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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원치 않는 프리미엄 패키지

Author: 8489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07 16:53:57

수도로 향하는 마차 여행은 그야말로 '가시방석', 아니 정확히 말하면 '원치 않는 최고급 프리미엄 패키지'였다.

출발한 지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점심시간이 되자 마차가 부드럽게 멈춰 섰다. 최고급 서스펜션 마법 덕분에 덜컹거림 한 번 느끼지 못한 안락한 주행이었다. 마차 문이 열리며, 마부복을 입은 대공 카이엔이 극진하게 손을 내밀었다.

"엘리, 시장하실 텐데 잠시 내려서 쉬어 가시오."

내가 마차에서 발을 내딛으려는 순간, 카이엔이 황급히 외쳤다.

"잠깐! 움직이지 마시오!"

그가 품에서 꺼낸 것은 눈이 부실 정도로 붉은 최고급 실크 카펫이었다. 카이엔은 축축한 흙바닥 위에 그것을 정성스럽게 깔더니, 내 구두가 흙에 닿지 않도록 그 위에 내밀었다.

'와, 대단한 정성이다.'

흙길에 실크 카펫이라니. 나 하나를 속여 넘기려고 기획한 예산이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지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혹시 대륙 섬유 길드에서 대규모 협찬이라도 받은 걸까? PPL(간접광고)치고는 지나치게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엘리아나 마마, 이쪽으로 앉으십시오."

르웰린 공작이 마법 지팡이를 가볍게 흔들자, 공중에 떠 있는 투명한 마력 보호막이 햇빛과 바람을 완벽하게 차단하며 쾌적한 온도를 만들어냈다. 마치 최신형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진 VIP 대기실에 앉은 기분이었다.

"공작님, 에어컨 필터 청소는 제대로 하신 건가요? 먼지 날리는 것 같으니 그 기괴한 마법은 좀 치워주시죠."

내 쌀쌀맞은 한마디에 르웰린의 눈시울이 또다시 붉어졌다.

"아아……! 제 마력의 탁함까지 염려해 주시다니. 전생에 마마를 가두었던 제 마법이 얼마나 마마에게 상처가 되었으면……! 당장 마력을 정화하여 무결한 공기만을 대접하겠습니다!"

그는 혼자 감격에 겨워 지팡이를 붙잡고 부들부들 떨었다. 자기들끼리 대본을 어떻게 짜 맞췄는지는 몰라도, 리액션 하나만큼은 대륙 최고 수준의 배우들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숲속 수풀이 거칠게 흔들리더니, 도끼를 든 험악한 인상의 산적 떼 수십 명이 함성을 지르며 뛰쳐나왔다.

"크하하! 돈 많아 보이는 귀족 놈들이구나! 가진 걸 전부 내놔……!"

산적 두목으로 보이는 자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이었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그 더러운 주둥이를 놀리느냐-!!"

기사단장 레온이 포효하며 검을 뽑아 들었다. 동시에 마차 뒤를 구보로 쫓아오던 백여 명의 정예 기사단이 눈에 불을 켜고 산적들을 향해 돌진했다.

콰과과과광-!

카이엔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거대한 검기가 순식간에 숲의 나무 수십 그루를 종잇장처럼 잘라버렸고, 르웰린이 소환한 연쇄 번개 마법이 하늘을 뒤덮었다. 단 3초 만에 산적 무리는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렸다. 수풀에 남아있는 것은 아주 미미한 잿가루뿐이었다.

'와…… CG(컴퓨터 그래픽)가 아니라 리얼 액션이었네.'

시각 효과와 폭발 장치의 스케일이 상상을 초월했다. 저 산적 역할의 스턴트 배우들은 일당을 얼마나 받길래 저렇게 화려하게 구르는 걸까. 목숨 걸고 연기하는 그들의 직업정신에 속으로 깊은 박수를 보냈다.

카이엔이 검을 거두고 내 앞에 다시 무릎을 꿇었다. 그의 뺨에 산적들의 재가 살짝 묻어 있었다.

"엘리…… 지저분한 자들이 그대의 눈을 더럽히게 해서 미안하오. 전생에 널 지키지 못했던 내 무능함이 여전하군. 나를 벌해도 좋다……."

그가 처연하게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흘렸다.

"아니요, 아주 훌륭한 액션 시퀀스였습니다. 연출팀에 보너스라도 줘야겠네요."

나는 심드렁하게 대꾸하며 다시 마차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창문 커튼을 닫기 전, 한마디를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음엔 폭죽 소리가 너무 크니까 데시벨 좀 낮춰주세요. 귀 아픕니다."

마차 문이 닫히자, 밖에서 레온 기사단장의 감격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었는가! 마마께서 우리의 무공을 치하하셨다! 그리고 저 미천한 산적 놈들의 생명마저 가련히 여겨 폭음마저 자제하라 하시는 저 끝없는 자비심……! 전원, 다음 전투부터는 소음 소거 마법을 필히 동반한다!!"

"존명-!!"

백여 명의 기사들이 일제히 외치는 함성이 숲을 뒤흔들었다.

사기단 고문들의 지독한 열연과 과잉보호 속에서, 나의 황당한 수도행 마차는 계속해서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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