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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Author: 화유2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3-09 11:48:20

다음 날 아침.

이다정은 낯선 소리에 눈을 떴다.

저택 앞마당에서 엔진이 조용히 걸리는 소리였다.

낮게, 그러나 단정하게 이어지는 진동.

익숙한 소리가 아니었다.

이다정은 잠시 눈을 깜빡였다.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머릿속에 어젯밤의 장면이 천천히 떠올랐다.

빗속, 차 안 그리고— 그 남자.

이다정은 이불을 밀어내고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커튼을 조금 젖히자 아침 햇빛이 방 안으로 부드럽게 흘러들었다.

그 아래, 저택 앞마당에 검은 세단 한 대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어제의 남자.

김다온이었다.

오늘의 그는 어제와 달랐다.

젖은 셔츠도, 어둠도 없었다.

대신 잘 맞는 검은 수트.

손에는 얇은 가죽 장갑.

자세는 지나치게 단정했다.

마치 처음부터 이 집에 속해 있던 사람처럼.

이다정은 자신도 모르게 창가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 순간이었다.

차 문을 닫던 김다온이 고개를 들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아주 정확하게 마주쳤다.

짧은 정적.

아침 공기만이 조용히 흘렀다.

이다정은 순간 숨을 멈췄다.

이 남자가 여기 있다는 사실이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

김다온이 아주 미세하게 고개를 숙였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각도.

마치 이미 오래전부터 그렇게 해왔던 사람처럼.

그 인사는 짧았지만 이상하게도 낯설지 않았다.

이다정은 커튼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다.

…정말이네.

그날 밤의 대리기사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몇 분 뒤.

현관 앞.

이다정이 계단을 내려왔을 때 그 남자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문 옆에 서 있는 모습은 움직임 하나 없이 고요했다.

발걸음을 멈춘 건 오히려 이다정 쪽이었다.

김다온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낮고 단정한 목소리였다.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와 말했다.

“오늘부터 근무하게 된

운전기사 김다온입니다.”

이다정은 잠시 그를 바라봤다.

어젯밤과 같은 얼굴이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어젯밤의 그는 위험한 상황 속에 서 있던 사람이었고,

지금의 그는 선을 긋고 서 있는 사람이었다.

“아… 네.”

이다정이 짧게 대답했다.

그녀는 괜히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고쳐 쥐었다.

김다온은 말없이 차 문을 열어 주었다.

그 동작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이다정은 잠깐 멈칫했다.

그러고는 조용히 뒷좌석에 앉았다.

차 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이다정은 안전벨트를 맸다.

평소와 같은 자리였다.

그런데 오늘은 공간이 조금 달라 보였다.

운전석에 앉은 남자 때문이었다.

김다온은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바로 출발하지 않았다.

사이드미러.

룸미러.

차례로 확인했다.

각도가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손가락 끝으로 아주 미세하게 조정했다.

이다정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날 밤과 똑같았다.

조용하지만 정확한 움직임.

마치 모든 상황을 미리 계산해 두는 사람처럼.

“출발하겠습니다.”

짧은 안내.

차가 부드럽게 움직였다.

엔진 소리와 타이어가 아스팔트를 스치는 소리만이

차 안을 채웠다.

이다정은 창밖을 바라봤다.

하지만 시선은 오래 가지 않았다.

문득 백미러가 눈에 들어왔다.

그 안에는 운전석의 남자가 있었다.

김다온은 앞만 보고 있었다.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어색함은 말보다 침묵 속에서 자랐다.

몇 번이나 말을 걸까 고민했지만 이다정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다온 역시 마찬가지였다.

운전 외의 것은 전부 선 밖에 두는 사람처럼 보였다.

차가 회사 건물에 가까워졌을 때였다.

이다정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기사님.”

김다온의 대답은 즉시 돌아왔다.

“네.”

너무 빠른 반응이었다.

이미 질문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처럼.

이다정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저번에 일은.”

그 순간.

룸미러 속에서 김다온의 시선이 아주 잠깐 움직였다.

정확히 말하면 그녀와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살짝 비켜가는 각도였다.

그리고 말했다.

“업무 외적인 질문은

답변드리기 어렵습니다.”

선명한 선 긋기였다.

이다정은 잠시 그 말을 생각했다.

이상하게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조금 웃음이 날 것 같았다.

그래.

이 사람, 정말 선을 긋는구나.

차가 정문 앞에 멈췄다.

김다온이 시동을 끄며 말했다.

“퇴근 시간은

평소와 동일하십니까.”

“네.”

“퇴근하실 때

제 번호로 연락 주시면 되겠습니다.”

이다정은 그를 올려다봤다.

“아, 번호는—”

김다온은 이미 명함을 내밀고 있었다.

군더더기 없는 흰 종이.

김다온.

번호 하나.

그것뿐이었다.

이다정은 명함을 받아 들었다.

종이가 생각보다 따뜻했다.

아마—

그의 손 때문이겠지.

“알겠습니다.”

차 문을 열고 내리며 이다정은 문득 깨달았다.

어색한 침묵이 불편해서가 아니라 서로 너무 많은 걸 의식하고 있어서라는 걸.

이다정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자동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김다온은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

시선은 여전히 앞을 향한 채.

그리고 아무도 듣지 못할 만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무사히 다녀오십시오.”

그 말은 차 안에만 조용히 남았다.

이다정은 그 말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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