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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Penulis: 화유2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3-09 11:48:02

보고서는 얇았다.

이상할 정도로.

이다정의 아버지, 이회장은

서류를 넘기다 말고 손을 멈췄다.

종이 몇 장.

운전 경력 몇 줄.

그리고—

길게 비어 있는 공백.

“이게 전부인가.”

낮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회의실 안 공기가 동시에 조여들었다.

“네, 회장님.”

비서실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주민등록, 병역, 면허 기록까지는 정상입니다.

하지만 그 이상은… 추적이 어렵습니다.”

이회장은 서류 맨 위를 다시 보았다.

김다온.

스물아홉.

최근 1년, 무직.

“대리기사로 등록된 건 언제지.”

“3개월 전입니다.”

짧은 침묵이 흘렀다.

이회장은 손끝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탁.

탁.

일정한 리듬.

생각이 정리될 때 나오는 버릇이었다.

“흉기를 든 남자를 제압했다.”

보고서 중간에 끼워진 사진 한 장.

빗속에서 찍힌 흐릿한 CCTV 캡처였다.

검은 셔츠의 남자.

고개를 숙인 채, 상대의 손목을 꺾고 있었다.

단순한 몸싸움이 아니었다.

각도가 정확했다.

힘을 쓰는 방식도.

“경찰 쪽 반응은.”

“과잉 진압 소지는 없다고 합니다.

오히려… 익숙하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익숙하다.

이회장은 그 단어를 천천히 굴렸다.

훈련된 사람에게만 붙는 말이었다.

“군 경력은?”

“기록상 없습니다.”

“기록상.”

이회장은 서류를 덮었다.

딸의 얼굴이 떠올랐다.

병실 창가에 앉아 있던 이다정.

아무 말 없이 밖을 보던 표정.

놀란 얼굴도, 울먹이는 얼굴도 아니었다.

단지—

어딘가를 오래 생각하는 얼굴.

“다정이는.”

“기사 이야기를 한 번 물었습니다.”

이회장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 이상은?”

“없습니다.”

없을 리가 없었다.

목숨을 구해준 남자를

사람이 그렇게 쉽게 잊을 리 없었다.

이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찾아.”

짧은 한마디였다.

“대리기사든 뭐든 상관없다.

그날 밤, 내 딸 차를 운전한 남자—

김다온을 데려와.”

비서실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떤 용도로—”

“확인부터 한다.”

이회장은 창밖을 바라봤다.

회장실 아래로 도시의 불빛이 흘러가고 있었다.

“위험한 남자인지.”

잠시 후, 한마디를 덧붙였다.

“아니면—

쓸 수 있는 남자인지.”

그 순간

이회장은 아직 몰랐다.

그 선택이

딸의 인생뿐 아니라

자신의 통제 밖까지 흔들게 될 거라는 걸.

그리고 몇 시간 뒤—

김다온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이회장 저택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대리기사 김다온입니다.”

서재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회장은 안경을 쓴 채 서류를 보고 있었다.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일부러였다.

“왔는가.”

“왔습니다.”

목소리는 낮았다.

과하게 공손하지도 않았다.

이회장은 그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잠시 앉게.”

김다온은 의자를 당겨 앉았다.

등받이에 기대지 않았다.

손은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려두었다.

흐트러짐 없는 자세였다.

이회장은 서류를 한 장 넘겼다.

“이름.”

“김다온입니다.”

“나이.”

“스물아홉입니다.”

“직업.”

짧은 공백.

“현재는 대리기사 일하고 있습니다.”

이회장의 펜이 멈췄다.

“대리기사였지.”

“네.”

“그날 밤.”

이회장이 안경 너머로 그를 올려다봤다.

“내 딸 차를 운전한 이유가 있나.”

김다온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호출이 들어왔습니다.”

“그뿐인가.”

“그뿐입니다.”

이회장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

“흉기를 든 남자를 제압했더군.”

김다온의 눈동자는 흔들리지 않았다.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대리기사가 감당할 상황은 아니었지.”

이회장은 사진 한 장을 책상 위로 밀어냈다.

“이건.”

김다온은 사진을 보지 않았다.

이미 기억하고 있다는 얼굴이었다.

“군에서 배운 적 있나.”

“없습니다.”

“기록엔 그렇지.”

이회장은 의자에 몸을 기댔다.

이제 본론이었다.

“김다온 씨.”

처음으로 이름을 불렀다.

“나는 쓸모없는 사람에게

내 딸을 맡기지 않는다.”

김다온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말했다.

“그럼, 맡기지 않으셔도 됩니다.”

서재의 공기가 순간 멈췄다.

이회장의 눈이 가늘어졌다.

“지금— 거절하는 건가.”

“선택은 회장님께 있습니다.”

김다온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덧붙였다.

“다만 그날 밤,

저는 맡겨진 일을 했을 뿐입니다.”

변명이 아니었다.

자신을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이회장은 한동안 그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웃었다.

“재미있군.”

안경을 벗어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그래서 더 위험해.”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다온 씨.”

이번에는 분명한 호칭이었다.

“내 딸의 전속 기사 자리를 제안하지.”

김다온의 시선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아주 잠깐.

그리고 말했다.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이회장의 눈빛이 번뜩였다.

“말해보게.”

“업무 범위는—

운전과 안전까지만입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회장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안경을 다시 쓰며 말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비서를 통해 전달하지.”

김다온은 더 묻지 않았다.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각도가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았다.

“실례했습니다.”

서재 문을 나서는 순간

문 안과 밖의 공기가 달라졌다.

문이 닫혔다.

김다온은 복도를 몇 걸음 걷다 멈췄다.

창밖으로 저택의 정원이 내려다보였다.

잠깐, 시선을 내렸다.

‘아버지…’

입 밖으로 내지 않은 말.

제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아무도 듣지 못할 문장이

가슴 속에서만 낮게 울렸다.

김다온은 다시 발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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