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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작가: 노블다크
last update 게시일: 2026-04-10 12:34:52

카페는 회사에서 몇 분 떨어진, 평범한 곳이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라 그런지, 안은 비교적 한산했다. 창가 쪽 자리에 앉았다. 마주 보는 자리. 주문은 간단했다. 나는 아메리카노,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같은 걸 골랐다. 커피가 나오기까지, 대화는 없었다.

시선을 둘 곳이 애매했다. 창밖을 보다가, 테이블을 보다가, 결국 다시 그녀를 보게 된다. 아마네 씨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

“자주 오세요?”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니요.”

짧은 대답. 그걸로 끝이었다. 다시 조용해졌다. 커피가 나왔다. 컵을 내려놓는 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들렸다. 나는 아무 의미 없이 컵을 들어 올렸다.

“…손해 보고 있죠.”

손이 멈췄다. 그녀는 커피에 손도 대지 않은 채, 나를 보고 있었다.

“…뭐가요.” 괜히 물었다.

“어제 산 거요.”

시선을 피했다. 굳이 대답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조금.” 입이 먼저 움직였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계속 들고 갈 거예요?” 질문이라기보다는, 확인에 가까웠다.

나는 잠깐 망설이다가 “…아마도요.” 그렇게 답했다.

그녀는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럼 더 손해 보겠네요.”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그럼, 팔아야 하나요.”

반쯤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다. 그녀는 이번엔 바로 대답했다.

“아니요.” 짧고 단정적인 부정. “지금 팔면, 제일 손해예요.”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이상하게도, 조금 안심이 됐다. 왜일까.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쓴맛이 입 안에 퍼졌다.

“그럼 언제요.”

자연스럽게 물었다. 그녀는 컵을 손에 들었다가, 그대로 멈췄다. 그리고—

“알려드릴게요.”

그 말은 너무 가볍게 나왔다. 나는 잠깐 말을 잇지 못했다.

“대신—" 그녀가 처음으로, 아주 조금 웃었다. “대가를 받아야겠죠.”

컵을 내려놓는 소리가, 아까보다 더 크게 들렸다.

“…대가요?”

나는 괜히 되물었다. 그녀는 잠깐 나를 보더니, 시선을 아주 조금 아래로 떨어뜨렸다. 그리고—

“밤에, 시간 비세요?”

그 말은, 너무 아무렇지 않게 나왔다.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밤에요?"

되물으면서도, 시선이 자연스럽게 내려갔다. 컵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이 조금 들어가 있었다.

“…무슨 뜻이에요.”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물은 거였는데, 목소리가 생각보다 건조하게 나왔다.

“그냥… 시간 있냐는 거죠?”

괜히 덧붙였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나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그 시선이— 이상하게, 질문을 되돌려놓는 느낌이었다. 나는 잠깐 말을 멈췄다가, 결국 한 번 더 입을 열었다.

“…구체적으로, 뭘 원하시는 건데요.”

이번에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물어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녀는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주 조금, 고개를 기울였다.

“어렵지 않아요.”

낮은 목소리였다. 설명하려는 사람의 말투가 아니라, 이미 정해진 걸 확인해주는 듯한.

“같이 있어 주시면 돼요.”

나는 잠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게, 전부예요?”

말이 조금 늦게 나왔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부정하지도 않았다. 대신—

“제가 말하는 대로.” 짧게 덧붙였다.

그 한 문장이, 이상하게 길게 남았다. 나는 시선을 한 번 떨궜다가, 다시 들었다.

“그게… 대가예요?”

그녀는 이번에는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리고, 컵을 들어 올렸다.

“대신—”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이어 말했다.

“손해는 안 보게 해드릴게요.”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이상하게— 조건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는 개뿔, 이건... 그러니까 주식을 가르쳐주는 대가로 섹스를 해달라는 거잖아? 물론 그런 건 지금까지 여러 명의 여자들과 연애를 하면서 수도 없이 많이 해왔지만. 사귀지도 않는 여자에게 이런 제안을 받는 건 처음이었다. 애초에 살면서 이런 제안을 받을 일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회사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메일을 확인하고, 화면을 넘기고, 업무 자료를 열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흐름. 그런데— 이상하게도, 글자가 잘 들어오지 않았다. 몇 줄을 읽었는데, 읽은 기억이 없었다. 마우스를 움직이던 손이 멈췄다.

“같이 있어 주시면 돼요.”

나는 괜히 화면을 한 번 더 넘겼다. 그래프가 바뀌고, 숫자가 움직이고— 그런데도, 머릿속은 전혀 다른 쪽을 보고 있었다.

“…제가 말하는 대로.”

한 번 더, 그 말이 떠올랐다. 이상하게도, 거부감은 없었다. 오히려— 이유는 모르겠지만, 조금 더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다. 나는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려놓은 채,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업무 화면은 그대로 멈춰 있었고, 머릿속에서는 그녀의 말만—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일은 더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키리시마 씨.”

고개를 들었다. 아마네 씨가 서 있었다.

“오늘, 늦지 마세요.”

짧게 말하고, 그대로 돌아섰다. 대답할 틈도 없었다.

퇴근 시간에 맞춰, 사람들은 한꺼번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도 그 흐름에 섞여, 아무 생각 없이 역으로 향했다. 개찰구를 지나고, 계단을 내려가고, 전철을 기다리는 줄에 섰다. 이래도 될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별로 복잡한 문제는 아니었다.

그냥— 안 가면 되는 일이었다. 약속한 것도 아니고, 시간을 정한 것도 아니고, 굳이 나갈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도— 발걸음이 멈추지 않았다.

전철이 들어왔다.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밀려 들어갔다. 나도 그 사이에 섞여 올라탔다. 손잡이를 잡고 서 있는 동안에도, 생각은 계속 이어졌다. 평소라면, 이런 건 고민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귀찮아질 일이면 안 하고, 이상하면 피하고, 그걸로 끝이었을 텐데.

나는 괜히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공간인데도— 괜히 들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한 번 더, 같은 생각이 스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다음은 이어지지 않았다.

전철에서 내리고, 익숙한 길을 걸어 올라갔다. 언제나 같은 풍경, 같은 골목, 같은 계단.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몸은 자연스럽게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정말, 아무 일도 없는 걸까. 현관 앞에 섰다.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려다가— 손이 멈췄다. 바로 옆. 시선이, 자연스럽게 옮겨갔다. 아마네 씨의 집. 문은 닫혀 있었다. 불이 켜져 있는지, 안에서는 어떤 소리가 나는지— 여기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한동안, 그 문을 보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돌아가면 된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그냥 문을 열고 들어가면 된다. 그 말이, 다시 떠올랐다. 나는 천천히,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손에 쥔 열쇠를 한 번 더 쥐었다. 이상하다. 그냥, 문 하나인데.

그때— 철컥. 바로 옆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마네였다. 문틈 사이로,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내가 여기 있을 걸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오셨네요.”

질문이 아니었다. 확인도 아니었다. 그냥, 이미 정해진 사실을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나는 잠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열쇠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아마네는 문을 조금 더 열었다. 안쪽이 어둡게 보였다.

“들어오세요.”

그 말에는, 거절할 여지가 없었다. 나는 잠깐 멈춰 서 있다가, 결국 한 발을 내디뎠다. 문턱을 넘는 순간— 이상하게 공기가 조금 달라졌다. 아마네는 아무 말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신발을 벗고,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구조는 익숙했다. 내 집이랑, 거의 똑같았다. 좁은 현관과 왼쪽에 작은 주방, 안쪽으로 이어지는 거실. 그런데— 전혀 같은 집 같지 않았다. 생활감이 없었다. 신발장은 정리되어 있었고, 바닥에는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았다. 벽도, 너무 깔끔했다.

장식도 없고, 사진도 없고, 누가 사는 집인지 알 수 있는 흔적이 거의 없었다. 작은 테이블과 소파 하나. 그 외에는, 눈에 띄는 게 없었다. 커튼은 반쯤 닫혀 있었고, 바깥의 빛이 희미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조명은 켜져 있었지만— 이상하게, 밝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나는 잠깐 서서, 방 안을 둘러봤다.

...아무것도 없다. 그게 제일 먼저 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불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여기서는, 쓸데없는 생각이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거기 앉으세요.”

아마네 씨가 소파 쪽을 가리켰다. 나는 잠깐 멈칫했다가, 결국 아무 말 없이 그쪽으로 걸어갔다. 앉는 순간, 이상하게 자세를 바로잡게 됐다. 그녀는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가까이 오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거리를 두지도 않은 위치. 잠깐의 침묵. 시선이 마주쳤다. 먼저 피한 건, 나였다.

“…불편하시면, 지금 나가셔도 돼요.”

갑자기 나온 말이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여전히 같은 표정이었다.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강요는 안 해요.”

짧게 덧붙였다. 그 말이 떨어지고 나서— 이상하게, 더 움직일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니요.”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그제야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한 발, 나에게 다가왔다. 발소리가 유난히 또렷하게 들렸다.

“여기서는…”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가 말하는 대로 해주세요.”

그 말은— 이미 결정된 규칙처럼 들렸다. 잠깐 아무 말도 이어지지 않았다. 나는 소파에 앉은 채, 괜히 손을 모았다가, 풀었다가 했다. 시선을 둘 곳이 애매했다. 바닥을 한 번 보고, 테이블을 보고— 결국 다시 그녀를 보게 된다. 아마네 씨는, 여전히 같은 표정이었다.

“손.”

짧게 말했다. 나는 잠깐 멈칫했다.

“…네?”

되묻자,

“올려 주세요.”

이번에는, 조금 더 또렷하게 말했다. 테이블 위를 가볍게 가리켰다. 나는 잠깐 망설였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거부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천천히, 손을 올렸다. 손바닥이 테이블에 닿는 순간, 괜히 숨이 조금 얕아졌다. 아마네 씨가 한 발 더 다가왔다. 시야 안으로 들어온다. 가까워졌다. 그런데도,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그녀는 잠깐, 내 손을 내려다봤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끝이, 아주 잠깐 닿았다. 그 순간, 이유도 없이, 몸이 조금 굳었다.

“이 정도는, 괜찮죠.”

낮게 말했다. 질문처럼 들렸지만— 대답을 기다리는 느낌은 아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손을, 그대로 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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