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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이혼한 아내가 되었다

나도 모르게 이혼한 아내가 되었다

作者:  하얀재스민已完成
語言: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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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章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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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事簡介

후회남

결혼

애잔물

반전

불륜녀/불륜남

Mafia

결혼 8년 만에 나는 할아버지로부터 나와 마피아 조직에 몸담은 남편에게 남긴 수백억 원대 유산을 상속받게 되었다. 그런데 변호사가 인수인계 절차를 밟던 중에 우리가 실질적으로 부부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 수백억 원대 자산은 오직 나 혼자만 상속받을 수 있다고 했다. “강서연 씨, 시스템에는 1년 전에 이미 이혼하신 걸로 나와요. 남편분 주지언 씨의 법적 배우자는... 소예린 씨로 되어 있고요.” “지금 강서연 씨는 미혼 상태예요. 그러니까 주지언 씨에게는 상속권이 없어요.” 소예린은 주지언이 오래전 외국으로 떠나보낸 첫사랑이었다. 변호사가 보낸 메시지를 보고도 나는 한참 동안 마음을 추스르지 못했다. 그동안 주지언이 내게 쏟아부은 애정과 보살핌은 전부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원래는 결혼기념일에 임신 사실을 알릴 계획이었다. 결혼 8년 내내 우리가 함께 기다려 온 결과였으니까. 하지만 지금 보니 주지언은 그렇게까지 기다리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나는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조용히 생각했다. ‘괜찮아. 우리 쌍둥이는 아빠가 없어도 괜찮을 거야.’ 기만으로 가득한 이곳에서 내가 할 일은 하나, 도망치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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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1 章

제1화

8년을 함께 산 남편이 1년 전에 이미 나와 이혼했다는 말, 그리고 법적으로는 이미 다른 여자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나는 변호사에게서 들었다.

나는 그 자리에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고, 끝까지 이 결과를 믿고 싶지 않았다.

휴대폰이 띵하고 울렸다. 주지언에게서 온 문자였다.

[서연아, 나 오늘 귀국해. 새로 나온 가방도 사 왔어. 회사에 일이 있어서 그것만 처리하고 바로 집에 갈게.]

그 문자를 보는 순간, 내 심장은 쿵 내려앉으면서 칼로 마구 찔러대는 것만 같았다.

예전 같았으면 이 메시지를 보고 분명 뛸 듯이 기뻐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주지언은 출장에서 돌아올 때마다 늘 선물을 챙겨 왔으니까.

그리고 나는 지금 공항 로비에 서 있었다.

원래는 주지언을 놀라게 해 주려던 참이었지만 놀라움은 순식간에 충격으로 바뀌었다.

저 멀리 출구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걸어 나오는 게 보였다.

훤칠한 키에 검은 정장을 걸친 그 모습은 주지언의 훤칠한 피지컬을 완벽하게 살려주고 있었다.

그런데 주지언은 곁에 선 여자를 조심스럽게 부축하고 있었고 눈빛에는 다정함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여자는 배가 부른 채 행복에 겨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바로 소예린이었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고 온몸이 떨렸다.

주지언과 나는 소꿉친구로 함께 자랐기에, 28년 동안 단 한 번도 떨어져 본 적이 없었다.

그때는 우리 사이의 감정을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고 믿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토록 깊다던 정은 사탕 껍질을 씌운 독약에 지나지 않았다.

1년 전에 무슨 중요한 물건을 한 번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

그때 주지언이 비서를 시켜서 다시 발급받겠다고 했고, 그러고 보니 그때 무슨 서류에 사인을 했던 것도 같다.

그러나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그건 협의이혼 서류가 확실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심장이 쿡쿡 찔리는 것처럼 아팠다.

나는 주지언에게 주려고 준비한 꽃을 꽉 움켜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에 파고들 정도였다.

그렇게 남자를 오래도록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떠났다. 꽃다발은 바로 쓰레기통에 버려 버렸다.

집에 돌아오자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정신이 통째로 빠져나간 것 같았다.

곧 나는 화장실로 들어가 홀린 듯이 임신 테스트기를 꺼냈다.

검사지에 뜬 두 줄을 보고 있자니 세상 참 얄궂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석 달 전, 나는 혼자 병원에 가서 12번째 시험관 시술을 받았다.

결혼한 지 그렇게 오래됐는데도 우리에게는 끝내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주지언은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고, 아이가 없어도 사랑을 전부 내게 주겠다고 했다.

앞선 시험관 시술은 전부 실패했고 매번 희망이 실망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내 마음속에서 그건 늘 미련으로 남아 있었다.

주지언과의 사랑의 결실을 맺고 싶었으니까.

반년 전 주지언이 출장을 간 틈을 타 미리 보관해 둔 정자와 난자로 12번째 시험관 시술을 했다.

그리고 어제 의사에게 착상에 성공했다는 말을 들었다.

게다가 아기도 아주 건강하다고 했다.

벌써 3개월이 넘었고 아들 하나, 딸 하나 쌍둥이라고 했다.

원래는 결혼기념일에 서프라이즈처럼 알려 주고 싶었다.

그런데 주지언은 이미 다른 여자가 임신한 애 아버지가 되어 있었다.

어쩐지 아이가 있든 없든 신경 쓰지 않는다 싶더니, 이미 누군가의 아빠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때 문밖에서 발소리가 나더니 주지언의 모습이 문가에 나타났다.

나는 얼른 눈물을 닦은 뒤, 임신 테스트기를 등 뒤로 숨기면서 슬그머니 주머니에 밀어 넣었다.

“서연아, 왜 답장이 없어? 무슨 일 난 줄 알고 걱정돼 죽는 줄 알았어.”

주지언은 성큼성큼 다가왔고 얼굴에는 초조함이 가득했다.

나는 고개를 숙이면서 주지언의 뜨거운 시선을 피했다.

막 연애를 시작했을 무렵, 주지언에게 토라져서 일부러 답장을 안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주지언은 헬기까지 띄워 도시 전체를 뒤졌다.

물론 그 애정은 이제 기억 속에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지금은 그 관심과 애정을 전부 다른 사람에게 주고 있겠지.’

“나... 친구랑 쇼핑하느라. 휴대폰 배터리가 나갔어.”

나는 힘겹게 미소를 짜냈다.

그러자 주지언은 나를 가만히 품에 안았다. 턱을 내 정수리에 얹은 채,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앞으로 이러지 마. 알잖아? 나는 너 없으면 안 돼.”

몸이 굳은 채 주지언의 품에 기대 있으면서, 내 마음속은 온갖 감정으로 뒤엉켰다.

바로 그때 주지언의 휴대폰이 울렸다.

주지언은 발신자를 한 번 보더니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서연아, 나 나가서 전화 좀 받고 올게.”

말을 마친 주지언은 나를 놓고 몸을 돌려 베란다로 향했다.

고개를 들어 점점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자, 내 가슴이 저릿하게 아팠다.

몇 분 뒤 주지언은 황급히 돌아와서 외투를 집어 들었다.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서 처리하러 가야 해. 금방 올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쾅!

문이 닫히면서 주지언의 모습은 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손에 쥔 임신 테스트기를 쓰레기통에 던져 넣자 눈물이 다시 흘러내렸다.

‘아가들아, 미안해. 엄마가 온전한 가정을 못 만들어 줘서.’

‘그래도 엄마가 잘 사랑해 줄게. 가장 좋은 걸 다 가져다줄게.’

일주일 뒤 유산 정리가 끝나고 여권까지 준비되면, 나는 이 두 아이를 데리고 완전히 떠날 것이다.

주지언, 소예린 그리고 아이까지 세 사람의 행복한 삶을 방해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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暫無評論。
8 章節
제1화
8년을 함께 산 남편이 1년 전에 이미 나와 이혼했다는 말, 그리고 법적으로는 이미 다른 여자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나는 변호사에게서 들었다.나는 그 자리에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고, 끝까지 이 결과를 믿고 싶지 않았다.휴대폰이 띵하고 울렸다. 주지언에게서 온 문자였다.[서연아, 나 오늘 귀국해. 새로 나온 가방도 사 왔어. 회사에 일이 있어서 그것만 처리하고 바로 집에 갈게.]그 문자를 보는 순간, 내 심장은 쿵 내려앉으면서 칼로 마구 찔러대는 것만 같았다.예전 같았으면 이 메시지를 보고 분명 뛸 듯이 기뻐했을 것이다.왜냐하면 주지언은 출장에서 돌아올 때마다 늘 선물을 챙겨 왔으니까.그리고 나는 지금 공항 로비에 서 있었다. 원래는 주지언을 놀라게 해 주려던 참이었지만 놀라움은 순식간에 충격으로 바뀌었다.저 멀리 출구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걸어 나오는 게 보였다.훤칠한 키에 검은 정장을 걸친 그 모습은 주지언의 훤칠한 피지컬을 완벽하게 살려주고 있었다.그런데 주지언은 곁에 선 여자를 조심스럽게 부축하고 있었고 눈빛에는 다정함이 가득했다.그리고 그 여자는 배가 부른 채 행복에 겨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바로 소예린이었다.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고 온몸이 떨렸다.주지언과 나는 소꿉친구로 함께 자랐기에, 28년 동안 단 한 번도 떨어져 본 적이 없었다.그때는 우리 사이의 감정을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고 믿었다.그런데 지금 보니 그토록 깊다던 정은 사탕 껍질을 씌운 독약에 지나지 않았다.1년 전에 무슨 중요한 물건을 한 번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 그때 주지언이 비서를 시켜서 다시 발급받겠다고 했고, 그러고 보니 그때 무슨 서류에 사인을 했던 것도 같다. 그러나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그건 협의이혼 서류가 확실했다.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심장이 쿡쿡 찔리는 것처럼 아팠다.나는 주지언에게 주려고 준비한 꽃을 꽉 움켜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에 파고들 정도였다.그렇게 남자를 오래도록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떠났다. 꽃다발은 바로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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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다음 날 나는 혼자 병원을 찾았다.아기들 상태를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었다.그런데 복도 모퉁이에서 익숙한 두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주지언이 소예린을 조심스럽게 부축하고 있었고 얼굴에는 다정함이 가득했다.아침에 회사에 일이 있다더니, 알고 보니 산부인과 정기검진에 따라온 것이었다.내 심장은 무거운 망치에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아팠다.그리고 나는 기둥 뒤에 숨어 두 사람이 진료실로 들어가는 걸 지켜보았다.“지언아, 너 정말 그 아이 낳고 싶은 거야?”주지언의 친구이자 이 병원 의사인 고원재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귀에 꽂혔다.“당연하지. 이 아이는 반드시 낳아야 해.”주지언의 말투는 단호하고 결연했다.“그럼 강서연은? 어떻게 할 생각인데?”고원재가 다시 묻자 주지언은 잠시 침묵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서연이는 아이를 못 가져. 예린이가 낳으면 그걸 계기로 우리가 입양하면 되고. 그래야만 이 아이가 떳떳하게 내 후계자가 될 수 있어.”그 말을 듣는 순간 온몸이 부르르 떨렸고 심장은 갈가리 찢기는 것 같았다.주지언은 진작부터 다 계획해 두었던 것이다.그저 나더러 자기가 다른 여자와 낳은 아이를 키우라고 하려던 것이었다.입을 틀어막으면서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게 했지만, 눈물은 소리 없이 주르륵 흘러내렸다.그때 검사를 마친 소예린이 산부인과 진료실에서 걸어 나왔다. “지언아, 나 때문에 곤란하지?”소예린이 조심스럽게 물었고 얼굴에는 서러움이 가득했다.“다 내 잘못이야. 임신했다는 걸 말하지 말아야 했어. 애를 지우려고 했거든.”소예린이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이번에 지우면 다시는 아이를 못 가질 거래.”주지언은 소예린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고 목소리는 부드러웠다.“네 탓이 아니야. 서연이도 언젠가는 알게 될 일일 거고.”소예린은 고개를 숙였고 목소리가 잠겼다.“서연 씨가 나를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거 알아. 그래도 잘 보이려고 노력할게.”“걱정하지 마. 아기가 태어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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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다행히 소예린은 크게 다치지 않았다. 의사가 기본 검사를 마친 뒤 주지언이 병실로 데려다주었다.나는 문가에 서서 주지언이 분주하게 소예린을 돌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마치 내가 남의 사이에 끼어든 제3자 같았다.“지언아, 서연 씨 들어오라고 해.”소예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힘없이 가라앉은 소리였다.주지언이 나를 한 번 보더니 시선을 피했다. 감히 나를 똑바로 보지 못하는 듯싶었다.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서연 씨, 지언이를 탓하지 마세요.”소예린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있었고 얼굴은 창백했다.“제가 지언이한테 불러 달라고 한 거예요. 그래도 우리가 제대로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나는 입술을 깨물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지언은 내 곁에 앉으면서 내 손을 잡았다.주지언의 얼굴에는 옅은 죄책감이 어려 있었다. 입술을 달싹거렸지만 결국 말을 꺼내지 못하고 삼켰다.“서연아, 몇 가지는 확실히 말해 두고 싶어.”주지언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을 이었다.“나랑 예린이는 접대 술자리에서 다시 만났어. 그때 거래처 사람이 일부러 예린이한테 술을 먹이길래 보다 못한 내가 대신 마셨고.”“그러다 둘 다 취해 버려서 그런 일이 생긴 거야. 이 아이는 그때 생겼어.”거기까지 말한 주지언은 조심스럽게 내 눈치를 살폈다. 눈빛에는 후회와 뉘우침이 가득했고, 내 손을 잡은 힘도 한층 강해졌다.“맹세할게. 내 마음속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너 하나뿐이었어.”“이 일이 너한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아. 그래도 아이는 죄가 없잖아.”“내 핏줄인데 모른 척할 수는 없어. 걱정 마. 아이가 태어나면 우리 둘의 아이로 올려서 네가 아이 엄마가 되게 할게.”“그러니까 네가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말을 끝낸 서연은 나를 깊이 바라보았고 눈빛에는 기대가 가득했다.그러자 나는 고개를 숙였고 눈물이 눈가에 차오르기 시작했다.‘그러니까 이게 주지언의 선택이구나.’주지언은 소예린과 두 사람의 아이를 택한 것이다.내가 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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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저녁이 되자 주지언은 소예린을 집으로 데려왔고 직접 요리까지 했다.저녁 식사 내내 주지언은 쉬지 않고 소예린에게 반찬을 덜어주고 국을 떠 주었다.소예린의 입맛을 훤히 꿰고 있었다.“예린아, 이 국 담백해. 딱 네 입맛일 거야.”“자, 네가 좋아하는 생선이야. 많이 먹어. 몸에 좋으니까.”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눈가에 맺혔다.나는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밥을 먹었다.너무 격한 반응을 보여서는 안 됐다. 주지언이 내가 예전과 다르다는 걸 눈치채게 해선 안 되니까.떠날 계획을 들키면, 주지언은 분명 나를 보내 주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지금 나는 주지언의 아이를 가진 몸이었다. 이것만은 절대 알려서는 안 됐다.“지언아, 이렇게 챙겨 주면 서연 씨가 화내지 않을까?”소예린이 나를 힐끗 보며 일부러 말했다.그러자 주지언은 잠깐 멈칫하더니 급히 해명했다.“화 안 내. 예린아, 넌 지금 임산부잖아. 영양가 있는 걸 많이 먹어야 해. 서연이도 여자니까 네 사정을 이해할 거야.”나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얼굴에는 어떤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저녁 식사 뒤 나는 혼자 정원을 걸었다.정자에 막 다다랐을 때 소예린이 이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였다.“서연 씨, 혼자 산책이라니. 기분 안 좋으세요?”소예린은 내 맞은편에 앉았고 얼굴에는 도발이 어려 있었다.“진짜 잘도 참으시네요. 남의 애까지 키워 주겠다면서 나갈 생각은 없나 보네요?”나는 소예린을 한 번 흘겨보고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가려고 했다.“거기 서요!”소예린이 갑자기 손을 뻗어 나를 가로막았다.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내 침묵이 소예린을 더 화나게 만든 게 분명했다.소예린이 나에게서 보고 싶었던 건 발작과 분노와 히스테리였을 텐데, 나는 그중 어느 것도 보여 주지 않았다.뱃속의 아이를 무기 삼아 나를 자극할 수 있으리라 여겼겠지만 그것도 통하지 않았다.“강서연 씨, 다 연기죠? 아무렇지 않은 척, 상관없는 척하는 거. 세상에 어떤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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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나는 떠났다.그런데 주지언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병원에서 소예린을 돌보는 동안 주지언은 내내 어딘가 정신이 나가 있었다.주지언의 머릿속에는 어젯밤 아내의 그 절망적인 눈빛이 자꾸만 떠올랐다.그런 눈빛은 주지언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이었다.가슴속에 갑자기 불안이 밀려들면서, 주지언은 홀린 듯이 휴대폰을 꺼내 내게 연락하려고 했다.“지언아, 나 사과 먹고 싶어. 하나만 깎아 주면 안 돼?”그때 소예린의 목소리가 주지언의 생각을 끊었다.그러자 휴대폰을 보던 주지언은 소예린을 한 번 보더니, 결국 휴대폰을 도로 집어넣었다.“그래, 깎아 줄게.”그날 밤 주지언은 병원에서 소예린 곁을 지키며 하룻밤을 보냈다.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그런데 현관문을 열자 집 안은 텅 비어 있었다. 강서연의 물건은 하나도 남김없이 사라지고 없었다.주지언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다급하게 사방을 뒤졌다.“서연아! 서연아!”주지언은 아내의 이름을 크게 불렀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모든 방을 다 뒤졌지만 아내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주지언은 초조해진 나머지 휴대폰을 꺼내서 미친 듯이 연락을 시도했다.그러나 아내의 전화는 이미 꺼져 있었고 메시지에도 답이 없었다.아내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연락했지만 아무도 아내의 행방을 알지 못했다.곧 애간장이 탄 주지언은 헬기까지 띄워서 도시 전체를 뒤지며 아내의 자취를 찾았다.그러나 강서연은 증발이라도 한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였다.“지언아, 너무 걱정하지 마. 서연 씨는 그냥 삐쳐서 일부러 숨은 걸 거야. 널 애태우려고. 진짜로 떠나지는 않을 테니까 마음 놓아.”소예린은 초조해하는 주지언을 보며 짐짓 위로하는 척했다.그러나 주지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마음속 불안은 점점 커져만 갔다.침실로 돌아온 주지언은 벽에 걸려 있던 웨딩 사진마저 사라진 걸 발견했다.그제야 주지언은 이번에 아내가 정말로 자신을 떠날 작정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주지언은 미친 사람처럼 사방으로 아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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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주지언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방문을 밀어젖혔다. 싸늘한 눈빛으로 소예린을 보면서 따져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소예린은 주지언을 보자마자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지언아, 잘못 들은 거야. 나는 아무 말도 안 했어.”그러나 주지언은 그 얄팍한 수에 넘어가지 않았다. 방 안을 훑어보던 주지언은 탁자 위 휴대폰 화면이 아직 켜져 있는 걸 발견했다.가까이 가서 보니 화면에 떠 있는 건 놀랍게도 아내와 소예린이 주고받은 대화 기록이었다.[강서연 씨, 당신 같은 개썅년은 밖에서 그냥 죽어버려야 해요. 절대로 돌아오지 마요!][봤어요? 이거 지언이 직접 끓여 준 국이에요. 평생 맛도 못 봤겠죠?][강서연 씨, 강서연 씨는 평생 혼자 사는 게 딱 어울려요!]그 모질고 악랄한 말들이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남자의 가슴을 찔렀다.주지언은 소예린이 이런 사람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분노가 치밀어 오른 주지언은 소예린의 뺨을 후려쳤다.“미친년! 감히 우리 서연이한테 이딴 짓을 해?”소예린은 그 한 대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뺨을 감싸 쥔 여자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주지언을 쳐다보았다.“지언아, 지금... 그 사람 때문에 나를 때린 거야? 잊지 마. 나는 당신 아이의 엄마야!”그러나 주지언은 코웃음을 쳤고 눈빛에는 냉기가 서렸다.“아이 엄마? 너한테 그럴 자격이 있어? 내 아이는 서연만 낳을 수 있어! 넌 그냥 도구일 뿐이라고!”그 말을 들은 소예린은 그 자리에서 무너졌다.“아니야! 그럴 리 없어! 넌 분명히 나를 사랑한다고 했잖아! 나랑 미래를 그리겠다고 했잖아!”그러나 주지언은 역겹다는 듯 소예린을 한 번 보더니 발로 걷어차 버렸다.“널 사랑한다고? 너랑 미래를 그리겠다고?”“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너 따위가 감히 서연이와 견줄 자격이나 있어?”“서연이는 착하고 다정하고 마음이 넓어. 근데 너는? 악랄하고 모질고 계산기만 두드리는 속물이잖아! 넌 서연이 발톱의 때만도 못해!”발에 차여 넘어진 소예린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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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스위스에 온 뒤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주지언도, 지난날도 더 이상 떠올리지 않았다.나는 몸을 회복하는 데 전념하면서 겸사겸사 여행도 다녔다.이곳의 풍경은 무척 아름다웠고 공기도 맑아서 마음이 절로 가벼워졌다.나는 알프스산맥을 둘러보며 설산의 웅장함을 느꼈고, 루체른 호숫가를 거닐며 호수의 고요함을 감상했다.그리고 취리히에도 가서 도시의 화려함을 만끽했다.그렇게 다니는 동안, 나는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았고 삶의 의미도 알게 되었다.알고 보니 삶에는 주지언만 있는 게 아니라 훨씬 더 넓은 세계가 있었다.예전의 내 삶은 정말이지 너무나 재미가 없었다.그러던 어느 날, 나는 작은 마을에 들르게 되었다.마침 그곳에서는 크리스마스 퍼레이드가 열리고 있었다.거리에는 등불과 장식이 화려하게 걸려 있었고 분위기는 무척 떠들썩했다.축제 의상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춤을 추었다.그 즐거운 분위기에 물든 나도 그 행렬에 끼어들었다.행렬 속에는 노부부 한 쌍이 있었다. 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 있었고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넘쳤다.서로 아끼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속에 만감이 교차했다.‘나와 주지언 사이에 그런 거짓말과 배신이 없었더라면, 우리도 저렇게 함께 늙어 갔을 텐데.’안타깝게도 세상에는 만약이라는 건 없었다.노부부는 내가 혼자인 걸 보고 말을 걸어왔다.내가 혼자서 아이를 키울 생각이라는 걸 알게 되자 두 사람은 몹시 안타까워했다.“아가씨, 참 힘들었겠어요.”노부인이 말했다.“그래도 아주 용감하고 아주 강한 사람이네요.”“감사해요.”나는 미소 지으며 답했다.“아이는 제가 잘 키울 거예요.”“자, 우리 크리스마스트리 아래 가서 소원을 하나 빌어요.”노신사가 말했다.“저 나무 아래에서 진심으로 빌면 이루어진다고들 하거든요.”나는 두 사람을 따라 마을 중앙 광장으로 갔다.광장 한가운데에는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우뚝 서 있었다. 나무에는 색색의 전구와 선물이 가득 걸린 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곧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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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그러나 주지언은 미친 사람 같았다.주지언은 더 이상 내 앞에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내가 어디를 가든 멀지 않은 곳에서 따라오는 남자가 보였다.그때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여행도 편히 못 하겠다는 걸 알았다.그래서 나는 여행을 앞당겨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돌아오는 내내 조심스럽게 주지언의 눈길을 피했고, 마침내 무사히 스위스의 새집에 도착했다.주소도 전화번호도 진작 새로 바꿨는데 주지언은 기어이 나를 찾아냈다.내가 사는 집 문 앞에 선 주지언의 얼굴은 초췌했다.그러나 나를 보자 남자의 눈에는 옅은 기쁨이 스쳤다.“서연아, 드디어 나를 만나 주네? 계속 너를 찾아다녔어.”나는 싸늘한 눈으로 주지언을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연아, 내가 잘못했어. 한 번만 더 기회를 줘.”주지언이 간청했다.“아이한테 아빠가 없으면 안 되잖아. 태어나자마자 아빠가 없는 아이로 만들고 싶어?”그러나 나는 불러온 배를 쓰다듬으며 단호하게 말했다.“네가 없어도 나는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어. 그리고 이 아이들도 나중에 크면 바람피운 아빠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그 말을 들은 주지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곧 주지언은 상실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서연아, 내가 정말 그렇게까지 미워?”주지언의 질문에 나는 대답하지 않고 그대로 문을 닫아 버렸다.그 뒤로 주지언은 날마다 꽃과 선물을 보내왔다.그러나 나는 단 하나도 받지 않고 전부 쓰레기통에 버렸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신경도 쓰이지 않으니까 말이다.그러던 어느 날 주지언이 또 선물을 들고 우리 집 문 앞에 찾아왔다.그런데 문을 두드리자 나온 사람은 낯선 이였다.주지언이 끝까지 매달릴 걸 예상하한 나는 미리 새집을 구해 서둘러 이사한 뒤였다.그저 편지 한 통을 남겨 새 집주인에게 주지언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그 편지에 나는 주지언을 떠난 진짜 이유를 적었다.[주지언, 내가 널 미워하는 진짜 이유가 궁금하다고 했지?][말해 줄게. 소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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