가 사람을 죽인다!"

하지만 욕설은 곧 비명으로 바뀌었고, 끝내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빗물이 피와 진흙으로 뒤범벅된 땅을 씻어 내렸다. 기력이 다한 강해원은 아버지의 부서진 유골 앞에 무릎을 꿇었다. 맨손으로 뼛조각을 하나씩 품에 모아 담았지만, 아무리 애써도 온전한 모습을 되찾을 수는 없었다.

끝내 무너진 강해원은 고개를 젖히고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울음소리는 거센 빗줄기를 뚫고 텅 빈 묘지에 오래도록 울려 퍼졌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서지헌이 본 것은 바로 그런 광경이었다.

강해원은 폭우 속에 무릎을 꿇고 진흙 속에서 유골을 하나씩 주워 담고 있었다. 빗물과 흙탕물이 뺨을 타고 흘렀고, 온몸은 흠뻑 젖어 처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서지헌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한기에 등골이 오싹했고, 알 수 없는 두려움이 가슴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올랐다.

소문을 일부러 막지 않고 내버려 둔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강해원을 굴복시키려 했다. 하지만 누군가 감히 무덤을 파헤치고 유골까지 욕보일 줄은 몰랐다.

그는 요동치는 가슴을 억누르며 황급히 다가갔다.

"해원아, 내가 한 짓이 아니다. 반드시 철저히 조사해 저 악인들을 갈기갈기 찢어 놓겠다!"

서지헌이 그녀를 일으키려 손을 내밀었지만, 손이 닿기도 전에 강해원이 거칠게 뿌리쳤다.

"꺼져."

강해원이 고개를 들었다. 한때 사랑으로 빛나던 두 눈에는 이제 깊은 공허와 증오만 남아 있었다. 서지헌은 그 눈빛에 놀라 반걸음 물러났다.

"서방님. 동의하겠습니다."

허락이라기보다 모든 것을 끝내겠다는 뜻이었다.

서지헌은 바라던 대답을 들었는데도 조금도 기쁘지 않았고 오히려 누군가 심장을 꽉 움켜쥔 듯 숨이 막혔다.

"내가 당장 범인을 찾아내겠다!"

그는 그 말만 남긴 채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국사부에는 혼례를 준비하는 등불과 비단이 걸리기 시작했다.

서지헌은 이번 혼례를 강해원과 혼인했을 때보다 훨씬 성대하게 치르라고 직접 명했다. 윤채령을 얼마나 귀하게 여기는지 모두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구름처럼 펼쳐진 비단과 불꽃 같은 붉은 천이 저택 전체를 화려하게 물들였다.

하지만 뜰을 가득 채운 눈부신 붉은빛을 바라보면서도 서지헌의 마음은 텅 빈 듯했다. 아무 감정도 없이 자신을 바라보던 강해원의 눈이 자꾸만 떠올랐다.

윤채령이 환하게 웃으며 기대어 와도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서지헌은 불안을 떨쳐 내려는 듯 혼례의 사소한 부분까지 직접 챙겼다.

바깥의 소란과 달리 강해원은 자신의 처소에서 조용히 두툼한 무릎보호대를 만들고 있었다.

노부인을 모시는 김씨가 찾아왔다. 지난번과 달리 거만하게 굴지 않고 공손히 예를 올린 뒤, 노부인이 부른다며 강해원을 모셔 가려 했다.

문 앞에 다다르자 잔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노부인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동안 네가 나와 맞선 건 강해원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었구나. 내가 윤채령을 내쫓았다고 여겨 복수하는 것이냐."

김씨는 난처한 얼굴로 먼저 알리려 했지만, 강해원은 차분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나타난 강해원을 보자 서지헌의 분노한 표정이 그대로 굳었고 놀람과 당황, 난처함이 번졌다.

"해원아..."

서지헌이 해명하려 했지만 강해원은 예의 바르게 고개만 살짝 숙였다. 그러고는 그를 지나 노부인의 아랫자리에 앉아 말없이 꾸지람을 기다렸다.

"너는 국사부의 안주인이다. 둘째 부인을 들이는 일을 어찌 부군에게 직접 맡기느냐? 사내는 밖의 큰일을 돌봐야 하지 않느냐."

강해원은 고개를 들어 당황한 서지헌을 담담히 바라봤다.

"국사께서 안살림을 맡을 권한을 진작 윤채령 아가씨에게 넘기셨습니다.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 온 분과 치르는 혼례이니, 제가 나서는 것도 바라지 않으실 겁니다."

노부인이 강해원을 바라봤다.

"그렇다면 허락한다는 말이냐?"

서지헌은 저도 모르게 숨을 멈추고 긴장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강해원이 반대하면 어떻게 설득할지 수없이 생각했었다.

하지만 강해원은 눈꺼풀을 살짝 들고 담담히 말했다.

"허락합니다."

노부인은 강해원을 유심히 바라봤다. 그 짧은 대답이 타협이 아니라 모든 미련을 버렸다는 뜻임을 알아차렸다.

노부인의 눈에서 마지막 남은 온기마저 사라졌다. 힘없이 손을 내저은 뒤 아무 말 없이 지팡이를 짚고 비틀거리며 안쪽 방으로 돌아갔다.

강해원도 곧바로 일어나 미련 없이 자리를 떠났다.

결연히 멀어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서지헌은 걷잡을 수 없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무언가가 조금씩 빠져나가는 듯했다.

문밖에서는 강해원이 김씨에게 무릎보호대를 건네고 있었다.

"노부인께서 다리가 편찮으시다. 앞으로 내가 곁에 없어도 잘 살펴 주거라."

한 발 늦게 나온 서지헌이 그 말을 들었다.

"어머니 곁에 없다니, 어디로 가려는 것이오?"

강해원은 대답하지 않고 자신의 처소로 향했다.

서지헌은 자신도 모르게 뒤를 따라가며 쉴 새 없이 물었다.

"강해원, 확실히 말하시오. 강씨 가문의 옛 저택으로 돌아가 살겠다는 것이오? 이제 아무도 남지 않았는데 돌아간들 무슨 의미가 있소? 해원아, 나를 좀 봐 주겠소?"

강해원은 걸음을 멈췄다.

맑은 이슬 한 방울이 연못에 떨어져 잔잔한 물결이 번졌다.

변방에서 보낸 오 년과 혼인한 뒤의 오 년. 강해원은 거의 십 년 동안 서지헌이 이토록 다정하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서지헌이 강해원 앞으로 다가왔다. 늘 침착하던 눈에는 어린 시절처럼 불안한 기색이 어려 있었다.

"내가 채령이와 혼인하자마자 국사부를 떠나 따로 살면, 채령이가 앞으로 어찌 지내겠소?"

강해원의 마음은 이미 식을 대로 식어 있었다. 서지헌은 그것도 모른 채 말을 이었다.

"채령이는 안살림을 모르니 집안일은 앞으로도 그대가 맡아야 하오. 그대는 여전히 이 집의 안주인이고 앞으로 채령이만 괴롭히지 않는다면 잘해 주겠소."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마치 큰 은혜라도 베푸는 듯 덧붙였다.

"채령이와 내 아이도 그대에게 맡길 테니 늙어서 의지할 곳이 없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쾅!

처소 문이 세차게 닫혔다.

서지헌은 문전박대를 당한 채 굳은 얼굴로 닫힌 문을 노려봤다.

"강해원, 후회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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