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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러브샷!러브샷!

Author: 엣뀽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12 13:15:57

다행히 웬만한 것들은 다 환불 처리를 받아줬다. 시아는 피눈물을 흘리며 허공을 바라보다가 꾸짖었다.

“돈 문제는 예민하니까 이런 건 미리 말해 줘.”

시아는 다른 건 다 참아도 경제적인 문제는 못 참았다.

[미안해]

[쏘리해]

[누가 사래?]

마지막에 누구야. 너 당장 이 방에서 나가!

시아는 발로 이불을 뻥뻥 차며 오늘 했던 모든 일들을 후회했다.

“맞다, 양복.”

밤이 늦었지만 24시간이니까 열려 있겠지 하며 빠르게 양복을 찾으러 갔다. 비싼 양복이라고 했는데 이걸 잊고 있다니, 신시아 네가 미쳤구나.

소중한 양복을 찾아서 집에 고이 걸어 놓고 악몽을 꾸며 잠이 들었다. 분명 몸은 자고 있는데 어느새 영혼이 퀘스트 창이 돼서 악녀들과 같이 헛소리를 하고 있었다.

“안 돼, 안 돼!”

시아가 허공에 손을 저으며 일어났다.

[그렇게 싫었어?]

[그러면 남자 주인공과 사귀면 돼]

[여자 주인공이 되어 줘]

아침부터 심란하게 퀘스트 창이 말을 걸었다. 제일 먼저 보는 게 문자도 아니고 퀘스트 단톡방이라니. 심지어 탈퇴도 할 수가 없다.

세안 후 단정한 블라우스에 검은색 정장 바지를 입었다. 미인계가 안 된다면 일 잘하는 멋진 누나 스타일로 꼬셔 주겠다.

‘퀘스트들, 들었지? 오늘의 콘셉트는 일 잘하는 멋진 누나야. 알았어?’

[옛썰]

[알았썰]

[일 못하잖아]

마지막에 너 누구냐고. 나중에 찾아가게 된다면 너의 목부터 조르겠다.

시아는 뿌득뿌득 이를 갈며 회사로 향했다.

오늘 칼퇴를 하고 불금을 제대로 즐겨 버리겠다. 그동안의 스트레스들이여. 곧 천도시켜 주마.

시아가 목례로 꾸벅꾸벅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 앉아서 누구보다 미친 듯이 일을 했다. 버그를 오늘 안으로 다 끝장내겠다는 일념으로 찾고 또 찾고 찾아 버렸다.

불타는 클릭을 하는 모습을 본 도윤이 궁금해서 물어봤다.

“오늘 무슨 일 있었어요?”

“아니? 없는데?”

말 시키지 마라. 바쁘니까. 직장인의 금요일은 건드리는 거 아니란다.

시아는 말 한마디 없이 거북목으로 컴퓨터를 들여다봤다. 이태가 지나가면서 그 모습을 보고

‘저건 또 무슨 바람이지.’

하고 생각했다.

‘똑똑’

“점심 안 드실 거예요? 오늘은 그거 안 하나? 숨는 거?”

“점심시간이야?”

해야지. 계속 보다 보면 없던 정도 생기겠지.

급하게 달려 나가 부장실을 쳐다봤다. 다행히 권 부장도 이제 나오는 듯했다. 시아는 당당히 엘리베이터를 잡고 권 부장을 기다렸다. 살짝 목례를 한 후 뻔뻔하게 이태를 졸졸 따라다녔다. 도윤은 그런 시아를 보고 쿡 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태가 오늘따라 말없이 시아를 응시했다. 시아는 고개도 들지 못하고 음식을 입에 대충 쑤셔 넣고 있었다.

“오늘은 도윤 씨 안 먹여 줍니까?”

시아가 고개를 들어 이태를 바라봤다.

“네?”

이태가 피식 웃으며 이야기했다.

“아니, 오늘은 반찬을 안 먹여 주시길래.”

그건 퀘스트가 시켜서 그런 거라고 어떻게 말하냔 말이다. 시아는 답답했지만 뭐라고 해야 할지 적당한 답을 고르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 거다. 시아가 오류가 나 버린 이유는.

“뭐… 뭐 좀, 드릴까요?”

“풉.”

도윤이 먹던 밥을 뿜었다. 이태가 황당하다는 빛으로 시아를 쳐다봤다.

“아, 아니. 제 말은 그러니까. 오늘은 맛있는 반찬이 뭐가 있었지?”

시아는 아예 맛이 가 버렸다. 무슨 말인지도 모른 채 아무 말이나 하기 시작했다.

“신대리님, 안 주셔도 됩니다.”

“아… 네.”

도윤은 옆에서 거의 울면서 웃고 있었다. 시아는 그냥 울고 싶은 심정이다.

‘퀘스트, 뭐라도 해 봐.’

[우리도 생각 중이야]

[알아서 수습해 봐]

[나무아미타불]

이태가 오늘도 깨작이면서 식사를 하는 시아를 바라봤다.

‘순진한 척인 걸까, 순진한 걸까?’

이태의 눈동자에 시아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밥을 들었다 놨다 했다. 시아에게는 지옥 같던 점심 식사가 끝나고 다시금 열일 시간이 돌아왔다.

일찌감치 일을 마쳐 버린 시아가 화장품을 들고 토독, 톡, 화장을 고쳤다.

“어디 가게요, 대리님?”

“신경 끄시죠, 도윤 씨?”

시아는 도윤을 치워 버리고 립을 진하게 발랐다. 시계가 똑딱똑딱 지나가는 그 순간만을 기다렸다.

김 팀장이 사무실에 들어왔다.

“오늘 버그 잡은 기념으로 전체 회식 있으니까 다 참여하라고.”

‘김 팀장 죽여 버려!’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누가 금요일에 회식을 잡나? 멍청이 김 팀장밖에 없을 것이다. 빨리 먹고 튀어야겠다.

“신 대리님, 어디 가시는 거 아니었어요?”

시아는 억지로 웃으며 눈을 바르르 떨고 도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으로 말했다.

‘닥쳐.’

도윤은 오싹한 느낌이 들어 순간 고개를 돌렸다.

[퀘스트 : 김 팀장이랑 러브샷

성공 시 - 권이태 호감도 +1 / 실패 시 - 권이태 호감도 -100]

웬일로 멀쩡한 퀘스트래? 시아는 눈을 비비고 다시 퀘스트를 바라봤다.

김 팀장이랑…… 김 팀장이랑?

김 팀장이랑!! 러브샷을 누구랑 해? 권이태 호감도 올리는데 왜 김 팀장이랑 놀아야 하냐고. 얘들아, 말 좀 해 봐.

퀘스트 창에서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시아는 허공을 보며 머리털을 쥐어 잡았다. 권이태 호감도를 포기할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냥 퀘스트 창이 되어 버릴까?’

시아는 가방을 들고 고개를 떨군 채 대역죄인처럼 회식 장소로 끌려갔다. 오늘도 폭탄주를 말라고 시키고는 제일 끝쪽에 앉는 김 팀장이었다.

시아는 우울하게 폭탄주를 말았다. 우울해도 사회생활은 해야 하는 거니까. 그 잘 마시던 술도 들어가질 않았다.

맞은편에서 개발팀 직원 하나가 시아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신시아 대리님 맞죠?”

“네, 안녕하세요.”

순박하게 생긴 청년은 시아에게 술잔을 건네며 얼굴을 붉혔다.

다시 말하지만 시아는 잘생긴 사람 한정 스윗걸이었다. 개발팀 직원이 저도 따라 달라며 잔을 비웠다. 시아는 한 손으로 술을 꼴꼴꼴 따라 주었다.

“짠해도 되겠습니까?”

“아뇨.”

시아가 그대로 술잔을 들이켰다. 개발팀 직원은 무안해하면서도 계속 시아에게 말을 걸었다. 시아는 그 시선이 불편해서 술잔을 들고 김 팀장이 있는 곳으로 갔다.

“팀장님, 호호호. 폭탄주 좀 말아 드리러 왔어요.”

가식적으로 호호대며 폭탄주를 제조해서 한 잔 주었다. 다시 자리로 가려니 차마 엉덩이가 떨어지질 않았다.

부장의 잔이 비어 있기에 잔을 채워 주려고 손을 뻗었다. 이태는 손으로 잔 위를 막으며 단박에 거절했다.

“전 괜찮습니다.”

김 팀장은 벌써 한 잔을 다 마시고 소주를 마시려고 하고 있었다.

“팀… 팀장님!”

“뭐야?”

“러브샷 파도타기 어떠세요? 우리 모두 다 같이 화합하는 의미로요! 제가 먼저 팀장님이랑 할게요.”

주변에서 각종 야유가 들려왔다. 시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팀장과 제 잔에 소주를 채웠다.

“선우그룹을 위하여!”

얼떨결에 팀장이 위하여를 외치며 시아와 러브샷을 했다.

‘딩’

[퀘스트 성공 : 권이태 호감도 +1]

‘해냈어.’

속으로 피눈물이 흘렀다.

팀장은 옆 사람과 러브샷을 했다. 그렇게 의도치 않게 러브샷 파도타기를 하다 보니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차례가 되었다.

주인공인 걸 알아서 그런가? 꿀꺽 침이 삼켜졌다. 괜히 시아가 더 긴장돼서 주먹을 꽉 쥐었다.

생각보다 담백하게 러브샷이 끝났다.

뭔가 기대해서 그러나?

시아가 머리를 긁적였다. 이태가 말없이 시아와 자신의 잔에 술을 따랐다.

“?”

“?”

서로 뭐 하냐는 듯 쳐다봤다. 이태는 자신이 제시했으면서 저 여자가 까먹었나 싶어 시아의 손에 잔을 쥐여 줬다.

“해야죠. 러브샷 파도타기.”

그제야 시아는 그의 의도를 이해했다. 아, 자신까지 돌아와야 끝이 나는 거였구나. 김 팀장에게 집중하느라 잊고 있었다.

그와 팔을 교차해 술잔을 입 가까이 가져갔다. 시아는 자신의 맥박 뛰는 소리가 바깥에 들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걱정됐다.

‘부정맥이야? 왜 이렇게 뛰어.’

별것도 아닌 것에 심장이 불규칙하게 마구잡이로 뛰었다. 맞닿은 팔목부터 열꽃이 피어나는 것 같았다. 자신의 얼굴이 지금 빨개졌을 거라고 직감하고 있었다.

‘빨리 클럽을 가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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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주를 빼앗으라는데, 진짜 빼앗아버렸다.   10.소문x2

    아니. 안 한다. 이 모태솔로들아. 지금 고백각도 아니고 성공해도 문제, 실패해도 문제다. 그냥 무슨 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소문을 선택하겠다.[잘 선택해.][그래. 곱하기는 다 조심해야 해.]시아는 손을 절레절레 저었다. 이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표정이다. 가끔 보여주는 사회용 미소가 시아는 묘하게 더 불편했다. 시아는 답답한 분위기에서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부장님.”“네.”“사회용 미소 그거 별로예요. 지금이 나아요.”이태가 바로 사회용 미소를 지어 보였다.“악!”“이거 말입니까? 저도 사회생활을 해야 하니까요?”이태가 다시 태연한 무표정으로 대꾸했다.“저한테는 사회생활 안 하시네요?”“해드릴까요?”인조 미소를 띠우며 시아에게 장난을 치는 이태였다.시아가 결국 참지 못하고 푸핫 하고 웃어버렸다. 아무도 모르는 부장님의 개구쟁이 같은 면을 알게 돼서 그런가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부장님, 아까 저 업고 뛰어서 병원 오신 거 맞죠?”“네.”어쩐지 무표정인데도 이태가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아있어요!”“괜찮습니다. 직원 복지입니다.”이태가 말하며 슬쩍 입가를 가렸다. 처음 보는 행동이었다. 시아는 어쩐지 그가 귀여워 웃음이 터져 나왔다.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포커페이스로 돌아온 이태는 수액이 다 들어갈 때까지 꼼꼼히 확인하고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줬다. 정말 최고의 회사 복지였다.‘딩’[퀘스트실패 - 소문X2]그리고 다음 날.시아는 곱하기의 무서움을 알게 됐다.‘신시아 씨가 권이태 부장을 꼬시려고 앞에서 쓰러진 척 연기했다.’‘신시아가 몸으로 권이태를 꼬셨다.’‘신시아가 김주여를 죽이려고 했다.’‘그들은 삼각관계였다.’‘권이태가 주여를 만나면서 시아와 바람을 피웠다.’‘그래서 병원에 둘만 남아 있었는데 무엇을 했을지 모른다.’아침드라마 한 편이 시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정도면 곧 기자가 들이닥쳐

  • 남주를 빼앗으라는데, 진짜 빼앗아버렸다.   09.이태의 이상형

    “길고 긴 러브샷을 끝내고 다시 왁자지껄한 분위기로 돌아갔다. 시아는 가방을 들고 몰래 살금살금 음식점 밖으로 빠져나갔다.“어디 가십니까?”아까 그 개발팀 직원이었다.“데려다드리면 안 됩니까?”응, 안 됩니다.직원은 많이 취해 보였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시아가 재빨리 달아나려고 했다. 하지만 팔을 잡혀버렸다.“저 생각보다 괜찮은 놈입니다. 왜 알아보지도 않고 싫어하십니까?”“아니요, 안 싫어요. 호호호. 팔 좀 놔주실래요?”개발팀 직원이 고개를 들어 시아를 정면으로 쳐다봤다.“그러면 저 만나주실 겁니까?”시아가 난색을 보였다.“죄송합니다.”시아의 팔을 잡은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아악, 아파요.”그때 밖으로 나온 이태가 개발팀 직원의 손아귀를 세게 잡아 벌렸다.“그만하시죠.”이태의 키와 덩치에 눌린 직원이 황급히 손아귀의 힘을 풀었다. 이태가 손목을 놓자 직원은 다급하게 회식 장소로 뛰어 들어갔다.이태가 말했다.“저 직원은 교육 조치 해놓겠습니다.”“아, 감사합니다.”시아가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했다. 잡혔던 팔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멍이 들 기세였다.팔을 내려다보며 ‘힝’ 하고 작게 울고는 이태에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가려 했다. 이태가 붉어진 팔뚝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데려다주겠습니다.”“아니.”[미쳤어?!][거절을 거절해!][지금이 기회인데!]“너무 감사합니다.”시아의 태세 전환은 빨랐다.이태는 ‘잠시만’이라고 하더니 회식 장소로 돌아가 옷가지를 챙겨 나왔다. 대리기사를 불러 내비게이션에 시아의 집 주소를 찍어 넣었다.차 뒷좌석에 같이 앉았지만 할 말은 없는 이상한 상태가 되었다.‘퀘스트 뭐 해.’[우리도 예상 못 했어. 기다려.]예상은 시아도 못 했다.이태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시아 씨는 제가 불편합니까?”시아가 질문의 의도를 몰라 이태를 쳐다봤다.“……네.”이태가 고개를 돌려 시아와 눈을 맞췄다.“그러면 왜 자꾸 따라다닙니까?”시아는 이태와 눈동자가 맞닿자 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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