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짜-악'
'흑'
유나는 너무 아파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왼쪽 뺨은 마치 불에 데여 타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무의식적으로 오른 손등을 뺨에 가져다 올렸다. 열기가 손등을 타고 올라왔다.
"이 가시나야. 와 이리 고집을 부려쌌노? 학교를 동생이랑 하루씩 번갈아가면서 나가라 안카나?"
"아부지예, 전 매일 학교를 가고 싶어예"
"그럼 니가 집나간 니 애미를 찾아오든가? 확 주차뿌까"
자기 화를 못이긴 유나의 아버지는 밥상을 뒤엎어버리고 미닫이문을 발로 걷어찬 뒤 나가버렸다. 살이 약한 나무로 만들어진 미닫이문은 박살이 나서 너덜너덜해졌다.
우는 동생을 유나는 살포시 끌어안고 등을 다독였다. 그날밤 유나는 술에 곯아 떨어진 아버지와 잠에 빠진 동생을 뒤로 하고 집을 빠져나왔다. 아버지의 호주머니를 뒤져 건진 지폐 몇장을 움켜쥐고 걷고 또 걸었다. 주광색의 전봇대 사이 희미한 가로등을 길잡이 삼아 걷고 또 걸었다.
칠흙같은 어둠에 멀리서 개 짓는 소리가 간혹 들릴 뿐 주변의 상황은 유나에게 전부 낯설기만 할 뿐이었다. 무서움도 느낄 새 없이 집에서 멀리멀리 달아날 마음에 발에 피가 나도록 계속 걸었다. 발바닥이 붓고 더 이상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자, 유나는 그제서야 멈춰섰다. 어두워 잘 보이지는 않았으나 버스 정류장과 긴 의자가 보이자마자 유나는 본능적으로 그 위에 누워버렸다.
한 10분 여쯤 눈을 감았다 뜨자 하늘은 어느새 옅어져 있었다. 라이트를 켠 차들이 드문드문 지나갔다. 버스가 한 대 오더니 멈춰서고 문을 열었다.
"야 꼬마야, 탈끼가 안탈끼가"
유나는 말없이 버스에 올라탔다.
"아재요. 혹시 터미날 가지예"
"다친다. 앉아라"
기사가 다소 투박하게 쏘아붙였다. 한 30분 지나자 차도 많아지고 여러 가게들도 보였다.
"여가 종점이데이 터미날은 건너편이고 후딱 안내리고 니 뭐하노"
"알겠심다"
건너편으로 가보니 정말 버스터미날이었다.
버스 앞 유리창에 '서울'이라고 선명하게 쓰인 글씨를 보았다.
“유나씨 잠깐 대표실로 들어오세요!”최대표가 유나를 대표실로 불렀다.“유나씨 이번 레트로 컬렉션 프로젝트에 H2H 김도윤씨를 섭외했다면서요?”“맞습니다.”유나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뭔가 대표가 자신을 질책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H2H의 김도윤이라…. 90년대 인기가 참 많았죠. 제 기억에 소녀팬도 굉장히 많았던 거 같고….. 그런데 지금은 활동을 하고 있나요? 매스컴에서는 거의 사라진 듯 한데…..”대표도 프로젝트 팀원들과 같은 반응이었다.“네 지금은 당시 만큼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앨범도 내고 음악 활동은 꾸준히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유나가 다소 방어적으로 대답했다.“레트로 감성을 살리기 위해 20년전 인기 보이 그룹의 리더를 섭외한 아이디어는 뭐 어느 정도 공감은 됩니다. 그런데 페션지 메인 모델까지 제안했던데 너무 과한 제안은 아닐까요? 젊은 소비자들에게 ‘김도윤’이라는 이름이 얼마나 통할지도 의문이고요. 자칫하면 레트로가 아니라 그냥 ‘한물간 스타’를 데려왔다는 인상만 줄 수도 있어요.”지적하는 최대표의 눈빛이 날카로웠다.“저도 그 부분을 생각했습니다.”“그래요?”“김도윤씨는 가수이지 전문 모델이나 배우는 아니었죠. 그래서 오히려 저희가 원하는 자연스러운 레트로 감성에 어울릴 수 있습니다. 그때 김도윤씨의 팬들도 이제는 소녀에서 어느덧 사회의 중심 세대가 됐을 거예요. 자신뿐 아니라 남편이나 연인의 패션에도 관심을 갖고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세대죠.”“보이그룹에 열광했던 과거의 소녀팬들이 움직인다?”“그렇습니다. 우리가 팔아야 하는 건 20년 전의 옷이 아니라, 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다시 느끼고 싶어 하는 감정이죠. 김도윤씨는 그때 스타일에서 유행의 정점에 있었고 시간은 좀 지났지만 지금도 세련된 이미지는 잘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젊은 세대에게는 오히려 낯선 얼굴이라는 게 장점일 수도 있습니다. 이미 소비된 이미지가 아니라 새롭게 발견되는 얼굴이 될 수 있으니까요.
“유나씨! 잠시 대표실로 좀 오세요.”대표의 호출을 받은 유나는 영문을 모른채 대표실에 올라갔다.“음. 유나씨. 나는 처음부터 유나씨가 충분히 재능도 있고 잠재력이 충분한 디자이너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다 대표님 덕분이에요. 잊지 않고 있습니다.”“음. 인사를 받고 싶어 부른 건 아니고… 내년 우리 회사가 기획하는 패션쇼가 있어 유나씨를 불렀어요. 이번 홍콩에서도 실력을 발휘했고 충분히 능력도 인정을 받았으니 직접 이번 프로젝트를 유나씨에게 맡겨 볼까 해요.”“제가요? 저는 아직…..”“물론 우리 업계에서 유나씨는 아직 햇병아리죠. 월드 컴피티션에서 한 번 우승했다고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요. 그러나 패션계는 유나씨도 알다 시피 시시각각으로 변해요. 트렌드를 읽어내고 주도하려면 끊임 없이 변화해야 하고 새로운 인물들이 그런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저는 그래도 아직 프로젝트를 맡아서 하기엔…..”“유나씨 마음 충분히 이해 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컨셉이 있어요. 90년대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캡슐 컬렉션을 만드는 프로젝트에요. 단순히 옛날 옷을 복원하는 게 아니라 그 당시의 대중문화의 감성을 끌어 와 재해석하는 거죠. 유나씨가 한 번 감각을 살려서 도전해 봤으면 합니다. 유나씨에게는 기회이고 우리에게는 모험이지만 그렇다고 리스크가 그렇게 크지는 않죠. 이정도면 서로 충분히 딜할 수 있는 부분 같은데…..”“대표님 생각이 그러시면 저도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최대표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드리워졌다.“좋습니다. 6개월이면 충분히 유나씨도 컨셉을 잡고 창의력을 발휘하여 기획할 만큼 넉넉할 겁니다. 유나씨와 함께 할 프로젝트 팀 멤버는 우리 조부본부장이 만들어 놓을 겁니다. 유나씨 행운을 빌어요!”“네 대표님 감사합니다”대표의 사무실을 나온 유나는 얼떨떨했다. 인정 받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마냥 구름 속을 걷는 기분만 느끼고 있을 수는 없었다.“민팀장님, 그럼 우리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유나보
“자 여기 모두 모여 봐요!”최대표가 모든 디자이너들과 직원들을 대회의실에 불러 모았다.“우리 회사에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모두 귀를 쫑긋 세웠다.“이번 홍콩 서스테이너블 디자인 컴피티션에서 우리 회사 민유나씨가 당당히 우승을 했습니다”.최대표가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리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박수 갈채가 터져 나왔다. 회의실이 환호성으로 떠나갈 듯 했다.“우아, 유나씨 들어 온지도 얼마 안되었는데 복덩이가 들어왔네? 대단해 그리고 축하해.”팀장이 밝은 표정으로 유나의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 유나는 구름 속을 걷는 것 같았다.“그런데 유나씨 국화무늬는 좀 의외였어. 제법인데?”주부본부장이 시크한 표정으로 유나에게 말을 건넸다.“친한 언니랑 기념으로 샀던 핸드폰 케이스에 국화 무늬가 있었던 게 떠올랐어요. 저도 의외여서 얼떨떨해요”“자자 이렇게 회사에 좋은 일이 있는 날은 그냥 지나치면 안되겠죠? 우리 오늘 유나씨 우승 기념으로 회식합시다! 3차까지는 빼기 없기입니다.”대표가 우렁차게 이야기했다.유나는 건네 주는 술잔을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자기를 축하해 주기 위해 모두 남아서 시간을 보내 주는데 분위기를 어렵게 하고 싶지 않았다.“잠시 화장실 좀….”유나는 속이 매스껍고 불편하여 밖으로 나왔다. 바깥 찬 공기를 들이 마시니 조금 살 것 같았다.“유나씨 괜찮아요?”같은 팀 동우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예 바깥 공기를 마시니까 조금 나아요. 들어가 보세요.”“유나씨, 오늘 진짜 많이 마시던데 괜찮겠어요? 거절하기가 힘들었죠? 내가 오늘 집에 데려다 줄께요.”“아 선배 저 혼자 갈 수 있어요.”“유나씨, 이미 많이 마셔서 힘들어 보여요. 내가 얼른 짐 챙겨 나올 테니 기다려요.”쏜살같이 들어간 동우가 이내 유나의 가방과 외투를 들고 나왔다.“유나씨 택시 잡아서 내려 주고 갈께요. 집이 어디에요?”“음…. 종로구……..”유나는 다리에 힘이 자꾸 풀렸다.유나의 겨드랑이를 얼른 부축이면서 동우가 택시를 거칠게 불렀다
“민유나씨? 대표님 호출이요.”“녜? 대표님이요?”얼떨결에 대표실에 들어간 민유나를 최대표는 반가워했다.“어 유나씨. 오랜만이죠? 자 잠깐 앉아요.”“대표님 무슨 일로 저를 부르셨나요?입사 후 대표를 독대한 것이 처음이라 유나는 웬지 모를 긴장감에 침을 삼켰다.“이번에 홍콩에서 디자이너들끼리 실력을 겨루는 컴피티션이 열리는데 우리 회사 대표로 유나씨가 참가하면 어떨까요?”권유하는 듯한 말이었지만 그 말에는 거절할 수 없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었다.“이제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제가… 그런 큰 행사에…..”말을 주저하며 얼버무리는 유나에게 최대표가 찡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디자이너들이 모두 가을 컬렉션에 묶여 있어요. 그렇다고 이번 컴피티션을 그냥 스킵하기에는 아쉬운 행사에요 유나씨는 오히려 신인이니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잖아요? 유나씨가 한 번 준비해 봐요.”거의 제안이라기보다는 반명령에 가까웠다.“알겠습니다, 대표님.”한숨을 내쉰 유나는 승낙외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그렇게 개인 짐을 챙겨 유나는 홍콩행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작은 창문 너머 건물들이 점점 장난감처럼 크기가 줄어 들었다. 비행기 특유의 둥근 창에는 지연 언니, 그리고 웬일인지 고향에 두고 온 동생이 문득 떠올랐다. 유나의 가슴이 먹먹해 졌다. 비행기를 처음 타서 인지 아님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린 탓인지 확실치 않았다. 첫 출장은 설렘이 가득하기 마련이지만 유나에게는 설렘보다는 부담이 백배인 출국이었다.컴피티션 디렉터의 설명을 놓치지 않기위해 초집중을 했다.“이번 컨셉은 서스테이너블 디자인이에요. 원단의 레프트오버까지 모두 활용한 작품을 출품해 보세요. 기간은 1주일입니다.”유나는 하루 종일 고민을 했다. ‘어떤 디자인이 세계인들에게 호소력이 있을까? 과하지 않으면서 아름다우면 좋을텐데…’ 문득 동대문 봉제 공장에서 헤어질 때 지연 언니와 하나씩 사서 나눠가진 국화무늬의 핸드폰케이스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국화 무늬를 원피스에 새겨
"오늘부터 유나 씨는 아틀리에에서 수석 디자이너와 함께 일하세요.”주부본부장이 건조하게 말했다.“네? 아틀리에에서요?”“네 유나씨 그리고 같은 질문을 두번하는 버릇은 좀 고치세요.”유나는 주부본부장의 차가운 말투에 움추러들었다.“네 알겠습니다.”7층의 아틀리에실은 조인유의 심장부와 같은 곳이었다. 60여평 되는 작업 공간에 10여개의 디피용 마네킹들이 서 있었고 작업용 책상과 미싱들 사이에 원단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유나씨 얘기 잘 들었습니다. 우선 유나씨가 재능이 있든 없든 그건 둘째 문제이고 원단부터 익혀야 합니다. 자 우선….”유나는 수석 디자이너가 가리키는 대로 면, 실크, 모혼방 등 다양한 패브릭을 만져 보고 그리고 노트에 적었다. 수석 디자이너의 말 뿐 아니라 표정과 손짓까지 온 힘을 기울여 집중했다.“원단을 익히고 머리 속으로 계산을 해야 해요. 즉 머리에서 이미 재단을 해야 하죠. 연습이란 없어요. 스케치를 한 후 원단에 칼을 대는 순간 그 원단은 이제 돌이킬 수 없습니다. 유나씨가 집중하지 않으면 수백만원짜리 원단을 쓰레기통에 넣는 수가 있어요.”유나는 숨을 참으며 들었다.모두가 퇴근한 시각, 밤 10시 유나는 아틀리에에 혼자 남아 원단을 정리하고 눈에 익혔다.유나는 원단 냄새가 좋았다. 원단이 자신을 어서 재단해 달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언젠가 자신의 손끝에서도 이런 원단이 아름다운 옷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랐다. 1시간쯤 원단을 정리하고 아틀리에의 불을 끈 후 유나는 집으로 향했다. 차가운 11월의 밤공기가 유나에게는 시원한 산소처럼 느껴졌다.….유나는 첫 월급 명세서를 받고 기분이 묘했다. 월급 통장을 뚫어지라 들여다 보며 손가락으로 숫자를 짚었다. 분명 봉제 공장에서 일하던 시절에 비해 조금 더 나아지긴 했지만 공장 기숙사 비용으로 공제되던 금액은 지금 살고 있는 월세에 비하면 거의 공짜나 다름 없었다. 유나는 이를 더 악물고 저축하기로 했다. 점심값이 아까워 아침마다 눈을 비비며 도시락을 쌌다. 맨밥에 넣
“유나야 어떻게 됐어? 네가 만든 옷 맘에 든데? 우리 공장으로 발주한데? 반장님이 엄청 기대하고 있던데?”지연이 신발을 벗고 들어 오는 유나를 보고 호돌갑을 떨며 말했다.“응, 그냥 두고 가래.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기는 한데 잘 모르겠어.”유나는 조용히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유나가 지치거나 외롭거나 우울할 때 힘을 다시 넣어 주는 감미로운 목소리- H2H의 강도윤 목소리를 들으며 유나는 스르르 눈을 감았다.…..“유나야 잠시 보자.”김반장이 노크를 다급하게 하며 불렀다.“네?”“사무실로 잠깐 내려와.”저녁조인 유나는 츄리닝에 슬리퍼를 끌고 사무실에 들어갔다.거기에 장실장이 서 있었다.“유나씨, 장실장입니다.”“예, 실장님, 안녕하세요? 그런데 무슨 일로…..”“대표님께서 유나씨가 우리 조인유에 입사를 하는 것이 어떤지 제안하셨어요. 이미 반장님께는 양해와 동의를 구했고요. 유나씨가 만족할 만한 조건은 충분히 제시 될 겁니다.”…..“유나야 그래서 어떻게 할꺼야? 조인유로 갈꺼야? 대한민국 여성복 패션 1위 업체 조인유가 웬말이야? 진짜 부럽다. 나 잊지 않을거지? 계속 연락할꺼지?”“아직 몰라 언니 나도 지금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그때 작업 반장이 유나를 불렀다.“유나 잠깐 나와라.”“예, 반장님.”“무슨 일이세요?”“조인유가 너를 보내 주는 조건으로 우리에게 기존 물량을 2배로 늘려주고 계약기간도 3년까지 자동연장하기로 했어. 그러니 마음 정하고 이번주까지 마무리 해.”“반장님…”“너한테도 훨씬 좋은 기회잖아? 언제까지 여기 동대문 반지하 봉제공장에서 썩을 거니? 너도 꿈이 있을거 아니야. 그리고 넌 충분히 그럴 자격 있어. 수고했어.”대답도 듣지 않고 통보식으로 자기 할 말만 쏟아 부은 김반장이 유나의 어깨를 툭툭치고 사라져버렸다.가족이라고 혼자 착각속에 살다가 마음에 상처를 입고 무작정 연수네서 뛰쳐 나온지 이제 1년, 어렵게 이곳 반지하 봉제 공장에 자리를 잡아 큼큼한 곰팡이 냄새와 빛이라곤 하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