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리는 경희영을 만난 일을 에피소드라고만 생각하고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녀는버닝스타의 비즈니스를 이어받아 매일 발이 땅에 닿을 새 없을 정도로 바빴다.버닝스타는 원래 외국에서도 잘 알려진 데다 성남시로 돌아가자마자 부서와 미래 그룹이 협력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협력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신유리는 줄곧 사람들이 보낸 자료를 처리하느라 바빴다.서준혁 쪽에서는 여전히 태도를 밝히지 않고 있었다. 이랑은 이신에 의해 교체되었고 장소는 송지우가 과거에 활동했던 곳으로 바뀌었다.일을 시작하는 날, 신유리는 마침 사진 한 세트를 뽑아야 해서 송지우를 따라갔다.가는 길에 송지우가 말했다."사장님 말씀을 들으면 이랑이가 아마 잘릴 것 같아. 안전사고가 장난이 아니야."공사현장에는 자재 분실을 막기 위해 CCTV를 설치했고, 서준혁이 다친 것도 또렷하게 찍혔는데, 확실히 이랑의 문제였다.신유리는 이것에 대해 별 의견이 없었다. 버닝스타를 만든 것은 원래 디자인 업계인데 가장 기본적인 안전 문제조차 보장할 수 없다면 누가 그들과 협력하려고 하겠는가. 게다가 그날의 스릴을 그녀는 잊을 수 없었다.만약 서준혁이 아니었다면 그 무너진 석고 조각들은 전부 그녀의 몸에 부딪혔을 것이고 결과는 그의 손보다 상처가 훨씬 더 심각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이신은 매우 빠르게 움직였고 신유리가 사진을 찍고 돌아갔을 때, 이랑이 이미 물건을 정리하고 떠나려고 했다.신유리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말 잘 끝냈어? 쟤 손에도 버닝스타의 디자인이 꽤 있을 텐데 괜찮아?"디자인 업계에서 가장 꺼리는 것은 아이디어 유출이었다. 신유리와 이랑 모두 어떤 성격인지 잘 몰랐다. 다만 송지우의 말을 들어보면 이랑은 채용 당해서 입사했었다고 한다. 게다가 사람도 답답하고, 평소에 같이 놀지 않고, 장소 돌아다니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이신이 말했다."처음 계약서에 안전사고에 관한 것이 있었는데 그가 먼저 잘못을 저질렀어요."이신이 이렇게 말한 이상, 신유리도 그렇게 걱정하지 않았
신유리는 이마를 꾹 누르며 말했다."어렵게 꼬투리를 잡은 송지음이 그렇게 쉽게 포기할 리가 없죠. 괜히 시비를 거느니 차라리 우리가 먼저 서 대표님에게 털어놓고 얘기합시다.”송지우가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이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신유리도 잠시 생각에 잠겨 조용히 말했다."만약 실패하면 그냥 돌아올게."이신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전화해."그는 오늘 원래 사람과 약속이 있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방의 전화에 불려갔다. 그녀는 송지우와 이야기하고 택시를 타고 화인 그룹에 갔다.신유리는 마지막 결과가 어떻든 간 데 그들은 모두 한 마디의 확실한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송지음 같은 오늘 같은 일이 또 발생할 것이었다.그녀가 화인 그룹에 도착했을 때, 엘리베이터에서 양예슬을 만났고 양예슬도 그녀를 보고 매우 놀랐다."유리 언니, 왜 왔어요?”딱 봐도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라 신유리가 물었다."왜 그래? 무슨 일이 생긴 거야?”"대표님 어머님께서 지금 회사에 계시는데 송지음 씨는 오늘 왜 늦었는지 모르겠지만 방금 잡혀서 지금 위층에서 욕을 먹고 있어요. 대표님은 일 때문에 회사에 없어서 아무도 못 올라가고 있어요.”신유리는 미심쩍었지만 송지음이 버닝스타로 온 것은 정말 그녀 자신만의 생각이 맞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하정숙이 있다면 더 이상 갈 필요가 없었다. 어쨌든 그녀와 마주치는 것도 그리 즐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다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하정숙과 송지음이 마주칠 줄은 몰랐다.히정숙은 한결같이 화사한 화장을 하고 있었다. 다만 한눈에 봐도 격노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송지음은 주눅이 든 모습으로 그녀의 뒤에 서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열릴 줄 몰랐던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쳐다보았고 신유리를 본 후 얼굴의 분노는 더욱 짙어졌다.그녀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신유리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근무 시간이고 주위에 사람들이 많지 않았든 관계로 인하여 주위 사람들은 그녀의 목소리를 정확히 들을 수 있었다.서준혁은 신유리를 쳐다보더니, 싸늘한 눈동자로 주위를 훑어보다 다시 시선을 신유리에게로 돌렸다.그는 눈꼬리를 내리더니, 경멸 섞인 말투로 말했다.“본인의 일도 다 정리 못 해놓고, 다른 사람의 일로 동분서주하다니, 신유리 씨는 멍청한 건가요? 아니면 일의 경중을 구분 못 하는 건가요?”신유리는 눈을 감고 잠시 사색을 마친 후 답했다.“이게 제 일입니다.”서준혁이 냉소적으로 비웃었다.“쓸데없는 일 말인가요?”신유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오늘 서준혁의 기분이 별로라 신유리가 뭐라 하던 오답이었다.그녀는 고개를 들고 서준혁의 뒤에 서있던 이석민을 보았다. 이석민은 티 나지 않게 신유리에게 눈치를 주었다.신유리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말했다.“오늘 이 화제에 대하여 말씀을 나누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것 같네요. 저는...”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등 뒤로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하정숙이 굳은 얼굴로 걸어들어오고 있었는데, 등 뒤에는 안색이 창백하게 질린 송지음도 함께였다.신유리는 송지음에게 잠깐 시선을 두었다. 그녀가 기억하건대, 송지음은 항상 혈색이 어두웠고, 창백해 보였다.신유리의 생각은 하정숙의 분노에 찬 목소리로 인해 중단되었다.“이제 집으로 오라는 것도 내가 직접 와서 모셔가야 하는 거니?”서준혁이 들으라고 하는 말이었다.서준혁의 검은 눈동자는 먹물을 머금은 것 같았다. 눈동자에는 일말의 온정도 없이 냉담한 시선으로 하정숙을 쳐다보며 답했다.“회사 일이 바빠서요.”사실 서준혁의 외모는 대부분 하정숙에게서 물려받은 거나 다름이 없었다. 날카로운 눈매, 짙은 눈동자, 얇은 입술, 우뚝 솟은 콧날, 날렵한 턱선이 닮았다.이러한 외모는 날카로운 인상을 주기 마련이었지만, 그들에게는 신중하고 냉담한 분위기마저 있어, 날카로운 분위기를 얼마간 상쇄시켜 주었다.하정숙은
송지음이 머뭇거리며 서준혁을 쳐다보았다.“오빠... 어머님이 아침에 갑자기 오셨는데, 오빠가 없어서 어쩔 줄 몰랐어. 어머님 기분 상하게 해드린 것 같네...”송지음은 말하며 서준혁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는 서준혁에게서 이렇듯 무서운 기세가 풍겨 나오는 걸 보는 건 처음이었다. 송지음은 저도 모르게 뒤도 반보 물러났다.서준혁의 얼굴에는 여전히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하정숙이 있을 때까지만 해도 있었던 언짢음이 가시기는커녕, 더 가중된 듯한 표정이었다.신유리는 이석민에게 손으로 까닥거리고는 나갔다.서준혁의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최대한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사실은 신유리의 다년간 업무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하물며 현재 그녀는 버닝스타를 대표하여 온 입장이다 보니 서준혁과 척을 지면 더 안 좋았다.신유리가 나가려고 할 때 등 뒤에서 송지음의 처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송지음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오빠, 화났어?”이석민은 옆에서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서 송지음에게 말했다.“서 대표님께서 금방 계약하고 오셔서 힘든 것 같은데 송 비서는 일단 서 대표에게 쉴 시간을 주죠.”송지음의 낯빛이 조금 오묘해졌다. 그녀는 서준혁을 쳐다보며 눈물을 글썽거렸다.“오빠는 내가 버닝스타를 찾아가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하지만 오빠가 다쳤는데, 이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면... 오빠는 신유리한테 피해가 갈까 봐 책임을 묻지 않는 거야?”송지음은 울먹거리며 말을 이었다.서준혁은 눈을 낮춰 그녀를 쳐다보았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그였지만, 송지음은 오한이 드는 것 같았다. 서준혁의 검은 눈동자에 걷잡을 수 없는 한기가 스민 것만 같았다.송지음은 오한을 느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혁의 눈동자에 서렸던 한기는 오간 데 없이 사라지며 감정 없는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밖의 일은 이석민 씨한테 맡겨, 날씨가 더우니 너는 회사에만 있어.”송지음은 넋이 나갔다. 서준혁의 뜻을 파악한 순간, 그녀는 주먹을 꼭 쥐었다.서준혁의
밥을 반쯤 먹었을까, 임아중의 친구가 와서 공손하게 그녀들과 인사를 나누고는 임아중을 불러갔다.곡연은 송지음이 있는 방향으로 한번 보고는 신유리에게 가십거리를 묻는 듯 물었다.“송지음이 어떻게 김명우와 같이 밥을 먹는 걸까요? 김명우가 별로 좋은 사람은 아니라고 했잖아요?”신유리는 흥미진진한 얼굴로 쳐다보는 곡연을 향해 담담히 답했다.“아마도. 세진 그룹과 화인 그룹의 이야기도 이젠 사오 년 전이지. 그걸 모르더라도 다른 건 알 수 있잖아? 김명우 손에 꽃다발 들려있는 거 몰랐어?”곡연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말했다.“내가 보기엔 서준혁도 바람맞은 거네.”신유리는 답하지 않았다. 서준혁의 사생활이 어떻든, 그녀와는 상관이 없었기 때문이었다.돌아온 임아중의 표정이 얼마간 굳어 있었다. 그녀는 신유리를 보며 힘겹게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물었다.“잘 먹었어?”신유리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무슨 일 있어?”“아무 일도 아니야. 한 친구가 생일 파티 하는데 나더러 오라네.”곡연이 답했다.“그거 좋은 일 아니에요?”“거절했어. 나랑 안 친하거든.”임아중의 일은 그녀들도 더 깊이 묻기 어려웠다. 하지만 임아중의 기분이 안 좋아졌다는 사실은 명확해 보였다.식사 시간은 끝을 향해 갈수록 지루해졌다. 임아중도 피곤해서 집에 가 쉬고 싶다고 했다. 하여 신유리는 곡연과만 별장으로 돌아왔다.별장에는 이신도 와 있었다. 그는 신유리를 보며 물었다.“화인 그룹에 간 일은 어떻게 됐어?”“장담할 수 없어. 내가 갔을 때는 서준혁의 어머님도 계셨어. 하지만 그의 모습으로 보건대 더 이상 추궁은 하지 않을 것 같아. 송지음이 다시 찾아올지는 모르겠지만.”서준혁은 하정숙 앞에서 주동적으로 이 화제를 돌렸다. 그로 보건대 그는 이 사실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하였다. 하지만 아직 자신을 높이 보고 있기에, 여전히 버닝스타에서 만족할 만한 태도를 보여줘야 했다.이신이 나지막이 말했다.“화인 그룹은 버닝스타와 계약 해지를 하지 않을 거야. 주동적으로
강모연은 태연한 신유리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강모연이 한 말도 거짓은 아니었다. 당시 서준혁이 처음으로 신유리를 데리고 왔을 때, 강모연은 서준혁이 진심으로 신유리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서준혁이 처음 여자를 데리고 집에 왔다는 사실은 둘째치더라도, 서준혁이 그녀를 향한 보호도 굉장히 강했다.하정숙과 서창범의 관계는 좋지 않아, 서준혁은 어려서부터 그녀 옆에서 자랐다.강모연이 기억하는 서준혁은 어떠한 일에서도 아무렇지 않다는 태도를 유지하는 사람이었고,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얘기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여 예전부터 서준혁이 반사회적인 인격 혹은 정서 불능인 상태로 자랄까 봐 걱정됐다.하지만 서준혁이 머뭇거리며 친구를 데려와도 되냐는 말에 생각이 바뀌었다.당시 강모연은 확실히 너무 놀랐다.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이런 일에 관하여 물은 적이 없는 서준혁이었다.하여 처음에 강모연은 서준혁이 데려오는 친구가 여자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냥 서준혁이 사귄 선후배거나 친구라고만 생각했다.솔직하게 얘기하면, 어떠한 측면에서는 서준혁과 강모연이 더 모자 관계 같았다, 심지어 서준혁이 처음 화인 그룹을 물려받을 때도 그녀를 찾아 상담했을 정도이니 말이다.하지만 진정한 의미로 강모연이 신유리를 기억하게 된 계기는 하정숙 때문이었다.하정숙은 서창범 때문에 가정환경이 평범한 여자들은 눈에 차 하지 않았다. 그러한 이유로 항상 각박하게 신유리를 괴롭히려 했지만, 항상 서준혁에게 가로막혔다.그로 인해 두 모자는 크게 싸워 안 좋은 꼴을 보였다.강모연은 옆에서 모든 걸 지켜봐서 잘 알고 있었다. 서준혁은 필사적으로 신유리를 지키려 했다.이후, 강모연은 남편과 함께 연해로 가 성남시의 일은 더 이상 듣기 힘들어졌다. 가끔 서준혁과 통화할 때면 신유리에 대해 두 마디 정도 들을 수 있었다.하지만 얼마 전 돌아와서 하정숙과 대화 나누고 나서야 신유리와 서준혁의 사이가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강 여사님.”신유리의 목소리가 강
금방 올라온 신유리는, 발길을 잠시 멈추고 고개를 돌려 이석민을 바라보았다.방금 이석민의 말투는 매우 친숙했다. 그는 어색한 듯 기침하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소통에 문제가 생기리라 걱정되어, 서 대표님께서 사람이 모두 모인 후 회의를 시작하자 하셨습니다. 이신 대표님은 회의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먼저 가 계시면 제가 서 대표님을 모시고 가겠습니다.”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먼저 가려 했지만,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발길을 멈추고 이석민을 향해 물었다.“회의 마치신 후, 서 대표님께서 기타 일정 있으신가요?”“오전에는 없습니다. 오후에는 포럼이 있으세요. 용건 있으신가요?”“네.”신유리는 가볍게 대답하고 이석민에게 별다른 얘기는 하지 않았다.회의실 앞에 도착해 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안쪽에서부터 문이 열렸다. 허경천이 기분 나쁜 표정으로 나오고 있었다.그는 신유리를 쳐다보더니 여전히 찌푸린 표정으로 물었다.“왜 정말 왔어요?”“이석민 씨가 연락이 왔는데, 제가 안 오면 안 될 것 같았어요.”그는 고개를 들어 회의실 안의 이신을 쳐다보았다. 이신의 표정이 허경천보다는 평온해 보였지만, 냉철함은 감출 수 없었다.신유리가 물었다.“정말 계속 여기서 기다리신 거예요?”“그렇지 않으면?”허경천이 냉소적으로 답했다.“화인 그룹이 얼마나 대단한지, 우리는 오고부터 여기서 기다렸어요. 누가 보면 집에 회사가 없는 줄 알겠어요.”허경천과 곡연은 집안에 권력도 돈도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냥 이신을 따라 취미 삼아 같이 있는 것이었다.이랑의 일로 인하여 그들이 손해 배상하고 회의하는 것은 정상적인 과정이었으나, 서준혁은 이들을 회의실에 한 시간 넘게 방치하고 있었다.허경천은 이신과 함께 사업을 하며 냉대받은 적이 없어 더욱 화가 났다.신유리는 눈을 내려 고민 후 나지막이 말했다.“처음부터 제가 함께 왔어야 했어요.”허경천이 뭐라 답하려 했지만, 이신의 돌려진 눈빛을 보며 멈칫하고는 혀를 찼다. 그러고는 중얼거렸다.“유리 씨한테 뭐라
이석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신유리가 마침 입을 열려던 참에 허경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래도 그를 찾으러 가겠다고요? 그렇게도 무례한 데 굳이 시간까지 낭비하면서 보러 갈 필요가 있을까요?”허경천은 오늘 화인 그룹에 대한 인상이 그다지 좋지 않은지라 이신이 이 자리에 있는데도 전혀 거리낌 없이 말했다.“역시 화인 그룹 대표님은 다르네.”신유리는 이신을 바라보더니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별로 찬성하지 않는 모습이었다.그녀는 입을 오므리고 나지막이 말했다.“이왕 상의하러 온 거라면 상의해 봐야죠, 그리고 그에게 따로 볼 일도 있어서요.” 이신은 기다란 속눈썹을 내리깔고 눈동자에 드리운 고민을 가린 채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기다릴까?”신유리는 멈칫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건축자재 시장에 갈 거면 먼저 가는 게 좋겠어. 이따가 찾으러 갈게.”이신은 떠나기 전에 여전히 신유리에게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아래층에서 반 시간 정도 기다릴게.”신유리는 그의 말에 흔들렸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이신을 바라보았다. 비록 그의 얼굴에 냉랭함이 가시지 않았지만 미간에는 부드러움과 어쩔 수 없어 하는 기색이 어려있었다.그리고 걱정되는 마음도 마찬가지였다.신유리의 기다란 속눈썹이 떨리더니 이내 머뭇거리며 설명했다.“이번 일이 잘 해결되면 돌아가서 설명할게.”계단을 내려갈 때 허경천은 이신을 보며 감탄했다.“난 네가 이렇게 성격이 좋은지 왜 이제껏 몰랐지?”이신은 무표정으로 말했다.“네 성격이 더러워서 그래.”허경천은 되려 욕을 먹고 입을 다문 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 이신이 아까 신유리앞에서 보여준 것처럼 그렇게 다정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반면 위층에서.신유리는 이석민을 따라 사무실로 갔다. 안에는 쥴리와 낯선 남자가 있었다.이석민은 이내 신유리한테 소개했다.“새로 온 인턴이에요.”이석민의 소리에 업무에 집중하던 쥴리가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괜히 말을 이었다.“혹시 네가 대체 불가능한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