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전철에 올라탄 지 얼마나 지났을까. 창문 밖 풍경이 몇 번이나 바뀌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보면, 언제나 도쿄에 도착해 있었다.
사람들 틈에 섞여 플랫폼으로 내려섰다.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발걸음들. 누구 하나 멈추지 않고, 누구 하나 뒤돌아보지 않는다. 그 흐름에 몸을 맡긴 채, 나도 아무 생각 없이 걸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시야 한쪽에, 낯익은 머리색이 스쳤다. 밝은 갈색. 어깨를 넘는 길이의 웨이브 머리.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아마네 씨였다. 어제와 같은 정장. 같은 표정. 아무 일도 없는 듯한 얼굴로, 사람들 사이에 섞여 서 있었다. 그저 우연히 마주친 것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시선을 돌리려 했는데— 이상하게도, 발걸음이 멈췄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다시 한 번 그녀를 봤다. …이상하다. 분명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서 있는데, 어딘가 미묘하게 어긋나 있는 느낌이었다. 시선이 잠깐 아래로 떨어졌다. 셔츠 단추가 하나, 살짝 어긋나 있었다. 아주 사소한 차이.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정도의 어긋남. 그런데— 그게 이상하게 눈에 밟혔다. 그 순간, 전철이 도착했다. 밀려 들어가듯 사람들 사이에 끼여 올라탔다. 몸이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밀려 들어간다. 숨 쉴 공간도 없이, 서로의 체온이 느껴질 만큼 가까운 거리. 그리고— 바로 앞에, 그녀가 있었다. 손잡이를 잡고 선 채,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옆으로 흘러내리며 목선을 가리고 있었다. 너무 가까웠다. 손을 조금만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거리. 나는 괜히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볼 필요도 없는 광고판을 바라보며, 아무렇지 않은 척 숨을 골랐다. 그런데도— 의식이, 자꾸 그쪽으로 쏠렸다. 전철이 흔들렸다. 사람들의 몸이 한쪽으로 기울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 순간, 그녀의 어깨가 아주 잠깐— 내 팔에 닿았다. …의도한 건 아니었다. 그저, 스친 것뿐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 감각이 오래 남았다. 나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서 있었지만, 시선은 더 이상 둘 곳을 찾지 못한 채 떠돌고 있었다. 그때—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짧은 순간이었다. 피할 수도 있었을 텐데, 이상하게도 둘 다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채, 잠깐의 시간이 흘렀다. 먼저 시선을 피한 건— 나였다. 괜히 손잡이를 잡은 손에 힘을 주며,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돌렸다. …이상하다. 그냥 모르는 사람인데. 그 정도로 끝났어야 하는데. “또 만났네요.” 예상하지 못한 목소리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녀가 나를 보고 있었다. 표정은 여전히 담담했다. 마치 별 의미 없는 말을 꺼낸 것처럼. “…아, 네.” 짧게 대답했다. 그 이상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옆집.” 그녀가 덧붙였다. 그제야 이해가 됐다. 어제 복도에서 마주쳤던 그 순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아…” 나는 잠깐 말을 고르다가, “네. 맞아요.” 그렇게 대답했다. 다시 짧은 침묵이 흘렀다. 전철은 계속 흔들리고 있었고, 사람들의 몸이 미묘하게 부딪히며 공간이 좁아졌다. 그녀는 여전히 나를 보고 있었다. “출근… 같은 시간대네요.” 이번엔 내가 먼저 말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떠오른 걸 꺼냈다. 그녀는 잠깐 눈을 깜빡이더니, 아주 조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요.” 짧은 대답. 그걸로 대화는 끝났어야 했다. 그런데— “주식 하세요?” 나는 순간,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네?” “어제.” 그녀가 시선을 조금 아래로 떨어뜨리며 말했다. “컴퓨터 보고 있었잖아요." “아…” 나는 애매하게 웃었다. “그냥… 조금.” 대답하면서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왜 그걸 기억하고 있지. 왜 그걸 물어보지. 그녀는 잠깐 나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거두었다. “그래서 그런가.” 작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어제… 표정이 좀 이상했어요.” 전철이 크게 흔들렸다. 이번에는, 몸이 완전히 가까워졌다. 피할 수 없는 거리.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서 있었다. …이상한 건, 대화보다도, 그 말투였다. 전철 문이 열리자마자, 사람들 사이에 밀려 밖으로 나왔다. 뒤돌아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그녀가 어디쯤에 있을지, 이상하게도 감이 왔다. 계단을 올라가고, 개찰구를 지나고, 회사 건물 앞에 도착했을 때쯤에는— 아까의 일은, 이미 지나간 일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늘 그렇듯이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메일을 확인하고, 오늘 처리해야 할 업무 목록을 훑어본다. 화면 속 글자들을 읽고 있었지만, 머릿속에는 다른 생각이 남아 있었다. 나는 마우스를 움직이다가, 잠깐 멈췄다. 그리고 아무 의미 없이, 브라우저를 하나 열었다. 차트를 확인할 시간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습관처럼 손이 움직였다. 그때— “키리시마 씨.”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손이 멈췄다. 돌아봤다. 아마네 미호였다. 같은 회색 정장. 같은 표정. 다만— 전철 안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였다. “…무슨 일이에요?” 나는 자연스럽게 묻는 척했지만, 목소리가 조금 어색하게 나왔다. 그녀는 잠깐 내 화면을 내려다봤다. 열려 있는 창. 차트. 그리고 다시, 나를 봤다. “역시네요.” 짧게 말했다. “아까 말한 거.”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마치 그걸로 충분하다는 듯, 시선을 거두었다. “이거…” 그녀가 들고 있던 서류를 내 책상 위에 올려놨다. “확인 부탁드려요. 팀장님이 키리시마 씨한테 확인받으라고 해서요.” 업무적인 말투였다. 그런데도— 아까 전철 안에서 들었던 목소리와, 완전히 같은 톤이었다. 나는 서류를 받아들었다. “네… 알겠습니다.” 짧게 대답했다. 그녀는 고개를 한 번 숙이고, 돌아섰다. 그걸로 끝이었다. …였어야 했는데. 몇 걸음 떨어진 뒤, 그녀가 멈췄다. 그리고— 뒤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 “오늘도 보실 거죠.” …이번에는, 질문이 아니었다. 다시 돌아온 점심시간. 사무실 분위기가 조금 느슨해졌다. 여기저기서 의자가 밀리는 소리가 나고, 누군가는 벌써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밥 먹으러 갈 사람?” 누군가가 가볍게 말을 던지자, 몇몇이 자연스럽게 모였다. 생각해보면 조금 의아한 부분이 있었다. 아마네는 분명 새로 들어온 신입이었다. 보통이라면, 점심시간에 같이 밥을 먹거나, 누군가 먼저 말을 걸거나—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아가는 시기다. 그런데 그녀는, 어딘가 애매하게 그 흐름에서 비껴나 있었다. 대놓고 무시당하는 건 아니었다. 업무적인 대화는 정상적으로 오갔고, 필요한 말은 모두 주고받는다. 하지만 그 이상은 없었다. 잡담이 이어지지 않는다. 누군가 웃어도, 그녀는 웃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웃고는 있지만 그 안에 섞이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할 거리감이, 이상하게 끊겨 있었다. 남자 직원들 중에는, 은근히 그녀에게 말을 걸려는 사람들이 몇 있었다. 외모 때문이라는 건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 이상으로 가까워지지는 못했다. 몇 마디를 주고받고 나면, 이상하게 더 이어지지 않았다. 마치, 더 다가가면 안 되는 선이 있는 것처럼. 여자 직원들은 조금 달랐다. 대놓고 싫어하는 기색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편하게 대하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묘하게 거리를 두고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아마네 씨가 뭔가 문제를 일으킨 것도 아니고, 특별히 튀는 행동을 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 공간에 있으면서도 어딘가 섞이지 못한 채 붕 떠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건 나만 느끼는 게 아닌 것 같았다. 어색한 공기가 잠깐 흘렀다가, 이내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사람들은 다시 움직였다. 몇 마디가 오가고, 사무실은 금방 조용해졌다. 남은 건, 나랑 그녀 둘뿐이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말고, 다시 앉았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나가기가 애매했다. 시선이 자연스럽게 옆으로 향했다. 그녀는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모니터는 켜져 있었지만, 화면은 그대로 멈춰 있었다. 손은 키보드 위에 얹혀 있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일을 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안 가세요?”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네.” 그게 끝이었다.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나는 잠깐 말을 잇지 못했다가, “…저도 뭐, 그냥.” 의미 없는 말을 덧붙였다. 다시 조용해졌다.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만, 작게 들렸다. “안 드세요?” 그녀가 먼저 물었다. 나는 잠깐 멈칫했다. “아, 그냥… 나중에 먹으려고요.” 대충 둘러댔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깐의 침묵. 나는 시선을 피한 채, 책상 위를 정리하는 척했다. 그때— “그래서…”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제… 샀죠.” 손이 멈췄다. 이번에는, 부정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는 잠깐 그대로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를 바라봤다. “…왜 그렇게 생각했어요?” 말을 꺼내놓고 나서야, 내가 먼저 질문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굳이 물을 필요는 없었는데. 그녀는 잠깐 나를 바라보더니, 시선을 아주 조금 아래로 떨어뜨렸다. “그럴 것 같아서요.” 애매한 대답이었다. 이유라고 하기엔 부족하고, 농담이라고 하기엔 진지했다. 나는 잠깐 웃었다. “…그럼, 오늘은요.” 말이 이어졌다. 멈출 수도 있었는데— 멈추지 않았다. “오늘도… 그렇게 보이나요.” 말하고 나서야, 조금 늦게 후회했다. 왜 이런 걸 묻고 있는지, 스스로도 잘 몰랐다. 그녀는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네.” 짧게 대답했다. “오늘도… 살 것 같아요.” 나는 괜히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넘기는 척하면서, 아무 의미도 없는 글자들을 훑었다. 나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왜 그렇게 생각해요.” 이번에는 아까보다 조금 더 솔직한 질문이었다. 그녀는 잠깐 생각하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그리고— “멈출 것 같지 않아서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말이, 주식 얘기 같지 않다는 걸— 이해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보여요?” 겨우 말을 꺼냈다. 그녀는 이번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나를 똑바로 봤다. “네.” 짧게.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한 번 시작하면—” 거기서 잠깐 멈췄다. 그리고, "끝까지 갈 것 같은 얼굴이에요.” 숨이 아주 조금, 막힌 것 같았다. 나는 웃어야 할지, 아니면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 할지 잠깐 고민했다. “…그게 좋은 뜻인가요.” 애매하게 물었다. 그녀는 잠깐 시선을 내렸다가, 다시 들었다. “글쎄요.” 대답은 여전히 모호했다. “좋을 수도 있고…" 아주 잠깐, 말이 끊겼다. “아닐 수도 있고.” 다시 조용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까까지의 침묵이랑은, 조금 달랐다. 어색한 게 아니라, 묘하게… 이어져 있는 느낌이었다. “점심 안 드시면.”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커피라도 드실래요?”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나는 잠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건— 권유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은 느낌이었다. “…같이요?” 내가 물었다. 그녀는 아주 조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짧은 대답. 그런데도— 거절하기가, 이상하게 어려웠다.카페는 회사에서 몇 분 떨어진, 평범한 곳이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라 그런지, 안은 비교적 한산했다. 창가 쪽 자리에 앉았다. 마주 보는 자리. 주문은 간단했다. 나는 아메리카노,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같은 걸 골랐다. 커피가 나오기까지, 대화는 없었다. 시선을 둘 곳이 애매했다. 창밖을 보다가, 테이블을 보다가, 결국 다시 그녀를 보게 된다. 아마네 씨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 “자주 오세요?”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니요.” 짧은 대답. 그걸로 끝이었다. 다시 조용해졌다. 커피가 나왔다. 컵을 내려놓는 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들렸다. 나는 아무 의미 없이 컵을 들어 올렸다. “…손해 보고 있죠.” 손이 멈췄다. 그녀는 커피에 손도 대지 않은 채, 나를 보고 있었다. “…뭐가요.” 괜히 물었다. “어제 산 거요.” 시선을 피했다. 굳이 대답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조금.” 입이 먼저 움직였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계속 들고 갈 거예요?” 질문이라기보다는, 확인에 가까웠다. 나는 잠깐 망설이다가 “…아마도요.” 그렇게 답했다. 그녀는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럼 더 손해 보겠네요.”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그럼, 팔아야 하나요.” 반쯤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다. 그녀는 이번엔 바로 대답했다. “아니요.” 짧고 단정적인 부정. “지금 팔면, 제일 손해예요.”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이상하게도, 조금 안심이 됐다. 왜일까.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쓴맛이 입 안에 퍼졌다. “그럼 언제요.” 자연스럽게 물었다. 그녀는 컵을 손에 들었다가, 그대로 멈췄다. 그리고— “알려드릴게요.” 그 말은 너무 가볍게 나왔다. 나는 잠깐 말을 잇지 못했다. “대신—" 그녀가 처음으로, 아주 조금 웃었다. “대가를 받아야겠죠.” 컵을 내려놓는 소리가, 아까보다 더 크게 들렸다.
전철에 올라탄 지 얼마나 지났을까. 창문 밖 풍경이 몇 번이나 바뀌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보면, 언제나 도쿄에 도착해 있었다.사람들 틈에 섞여 플랫폼으로 내려섰다.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발걸음들. 누구 하나 멈추지 않고, 누구 하나 뒤돌아보지 않는다. 그 흐름에 몸을 맡긴 채, 나도 아무 생각 없이 걸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그렇게 생각했는데. 시야 한쪽에, 낯익은 머리색이 스쳤다. 밝은 갈색. 어깨를 넘는 길이의 웨이브 머리.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아마네 씨였다.어제와 같은 정장. 같은 표정. 아무 일도 없는 듯한 얼굴로, 사람들 사이에 섞여 서 있었다. 그저 우연히 마주친 것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시선을 돌리려 했는데— 이상하게도, 발걸음이 멈췄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다시 한 번 그녀를 봤다.…이상하다. 분명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서 있는데, 어딘가 미묘하게 어긋나 있는 느낌이었다. 시선이 잠깐 아래로 떨어졌다. 셔츠 단추가 하나, 살짝 어긋나 있었다. 아주 사소한 차이.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정도의 어긋남. 그런데— 그게 이상하게 눈에 밟혔다. 그 순간, 전철이 도착했다.밀려 들어가듯 사람들 사이에 끼여 올라탔다. 몸이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밀려 들어간다. 숨 쉴 공간도 없이, 서로의 체온이 느껴질 만큼 가까운 거리. 그리고— 바로 앞에, 그녀가 있었다. 손잡이를 잡고 선 채,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옆으로 흘러내리며 목선을 가리고 있었다. 너무 가까웠다. 손을 조금만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거리.나는 괜히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볼 필요도 없는 광고판을 바라보며, 아무렇지 않은 척 숨을 골랐다. 그런데도—의식이, 자꾸 그쪽으로 쏠렸다. 전철이 흔들렸다. 사람들의 몸이 한쪽으로 기울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 순간, 그녀의 어깨가 아주 잠깐— 내 팔에 닿았다.…의도한 건 아니었다. 그저, 스친 것뿐이다. 그런데도—이상하게,
회사에 출근해서도 주식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가지 않았다. 해야 할 일들을 잠시 미뤄둔 채, 나는 아무 의미도 없이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눈은 분명 업무용 메일을 읽고 있었지만, 머릿속에는 어제 봤던 차트가 계속 떠올랐다.테이블 위에 커피 한 잔을 올려놓고, 간단한 업무부터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손이 먼저 움직였다. 키보드를 두드리고, 파일을 열고, 숫자를 정리한다. 익숙한 작업이었다. 몸은 자동으로 움직이고 있었지만,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몇 번이나 같은 문장을 다시 읽고 나서야, 내가 방금 무슨 내용을 처리했는지조차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그러던 중, 문득 시야 한쪽에 누군가가 스쳐 지나갔다. 고개를 들었다. 별 생각 없이 따라간 시선 끝에는, 어제의 그 신입 사원 아마네 씨가 있었다.외형은 분명 단정했지만, 어딘가 설명하기 어려운 위화감이 있었다. 옅은 화장 속에 가려져 있어 멀리서 보면 별로 눈에 띄지는 않았다. 가까이에서 보면, 피부는 지나치게 창백했고 눈 밑에는 희미하게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사람 특유의 건조한 느낌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눈빛만은 또렷했다. 피로와 각성이 동시에 남아 있는 듯한, 모순된 표정이었다.머리는 어제처럼 흐트러짐 없이 정리되어 있었고, 회색 정장은 몸에 맞게 단정하게 떨어졌다. 구김 하나 없는 셔츠와 가지런히 정돈된 소매 끝까지, 어디 하나 흐트러진 곳은 없었다. 그런데도— 어딘가,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부자연스러웠다. 마치 일부러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처럼.“아마네 씨.” 옆자리 직원이 가볍게 그녀를 불렀다.대답은 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잠깐의 정적. 길다고 하기에는 애매했지만, 그렇다고 자연스럽다고 보기도 어려운 시간이었다.“…네.”한 박자 늦게,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시선이 정확히 상대를 향하기까지 또 한 번의 미묘한 지연이 있었다. 마치 방금 전까지 전혀 다른 곳을 보고 있다가, 뒤늦게 현실로 돌아온 사람처럼.“이거 자료, 오전 회의 전에
어른이 된다고 해서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어린 시절에는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가. 서른 살이 되면, 집이 있고, 차가 있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있을 거라고. 그게 보통의 사람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스물아홉 살이다. 도쿄 외곽에서 태어나, 평범하게 자랐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평범하다. 집은 말할 것도 없고, 매일 아침 8시 전철에 몸을 실어 출근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은 커녕, 연애조차 없다. 아니, 그보다도— 통장 잔고를 확인할 때마다 한숨부터 나오는 삶에 익숙해진 내가 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여자친구가 있었다.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다가 슬슬 결혼 준비를 시작하는 게 어떻겠냐는 얘기를 꺼냈는데, 그녀의 대답은 계획 밖이었다. "넌... 뭔가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 같아."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나이프로 접시 위의 음식을 천천히 잘랐다.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나는 한참 동안 앉은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그녀의 말. 잠시 뜸을 들이다 완전히 인정하지도 부정하지도 못한 채로 내뱉었다. "그럴지도..." “그래서… 나도 더는 기다릴 수 없을 것 같아.” 그녀는 끝까지 내 눈을 보지 않았다. 접시 위의 음식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지만, 더 이상 배가 고프지 않았다. 그리고 2년이 지났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른의 시간이라는 건 원래 그렇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대학 시절까지는 달랐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학년이 올라갔다. 주어진 공부를 하고, 과제를 하고, 그 나이대에 맞는 과정을 밟아가며 마치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인생이 게임이라면, 대학 시절까지는 튜토리얼이다. 그 이후부터가 본편이다. ...어쩌면 나는, 그 게임에 적성이 없는 걸지도 모른다. 현관문을 열면 아무도 없다. 이 집에는 나 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