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민호는 다니를 그대로 안아 들고 침대로 갔다.
이제는 키스하며 숨을 쉬는 것도 자연스러워졌다.
말캉하게 삼켜지는 부드러운 혀를 달래주며, 연인이 놀라지 않게 조심스럽게 키스했다.
사랑을 나누는 것에 대한 경험이 없었기에 무엇이든 조심스럽게 부드럽게 시작했다.
그럴수록 대범하게 다가서는 것은 다니였다.
“야다니, 야민호를 불러낸 거 너야.”
귀여운 다니가 장난스럽게 도발하면 늘 넘어가 주고 싶었다.
“민호야, 너 가슴 복근 포즈 좀 보여줘.”
다니는 늘 한번은 직접 보고 싶었다.
사람들이 민호의 사진을 보면 그가 떠나기 전에 실물을 보겠다고 다짐했다.
‘민호는 내 남자친구니까 내가 볼거야.’
“보고 싶어. 왜 사진으로만 봐야 해. 난 다 기억하고 싶어. 넌 하고 싶은대로 하잖아.”
다니의 얼굴이 붉어졌다.
현민호는 피식 웃으며 그녀의 밝은색 머리칼을 흐트러뜨렸다.
“내가 얼마짜리 모델인지 알아?”
“얼만데?”
“음, 매달 이만원”
“......”
“단 한 달도 거르면 안 되고, 내 선물도 받아야 해. 그럼, 쇼타임 한번 해 주지.
2년 뒤 여름에 우리 다시 볼 때 그 돈 쓰자.”
민호는 다니를 당연하다는 듯 안고 거실로 나아갔다.
그러고는 그녀를 식탁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다니도 그의 목을 끌어안고 있었다. 남자 친구가 집에 있으면 늘 이렇게 안겨 있었다.
말릴까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그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헤어지기 전에 정을 떼야 덜 아프다고 말한 친구도 있었다.
그렇게 하기도 한다는데 민호와 자신은 신혼부부처럼 살고 있었다.
‘다시 혼자가 될 텐데 난 견딜 수 있을까. 2년도 자신 없어.’
민호는 가방에 넣어둔 쇼핑백을 꺼냈다. 그리고 다니의 손에 차 키를 놓았다.
“이거 차 키야. 내가 번 돈으로 딱 차 하나 샀어. 너 줄게.”
“아니, 이러지 마.”
“나 군대에서 너 학교나 졸업할 수 있을지, 관리비는 낼 수 있을지 걱정하게 하지 마.”
“학비는 아빠가 준다고는 했는데…”
“이거 네 명의니까 좀 타다가 팔아 쓰던가, 친구들 단톡방에 내가 6개월 탔다고 하면 값은 잘 쳐줄 거야.”
“이러지 마. 눈물 나잖아.”
“학교 졸업해. 그거면 돼.”
“그리고 현찰은 나 집에 이제 안 갈 거니 숙박비야. 다이어트 끝났으니 막 시켜 먹을 테니까 구박하지 마라.”
“어머니한테 안 가?”
“면회 올 텐데. 원하는 대로 해줬잖아. 난 이제 엄마한테 미안한 거 없어.”
“민호야, 2년만이지. 그렇지?”
연인의 애처로운 눈빛에 민호는 하얀 뺨을 천천히 만졌다.
다니의 눈에서 눈물방울이 떨어지자, 민호는 허리를 숙이고 눈물 위에 입을 맞추었다.
“그래.”
현민호는 다니의 손을 잡고 작은 손 위에 푸른색 벨벳 보석함을 놓았다.
“그리고 이거, 열어봐.”
다니는 하얀 손가락에 힘을 주어 뚜껑을 열었다.
그 순간에도 눈이 젖어들어 보석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내가 걸어줄게.”
손이 큰 민호는 한참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시간이 걸려 목걸이를 걸어주고는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루비는 열정적인 사랑과 변하지 않는 마음을 상징한대.”
제 자리를 찾은 듯 물방울 모양 루비는 아름답게 빛나기 시작했다.
다니의 흰 목덜미도 더 밝게 빛났다.
다니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말간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을 닦았다.
자신의 눈까지 젖기 시작하자 민호가 외쳤다.
“쇼타임.”
민호는 다니를 카메라인 양 보며 이리저리 얼굴 방향을 바꾸었다.
“자, 다니엘 디자이너님. 모델이 마음에 드시는지 한 번 보시죠.”
이번에는 런웨이를 걷는 모델의 표정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시선을 돌리면 다른 사람 같아 보였다.
다니는 입을 삐쭉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햐, 모델을 한다고 할 때 말렸어야 했나. 나 감당할 수 있나? 저 남자.’
“모델 맞아? 이만 원어치야?”
속마음을 숨기고 다니는 태연하게 물었다.
민호가 분홍색 입술 사이로 붉은 혀를 내밀며 윙크를 했다.
“디자이너가 야해서 이 정도는 해야 하는 건가.”
‘미치겠다. 현민호. 잊지는 못할 거 같아. 쇼타임.’
‘나 너한테 반한 거 같아. 너한테 안긴 여자는 다른 사람 못 만날 걸.’
“나, 이 포즈 원해."
“야다니, 어디서 이런걸.”
“네 사진이거든. 야민호.”
사진처럼 반바지를 새깅으로 내려 입은 민호가 다니 앞에 가까이 섰다.
그는 다니의 손을 잡아 자기 가슴에 올렸다.
다니의 손이 단단한 가슴과 복근을 따라 배로 천천히 내려갔다.
민호는 숨을 가쁘게 쉬고 얼굴이 붉어졌다.
뒤를 돌아 두 팔을 올리고 한 팔로 다른 한쪽 팔을 잡고 몸을 틀었다.
등 근육 하나하나 아름답게 솟아올랐다.
왼쪽 다리를 벌려 자세를 잡자 허벅지 뒤쪽의 근육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척추골로 흐르는 아름다운 선과 관능적인 다리의 뒤태가 눈앞에 보였다.
민호가 뒤를돌아보더니, 다가와 멍한 다니의 볼을 꼬집었다.
“침 떨어지겠다.”
“다니야, 이제 네 차례야.”
“난 싫어.”
혓바닥을 내밀고 다니는 식탁에서 뛰어 내려 방으로 숨어 문을 잠갔다.
“오빠다, 문 열어라.”
민호는 웃으며 문고리를 잡았다.
방 안에서 다니가 크게 말했다.
“나 너 뒷모습 찍으면 안 돼? 그림 그리고 버릴게.”
“참, 네가 이야기해서 말인데,
다니야 사진들 클라우드에 옮긴 후 삭제하고 휴대폰도 바꿀 때도 그냥 버리면 안 돼.”
“반바지 입은 등 사진이야 찍어도 되지.뭐. 그래도 그림 다 그리면 삭제해. 방문 열어야 찍게 해준다.”
‘딸칵’
문이 천천히 열리며 방문 뒤로 다니의 크고 아름다운 갈색 눈동자가 보였다.
민호가 뛰어들어 다니를 침대에 눕혔다.
장난 처럼 키스를 시작했지만 손은 풍만한 둥근 가슴으로 내려왔다.
다니의 가슴을 지나 허리를 만져주며 천천히 입술도 따라서 내려갔다.
허벅지를 부드럽게 만져주며 조심스레 입술이 따라갔다.
“아, 아.” 연인의 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커다란 몸이 부드러운 연인의 몸을 온전히 품었다.
두 사람은 동시에 절정에 이르며 하나가 되어 온 몸이 떨렸다.
사랑의 확인과 육체적인 절정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황홀한 순간에 눈물이 솟았다.
민호에게 확인 받는 사랑의 맹세처럼 느껴져 더 없이 행복했다.
시작은 부드럽지만 결국 자제가 안 되어 마지막은 늘 거칠어졌다.
민호는 자신을 올려다 보며 흐트러져 우는 다니를 안고, 정성스레 등을 만지며 안아 주었다.
‘짐승아, 애 울잖아. 몰아부치지 마.’
사랑을 나눈 뒤에는 다니를 위해 등을 토닥거리고 어깨를 안고 있었다.
그리고 정수리에 키스하고 부드러운 저음으로 소리 냈다.
“어디가 제일 예쁜지 정할 수가 없어.”
사랑을 나눈 후 정신이 돌아 오면 장난기가 발동해 맞을 말을 골라서 했다.
다니가 기절하듯 지쳐있어도 약올리면 자신 등을 때렸다. 작은 손에 맞고 싶고 앙탈부리는 것이 귀여웠다.
“사랑해.”
“나도.”
사랑을 나누는 시간은 행복하고 아름답게 빛났다.
떨어질 일만 남은 리프트를 탄 것을 아는 것인지 사랑의 순간은 달고 절실했다.
사랑을 했고 그 사랑을 여전히 지키고 있는 씩씩한 아이 엄마 다니의 이야기가 펼쳐 집니다.다니의 좌충우돌 사랑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현민호는 다니에게 문자도 보냈고, 바람도 쐬었으니 호텔로 들어가려 몸을 돌렸다.그의 시야에 윤세나의 동생 윤세헌이 들어왔다.잠시 전화를 하러 나온 것 같았다.윤세헌은 지나가는 모델들을 보느라 쉴 새 없이 눈을 굴리고 있었다.그런 윤세헌을 보며 현민호는 피식 웃었다.‘본인이 저러니 나도 그런 줄 알고 형수 될 누나를 꼬셨다고 생각했겠지.’두 사람이 다시 만난 것은 싱가포르 포럼 이후 처음이었다.현민호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아, 현 대표님. 말씀 들었습니다. 대표 되신 거요.”“아, 네. 잘 지냈어요?”“네. 잘 지냈습니다. 마침 잘됐네요. 여기서 먼저 뵙게 돼서.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현민호가 갑작스러운 사과에 세헌의 얼굴을 살폈다.“형, 10년 전 일을 누나가 다 고해성사했어요.누나가 결혼 상대가 마음에 안 들어서 심통 부렸었다는 거요. 형하고 전혀 상관없었다고요.”“하하. 그랬군요.”“그리고 순전히 외모가 이상형이라 결혼하겠다고 했다고요. 시간도 벌고 싶었다고요.형이 어리니까 대학 졸업하면 보자고. 우리 누나지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는지, 원.”“세나 누나가 고맙네요. 이제라도 말해 주니.”“현일두 형은 배경도 모르고 만날 만큼 이상형이니 궁금하네요. 그리고 말 놓으세요, 형.”“그래, 일두 형 보면 세나 누나 취향이 어떤 스타일인지 바로 알 거야. 하하.”“그렇게 잘생기셨어요? 하하하. 궁금하네요.”“세헌이는 지금 어디서 일해?”“선진생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막내 동생은 아직 공부하고 있고요.”“그래. 기회 되면 가끔 보자고.”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스위트룸으로 올라갔다.선진생명 대표 내외와 세헌, 그리고 상견례에 참석하기 위해 일부러 귀국한 세나의 언니 미나도 있었다.선진건설 대표인 작은아버지 내외와 사촌 오빠들까지 참석했다.일두의 부모님과 작은아버지 부부, 단우와 단하, 기정준도 함께 들어와 있었다.할아버지는 이미 세나와 일두를 따로 만났다고 했다.현성의 작은아버지는 건강상의
휴대전화 화면을 확인하고 현민호는 새로 받은 커피의 향을 맡았다.‘동양호텔?’어젯밤까지 동양그룹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오늘은 형의 상견례까지 그 호텔에서 하게 생겼다.현성은 동양과의 오랜 친분 덕분에 늘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받았다.새로 받은 커피는 그나마 마실 만했지만, 입이 쓰고 머리가 어지러웠다.‘지난 일이지만 세나 누나도 대단하네. 나 보기 민망하지 않나? 취향은 확실하군.’…현민호는 옷을 갈아입으러 청담동 집으로 향했다. 최민주는 없었다.비밀 번호를 모르니 문앞에서 무작정 지킬 수는 없었을 것이다.그는 브라운 계열의 양복을 입고 금색 넥타이를 맸다.호텔앞에서 내린 현민호는 어느새 따뜻해진 바람을 맞았다. 부서지는 햇살도 좋아서 그는 호텔 앞에 잠시 서서 휴대전화를 꺼냈다.‘다니는 요즘 왜 그렇게… 미행을 하지를 않나. 아줌마처럼 바가지를 긁지 않나.’어제 현민호는 다니 품에서 쉬고 싶었지만 다니에게 맞은 가슴만 저릿하게 아팠다.호텔앞은 모델대회를 앞둔 모델들이 모여 있었다.현민호의 앞을 지나가며 모델들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고, 눈이 마주치자 서로 빙긋 웃었다.“You must be a model.”“I used to be. Good luck.”현민호는 그녀들이 다가 오려하자,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보았다.다니의 짧은 문자를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왜 그렇게 나를 못 믿고, 서운하게...’[다니야, 내 눈에는 네가 제일 예뻐.지금 호텔에 약속이 있어서 왔는데, 모델 대회가 있어서 여러 나라에서 모델들이 와 있어.그런데 다니, 너보다 예쁜 여자는 한 명도 없어.내 눈에 너보다 아름답고 청초하면서도 섹시한 여자는 없어.너와 닮은 것은 내 아들과 하얀 도자기 인형뿐이야.나 그 도자기 인형을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했고, 다시 한국에 돌아온 이후에는 본가 장식장에서 가지고 나왔어.나무 상자를 맞춰서 깨지지 않게 금고에 넣어 두었어.아무도 손댈 수 없게.내가 악당들에게서 지킬 수 있을 때, 나의 소중하지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은 다니는 잠시 입술을 깨물고 소파 아래로 시선을 내렸다.아무렇게나 던져진 민호의 양말이 보였다.깨끗하고 깔끔하기가 이를 데 없는 사람이었다.양말도 세탁물 통에 넣고, 머리도 젖은 상태로 눕지 않는 사람인데 오늘은 수건을 깔고 누워 있었다.민호의 가슴을 때린 것은 충동적이었다.그가 아파하자 당황해 아무 말도 못했다.다니는 리나에 대한 일에는 자신을 제어할 수 없었다.민호도 정우를 이렇게 질투했지만 동하가 정우의 아들이라고 해도 품어 주려고 했었다.‘사랑하니까 상대를 이해해야 하는데...’다니는 벌떡 일어나 민호를 쫓아 나갔다.엘리베이터가 1층에 멈췄다.휴대전화로 민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민호의 휴대전화는 무음이었다.다니는 아무것도 걸치지 못하고 슬리퍼를 신은 채 민호를 쫓았다.‘술도 마셨고 운전도 못 할 텐데…택시 부르겠지.그럼 내 전화도 확인하겠지.’가까운 호텔 앞에 택시 승강장이 있었다. 그곳으로 갔을 수도 있었다.신호는 가는데 전화를 받지 않는다.다니는 현민호가 어디로 갔든 따라가고 싶었지만 혼자 있는 동하를 두고 움직일 수 없었다.“민호야, 미안해. 때린 것도 미안하고. 내가 널 얼마나 그리워하고 사랑하는데.네가 결혼하자고 말도 안 해도 난 너 못 떠나잖아.내가 왜 그랬을까.”눈물범벅이 된 다니는 문자를 보냈다.[잘 자고 내일 봐. 오늘은 내가 미안해. 네 아픈 거, 네 슬픔 다 사랑해.]다니는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걸었다....현민호는 집 앞 호텔에 방을 잡았다.코트를 벗어 의자에 걸쳐 놓고 침대에 누웠다.수술한 왼쪽 몸통이 욱신거렸다.‘하아, 정말 힘드네.’휴대전화를 머리맡에 내려놓았다.다니에게 연락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눈을 감자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다음 날 아침, 햇살에 현민호가 눈을 떴다.몇 시인지 확인하려고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부재중 전화와 메시지가 떠 있었다.[잘 자고 내일 봐. 오늘은 내가 미안해. 네 아픈 거, 네 슬픔 다 사랑
현민호가 눈을 감자 다니는 작은 수면등을 켠 채 나가지 않고 서 있었다.“그럼 우리 방으로 가서 이야기 좀 하자.”“오늘은 그냥 좀 자자.”다니가 민호의 티셔츠를 잡아당기며 인상을 썼다.현민호가 몸을 일으키며 고개를 숙인 채 한숨을 쉬었다.“하.”[최여사]한쪽에서는 휴대전화가 반짝이고 있었다.민호는 조용히 동하의 얼굴을 잠시 보고 조심스럽게 바닥에 발끝을 디뎠다.샤워 후 덜 마른 머리 때문에 깔아 둔 수건에 휴대전화를 싸서 동하가 깨지 않게 방을 나왔다.그가 일어서는 것을 보고 다니는 거실 소파로 가서 앉았다.거실 시계는 아직 10시도 안 된, 그리 늦지 않은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현민호는 터벅터벅 걸어가 냉장고 문을 열었다.작은 위스키병을 따 한 모금 마시고 냉장고 문을 닫았다.‘자야 해. 나 한계야.’현민호는 갑자기 등장한 생모와 형 때문에 주변 세상이 달라진 것 같았다.아버지, 최 여사, 생모까지 작당해서 자신을 속였다.세상이 뒤틀리고 있었고, 감정이 사라져 약을 먹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을 지경이었다.머릿속이 텅 비고, 가슴은 수술 후처럼 텅 비어 가는 느낌을 견디고 있었다.그 상태로 돌아가면 회사 일도, 동하도, 그리고 다니도 지킬 수가 없었다.폐 수술로 피우지 않던 담배라도 배워 볼까 생각 중이었다.그 와중에 휴대전화는 계속 반짝였다.‘하, 나 좀 그냥 두면 안 되나.’현민호는 최민주가 친어머니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한 번도 통화하거나 만나지 않았다.‘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내 마음도 모르겠는데.’주변에서 재촉하는 사람들이 싫었다.[최여사]“흠.”그의 손가락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네.”-민호, 너 지금 어디야?“왜 그러시는데요?”-내가 전화한 게 몇 번째인지 알아? 왜 안 받아?“바빴어요.”-바빠? 내가 지금 무슨 심정으로 지내는지 알기나 해?현민호는 입을 다문 채 피곤한 듯 벽에 기대 섰다.-너 정말 이럴 거야?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내가 너를
리나는 계속 울리는 문자에 인상을 썼다.[맥주창고로 와. 기다리고 있어.][리나야, 난 괜찮아. 너만 있으면 버틸 수 있어.]메시지가 쌓이자 무음으로 돌린 리나가 휴대전화를 백 안에 넣었다.남자들끼리의 대화가 이어지자 조용히 먼저 일어나기로 했다. 같은 빌딩에 있으니 김정호를 돌려보낼 요량이었다. 아버지도 그렇게 오래 있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이야기가 마무리되고 현 대표도 기정준 실장과 더 이야기할 것 같아 리나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 나왔다.맥주창고에 들어서자 맥주를 마시고 있던 김정호가 손을 들었다.“정호 오빠, 왜 왔어. 지금 아버지와 오빠가 근처에 있어.”“보고 싶어서. 주말이니까 우리 집에 가자. 내가 너 주려고 이것저것 장도 봐 두었어.”“오빠, 우리 오빠 만났었다며? 뭐라 그래?”“뭐라든 상관없어. 백주대낮에 납치라도 하겠나. 괜찮아. 그리고 대영은 아직 현 대표가 있는데 나를 자르기라도 하겠어.”민리나는 막상 김정호를 마주하니 안쓰러운 마음이 올라왔다.정호가 손을 잡고 손등에 부드러운 키스를 하자 리나는 살짝 미소를 짓고는 곧 손을 뺐다. 주말이라도 회사 근처였다.그리고 공부만 열심히 하고 회사 일만 한 김정호가 나이에 비해 순진한 것도 왠지 부담이 되었다.우연히 집에서 둘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연애를 한다고 했지 결혼할 마음도 없는데 오빠들이 너무 오버였다. 하지만 현민호라면 결혼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알았다.아무리 훈남인 정호도 현민호를 마주한 뒤에 보면 왕자와 집사를 보는 느낌이었다.속물이 아니라고 하고 싶지만 명품이 겉돌지 않게 입을 수 있는 사람은 현민호였다.‘오빠, 그냥 좀 조용히 사귀자.’…어른들까지 접대해야 하는 긴장된 술자리는 8시 정도에 끝났다.아침에 만진 머리가 조금 흐트러졌지만 현 대표의 자세는 여전히 반듯하고 예의 바른 자세였다. 민 회장이 연로해서 그 정도에 끝난 것이었다.기정준은 동양의 제안에 나름 호의가 담겨 있다며 친분이 중요하다고 현민호에게 다시 가르쳤다.현민호는
택시를 기다리며 다니는 민호의 얼굴을 떠올렸다.나답고 싶다며 완벽하고 고급스러운 아우라로 서 있던 그가 눈에 선했다.하지만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다고 했다.대영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 옷으로 자신이 대표라는 사실을 상기하는 것일까.화려한 옷과 고급 제품들이 잘 어울리는 타고난 몸을 가진 남자.‘민호가 움직이던 사람들이 대영빌딩을 돌아보는 것 같던데, 건물까지 같이 인수하나? 대영몰까지 인수하면 동양은 꿩 먹고 알 먹고네.’동양은 강남에 건물이 없었다. 호텔과 백화점 모두 구도심에 위치해 있었다.'5555.'택시 번호를 확인하고 다니가 차 문을 열었다.‘앗, 김 과장님?’김정호가 다니를 알아보지 못한 채 곁을 지나갔다.‘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인 거지.’다니는 그를 돌아보며 택시에 올라탔다.정신없이 걸어가는 김정호는 오늘따라 그답지 않게 초라해 보였다.‘현민호에게 맞서려고 하지 말고 리나를 잡아요.’다니는 쇼핑몰로 들어서는 그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대영빌딩까지 함께 매각하는 방안을 동양 측에서 준비해 왔다.동양백화점이 빌딩을 인수하고, 별도로 대영어패럴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이었다.현민호에게도 좋은 거래였다.대표의 인센티브를 보장하는 방안도 제시되었다.인수후 1년 만에 늘어난 가치의 3퍼센트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고, 이 부분은 동양의 사모님이 가지고 있는 현성 지분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제안되었다.빌딩 매각으로 대영의 현금이 늘고 부채비율이 낮아지면, 지분 60%를 보유한 현성화학에도 유리했다.동양은 호텔과 리조트, 백화점과 쇼핑센터에 집중하기로 한 상황이었다.민리나는 오랜만에 화려하게 꾸미고 높은 힐을 신었다. 그녀의 눈에는 세상에서 가장 잘생기고 유능한 남자 옆에 있었다.대화를 하며 까닥거리는 그의 긴 손가락을 생각없이 지켜보니 가슴 가득 행복이 차올랐다.‘나 민리나야, 지금 일 배우느라 그렇게 있는 거지. 세상 물정 몰라서 구박당한 거 서러워도 이제 직원들도 나 좋아해. 민호 오빠 덕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