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엄마야!”
사이다를 시아 쪽으로 쏟았다.
[ㅋㅋㅋㅋ]
[진짜 사이다였쥬]
서류를 들고 멈춰 선 시아가 생각했다.
이 퀘스트들은 도대체 뭘까? 이 상황이 퀘스트 때문에 생긴 걸까, 아니면 자신이 진짜 악녀의 역할이라 당해야 했던 걸까?
그게 뭐가 됐든 시아는 일단 서류를 사수했다. 퇴근해야 하니까.
시아의 옷에 사이다 얼룩이 졌다. 주여가 당황해서 물티슈로 닦아봤지만 이미 늦었다.
“괜… 괜찮아요. 호호호.”
결국 사이다가 묻은 찝찝한 옷을 입고 시아는 회식에 참석해야 했다. 주여가 계속 옆에서 쩔쩔맸다.
‘쿨하게 옷이라도 사주든가.’
시아는 차마 하지도 못할 말을 삼키며 무의미하게 괜찮다고 하고는 주여를 돌려보냈다.
회식 장소는 웬일로 소고기집이었다.
김 팀장이 신입한테 소를 사주다니? 얘 뭐 있는 애야?
시아가 맞은편에 자리한 도윤을 실눈 뜨고 바라봤다. 도윤이 애써 눈을 돌리며 시선을 피했다.
오늘도 시아는 회식 자리 맨 끝, 권력의 바깥에서 김 팀장의 지시하에 폭탄주를 말고 있었다. 잔을 일렬로 모아서 그 위에 소주잔을 얹고.
‘쾅!’
소주잔이 맥주잔에 도로로록 들어가며 진기명기를 뽐냈다. 도윤의 눈이 오늘 처음으로 시아를 대단한 사람 보듯 쳐다봤다.
‘서당 개 3년이면 도윤 씨도 풍월을 읊게 될 거야.’
시아는 주여와 이태, 김 팀장이 모여 있는 자리를 부럽다는 듯 쳐다보았다. 승진을 자신이 했더라면 저기 있는 사람도 자신이 됐었을까?
우울해져서 술을 한 모금 마시던 그때.
[여자주인공과 남자주인공을 떼어놓으시오.
성공 시 - 남자주인공 호감도 +1 / 실패 시 - 숙취×2]시아는 속으로 온갖 욕이란 욕을 퍼부었다.
남자주인공이 누군데!
차라리 술을 조금 마시고 숙취를 선택하겠다.
시아가 혼자 정신승리를 하는 동안 주여가 잔을 들고 시아의 곁으로 왔다.
“우리 팀 신입사원 얼마나 먹는지 볼까요?”
갑자기 시아의 고기판에 술판이 벌어졌다. 그 뒤로 도윤의 옆자리로 은근슬쩍 이태까지 끼었다. 덕분에 시아는 끊임없이 폭탄주를 말았다.
도윤이 시아가 말아준 폭탄주를 한입에 털어 넣었다.
이것들 괜찮으려나, 이거?
권이태 부장이 주여의 술잔을 막으며 말했다.
“과장님 취하신 것 같습니다. 그만 드시죠.”
주여는 이미 자고 있었다. 시아가 측은하게 말했다.
“부장님, 그만 드세요….”
도윤도 눈은 뜨고 있지만 제정신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오랜만의 소고기 회식에 사람들이 폭주했는지 하나둘씩 술에 취해 사라지기 시작했다.
한 명은 화장실에 간다며 사라졌고, 다른 한 명은 대리기사가 왔다며 먼저 일어났다. 김 팀장마저 가족에게 전화가 왔다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시아는 이 상황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사이 이태가 비틀비틀 일어나 도윤을 데려다주려고 했다.
“어어. 잠시만요!”
아니, 왜 나만 남아 있는 건데! 누가 좀 도와주세요.
주여가 별안간 벌떡 일어나더니 집에 가야 한다며 신발을 신고 뛰어나갔다.
“주여 과장님! 기다려! 멈춰!”
잠시 멈춰주었던 주여 과장은 다시 씩씩하게 어디론가 걸어갔다.
‘으아아아악.’
시아는 비틀거리는 이태와 도윤을 챙겨 양옆으로 어깨동무를 하고 주여를 따라 나섰다. 단단한 몸이 양옆에서 시아를 압박했다.
‘윽, 술 먹었는데 더럽게 빨라.’
‘딱딱하고 무거워….’
헥헥대며 비틀대는 두 남자를 데리고 이 새벽에 주여 잡기를 하고 있었다.
“택시 정류소! 주여 과장님, 저기 택시 정류소예요!”
주여는 그 말에 반응해 택시 정류소로 방향을 틀었다.
정류소 벽에 기대어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주여를 보고 이태와 도윤도 한꺼번에 벽으로 쏟아 넣었다.
[퀘스트 해야지.]
[쟤네 붙어 있잖아.]
[경고야.]
아오.
시아는 왼쪽에 주여를 끼고 오른쪽에 이태를 꼈다. 그리고 등으로 도윤을 받쳐 들었다.
택시 한 대가 앞에 섰다.
“4명 탈 거유?”
“다들 술이 너무 취했구만….”
시아는 불쌍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여자분만이라도….”
시아는 지갑에서 오만 원을 꺼내 주여를 택시에 쑤셔 넣었다. 집에 가려는 의지는 있으니까 알아서 가고도 남겠지.
그리고 저 남자 둘은 어떻게 할 것인가.
집도 모른다.
일단 낑차낑차 부축해 제일 가까운 비즈니스호텔로 갔다. 다행히 제 발로 걸어주는 것에 감사했다. 시아에게 기대어 걷긴 했지만.
취한 남자 둘을 지고 들어오는 꼬질한 여자를 프런트 직원이 흥미로운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그 눈을 본 시아는 열이 받아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무의미함이 앞섰다.
누가 저를 어찌 보든 빨리 이 둘을 어딘가에 던져 넣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스위트룸 하나 남아 있습니다, 고객님.”
“스위트룸이요? 얼만데요?”
“40만 원입니다. 세 분이 침대… 하나 쓰시나요?”
직원의 눈이 다시금 반짝였다.
“아뇨! 두 명 쓸 거고 침대는 두 개요!”
시아가 순간 이태와 도윤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냥 길바닥에 재울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월급날까지 남은 날짜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다음 날 부장님이 길바닥에서 발견되는 것보다는 카드값 40만 원이 나았다. 아마도.시아가 떨리는 손으로 카드를 내밀었다.
회사에 청구하지 뭐. 나중에 다 돌려받으리라.권력자를 길바닥에 내버리는 것보다야 돈을 지출하는 게 낫지.
방으로 올라가 도윤을 냅다 침대에 던졌다. 뒤이어 반대편 침대에 이태를 내려놓다가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리고 누군가 시아의 몸을 흔들어 깨웠다.
“시아 씨. 신시아 씨, 정신 차려봐요.”
권도윤이었다. 이태의 넓은 품에 시아가 파묻혀 있었다.
밝은 햇살이 스위트룸 안으로 들어와 눈을 공격했다.
‘아, 얼굴 다 쪼개져 있겠네.’
시간을 확인한 시아가 재빨리 이태의 품에서 벗어나 짧게 비명을 지르고 회사로 달려갔다. 두 남자가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딩’
[퀘스트 성공 : 남자주인공 호감도+1]
달리는 시아의 앞에 퀘스트 성공창이 떴다.
퀘스트 성공이고 뭐고 시아는 어렵게 입사한 대기업에 지각하고 싶지 않았다. 겨우 도착한 회사엔
“신대리님! 어제 감사해요!”
밖으로 나선 세 사람은 찬 바람을 맞으며 근처를 잠시 걸었다. 예리가 주여에게 눈을 흘기며 자연스럽게 도윤의 팔짱을 끼고 편의점으로 향했다.“아이스크림 사갈래예?”도윤은 항상 술을 먹은 시아에게 사다 주었던 아이스크림이 떠올랐다. 도윤은 웃으며 그들과 함께 편의점으로 걸어 들어갔다. 주여가 딱딱한 하드를 하나 집어 들었다. 도윤이 시아에게 줄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고르며 주여에게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김 과장님은 딱딱한 걸 좋아하시나 봐요?”“얼음같이 시원하잖아.”주여가 웃으며 말했다. 예리도 도윤이 잡아 든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집어 들었다. 볼수록 닮은 취향에 도윤이 신기해서 예리를 한 번 더 쳐다보았다. 권이태 거는 아무거나 집어 든 도윤이 계산대로 향했다. 주여가 나서서 계산을 했다. 도윤이 주여를 바라보며 헛웃음을 지었다.“과장님이라 사는 거예요?”“응. 내 부하 직원은 내가 챙겨야지.”그 말에 예리가 발끈했다.“저도 과장인데예?”“길 알려주셨으니까 제가 사야죠.”예리가 입을 삐죽였다. 말은 또 왜 이렇게 잘해가지고, 왜 이렇게 착해빠져가지고 할 말도 없게 만드는 거냐. 예리가 투덜대며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까서 도윤의 입으로 가져다 대었다. 도윤이 잠시 고개를 뒤로 젖혀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으며 한 입 베어 먹었다. 예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스크림을 가져가 먹기 시작했다.“여기 새 거 드세요!”도윤이 놀라 예리를 말려보지만 이미 늦었다. 한 입 맛있게 냠하고 먹은 예리가 눈꼬리를 휘며 도윤에게 말했다.“이거 간접키스입니더.”도윤의 얼굴이 붉어지며 주여의 눈치를 보았다. 주여도 놀란 듯했으나 덤덤하게 하드의 봉지를 까서 입에 넣었다. 도윤의 걸음이 빨라졌다. 아이스크림이 녹기 전에 시아에게 가져다주고 싶었다.현관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안에서 시아와 이태가 재빨리 떨어져서 입을 닦았다. 도윤이 밝은 얼굴로 시아에게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건넸다. 시아가 기뻐하며 도윤의 아이스크림을 받아 들었다.“내가 소프트 아이스
예리는 2층으로 올라가 도윤에게서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서 있었다.“도윤 씨. 그렇게 부담스럽습니꺼?”도윤이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아니 그 정도는 아닙니다.”“그럼 다음 주 주말에 서울 가면 데이트 해줍니꺼?”예리가 단도직입적으로 도윤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 도윤이 당황하며 어버버거리자 예리가 못을 박고 1층으로 내려가 버렸다.“다음 주 토요일에 봐예.”도윤은 예리의 거침없는 직진에 정신이 혼미해져 갔다. 어떻게 하루만 보고 데이트 신청을 할 수가 있지? 도윤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 들어찼다. 그러나 정작 예리는 아무런 생각 없이 흥얼거리며 내려오다가 부장과 신 대리가 꼭 붙어 있는 모습을 보고는 정색을 했다.“와, 그러고 있는데예?”시아가 얼른 이태를 안은 팔을 풀며 예리에게 대답했다.“생각보다 일찍 오셨네요. 호호호.”예리가 다시 시아의 맞은편에 가서 소주를 한 잔 따르며 도윤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그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데이트는 어디를 선호하는지 따위의 것이었다. 정작 시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언제나 저를 위해 맞춰주던 도윤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투성이였다.“저한테 물어보셔야죠.”도윤이 2층에서 내려오며 능글맞게 대답했다. 생각을 정리했는지 표정이 한결 가벼워져 있었다.“예리 과장님 롯데월드 가봤어요? 놀이공원 가보실래요?”도윤이 뜻밖의 제의를 했다. 예리의 눈이 커지며 곧 초승달처럼 휘었다.“지는 다 좋아예!”도윤이 시아를 보며 말했다.“신 대리님도 오실 거죠?”예리의 찌푸려진 얼굴에 시아가 대답을 주저했다. 이태가 얼른 나서서 안 간다고 미리 선수를 쳐버렸다. 도윤이 풀 죽은 강아지의 모습으로 말했다.“여럿이 가야 재밌는데...”그 말을 들은 예리가 눈에 살기를 띠며 시아에게 말했다.“신 대리님 표는 지가 살게예.”“형은 안 와도 돼.”이태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도윤에게 딱밤을 한 대 날렸다. 이마를 부여잡은 도윤이 시아를 쳐다보며 원망의 눈빛을 날렸다. 시아가
도윤이 정말로 당황해서 허둥거렸다.“네? 갑자기 무슨. 지금 취하신 것 같은데.”“안 취했는데예?”예리가 몸을 세우고 말했다. 그녀가 핸드폰을 내밀었다.“괜찮으면 번호 주이소.”도윤이 당황하며 몸을 뒤로 물렸다. 예리의 표정이 일순 상처받은 모양이 되었다. 도윤은 핸드폰을 받아들고 자신의 번호를 입력한 뒤, 제 핸드폰으로 통화를 걸었다.“울지 마세요!”“안 울었는데예?”예리가 뭔 소리를 하냐며 핸드폰을 다시 가져왔다. 도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예리를 쳐다보았다.‘재밌으신 분이네.’숙소 안에서는 시아와 이태가 파인애플을 두고 씨름하고 있었다. 시아가 사과처럼 껍질을 까려고 칼을 들었다가 단단한 껍질에 화가 나서 파인애플을 푹 하고 찔렀다. 이태가 시아가 다칠까 봐 그녀를 말리며 파인애플을 잘게 썰며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파인애플 몇 조각을 살려서 접시에 담아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주여는 고개를 숙이고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자면 안 돼! 파인애플 먹어야 돼요!”시아가 달려가서 주여의 어깨를 흔들어 그녀를 깨웠다. 주여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헤롱거렸다. 시아가 손으로 주여의 입 가까이에 파인애플을 가져다 대었다.“제발! 과장님 눈을 떠요!”그녀의 애절한 외침에 주여가 결국 도윤의 품으로 쓰러졌다.“젠장!”시아가 파인애플을 거칠게 접시에 내려놓고 자연스럽게 손에 묻은 즙을 핥았다.“으악!!”‘딩’[퀘스트 실패 : 시아 파인애플 먹기]소름 돋는 신맛에 시아의 눈이 감기며 파르르 떨려왔다.예리가 시아를 미친년 쳐다보듯 바라보았다. 두 남자는 또 시작이네 이러고 있었다. 시아의 몸이 배배 꼬이고 제자리에서 방방 뛰기 시작했다. 도윤이 다급히 주여의 폭탄주를 넘겨주었다. 시아가 씁-하거리며 폭탄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이태는 그런 시아를 말리지도 않고 조용히 파인애플을 굽기 시작했다.“그걸 와 구워예?”“구우면 달아질 것 같아서 굽습니다.”시아가 이태를 보고 소리쳤다.“그거 버려요!”이태가 과감히 불 사이로 파인애플을
예리가 천천히 일어나 그들을 돕는 척하기 시작했다. 눈으로는 도윤을 쫓으며 교묘히 주여와 도윤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도윤은 그런지도 모르고 시아에게 다가가서 머리에 손을 턱 올렸다.“진짜 보고 싶었어요.”시아가 찡해져서 도윤에게 나도라고 말하려던 순간 이태가 시아를 품 안에 넣었다.“니가 왜.”“넌 보고 싶은 친구도 없냐?”도윤이 꽥 소리를 질렀다. 이태가 더욱더 방어적으로 시아를 껴안았다. 시아를 두고 두 남자가 유치하게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예리가 주여를 쳐다보았다. 주여는 옷을 벗어서 정리하고 있었다. 예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 감도 오지 않았다.“아니 한 과장님. 권이태 부산에서도 저럽니까?”도윤이 드디어 예리에게 말을 걸었다.“저도... 처음 보는데예.”예리가 당황해하며 이태를 쳐다보았다. 예리는 그들이 회사에서 얼마나 필사적으로 연기를 한 건지 이제야 깨달았다. 물론 더럽게 못했지만 저 모습을 숨기는 게 용했다. 예리가 혀를 차며 주여의 옆에서 자신의 옷을 정리하기 시작했다.“몇 번 보다 보면 익숙해져요.”주여가 상큼하게 싱긋 웃으며 예리에게 말했다. 예리가 어쩐지 알 수 없는 짠함이 밀려와 주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야 너도?’‘응 나도.’둘은 눈빛으로 대화를 끝냈다. 예리가 처음으로 진짜 쿡하고 웃으며 팔을 걷어붙였다.“나와보이소. 새우 한번 닦아야 된다카이!”주여가 자연스럽게 그 옆으로 가서 붙어 예리를 돕기 시작했다. 시아가 그 모습을 괴기스럽게 쳐다보며 도윤을 한 번 바라봤다. 해맑게 웃고 있는 저 멍뭉이는 아무 생각도 없어 보였다.‘부장님한테 들이대는 것보단 나으니까. 미안하다 도윤아.’시아가 조용히 이태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이태가 바비큐에 불을 붙이는 동안 시아는 옆에서 바다를 바라봤다. 코끝이 빨개지자 이태가 안에서 담요를 하나 가져와 시아에게 둘러주었다.“권도윤 보니까 좋습니까?”뜬금없는 질문이 이어졌다. 시아가 풋하고 웃으며 바닥을 내려다봤다.“좋죠.”시아의 대답에 이태가 조금 신경
주여가 예리에게 밝게 자기소개를 했다.“저는 김주여 과장입니다.”“아... 네예...”예리가 떫떠름하게 대답하자 주여가 멋쩍어져서 손을 더듬더듬 접어 내렸다. 셋은 차에 나란히 들어서 굳이 커다란 도윤을 한가운데 앉혔다. 예리의 팔짱은 풀릴 줄 몰랐다.시아가 한숨을 내쉬고 예리에게 장 볼 만한 장소를 물어봤다. 예리가 대형마트 이름을 대면서 금방 갈 수 있다며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그녀가 쓸모를 하기 시작했다.주여가 시아가 반가워서 그녀에게 이것저것 근황을 묻기 시작했다.“그래서 일단 한 과장님한테 들켜버렸어요.”이 말로 대화를 끝냈다.마트에 들어선 그들은 우루루 몰려다니며 고기며 채소며 먹고 싶은 것들을 마구 담기 시작했다. 이태가 미간을 짚으며 말했다.“시아 씨, 이건 왜 사는 겁니까?”주여가 있어서 오랜만에 퀘스트가 나왔다.‘딩’[퀘스트 : 주여 안 익은 파인애플 먹이기성공 시 - 악녀력+1 / 실패 시 - 시아가 먹음]자기 얼굴만 한 초록 파인애플을 든 시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주여 씨 먹이려구요.”당당한 그녀의 말에 주여가 사색이 되었다.“대리님, 저기 노란 것도 있는데요.”“이게 맛있는 거예요.”시아가 들은 척도 않고 초록 파인애플을 카트에 넣어버렸다. 말리던 주여의 손이 스르륵 내려가며 그녀가 체념했다.도윤이 낄낄대며 말했다.“설마 진짜 먹이겠어요?”일순 조용해진 장내에 도윤이 손으로 머리를 긁적였다.예리가 도윤의 팔짱을 끼고 그를 데리고 다른 코너로 사라져 버렸다. 커플 사이에 낀 주여는 약간 민망해져서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이태가 주여를 챙겼다.“주여 씨, 더 드시고 싶은 것 있으십니까?”시아가 주여를 바라봤다. 그녀가 새우를 사자며 해산물 코너로 발걸음을 옮겼다.시아와 이태가 진지하게 새우를 보며 품평을 하기 시작했다.“사이즈가 이 정도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아니에요. 더 커야죠!”생물 새우 앞에 서 있던 주여가 황당해하며 그들에게 말했다.“냉동고에서 뭐하세요?”시아가
이태가 조용한 차 안에서 시아의 눈치를 보며 운전하고 있었다. 시아가 울상으로 도윤과 주여에게 예리가 간다는 사실을 전달했다. 다행히 두 사람은 별로 개의치 않아 했다. 시아만 예리가 신경 쓰이나? 시아가 부장을 쳐다보며 눈을 흘겼다.“소원 들어주기예요.”“같이 걸린 겁니다. 먼저 벽으로 미셨잖습니까?”시아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뿜었다. 할 말을 잃었다.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계단으로 먼저 부른 것도 사실 시아였다. 얼른 주제를 돌리며 저녁밥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기 시작했다.“오늘은 제가 해볼까요?”이태가 고개를 저었다.“시켜 먹읍시다.”그의 말에 시아가 입을 삐죽이며 “네.” 하고 대답했다. 그러나 이태는 단호했다.“지금 주문하십시오.”시아가 부장님이 명령한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부리나케 짜장면을 주문한 시아가 이태에게 통보했다.“짜장면 시켰어요.”부산에서마저 짜장면을 사랑하는 시아를 보고 이태가 웃음을 흘렸다. 둘은 자연스럽게 같은 집으로 향해 들어가 짜장면이 오기를 기다렸다. 금방 도착한 조촐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시아와 이태가 번갈아 씻고 나왔다.먼저 씻은 시아가 가운 사이를 열어놓고 옆으로 누워 새근거리는 숨소리를 내며 잠이 들어 있었다. 이태가 조심스럽게 시아의 가운을 고쳐 입혀주며 그녀를 꽉 껴안았다.“그만 무방비해...”그의 심장 뛰는 소리가 밖까지 전해져 시아의 뺨을 울렸다. 그가 눈을 감으며 양을 세기 시작했다. 밤늦게까지 양을 세던 이태가 결국 새벽이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다음 날 먼저 일어난 시아가 늦잠 자는 이태의 모습이 신기해 손가락으로 그의 얼굴선을 따라 그어 내렸다. 이태의 눈썹이 바로 꿈틀거렸다. 입술까지 내려온 손이 그의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이태가 시아의 입에 입맞춤을 시작했다. 그의 눈은 여전히 감겨 있었지만 누구보다 정확한 동작으로 시아를 탐닉했다.짜릿한 아침을 맞은 시아가 둘의 입술 사이로 손을 넣어 그를 막아섰다.“출근해야 돼요.”이태가 그 손에 머리를 들이밀며 그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