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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가짜 가족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06 11:31:43

뉴스나 드라마에 나오는 화면으로만 접해 보았던 서울은 생각보다 크고 복잡한 도시였다. 터미널을 빠져 나온 유나는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어디론가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신기하게 지켜 보았다. 사방이 트여 있는 시내는 유나에게 어디로든 갈 수 있으나 결국은 원래 자리로 돌아올 수 없을 거라는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유나는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터미널 대합실로 다시 돌아왔다. 긴 나무의자에 웅크리고 앉아 한참을 그대로 있었다.

“얘”

“네?”

“너 아까부터 보니 혼자서 어디로 가지도 않고 그냥 앉아 있던데 집이 어디니?”

“….”

“학교는? 보아하니 중학생 같은데? 학교는 안갔어?”

“….”

친절한 서울 말씨로 물어보는 깔끔한 원피스를 입은 40대 쯤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의 질문에 유나는 답을 하기가 어려웠다.

“너 혹시…. 갈 곳이 없는 건 아니지? 아주머니가 파출소에 데려다 줄까?”

“파출소요?”

“그래. 파출소에 아주머니가 데려다 줄께.”

유나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집으로 다시 돌아갈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그럼 집이 어디니? 아주머니가 집에 데려다 줄께.”

유나는 친절한 아주머니가 고마웠지만 집에 돌아가지 않겠다는 마음만은 확실했다.

유나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너 무슨 사정이 있나 보구나? 그럼 일단 아주머니 집에 같이 가자. 거기서 한 번 같이 방법을 찾아 보자.”

유나는 아주머니를 따라 나섰다.

아주머니의 집은 유나가 살던 동네에서 보던 흔한 가정집이 아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참을 올라가자 육중한 현관문이 나타났다.

“들어오렴”

유나가 들어가자 유나 또래의 여자아이가 팔랑거리며 뛰어 나왔다.

“엄마 얘는 누구야?”

“응, 길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도움이 필요할 거 같아 일단 같이 왔어.”

“너 이름이 뭐야? 나는 연수야”

“나는…. 유나야 민유나”

“그래? 반갑다 넌 몇학년이야? 난 중학교 1학년인데 한강중 1학년.”

 “난….”

유나는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자 얘들아 대화는 저녁 먹으며 천천히 하자꾸나.”

……………..

유나는 교복을 입고 매일 학교에 가는 연수가 부러웠다. 유나는 복지시설에 가기는 싫었다. 이왕 서울까지 왔으니 살아갈 방법을 찾고 싶었다. 연수가 학교와 학원에 가고 연수 엄마는 모임에 가느라 집에 늦게 오기 일수 였다. 연수 엄마는 어느 때는 유나를 끌어 안으며 속삭였다.

“유나는 참 부지런하고 집안일도 깨끗하게 잘 하는구나. 아줌마보다 훨씬 낫네 호호.”

유나의 볼을 비비는 연수 엄마의 입에서 알싸한 술냄새가 났다. 아버지한테 나던 독한 소주 냄새보다는 향긋한 과일향이었지만 어쨌든 유나는 술에 노이로제가 있을만큼 거부감이 들었다.

유나는 연수 엄마의 마음에 들고 싶었다. 그래야 오래 지낼 수 있으니까.

거실을 닦고 또 닦았다. 거실 대리석 바닥에 얼굴이 비칠 정도였다. 특히 유나는 바느질에 솜씨가 있었다.

“엄마 여기 교복 치마가 튿어졌어. 빨리 꿰매줘”

“응. 그….그래? 다른 여분 치마는 없니?”

유나가 나섰다.

“제가 함 봐드릴까요?”

“유나야 너 바느질도 하니?”

“예, 아버지 옷이랑 동생 옷도 제가 많이 꿰맸어요.”

눈깜짝할 사이에 바늘코에 실을 밀어 넣은 유나는 순식간에 연수의 치마를 멀쩡하게 고쳐 놓았다.

“어머 어디가 찢어졌는지 하나도 모르겠네 정말 감쪽같네“

연수 엄마가 유나를 흐믓하게 바라보자 연수는 살짝 얼굴을 찡그리더니 문 밖을 나섰다.

“학교 다녀 오겠습니다.”

어느 주말 유나는 청소기를 밀다가 우연히 연수와 엄마가 이야기 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연수야 너 요즘 유나랑 별로 이야기도 안하고 대면대면하던데 무슨 일이니?”

“엄마. 엄마 딸은 누구야? 유나야? 나야?”

“연수야 그게 무슨 말이야? 당연히 니가 내딸이지.”

“근데, 왜 엄마는 유나한테만 왜 그렇게 친절해?”

“으이그 이 바보야. 유나 걔는 갈곳이 없는 불쌍한 애잖니. 그리고 우리 집 청소 빨래 다 도맡아 해주고 네 옷이랑 내 옷이랑 바느질도 다 해주는데 얼마나 편하니? 너 입주 도우미가 한달에 얼만 줄 알아? 유나를 내보내면 우리가 손해야”

“엄마가 유나한테 덜 친절했으면 해.”

연수가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은 듯 말했다.

“이 바보야 친절한게 아니라 친절한 척 해주는 거잖아 그것도 몰라? 친절해 주는 척 하는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왜 그래? 우리 딸 연수 엄마가 제일 사랑하니까 기분 풀어 알았지?”

유나는 자신이 가족일까 아님 가정부 일까 매일 고민했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다..

결국 유나도 이집에서는 가족이 아니었다.

연수와 연수 엄마가 과일을 먹으며 TV를 보던 날, 유나는 큰 트렁크를 싸서 나왔다.

놀란 연수 엄마가 유나를 잡았다.

“유나야! 이 트렁크가 뭐니? 너 왜 이래?”

연수 엄마의 팔을 뿌리친 채 유나는 말없이 그날 연수네 집 현관문을 나왔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그 집에서의 짧은 꿈도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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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별은 북극성이 되다   6화 새로운 문이 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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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별은 북극성이 되다   4화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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