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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71

Author: KRYSE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01 06:55:06

“주소 불러 줘”

낮게 가라앉은 그의 목소리가 차 안의 정적을 깨웠다.

유진은 아직 잠이 덜 깬 눈을 깜빡이며 간신히 입술을 뗐다.

“유엔빌리지 3길 2번지…”

목소리가 힘없이 기어들어갔다.

대시보드에 붉게 찍힌 디지털시계의 숫자는 ‘4:45’를 가리키고 있었다.

새벽 4시 45분.

유진은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분명 어제… 차에 탄 시간이 9시 15분이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정신없이

잠 들수가 있지?]

아무리 피로가 극에 달했다고 해도 타인의 집에서 무방비하게 일곱 시간 넘게 잠들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밀려오는 수치심과 당혹감에 유진의 뺨이 화끈거렸다.

유진이 눈동자를 굴리며 안절부절못하자,

운전대를 잡은 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미소를 지었다.

“실험실에 그렇게 시간을 투자했는데… 피곤할 만하지. 걱정 마”

그가 백미러로 유진의 눈치를 살피며 부드러운 저음으로 말을 이었다.

“너 잠버릇은 얌전하더라. 물론 주사도 없었고. 둘 중 하나라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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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쁜사랑에 빠지다   EPISODE 109

    “머리가 전보다 훨씬 짧아졌네…… 그리고 화장법도 좀 바뀐 것 같은데? 전에는 이렇게 아이 메이크업 같은 건 아예 안 했던 것 같은데…… 내 기억이 틀린 건가?”보스턴 유진의 브라운 스톤 타운하우스 거실.요스케는 자신의 품에 가녀리게 안긴 유진을 품에서 살짝 떼어내며, 그녀의 하얀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6년이라는 세월 동안, 단 한순간도 잊지 못했던 그 신비로운 황금빛 눈동자가 눈앞에 온전한 있었다.요스케는 그녀를 보고 또 보아도 가슴속 깊은 곳에 자리한 지독한 그리움이 도무지 채워지지 않았다.갈증에 목이 타들어 가듯, 그의 큰 손이 유진의 머리카락을 끊임없이 어루만졌다.“아…… 진짜로 네가 이렇게 생겼었구나, 예쁘다! 서유진.”그의 달콤하고도 아련한 감탄사에, 유진은 짐짓 생긋 웃어 보이며 그의 단단한 가슴팍을 가볍게 밀쳐냈다.“뭐라고요? 아주 편하게 잘 지내셨나 봐요. 진짜 전부 다 까먹고……”“네가 6년 전 나보고 잘 지내라고 말했잖아. 그래서 잘 지냈어, 서유진. 네가 시키는 대로…… 나 정말 이 악물고 정신없이 열심히 지냈어. 그런데 아무리 매일 밤 침대에 누워 널 지독하게 떠올려 봐도, 내 휴대폰 속에 간직된 네 사진을 몇 시간씩 바라보아도…… 네 진짜 얼굴이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아서, 미칠 것만 같았어. 그래서 널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그렇게 지낼 수 밖에 없었어.”유진은 가슴 한구석이 찌르르하게 아려왔다.그의 시선을 슬그머니 피하며, 그녀는 일부러 가시 돋친 질문을 농담처럼 던졌다.“그렇게 내 말대로 살았다면…… 그럼 전처럼 연애도 많이 하고 여자들도 아주 원 없이 만났겠네요?”“뭐…… 네가 굳이 그러라고 등 떠밀었는데 그냥 적당히… 아! Damn! 잠깐만!”유진의 질투 섞인 추궁에 능청스럽게 대꾸하려던 그가 돌연 놀라 인상을 찌푸렸다.그는 급하게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고 화면을 슬라이드해 열자마자.어머니로부터 전송된 수십 개의 메시지와 시뻘건 부재중 전화 기록이 액정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요스

  • 나쁜사랑에 빠지다   EPISODE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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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쁜사랑에 빠지다   EPISODE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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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쁜사랑에 빠지다   EPISODE 106

    모든 것을 내팽개친 채, 전력 질주하던 요스케는,순라길 자신의 한옥 마당에 캐리어를 쥔 채 서 있는 그녀를 보자마자,이성이 뼈째로 타들어 가는 것을 느꼈다.그는 앞뒤 재지 않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유진의 가녀린 몸을 부서질 듯 그대로 품 안에 강하게 끌어안았다.“너…… 너 정말 괜찮은 거야?”그의 떨리는 음성에, 유진은 그의 단단한 가슴팍에 뺨을 기댄 채,생긋 웃으며 눈부신 미소를 지어 보였다.“네, 선배. 이제 다 끝냈으니까 전부 다 괜찮아질 거예요. 정말로요……. 그러니까 내 걱정은 이제 하지 마세요.”요스케는 자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약속하는 유진의 그 맑은 황금빛 눈동자를 마주하는 순간,내면에서 소용돌이치는 독점욕과 열망을 도저히 참아낼 수가 없었다.그녀를 옭아맸던 선호의 쇠사슬을 제 손으로 완전히 부수고 돌아온 유진을,그는 지금 이 순간 너무도 간절하게 미치도록 원했다.그는 유진을 안아 들고 그대로 침실로 향했다. 그녀의 모든 숨결과 영혼을 집어삼킬 듯,요스케는 유진을 침대 위로 눕히고, 그녀를 너무도 뜨겁고 농밀하게 안았다.폭발적인 격정이 방안을 불태웠다.살과 살이 빈틈없이 맞부딪히고 숨결이 뒤엉키는 쾌락 속에서도,요스케는 그녀가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질까 봐,두려운 나머지, 가슴이 저리도록 그녀가 그리웠다.더 이상은 폭주하는 자신의 감정을 제어할 장치가 존재하지 않았다.바로 그때,격렬하게 제 품에 안겨 황홀경에 몸을 떨던 유진이 천천히 몸을 돌려 요스케를 똑바로 바라보며 누웠다.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깊고도 아픈 시선으로 그를 응시하다가,마침내 마음의 빗장을 완전히 내려놓고 속삭였다.“……사랑해요, 요스케.”그 고백이 마침내 유진의 입술을 타고 활자가 되어 흘러나온 순간,요스케는 심장이 쿵 떨어져 내리며,벅차오르는 감정을 도저히 참아내지 못하고 눈가를 붉혔다.“유진아…… 제발 다시… 한 번만 더 말해줘.”“사랑해요……. 사랑해요, 당신을.”요스케는 대답 대신 다시 그녀를 부서질 것처럼

  • 나쁜사랑에 빠지다   EPISODE 105

    유진은 선호가 입원해 있는 병실의 차가운 철제 문 앞에서, 한참 동안이나 발을 떼지 못하고 망설였다.손끝 하나, 입술 마디 하나까지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사정없이 떨려왔다.다른 누구도 아닌, 한때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다고 속삭였던 남자가,자신을 육체적·정신적으로 망가뜨리는 것도 모자라 끝내 죽이려고까지 했다.그 잔인한 배신감과 공포의 실체를,다시 눈앞에서 똑바로 마주하기까지는,유진에게 살점을 도려내는 것만큼이나, 아주 거대하고 큰 용기가 필요했다.유진은 가슴을 쥐어짜듯, 마지막으로 아주 깊고 큰 숨을 후 하고 내쉬었다.이내 결심이 선 듯,그녀의 맑은 황금빛 눈동자가 비장하고도 서늘한 표정으로 굳어 들어갔다.유진은 주저 없이 굳게 닫혀 있던 그의 병실 문을 거칠게 열어젖혔다.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들어선 병실 안.선호는 이미 의식을 완벽하게 되찾은 상태였고,요스케의 말대로 겉으로는 크게 다치지는 않은 모습이었다.그저 침대에 멍하니 앉아 있던 선호는,자신을 서늘하게 내려다보는 유진의 실루엣을 마주하자마자,표정이 핏기가 가신 듯 백지장처럼 창백하게 질려 들어갔다.유진은 어떠한 동요도 슬픔도 없는 담담하고 건조한 표정으로, 침대 위의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그리고 잠시 가쁜 숨을 고른 뒤,이 악연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내겠다는 결심을 굳힌 듯,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조금 전에 정식으로… 상해 진단서 끊었어. 전치 2주 나왔고.”“……그래서.”선호가 갈라진 목소리로 나직하게 반문했다.유진은 시선을 피하지 않고 벼랑 끝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당장 경찰에 살인미수로 정식 신고를 하지는 않을 거야. 조건은 딱 하나야, 오빠. 오빠가 내 인생에서 완벽하게 손을 떼고 날 영원히 놔주는 거. 만약 그렇지 않고 또다시 내 주변을 기웃거리거나 날 소유하려 든다면, 난 그 즉시 이 진단서 들고 경찰서로 갈 거야. 접근금지명령 신청까지 확실하게 할 거고.”“……유진아.”“그리고 하나 더 말해둘게. 지금까지 오빠가 내 오피스텔에 무단

  • 나쁜사랑에 빠지다   EPISODE 104

    [ 미안해…… 정말 미안해, 유진아. 네 곁에 있어 주지 못해서, 널 그 지옥 같은 공포 속에 홀로 방치하고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소독약 냄새가 서늘하게 감도는 대학병원 응급 병실 앞 복도.요스케는 피와 땀으로 얼룩진 셔츠 차림 그대로 차가운 벽에 기대어 고개를 깊숙이 떨군 채, 완전히 영혼이 나간 사람처럼 넋이 나가 있었다.흉포하게 들이닥쳤던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는 멎었으나, 그의 머릿속은 여전히 유진의 숨이 멎어가던 오피스텔 거실의 잔상으로 터질 듯이 어지러웠다.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요스케가 신속하게 도어락을 따고 들어가 선호를 제압하고,곧바로 기도 확보 후 CPR을 시행한 덕에,유진의 뇌와 장기에는 큰 손상이 없었다는 점이었다.가느다란 호흡을 되찾은 유진은 병실로 이송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의식을 회복했다.하지만 수액이 떨어지는 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병실 안,요스케의 시야 속으로 들어온 유진의 상태는 그를 분노로 불타오르게 만들었다.새하얗고 가녀린 그녀의 목덜미 위로, 강선호라는 괴물이 남기고 간 시커넓고 선명한 다섯 손가락의 목 졸린 손자국이 끔찍한 낙인처럼 박혀 있었다.그 가혹한 상흔을 똑바로 마주하는 순간,요스케는 속에서부터 살의가 치밀어 올랐다.주먹을 꽉 쥐고 떨고 있는 그의 앞에서,산소마스크를 벗어 던진 유진이 꺼칠하게 굳은 입술을 열어 나직하게 첫마디를 뱉어냈다.“선배…… 오빠… 그 사람은 지금 어떻게 됐어요?”유진은 지옥 같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간신히 의식을 찾자마자,제 목숨을 걱정하기는커녕,자신을 죽이려 들었던 가해자 강선호의 안위부터 다급하게 물었다.유진의 그 황당한 질문에,요스케는 허탈함과 분노가 뒤섞인 목소리로 대꾸했다.“그 자식… 아직 이 병원 다른 병실에 누워있어. 근데 신체적으로 별문제는 없으니까 걱정 마. 그냥 잠깐 충격 줘서 기절시켰을 뿐이니까.”“그럼…… 우리 부모님은요? 서회장님이나 엄마한테 연락 갔어요?”유진이 창백해진 얼굴로

  • 나쁜사랑에 빠지다   EPISODE 13

    초여름의 한강공원은 사람들로 북적였다.그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 한적한 나무 아래에 차량에 비치해 두었던 작은돗자리를 폈다.그리고 짧은 드레스 길이에 앉기 힘든 유진에게 자신의 자켓을 둘러 주었다.“고맙습니다. 괜히 옷을 갈아 입어서… 오늘 옷이 계속 말썽이네요”“아니야. 예뻐… 진짜로…”“다행이다. 난 오늘 선생님께 계속 밉상일까 봐 걱정했는데…”“네가 무슨 짓을 해도 밉상은 절대 아닐 테니까… 그런 걱정은 안해도 돼”그때 그를 빤히 바라보던 유진이 그에게 다가가 가볍게 입을 맞췄다.그녀의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그

  • 나쁜사랑에 빠지다   EPISODE 12

    첫 데이트 후 선생님은 아예 대놓고 유진을 교실로 찾아왔다.그는 자율 학습 감독관으로 살며시 유진의 책상으로 다가와 그녀를 바라보다 갔다.“뭐야? 뭐야? 저 쌤… 너 보러 왔어?”“아니야. 그냥 감독 쌤 눈치 보다가 눈이 마주쳤을 뿐이야”유진은 일부러 아닌 척 내숭을 떨었다.“아니. 아니. 뭐 있어… 눈빛이 와… 내 몸이 다… 뜨거워질 뻔…”“그래? 난 잘 모르겠던데…”유진은 맞은 편 책상에 앉은 윤정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녀에게 살짝윙크를 했다.‘역시…’윤정은 혼자 빙그레 웃으며 유진을 향해 작게 O.K.

  • 나쁜사랑에 빠지다   EPISODE 11

    방과 후 미술 준비물을 산 유진이 교문 앞에서 기다리는 차량의 뒷좌석에 탔다.“앞으로 타”“저… 그냥 뒷좌석에 탈 게요. 짐도 너무 많고 괜히 조수석에 탔다가다른 사람들에게 오해 살 수도 있어서… 그럼… 전 괜찮은데 선생님 괜히곤란해지니까요”“어? 그래… 그럼…”그는 차량에 시동을 걸고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뒷좌석에 앉아 있던 유진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의 의도와 감정을 관찰할 수있었다.그리고 혹시나 일어날 수 있는 남자의 허튼 짓… 그 위험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선생님이라고… 무턱대고 믿기에는… 난 그렇게

  • 나쁜사랑에 빠지다   EPISODE 1

    [서유진?]자신의 한옥집 처마 밑에 앉아 차갑게 칠 (Chilled) 된 와인 한잔을 마시고 있었다.장마전선으로 잔뜩 흐린 늦은 오후의 하늘…그때 울린 벨소리.요스케는 아무 생각없이 마루에 놓인 휴대폰을 확인했다.휴대폰 화면에 뜬 예상도 하지 못한 발신인…그는 놀라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톡도 아닌… 전화? 무슨 일이지?]그는 잠시 뜸을 들이다 전화를 받았다.그녀는 안부인사도 어떤 서론도 없이 툭하고 던지듯 물었다.“선배… 이번 주 수요일 시간 되세요?”“수요일? 왜?”“저 술 사주세요”“…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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