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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닿지 않은 그대

마음이 닿지 않은 그대

이윤하의 생일날, 5살인 아들 군이는 손수 접은 종이 말을 전해 주기 위해 별원의 개구멍에서 기어 나왔다. 그리고 군이는 사람들 앞에서 이윤하에게 달려들어 고개를 들고 외쳤다. "아버지, 제가 생신 선물을 가져왔어요." 그러나 순식간에 온 집안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큰형님은 달려들어 군이의 뺨을 때리며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천한 것! 네 어미가 내 남자를 빼앗더니, 이제 또 네가 와서 내 남자를 빼앗으려 하느냐? 너희 모자는 왜 함께 죽지 못했느냐?" 4년 전 후작 댁의 장남이 싸움터에서 목숨을 잃은 뒤, 그의 부인은 충격으로 정신을 놓았다. 그 후 큰형님은 이윤하를 아주버님으로 착각했고, 나를 아주버님을 유혹한 요사스러운 첩으로 여겼다. 큰형님의 평안을 지키기 위해 이윤하는 나와 군이를 별원에 가두었고, 군이의 생일에도 한 번 찾아오지 않았다. 내가 달려갔을 때, 사당 밖에는 찢어진 종이 말과 곳곳에 번진 핏자국만 남아 있었다. 나는 미친 사람처럼 핏자국과 끌려간 흔적을 따라 연못가까지 쫓아갔다. 달빛 아래, 군이의 작은 몸은 무자위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무자위가 돌아갈 때, 그 아래 흐르는 물은 이미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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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자

구원자

“이거, 곡 이름이 뭐예요?” 우진은 주춤하다 대답을 망설였다. “곡 이름 몰라요?” “드뷔시, 꿈이에요.” “꿈…?” 도희가 작게 되뇌었다. 이상했다. 제목을 듣는 순간 가슴 한쪽이 묘하게 답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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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한별곡

애한별곡

옷은 선홍색 촉금(蜀錦)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치맛자락에는 큼직한 해당화가 겹겹이 수놓아져 있었는데, 촘촘한 바느질과 은은한 빛깔이 어우러진 것이 인간 세상의 물건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아름다웠다. 지금의 나는 붉은색을 몹시 싫어하고 있지만, 나도 모르게 그것을 몇 번이나 바라보았다. 내가 조금도 움직이지 않자 심모연은 곧 인내심을 잃었다. "뭘 그렇게 꾸물거리는 것이냐? 밖의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 갈아입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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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환생

잔인한 환생

“이 모델, 엄청 예쁜 건 아닌데 분위기가 청순하다. 누군지 모르겠네.” 한가을은 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옮겼다. 거대한 전광판에는 서한 그룹의 신제품 ‘비러브드’시리즈 주얼리 광고가 상영되고 있었고 그 주인공은 임유라였다. 그중에서도 눈부시게 빛나는 반지는 그룹이 특별 제작한 100주년 기념 소장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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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밤의 안대

첫날밤의 안대

다시 말해 식물인간 상태가 되었고 어쩌면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한미림은 눈앞이 캄캄해지며 뒤로 쓰러졌고 나는 재빨리 그녀를 부축했다. 성하연 또한 믿을 수 없다는 듯 의사의 소매를 붙잡고 아버지를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사람이 갑자기 식물인간이 되어버렸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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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신

소녀신

“엄마, 내가 분명히 말했잖아. 요즘은 채소가 먹고 싶다고. 제발 채소 좀 줘. 이런 건 이제 먹고 싶지 않아.” “우리 착한 보물, 많이 먹어야 잘 자랄 수 있단다. 그리고 이건 네가 항상 원하던 거잖아. 넌 ‘소녀신’이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맛있는 거 먹기만 하면 되잖아.” 엄마는 다정하게 말하며, 갓 만든 미트볼을 언니 입으로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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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꽃비

사랑의 꽃비

그곳엔 작은 주얼리 상자가 놓여 있었다. “저기 테이블 위에 있는 거 뭐야? 나한테 주는 선물이야?” 안세은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 안에는 작은 은덩이가 들어 있었고 그것은 다름 아닌 그녀의 결혼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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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짐승

전설의 짐승

온천이 신기한 효능이라도 있는지 살짝만 닦아도 피부가 하얗고 투명해졌고 몸의 상처도 빠르게 회복되었다. 냄새를 맡아보니 옅은 지린내가 나는 것 같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이건 무슨 물인가요?” 그러자 옆에서 지키던 한 도사가 짜증 섞인 얼굴로 말했다. “이건 기린의 정액이야. 정액으로 목욕하면 기린이 좋아하는 냄새가 몸에 배게 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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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번의 눈물 끝에 피어난 꽃

천 번의 눈물 끝에 피어난 꽃

한서윤은 강성에서 이름난 명문가의 아가씨였다. 거문고와 바둑, 글씨와 그림, 바느질과 예법까지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었다. 말할 때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고, 걸을 때는 치맛자락 하나 흐트러지지 않아, 경성 귀족 아가씨들이 앞다퉈 본받는 모범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혼인한 사내는 전장을 누비며 여인을 아낄 줄 모르는 사내, 강무진이었다. 첫날밤부터 잠자리를 열댓 번이나 했고, 그녀는 침상에서 내려오지도 못할 정도로 지쳐 있었다. 이후 삼 년 동안은 갈수록 심해졌다. 서재와 마구간, 대청과 사당을 가리지 않고 온갖 방식으로 그녀를 괴롭혀 온몸이 부서질 듯 아팠다. "부인, 앞으로 아껴 주겠다." 이런 말은 들은 적도 없었다. "어쩌면 이렇게 음탕한 것이냐?" "이렇게 밝히는 걸 보니, 많이 외뤄웠나 보구나." 그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삼키며 묵묵히 견뎠다. 그는 무장이었다. 오랫동안 변방에서 전장을 누볐으니 다정한 표현을 모를 수도 있고, 상스러운 말도 그저 표현 방식이 거친 탓이라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강무진이 변방에서 승리하고 돌아왔다. 갑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사람을 시켜 그녀를 축하연회에 데려오라 했다. 손님들이 가득한 연회장에서 술잔이 오가는 가운데, 그는 상석에 거만한 태도로 앉아 있다가 돌연 그녀를 다리 위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그녀를 억지로 욕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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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 그리고 사랑

미련, 그리고 사랑

둘 중에서 완벽한 퀄리티를 자랑하는 목걸이는 육준서에게 줬고, 다른 하나는 내가 하고 다녔다. 하지만 그는 선물을 받자마자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내동댕이쳤다. 그리고 뒤돌아서 허연서가 선물한 신상 레고를 끌어안고 경멸이 담긴 얼굴로 나한테 말했다. “엄마, 앞으로 돈도 안 되는 그런 쓸데없는 물건은 안 줘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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