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결혼 4년. 나를 놓아준 건 그 사람이 직접 남긴 서명 한 줄이었다. 정작 본인은 자기가 무엇에 서명하는지도 몰랐지만. 나는 소피아 모레티. 이 도시에서 가장 강력한 마피아 가문의 후계자, 제임스 모레티의 아내였다.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아내. 제임스의 어린 시절 첫사랑이자, 눈부시고 가진 것 많은 비키가 돌아왔을 때에야 나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나는 처음부터 비키의 부재를 채우는 존재였다는 걸. 그래서 마지막 수를 뒀다. 대학 서류인 척 위장한 이혼 서류를 책상 위로 밀어 넣었다. 제임스는 한 번 더 확인하지도 않고 그대로 서류에 서명했다. 우리 결혼 서약을 대하던 그 태도 그대로, 그의 만년필이 종이를 무심하게 긁고 지나갔다. 자기 손으로 결혼을 끝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하지만 내가 모레티 집안에서 들고 나온 건 자유만이 아니었다. 코트 안쪽에는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그 사람의 후계자가 있었다. 자기가 무엇을 잃었는지 깨닫는 날, 제임스를 무너뜨릴 비밀이. 이제, 나를 한 번도 제대로 본 적 없던 남자가 나를 찾겠다며 온 세상을 뒤지고 있다. 펜트하우스에서 뒷골목 시궁창까지, 돌 하나 남기지 않고 샅샅이 살피고 있다. 하지만 나는 잡히기를 기다리며 두려워 떠는 먹잇감이 아니다. 나는 제임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내 자리를 정했다. ‘모레티’라는 이름으로 닿을 수 없는 자리에. 이제 나는 제임스의 사랑을 구걸하지 않는다. 반대로 제임스가 내 사랑을 구걸하게 될 것이다.
عرض المزيد제임스는 움직이지도 못한 채 바라봤다. 연구자인 소피아. 눈사태 속의 생존자. 열정적이고 유능하며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홀로 설 수 있는 독립적인 여자. 제임스가 폭력적이고 복잡한 자신의 세계 뒤편에 밀어 넣었던 조용하고 순응적인 아내가 아니었다.눈앞의 여자는 제임스가 제대로 대화를 나눠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지성을 가진 사람이었다. 제임스가 가볍게 보아 넘긴 꿈과 야망을 품은 여자였고, 제임스가 존재 자체를 외면한 사람이었다. 제임스는 소피아를 한 번도 진실되게 이해한 적이 없었다.그 깨달음은 제임스를 여기까지 몰고 온 눈사태처럼 거세게 덮쳤다. 제임스가 결혼한 건 편리한 계약이자 아름다운 그림자라고 생각했던 존재였다. 소피아가 이제 자신과 자신의 세계에서 확실히 멀어져 가는 모습을 보자, 제임스는 자기 손가락 사이로 놓쳐 버린 사람이 얼마나 눈부시고 강한 여자인지 처음으로 제대로 알게 됐다. 그 사실이 남긴 통증은 몸에 난 어떤 상처보다 깊었다.소피아는 뒤를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큰 장비 텐트 안으로 사라졌다. 제임스가 오랫동안 두르고 살았던 갑옷의 마지막 조각도 함께 박살났다. 권력과 통제, 감정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세운 방어벽은 먼지가 되어 알프스 바람에 흩어졌다.제임스는 스스로 삶을 얼마나 황폐하게 만들어 놓았는지 마침내 이해했다. 오랫동안 벽 안에 가둬 둔 마음은 이제 아무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밖에 드러나 있었고,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소피아에게 간절히 향해 있었다. 제임스는 주머니에서 위성 전화를 꺼냈다. 신호는 약했지만 통화는 가능했다. 마이클에게 전화를 걸었다.“마이클... 자, 나야, 제임스.” 쉰 목소리였지만 결심은 분명했다. “나는 계속 여기에 남을 거고, 기한도 따로 정하지 않았어. 다른 일은 전부 네가 알아서 처리해. 정말 긴급한 일이 아니면 연락하지 마. 보고는 매일 올리되 내가 바로 답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말고.]잠시 침묵한 뒤 깨지지 않을 맹세처럼 낮고 단단한 말이 이어졌다. “난
제임스는 헬기 안에서도, 눈사태 속에 파묻혔을지도 모르는 소피아를 찾아 미친 듯이 눈을 파헤치면서도, 고통스러운 기다림 속에서도 수없이 할 말을 되뇌었다. 하지만 눈사태가 휩쓸고 간 혼란스러운 현장에서 소피아와 마주 서자 준비했던 말은 뜨거운 피부에 닿은 눈처럼 전부 사라졌다. 끝내 거칠고 망가진 사과의 말이 입 밖에 나왔다.“소피아.” 추위와 피로에 깎여 나간 듯한 목소리였다. “네가 겪은 일... 알아. 네가 임신한 것도... 이제 알아.”“그만!”소피아가 제임스의 말을 잘랐다. 목소리는 빙하처럼 날카로웠고, 입가에는 비웃음이 섞인 메마른 미소가 걸렸다.“예전에 내가 얼마나 멍청했는지 비웃으려고 지구 반대편에서 여기까지 날아온 거잖아.” 몇 달 동안 혼자 견뎌 온 결심과 고통으로 벼려진 소피아의 말이 수술칼처럼 정확하게 제임스를 베었다.제임스가 움찔했다. 비난이 뼛속까지 박혔다. “아니야! 맹세코 아니야. 나도... 내가 널 얼마나 아프게 했는지 알아. 내가 잘못했어. 정말 많이.” 30시간 넘게 잠을 자지 못해 충혈된 눈으로 소피아를 붙잡듯 바라봤다.“제발. 이혼으로 우리 사이를 끝내지 말자. 돌아와 줘.”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멀리서 스노모빌 엔진 소리만 희미하게 들렸다. 소피아의 입에서 낮고 비웃는 듯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 웃음에는 좋은 감정이라고는 조금도 없었다.“정말 오만하기 이를 데 없어.”소피아의 목소리는 소름 끼치게 차분했다.“싸구려 사과 한마디 던지면 내가 감지덕지해서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처럼 돌아갈 줄 알아? 몇 년 동안 내가 당한 무시와 비키 때문에 겪은 굴욕이 그냥 사라지기라도 하나?”소피아는 지친 기색 속에서도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내가 스스로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살기를 그만두기 전까지 당신 눈에는 내가 없었어. 그 이혼 서류에 서명하기 훨씬 전부터 당신은 이미 나를 버렸고!”“소피아, 내 말 좀...”“그러니까... 무슨 말을 또 하려고?” 오랫동안 쌓인 상처가 검은 물처
눈사태가 지나간 고개에는 눈과 뒤틀린 금속으로 뒤덮인 공동묘지 같았다. 제임스는 구조 전문가들과 함께 바닥에 쏟아진 얼음을 찍어 냈다. 장갑을 낀 손에는 물집이 잡혔다. 제임스의 세계는 도끼를 들어 올리고, 내리치고, 얼음을 파내는 단순한 리듬으로 좁아졌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자신이 치러야 할 벌처럼 느껴졌다.도끼를 휘두르는 사이사이 저 너머의 기억이 엄습했다. 버몬트 여행에서 내리는 눈 속에서 들리던 소피아의 웃음. 연구를 설명해 주겠다며 제임스의 손바닥 위에 방정식을 그리던 손끝. 제임스가 비키와 함께 있던 병원에서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던 얼굴.구조대원 한 명이 피로 젖은 장갑을 가리키며 독일어로 소리쳤다. 제임스는 듣지 않았다. 손의 통증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심장을 죄어 오는 공포에 비하면... 이 산이 소피아를 묻기 훨씬 전부터 자신이 먼저 소피아를 삶 속에 묻어 버렸다는 두려움에 비하면...해가 지고 밤이 깊어졌다. 탈진 때문에 시야가 흔들렸다. 의료진이 억지로 감아 놓은 붕대 속 손가락의 감각이 사라진 지 이미 오래였다. 근처에서 소란이 일어났지만 제임스는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정신이 흐려진 가운데 한 목소리가 날카롭게 파고들었다.“부상자를 중증도에 따라 분류하세요. 3단계 저체온증 환자는 B구역으로 보내요!”소피아.20피트쯤 떨어진 곳에 소피아가 서 있었다. 파카 후드에는 눈이 내려앉아 있었고, 유창한 독일어로 환자 분류를 지휘하고 있었다. 살아 있었다. 소피아가 살아 있었다.제임스는 비틀거리며 소피아에게 다가갔다. 귀 안에서 맥박 소리가 폭발하듯 울렸다. 그때 키가 큰 남자가 앞을 가로막았다. 스칸디나비아 억양이 묻어나는 연구원이었다. “소피아 선생님은 업무 중입니다.” 남자가 제임스의 팔을 붙잡았다. “신원을 밝히세요.”제임스는 팔을 거칠게 빼냈지만 그 움직임에 균형을 잃고 무릎을 꿇었다. “소피아!”소피아가 고개를 들었다. 혼란스러운 현장 너머로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리고 눈
여학생의 말에 제임스의 온몸이 굳어버렸다.“아기를... 잃을 뻔했다고?” 제임스의 입안에서 깨진 유리를 씹는 것 같은 맛이 났다.파란 머리의 여학생이 교재를 더 세게 끌어안고 제임스를 노려보며 말했다. “어떤 나쁜 놈이 언니를 임신시켜 놓고 사라졌어요. 언니가 쓰러졌는데도 코빼기도 안 비쳤다고요.” 조용한 캠퍼스에 울리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총알처럼 제임스의 가슴을 때렸다.소피아가 자기 아이를 품고 있었다.머릿속이 병원으로 튀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창백하던 소피아의 얼굴, 주먹 안에 구겨져 있던 종이. 그때 제임스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빌어먹을 신사라도 된 것처럼 비키의 산전 진료를 챙기고 있었다.“소피아는 지금 어디 있지?” 목소리가 목구멍을 긁고 나왔다.여학생의 입술이 굳게 다물렸다. “갔어요. 지난주에 스위스로 떠났어요.”‘스위스...’제임스도 갑자기 뭔가가 생각이 났다.자신이 비웃었던 지원 서류. 소피아가 싫어할 거라고 멋대로 단정했던 눈.무심하게 던졌던 말 하나하나가 이제 배 속에서 칼을 돌리는 것처럼 고통스럽게 다가왔다.자정이 되었을 때 제임스는 펜트하우스의 사무실에서 전화로 모든 절차와 규정을 짓밟고 있었다. 새벽 3시가 되기 전, 연구소장은 전용기에 태워져 제임스의 본부로 향하고 있었다.“연구 프로그램에 100만 유로.” 제임스가 수표를 책상에 내리꽂으며 으르렁거렸다. “소피아가 어디 있는지 말씀해 주세요.”깡마른 체구에 안경을 쓴 소장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소피아 씨는 발레주에 계십니다. 하지만 회장님...”“200만.” 수표 위에서 펜이 멈췄다. “소장님은 직접 나를 소피아에게로 데려다주고.”소장이 안경을 고쳐 썼다. 그 차분함이 제임스의 분노를 더 긁었다. “이 계절에 산길은 아주 위험합니다. 조금 기다리시는 편이...”“300만. 제네바에 헬기 대기시켜 놓죠.”헬기 창밖으로 스위스 알프스가 거대한 벽처럼 솟아 있었다. 새벽하늘 아래의 봉우리는 들쭉날쭉한 이빨처럼 날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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