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사에 출근해서도 주식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가지 않았다. 해야 할 일들을 잠시 미뤄둔 채, 나는 아무 의미도 없이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눈은 분명 업무용 메일을 읽고 있었지만, 머릿속에는 어제 봤던 차트가 계속 떠올랐다.
테이블 위에 커피 한 잔을 올려놓고, 간단한 업무부터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손이 먼저 움직였다. 키보드를 두드리고, 파일을 열고, 숫자를 정리한다. 익숙한 작업이었다. 몸은 자동으로 움직이고 있었지만,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몇 번이나 같은 문장을 다시 읽고 나서야, 내가 방금 무슨 내용을 처리했는지조차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던 중, 문득 시야 한쪽에 누군가가 스쳐 지나갔다. 고개를 들었다. 별 생각 없이 따라간 시선 끝에는, 어제의 그 신입 사원 아마네 씨가 있었다. 외형은 분명 단정했지만, 어딘가 설명하기 어려운 위화감이 있었다. 옅은 화장 속에 가려져 있어 멀리서 보면 별로 눈에 띄지는 않았다. 가까이에서 보면, 피부는 지나치게 창백했고 눈 밑에는 희미하게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사람 특유의 건조한 느낌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눈빛만은 또렷했다. 피로와 각성이 동시에 남아 있는 듯한, 모순된 표정이었다. 머리는 어제처럼 흐트러짐 없이 정리되어 있었고, 회색 정장은 몸에 맞게 단정하게 떨어졌다. 구김 하나 없는 셔츠와 가지런히 정돈된 소매 끝까지, 어디 하나 흐트러진 곳은 없었다. 그런데도— 어딘가,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부자연스러웠다. 마치 일부러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처럼. “아마네 씨.” 옆자리 직원이 가볍게 그녀를 불렀다. 대답은 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잠깐의 정적. 길다고 하기에는 애매했지만, 그렇다고 자연스럽다고 보기도 어려운 시간이었다. “…네.” 한 박자 늦게,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시선이 정확히 상대를 향하기까지 또 한 번의 미묘한 지연이 있었다. 마치 방금 전까지 전혀 다른 곳을 보고 있다가, 뒤늦게 현실로 돌아온 사람처럼. “이거 자료, 오전 회의 전에 한 번만 확인해주실 수 있을까요?” 직원이 건넨 서류를 그녀는 잠시 바라보기만 했다. 손을 뻗기까지, 또 짧은 공백이 있었다. 그 사이에 직원은 괜히 헛기침을 했다. “…네.” 이번에도 같은 타이밍이었다. 느리지만, 이상할 정도로 일정한 간격. 나는 그 모습을 아무 생각 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시선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괜히 시선을 떼고, 다시 모니터를 바라봤다. 해야 할 일은 쌓여 있었다. 방금까지 손을 멈추고 있던 게 떠올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키보드를 두드렸다. 하지만 집중이 되지 않았다. 같은 문장을 몇 번이나 다시 읽고 나서야,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었는지조차 흐릿해졌다. 커서를 움직이다가 멈췄다. 화면 속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나는 다시 시선을 옮겼다. 점심시간이 되자 사무실 분위기가 조금 느슨해졌다. 여기저기서 의자가 밀리는 소리가 나고, 삼삼오오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연스럽게 무리가 나뉘었다. 늘 같이 다니는 사람들끼리, 아무렇지 않게. “오늘 뭐 먹으러 갈래?” “근처에 새로 생긴 데 있다던데.” 가벼운 대화가 이어졌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채, 괜히 컵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때였다. 시야 한쪽에, 여전히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 보였다. 아마네 씨였다. 다른 사람들은 하나둘씩 사무실을 빠져나가고 있었지만, 그녀는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뭔가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가만히 앉아 있었다. 잠시 후, 누군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아마네 씨, 식사 안 하세요?” 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 잠시 멈춰 있었다. “…괜찮아요.” 짧은 대답이었다. 그 말 한마디로 끝이라는 듯, 더 이상 아무것도 덧붙이지 않았다. 말을 건 사람은 잠깐 서 있다가, 애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그럼 먼저 다녀올게요.” 그렇게 말하고 돌아섰다. 그 뒤로는 아무도 그녀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나는 그 모습을 아무 이유 없이 보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원래라면 같이 나갔을지도 모른다. 딱히 어울리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혼자 남아 있을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도— 오늘은 이상하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사무실 문이 닫히고, 발소리가 멀어졌다. 금방 조용해졌다.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와, 어디선가 들려오는 키보드 소리만이 남았다. 나는 괜히 모니터를 바라봤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으면서, 뭔가 하고 있는 척을 했다. 시선이 자연스럽게 옆으로 흘렀다. 아마네 씨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같은 자세였다. 조금도 움직이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뭔가를 보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화면은 켜져 있었지만, 시선은 그 위에 제대로 닿아 있지 않았다. 초점이 어딘가 흐릿하게 어긋나 있었다. …뭘 보고 있는 거지. 그런 생각이 스쳤다. 그때였다. 그녀의 손이,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컵을 잡았다. 한 모금 마신다. 그리고 다시 내려놓는다. 그 동작이, 이상할 정도로 느렸다. 나는 이유도 없이 그걸 끝까지 보고 있었다. 나는 시선을 거두지 못한 채, 괜히 마우스를 만지작거렸다. 아무 의미도 없이 화면을 넘기고, 창을 열었다 닫았다. 해야 할 일은 분명 있었지만, 손이 따라오지 않았다. 대신, 자꾸만 의식이 옆으로 흘렀다. 조용했다. 이상할 정도로. 사무실에 사람이 없는 건 처음이 아니었는데— 오늘은 묘하게, 공기가 가라앉아 있는 느낌이었다. 숨을 쉬는 것조차 신경 쓰일 정도로. 그녀는 여전히 같은 자세로 앉아 있었다. 조금 전과 달라진 건 없었다. …아니, 있었다. 손목. 소매 끝이 아주 조금 올라가 있었다. 일부러 올린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냥, 자연스럽게 밀려 올라간 정도였다. 그 사이로, 희미한 선이 보였다. 한 줄이 아니었다. 겹쳐 있었다. 나는 순간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게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게,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그녀는 다시 컵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천천히, 한 모금 마셨다. 마치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뒤늦게 시선을 돌렸다. 괜히 모니터를 바라봤다. 화면 속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보면 안 되는 걸 본 기분이었다. 그런데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퇴근 이후였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아무도 없는 공간이 맞아줬다. 불을 켜지 않은 채, 그대로 신발을 벗었다. 가방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곧장 책상 앞으로 향했다. 익숙한 동선이었다.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컴퓨터 전원을 켜고, 증권 프로그램을 실행한다. 화면이 뜨기까지의 짧은 시간. 이상하게도, 오늘은 그게 길게 느껴졌다. 차트가 나타났다.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집중이 되지 않았다. 선이 오르고 내리는 걸 보고 있는데도, 머릿속에는 전혀 다른 장면이 떠올랐다. 겹쳐진 선들. 손목. 나는 무의식적으로 마우스를 멈췄다. 잠깐, 숨을 고른다. 다시 화면을 본다. 선이 보인다. 숫자가 보인다. 그래야 하는데— 자꾸만 다른 선이 떠올랐다. 일정하지도, 정리되어 있지도 않은, 아무렇게나 겹쳐진 선들. 나는 짧게 숨을 내쉬고, 괜히 차트를 확대했다. 의미는 없었다. 더 자세히 본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래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커서를 움직여 매수 버튼 위에 올렸다. 멈췄다. 오늘은 이미 샀다.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손가락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조금만 더.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그대로 클릭했다. ‘주문 완료’라는 문구가 화면에 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심장이 조금 더 빠르게 뛰고 있었다. 나는 한동안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손끝에 남아 있는 감각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단순히 버튼을 눌렀을 뿐인데— 이상하게도, 몸 어딘가가 자극된 것처럼 남아 있었다. …왜지. 이 정도 금액이다. 잃어도 큰일 날 건 없다. 그렇게 생각했는데도, 방금 전의 감각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괜히 손을 들어 올렸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그때였다. 문득, 낮에 봤던 장면이 떠올랐다. 나는 잠깐 멈췄다. 왜 이게 같이 떠오르는지, 스스로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차트를 보고 있었을 뿐인데. …그런데도. 묘하게,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눈을 떴다. 천장을 바라봤다. 아무것도 없는 흰색이었다. 그런데도, 머릿속은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몸을 일으켜 침대에 누웠다. 불은 여전히 켜지지 않은 상태였다.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온 희미한 빛이 방 안을 어둡게 비추고 있었다.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시간을 확인한다. 아직 그렇게 늦은 시간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지금 잠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잠깐 눈을 붙이면 괜찮아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눈을 감는 순간 다시 떠오를 것 같았다. 겹쳐진 선들. 나는 결국 눈을 다시 떴다. 그리고, 아무 이유 없이— 다시 몸을 일으켰다. 책상 앞에 앉는다. 컴퓨터 화면은 아직 켜져 있었다. 마우스를 움직였다. 차트를 다시 열었다. 이미 끝난 장인데도. 그걸, 또 보고 있었다. 시계 초침 소리가, 이상하게 크게 들렸다. 방 안은 여전히 어두웠다. 불을 켜지 않은 채였지만, 컴퓨터 화면에서 새어나오는 빛만으로도 충분했다. 희미한 파란빛이 책상과 벽을 비추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잘 모르겠다. 차트는 그대로였다. 이미 멈춰 있는 선. 오늘 하루 동안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 뿐이었다. 더 이상 변할 일도 없고, 지금 와서 의미를 찾을 이유도 없는 것들.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계속 보고 있었다. 눈을 떼지 못했다. 손을 뻗으면 마우스를 움직일 수 있었고, 창을 닫을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냥, 그대로 두었다. 시선만. 고정된 채로. 그때, 문득.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낮의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아마네 미호. 고개를 들던 순간. 그리고— 나는 눈을 깜빡였다. 차트를 보고 있었을 뿐인데. 왜 그런 게 떠오르는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다. 다시 화면을 봤다. 선이 있었다. 규칙적으로 이어진 선. 오르고, 내려가고, 다시 이어지는 선. 그 위에 겹쳐졌다. 끊겨 있는 선. 정리되지 않은 선. 방향도 없이 겹쳐진 선. 나는 잠깐 숨을 멈췄다. 그리고, 아무 이유 없이— 화면을 더 가까이 들여다봤다. 마치, 거기서 뭔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처럼. 아무것도 없는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한 번 더 눈을 깜빡였다. 그래도, 그대로였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끝내, 화면을 끄지 않았다.카페는 회사에서 몇 분 떨어진, 평범한 곳이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라 그런지, 안은 비교적 한산했다. 창가 쪽 자리에 앉았다. 마주 보는 자리. 주문은 간단했다. 나는 아메리카노,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같은 걸 골랐다. 커피가 나오기까지, 대화는 없었다. 시선을 둘 곳이 애매했다. 창밖을 보다가, 테이블을 보다가, 결국 다시 그녀를 보게 된다. 아마네 씨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 “자주 오세요?”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니요.” 짧은 대답. 그걸로 끝이었다. 다시 조용해졌다. 커피가 나왔다. 컵을 내려놓는 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들렸다. 나는 아무 의미 없이 컵을 들어 올렸다. “…손해 보고 있죠.” 손이 멈췄다. 그녀는 커피에 손도 대지 않은 채, 나를 보고 있었다. “…뭐가요.” 괜히 물었다. “어제 산 거요.” 시선을 피했다. 굳이 대답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조금.” 입이 먼저 움직였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계속 들고 갈 거예요?” 질문이라기보다는, 확인에 가까웠다. 나는 잠깐 망설이다가 “…아마도요.” 그렇게 답했다. 그녀는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럼 더 손해 보겠네요.”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그럼, 팔아야 하나요.” 반쯤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다. 그녀는 이번엔 바로 대답했다. “아니요.” 짧고 단정적인 부정. “지금 팔면, 제일 손해예요.”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이상하게도, 조금 안심이 됐다. 왜일까.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쓴맛이 입 안에 퍼졌다. “그럼 언제요.” 자연스럽게 물었다. 그녀는 컵을 손에 들었다가, 그대로 멈췄다. 그리고— “알려드릴게요.” 그 말은 너무 가볍게 나왔다. 나는 잠깐 말을 잇지 못했다. “대신—" 그녀가 처음으로, 아주 조금 웃었다. “대가를 받아야겠죠.” 컵을 내려놓는 소리가, 아까보다 더 크게 들렸다.
전철에 올라탄 지 얼마나 지났을까. 창문 밖 풍경이 몇 번이나 바뀌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보면, 언제나 도쿄에 도착해 있었다.사람들 틈에 섞여 플랫폼으로 내려섰다.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발걸음들. 누구 하나 멈추지 않고, 누구 하나 뒤돌아보지 않는다. 그 흐름에 몸을 맡긴 채, 나도 아무 생각 없이 걸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그렇게 생각했는데. 시야 한쪽에, 낯익은 머리색이 스쳤다. 밝은 갈색. 어깨를 넘는 길이의 웨이브 머리.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아마네 씨였다.어제와 같은 정장. 같은 표정. 아무 일도 없는 듯한 얼굴로, 사람들 사이에 섞여 서 있었다. 그저 우연히 마주친 것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시선을 돌리려 했는데— 이상하게도, 발걸음이 멈췄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다시 한 번 그녀를 봤다.…이상하다. 분명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서 있는데, 어딘가 미묘하게 어긋나 있는 느낌이었다. 시선이 잠깐 아래로 떨어졌다. 셔츠 단추가 하나, 살짝 어긋나 있었다. 아주 사소한 차이.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정도의 어긋남. 그런데— 그게 이상하게 눈에 밟혔다. 그 순간, 전철이 도착했다.밀려 들어가듯 사람들 사이에 끼여 올라탔다. 몸이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밀려 들어간다. 숨 쉴 공간도 없이, 서로의 체온이 느껴질 만큼 가까운 거리. 그리고— 바로 앞에, 그녀가 있었다. 손잡이를 잡고 선 채,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옆으로 흘러내리며 목선을 가리고 있었다. 너무 가까웠다. 손을 조금만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거리.나는 괜히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볼 필요도 없는 광고판을 바라보며, 아무렇지 않은 척 숨을 골랐다. 그런데도—의식이, 자꾸 그쪽으로 쏠렸다. 전철이 흔들렸다. 사람들의 몸이 한쪽으로 기울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 순간, 그녀의 어깨가 아주 잠깐— 내 팔에 닿았다.…의도한 건 아니었다. 그저, 스친 것뿐이다. 그런데도—이상하게,
회사에 출근해서도 주식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가지 않았다. 해야 할 일들을 잠시 미뤄둔 채, 나는 아무 의미도 없이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눈은 분명 업무용 메일을 읽고 있었지만, 머릿속에는 어제 봤던 차트가 계속 떠올랐다.테이블 위에 커피 한 잔을 올려놓고, 간단한 업무부터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손이 먼저 움직였다. 키보드를 두드리고, 파일을 열고, 숫자를 정리한다. 익숙한 작업이었다. 몸은 자동으로 움직이고 있었지만,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몇 번이나 같은 문장을 다시 읽고 나서야, 내가 방금 무슨 내용을 처리했는지조차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그러던 중, 문득 시야 한쪽에 누군가가 스쳐 지나갔다. 고개를 들었다. 별 생각 없이 따라간 시선 끝에는, 어제의 그 신입 사원 아마네 씨가 있었다.외형은 분명 단정했지만, 어딘가 설명하기 어려운 위화감이 있었다. 옅은 화장 속에 가려져 있어 멀리서 보면 별로 눈에 띄지는 않았다. 가까이에서 보면, 피부는 지나치게 창백했고 눈 밑에는 희미하게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사람 특유의 건조한 느낌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눈빛만은 또렷했다. 피로와 각성이 동시에 남아 있는 듯한, 모순된 표정이었다.머리는 어제처럼 흐트러짐 없이 정리되어 있었고, 회색 정장은 몸에 맞게 단정하게 떨어졌다. 구김 하나 없는 셔츠와 가지런히 정돈된 소매 끝까지, 어디 하나 흐트러진 곳은 없었다. 그런데도— 어딘가,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부자연스러웠다. 마치 일부러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처럼.“아마네 씨.” 옆자리 직원이 가볍게 그녀를 불렀다.대답은 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잠깐의 정적. 길다고 하기에는 애매했지만, 그렇다고 자연스럽다고 보기도 어려운 시간이었다.“…네.”한 박자 늦게,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시선이 정확히 상대를 향하기까지 또 한 번의 미묘한 지연이 있었다. 마치 방금 전까지 전혀 다른 곳을 보고 있다가, 뒤늦게 현실로 돌아온 사람처럼.“이거 자료, 오전 회의 전에
어른이 된다고 해서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어린 시절에는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가. 서른 살이 되면, 집이 있고, 차가 있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있을 거라고. 그게 보통의 사람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스물아홉 살이다. 도쿄 외곽에서 태어나, 평범하게 자랐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평범하다. 집은 말할 것도 없고, 매일 아침 8시 전철에 몸을 실어 출근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은 커녕, 연애조차 없다. 아니, 그보다도— 통장 잔고를 확인할 때마다 한숨부터 나오는 삶에 익숙해진 내가 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여자친구가 있었다.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다가 슬슬 결혼 준비를 시작하는 게 어떻겠냐는 얘기를 꺼냈는데, 그녀의 대답은 계획 밖이었다. "넌... 뭔가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 같아."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나이프로 접시 위의 음식을 천천히 잘랐다.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나는 한참 동안 앉은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그녀의 말. 잠시 뜸을 들이다 완전히 인정하지도 부정하지도 못한 채로 내뱉었다. "그럴지도..." “그래서… 나도 더는 기다릴 수 없을 것 같아.” 그녀는 끝까지 내 눈을 보지 않았다. 접시 위의 음식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지만, 더 이상 배가 고프지 않았다. 그리고 2년이 지났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른의 시간이라는 건 원래 그렇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대학 시절까지는 달랐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학년이 올라갔다. 주어진 공부를 하고, 과제를 하고, 그 나이대에 맞는 과정을 밟아가며 마치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인생이 게임이라면, 대학 시절까지는 튜토리얼이다. 그 이후부터가 본편이다. ...어쩌면 나는, 그 게임에 적성이 없는 걸지도 모른다. 현관문을 열면 아무도 없다. 이 집에는 나 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