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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이태의 이상형

Author: 엣뀽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12 13:22:19

“길고 긴 러브샷을 끝내고 다시 왁자지껄한 분위기로 돌아갔다. 시아는 가방을 들고 몰래 살금살금 음식점 밖으로 빠져나갔다.

“어디 가십니까?”

아까 그 개발팀 직원이었다.

“데려다드리면 안 됩니까?”

응, 안 됩니다.

직원은 많이 취해 보였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시아가 재빨리 달아나려고 했다. 하지만 팔을 잡혀버렸다.

“저 생각보다 괜찮은 놈입니다. 왜 알아보지도 않고 싫어하십니까?”

“아니요, 안 싫어요. 호호호. 팔 좀 놔주실래요?”

개발팀 직원이 고개를 들어 시아를 정면으로 쳐다봤다.

“그러면 저 만나주실 겁니까?”

시아가 난색을 보였다.

“죄송합니다.”

시아의 팔을 잡은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아악, 아파요.”

그때 밖으로 나온 이태가 개발팀 직원의 손아귀를 세게 잡아 벌렸다.

“그만하시죠.”

이태의 키와 덩치에 눌린 직원이 황급히 손아귀의 힘을 풀었다. 이태가 손목을 놓자 직원은 다급하게 회식 장소로 뛰어 들어갔다.

이태가 말했다.

“저 직원은 교육 조치 해놓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시아가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했다. 잡혔던 팔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멍이 들 기세였다.

팔을 내려다보며 ‘힝’ 하고 작게 울고는 이태에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가려 했다. 이태가 붉어진 팔뚝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데려다주겠습니다.”

“아니.”

[미쳤어?!]

[거절을 거절해!]

[지금이 기회인데!]

“너무 감사합니다.”

시아의 태세 전환은 빨랐다.

이태는 ‘잠시만’이라고 하더니 회식 장소로 돌아가 옷가지를 챙겨 나왔다. 대리기사를 불러 내비게이션에 시아의 집 주소를 찍어 넣었다.

차 뒷좌석에 같이 앉았지만 할 말은 없는 이상한 상태가 되었다.

‘퀘스트 뭐 해.’

[우리도 예상 못 했어. 기다려.]

예상은 시아도 못 했다.

이태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시아 씨는 제가 불편합니까?”

시아가 질문의 의도를 몰라 이태를 쳐다봤다.

“……네.”

이태가 고개를 돌려 시아와 눈을 맞췄다.

“그러면 왜 자꾸 따라다닙니까?”

시아는 이태와 눈동자가 맞닿자 시선을 내려 피해버렸다. 마음이 간질간질, 재채기가 나올 것 같았다.

“따라다니는 거 아닌데요.”

고개를 숙이며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거짓말이니까.

이태가 그런 시아를 보며 피식 웃었다. 자신을 좋아하는 것은 아닌데 따라다니고, 거짓말은 또 못하는 여자라….

이태는 시아가 조금 흥미로워졌다.

“그러기엔 점심시간마다 보이시던데?”

시아가 고개를 더욱 깊이 숙였다.

“아니라니까요.”

창피한 시아의 귓불이 빨개졌다.

이태가 낮게 웃더니 “알겠습니다.”로 마무리했다. 더욱 무거워진 공기가 시아를 짓눌렀다.

‘딩.’

[퀘스트 :권이태 이상형 물어보기

성공 시 - 권이태 호감도 +1 / 실패 시 - 권이태 호감도 -1]

시아가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

“저……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이태가 흥미로운 눈으로 시아를 쳐다봤다.

‘무슨 의도일까? 저 질문은.’

“자기 일 잘하고 밝고 긍정적인 여자요.”

[여주네.]

[주여네.]

[넌 아니네.]

아니까 닥쳐.

이태가 잠시 시아를 바라보다 덧붙였다.

“엉뚱한 사람도 좋아합니다.”

“아하…… 그러시구나. 하하.”

시아가 어색하게 웃으며 대화가 끝났다.

‘딩.’

[퀘스트 성공 : 권이태 호감도 +1]

대체 이 대화의 어디에서 호감도가 오른 건지 모를 시아는 그저 창문에 이마를 댄 채 집으로 향했다.

차에서 내린 시아가 꾸벅 인사를 했다. 시아가 어둠 속으로 조용히 사라질 때까지 이태는 움직이지 않고 헤드라이트를 비춰주었다.

시아는 집으로 들어가서 푸핫, 하고 멈췄던 숨을 몰아쉬었다. 극심한 긴장으로 배가 꼬르륵 아파왔다. 위장약 하나를 털어 넣고 시아는 잠잘 준비를 했다.

아침부터 시아는 배를 움켜쥐었다. 찌릿한 것이 아무래도 오늘 안으로 병원을 가야 할 것 같았다.

창백해진 안색으로 사무실에 들어오는 시아를 보고 도윤이 걱정했다. 주여도 찾아와서 반차를 쓰라고 했다. 시아는 그저 웃으며 괜찮다고 했다.

‘신경 써주는 게 더 신경 쓰여.’

위장약을 하나 더 먹고 오전 업무를 어찌어찌 마쳤다. 시아는 오늘은 밥을 거르겠다며 도윤을 따로 보냈다.

이태가 점심시간에 엎드려 있는 시아를 발견했다.

‘오늘은 안 따라올 건가 보네.’

평소와 달리 조용한 자리가 어쩐지 눈에 밟혔다. 이태는 한 번 더 시아를 돌아보고 식사를 하러 갔다.

‘딩.’

[퀘스트 : 카페에 붙어 있는 권이태랑 주여 떨어트리기

성공 시 - 권이태 호감도 +1 / 실패 시 - 김주여랑 권이태 사이 호감도 +1]

“뭔 퀘스트야…….”

시아는 비척비척 일어나 의무적으로 카페로 향했다. 빨리 권이태 호감도 올려서 퀘스트 끝내버려야지.

찌르는 듯한 통증에 입술이 하얗게 질렸다.

이를 악문 시아는 좀비처럼 주여를 찾아 헤맸다. 그리고 이태와 대화하고 있는 주여를 발견하고 다가가 있는 힘껏 주여의 어깨를 밀었다.

‘쿠당탕.’

나가떨어진 것은 시아였다.

이태와 주여가 놀라서 시아에게 다가왔다. 시아의 의식이 흐릿해져 갔다.

[이건 성공이야, 실패야?]

[지가 패고 지가 맞는 건 뭔데.]

[이런 게 역관광?]

주변이 소란스러웠다.

누군가의 등에 업힌 채 몸이 들썩였다. 담요에서 나던 익숙한 향이 단단한 등에서 느껴졌다.

시아는 그대로 의식이 끊겼다.

다시 감각이 돌아왔을 때는 손등에 수액 바늘이 들어오고 있었다. 시아가 끔뻑끔뻑 눈을 뜨며 정신을 차렸다.

“신시아 씨?”

“권이태?”

이태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급성 위염에 탈수랍니다. 괜찮습니까?”

눈앞에 남자 주인공 둘과, 여자 주인공까지 모두 몰려와 있었다. 다들 놀란 표정이었다.

‘뭐지, 이 조합은.’

악녀를 위해 모여준 영웅들이 웃겨서 소심하게 쿡쿡 웃었다. 물론 다들 한마디씩 더 하긴 했지만, 악녀를 위해 모여주는 게 맞냐고.

[불쌍하니까 성공으로 해주자.]

[주인공도 위로해주는데.]

[일단 둘이 떨어진 거 같기도?]

‘딩.’

[퀘스트 성공 - 권이태 호감도 +1]

악녀들도 오늘은 시아 편이었다.

“시아 씨, 내일부터는 식판 검사할 거예요.”

“그러게 깨작이지 말라니까요!”

주여와 도윤이 잔뜩 성을 내며 말했다.

어쩐지 기분이 몽글몽글해져서 시아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을 것 같아서.

간호사가 보호자 한 명만 남고 모두 나가달라고 했다.

“제가 데려왔으니, 제가 남겠습니다.”

보호자로 권이태가 남았다.

시아는 다시 체할 것 같은 기분에 얼굴을 돌려버렸다.

“불편하시면 나가 있겠습니다.”

시아는 손을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앉아 계세요.”

다급히 만류했다.

이태가 시아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얼마나 안 먹으면 위에 든 게 없다고 합니까?”

시아는 말문이 막혔다.

‘먹는 것보다 중요한 게 세상에 얼마나 많은데.’

막상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이태도 딱히 대답을 들으려고 물은 것은 아닌지 재촉하지 않았다.

[이거 지금 각이야.]

[뭔 각? 키스각?]

[바보들아. 사귀지도 않는데 어떻게 키스를 해.]

[고백각 아니야?]

설마.

제발.

아니겠지.

‘딩.’

[퀘스트 : 남자 주인공에게 고백하시오

성공 시 - 남친 획득 / 실패 시 - 소문 ×2]

엣뀽

모쏠이 이렇게나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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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주를 빼앗으라는데, 진짜 빼앗아버렸다.   10.소문x2

    아니. 안 한다. 이 모태솔로들아. 지금 고백각도 아니고 성공해도 문제, 실패해도 문제다. 그냥 무슨 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소문을 선택하겠다.[잘 선택해.][그래. 곱하기는 다 조심해야 해.]시아는 손을 절레절레 저었다. 이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표정이다. 가끔 보여주는 사회용 미소가 시아는 묘하게 더 불편했다. 시아는 답답한 분위기에서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부장님.”“네.”“사회용 미소 그거 별로예요. 지금이 나아요.”이태가 바로 사회용 미소를 지어 보였다.“악!”“이거 말입니까? 저도 사회생활을 해야 하니까요?”이태가 다시 태연한 무표정으로 대꾸했다.“저한테는 사회생활 안 하시네요?”“해드릴까요?”인조 미소를 띠우며 시아에게 장난을 치는 이태였다.시아가 결국 참지 못하고 푸핫 하고 웃어버렸다. 아무도 모르는 부장님의 개구쟁이 같은 면을 알게 돼서 그런가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부장님, 아까 저 업고 뛰어서 병원 오신 거 맞죠?”“네.”어쩐지 무표정인데도 이태가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아있어요!”“괜찮습니다. 직원 복지입니다.”이태가 말하며 슬쩍 입가를 가렸다. 처음 보는 행동이었다. 시아는 어쩐지 그가 귀여워 웃음이 터져 나왔다.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포커페이스로 돌아온 이태는 수액이 다 들어갈 때까지 꼼꼼히 확인하고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줬다. 정말 최고의 회사 복지였다.‘딩’[퀘스트실패 - 소문X2]그리고 다음 날.시아는 곱하기의 무서움을 알게 됐다.‘신시아 씨가 권이태 부장을 꼬시려고 앞에서 쓰러진 척 연기했다.’‘신시아가 몸으로 권이태를 꼬셨다.’‘신시아가 김주여를 죽이려고 했다.’‘그들은 삼각관계였다.’‘권이태가 주여를 만나면서 시아와 바람을 피웠다.’‘그래서 병원에 둘만 남아 있었는데 무엇을 했을지 모른다.’아침드라마 한 편이 시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정도면 곧 기자가 들이닥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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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히 웬만한 것들은 다 환불 처리를 받아줬다. 시아는 피눈물을 흘리며 허공을 바라보다가 꾸짖었다.“돈 문제는 예민하니까 이런 건 미리 말해 줘.”시아는 다른 건 다 참아도 경제적인 문제는 못 참았다.[미안해][쏘리해][누가 사래?]마지막에 누구야. 너 당장 이 방에서 나가!시아는 발로 이불을 뻥뻥 차며 오늘 했던 모든 일들을 후회했다.“맞다, 양복.”밤이 늦었지만 24시간이니까 열려 있겠지 하며 빠르게 양복을 찾으러 갔다. 비싼 양복이라고 했는데 이걸 잊고 있다니, 신시아 네가 미쳤구나.소중한 양복을 찾아서 집에 고이 걸어 놓고 악몽을 꾸며 잠이 들었다. 분명 몸은 자고 있는데 어느새 영혼이 퀘스트 창이 돼서 악녀들과 같이 헛소리를 하고 있었다.“안 돼, 안 돼!”시아가 허공에 손을 저으며 일어났다.[그렇게 싫었어?][그러면 남자 주인공과 사귀면 돼][여자 주인공이 되어 줘]아침부터 심란하게 퀘스트 창이 말을 걸었다. 제일 먼저 보는 게 문자도 아니고 퀘스트 단톡방이라니. 심지어 탈퇴도 할 수가 없다.세안 후 단정한 블라우스에 검은색 정장 바지를 입었다. 미인계가 안 된다면 일 잘하는 멋진 누나 스타일로 꼬셔 주겠다.‘퀘스트들, 들었지? 오늘의 콘셉트는 일 잘하는 멋진 누나야. 알았어?’[옛썰][알았썰][일 못하잖아]마지막에 너 누구냐고. 나중에 찾아가게 된다면 너의 목부터 조르겠다.시아는 뿌득뿌득 이를 갈며 회사로 향했다.오늘 칼퇴를 하고 불금을 제대로 즐겨 버리겠다. 그동안의 스트레스들이여. 곧 천도시켜 주마.시아가 목례로 꾸벅꾸벅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 앉아서 누구보다 미친 듯이 일을 했다. 버그를 오늘 안으로 다 끝장내겠다는 일념으로 찾고 또 찾고 찾아 버렸다.불타는 클릭을 하는 모습을 본 도윤이 궁금해서 물어봤다.“오늘 무슨 일 있었어요?”“아니? 없는데?”말 시키지 마라. 바쁘니까. 직장인의 금요일은 건드리는 거 아니란다.시아는 말 한마디 없이 거북목으로 컴퓨터를 들여다봤다. 이태가 지나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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