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강치열은 더는 대화할 가치도 없다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산은 이미 끝냈는지 테이블 한쪽에 카드 영수증만 달랑 남아 있었다.
진짜 끝이구나. 헤어짐이 이렇게까지 모양 빠질 수 있구나.
영화처럼 멋있을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인간적일 수는 없었나 싶었다.
“갈게.”
“꺼져.”
나는 끝까지 그를 붙잡지 않았다.
붙잡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순간 붙잡는 내가 너무 불쌍해질 것 같아서였다.
사랑은 이미 상대가 끝냈는데, 자존심까지 내가 버릴 순 없지 않나.
문이 닫히고, 나는 그제야 식탁 위를 내려다봤다.
‘먹다 남은 치킨.’
‘식어버린 떡볶이.’
‘기름이 굳어가는 소스.’
이상하게 꼭 내 연애 같았다.
그날 밤, 나는 결국 울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도 울고,
현관문을 닫고 기대선 채로도 울고,
샤워기 물소리 속에서도 울었다.
울다가 지쳐 침대에 쓰러졌고, 그 와중에도 습관처럼 노트북을 켰다.
하얀 문서창.
깜빡이는 커서.
그리고 맨 위에 떠 있는 제목.
‘치떡빠 : 치킨이 떡볶이에 빠진 날’
나는 한참 동안 그 제목만 바라보다가 결국 노트북을 덮었다.
‘사랑을 쓰는 사람인데, 사랑이 끝나 버렸다.’
그럼 이제 무슨 수로 다음 문장을 쓰지.
며칠 뒤, 오연수가 내 집에 쳐들어왔다.
“야, 일어나.”
“안 일어나.”
“죽었냐?”
“응.”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있는데도 연수 목소리는 천장을 뚫고 들어왔다.
나는 눈도 못 뜬 채 베개를 더 끌어안았다.
사람이 실연하면 최소 삼 일은 침대와 동화될 권리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내 주변 인간들은 다들 너무 건강했다. 상식적이고,
부지런하고, 화나도 밥은 먹고 잠은 자는 인간들.
그런 점에서 오연수는 정말 내 인생 최악의 친구였다.
너무 멀쩡해서, 내가 질척이고 망가질 시간을 잘 안 줬으니까.
“씻고 나와. 술 마시자.”
“낮이잖아.”
“그래서? 낮술이 더 잘 들어가.”
“나 안 마셔.”
“그럼 내가 네 입 벌리고 부어줄게.”
나는 결국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났다.
거울 속 내 얼굴은 누가 봐도 최근에 차인 사람 얼굴이었다.
눈은 퉁퉁 붓고, 피부는 푸석하고, 머리는 산발이었다.
그런데도 연수는 문간에 기대서 나를 보더니 아주 태연하게 말했다.
“생각보다 덜 죽었네.”
“위로라는 걸 좀 해봐.”
“야, 나 네 장례식장 온 거 아니거든?”
그렇게 말하면서도 연수는 냉장고를 열어 생수부터 꺼내줬다.
이런 애였다. 입은 세상 제일 싸가지 없는데 손은 또 이상하게 빠르다.
남들이 보기엔 못된 친구 같겠지만, 나는 안다.
진짜 못된 친구는 내가 열흘째 원고를 못 쓰고 있는 것도,
밥 대신 물만 마시고 있는 것도, 굳이 들여다보지 않는다.
우리는 결국 동네 술집에 앉았다.
연수는 닭발을 시켰고, 나는 닭발 냄새만 맡아도 속이 울렁거려 소주잔만 붙들었다.
연수는 내 얼굴을 한참 보더니 결국 못 참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근데 진짜 뭐 그런 새끼가 다 있냐?”
“하지 마.”
“왜? 네 전남친 욕도 못 해?”
“전남친이란 말 하지 마.”
“그럼 뭐라고 해. 전썅놈?”
나는 피식 웃었다가,
웃은 게 또 억울해서 금세 입술을 깨물었다.
연수는 그걸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에도 여러 감정이 섞여 있었다.
답답함, 속상함, 짜증, 그리고 결국 친구 걱정.
“야, 이도희. 정신 차려. 바람 핀 놈이야.
그것도 존나 당당한 놈. 네가 지금 여기서 밥도 못 먹고 원고도 못 쓰고 있으면 제일 좋아할 타입이라고.”
“좋아하겠냐.”
“좋아하지. ‘아직도 나 못 잊었네’ 하면서 자존감 채우겠지.”
너무 정확해서 더 짜증났다.
나는 소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목이 타들어 갔다.
매운 것도 못 먹고 술도 강하지 않으면서,
사람은 이상하게 마음이 아프면 자꾸 속이 뜨거워지는 것들만 찾는다.
“나 근데 진짜 이해 안 가.”
내가 잔을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뭐가?”
“치킨이랑 떡볶이가 어떻게 지겨워지냐.”
연수는 잠깐 멍하니 나를 보다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야, 넌 실연하고도 그게 제일 서럽냐?”
“그게 아니고… 아니, 그것도 맞고.”
나는 볼멘소리로 중얼거렸다.
“하… 너무 짜증나. 걔가 나 싫어진 건 그렇다 쳐도,
내가 좋아하던 것까지 싸잡아서 질렸다고 하니까 더 열 받아.”
연수는 잠시 내 얼굴을 보더니 혀를 찼다.
“너 진짜 오래 만난 티 난다. 정상적인 헤어진 사람은 다른 여자부터 욕해.”
“얼굴도 모르는데 뭘 욕해.”
“그래서 문제야. 넌 맨날 그렇게 사람한테 감정이 지나치게 성실해.”
“그게 나쁜 거냐.”
“연애할 땐 좀 나쁠 수 있어. 망한 놈한테도 예의를 차리게 되니까.”
이건 너무 타이밍이 절묘해서 오히려 웃겼다. 방금까지 ‘안정감이라는 이름의 남자’와 점심을 먹고 나왔는데, 그 직후 ‘심장을 살짝 건드리는 남자’에게서 점심 안부 문자가 오다니.나는 그대로 길가에 서서 한참 웃었다.진짜, 내 인생 너무 이상해졌다.그리고 아주 솔직히 말하면 이상한데도 조금 재밌었다.강도윤에게서 받은 안정감이 아직 몸에 남아 있었다.이상한 표현이지만 정말 그랬다. 점심을 먹고, 표지 방향을 얘기하고, 내 글의 장점과 단행본의 결을 함께 정리하던 그 시간이 지나고 나니, 마음 한쪽이 가지런히 정돈된 느낌이었다. 누군가가 내 작품을 제대로 읽고, 내 장점을 정확히 짚고, 내가 흔들리지 않게 문장 바깥의 자리까지 정리해주는 경험. 그건 설렘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따뜻함이었다. 사람이 무너질 때 어깨를 빌려주는 대신, 무너지지 않게 바닥을 먼저 받쳐주는 방식의 다정함.그래서 더 웃겼다.그 바로 다음 순간, 핸드폰 화면에 뜬 이름이 도화준이라는 게.나는 카페 앞 인도에 잠깐 멈춰 서서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오늘 점심은 잘 드셨습니까.정말 별것 아닌 문장이다.안부 중에서도 가장 무난한 안부.그런데도 하필 지금, 하필 이 타이밍이라서 사람을 더 웃게 만들었다.같은 날,한 남자는 내 글을 책으로 만드는 얘길 했고,다른 한 남자는 내가 점심을 잘 먹었는지 물었다.세상에 이런 흐름이 어디 있지. 나는 결국 고개를 숙인 채 웃었다. 길 건너편 신호 대기 중이던 사람들이 혹시 날 보진 않을까 싶어 괜히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이상하게 좋은 일을 들킨 사람처럼 민망했다.도화준에게 뭐라고 답하지. 한참 고민하다가 나는 아주 무난한 문장을 골랐다.‘네. 덕분에요.’보내고 나서 그대로 멈췄다.아니, 잠깐. ‘덕분에요’는 왜 붙였지?나는 그대로 눈을 질끈 감았다. 이건 분명 강도윤과 점심을 먹고 와서 마음이 느슨해진 탓이었다. 평소보다 조금 더 솔직해져 있었고, 조금 더 잘 웃고 있었고, 그래서 문자 한 줄에
“좋은 쪽으로요?”그 질문이 의외로 다정해서, 나는 잠깐 눈을 깜빡였다.‘좋은 쪽으로요?’보통 사람들은 ‘무슨 일 있어요?’부터 묻는다. 그런데 강도윤은 먼저 방향을 묻는다. 그게 이상하게 좋았다. 내가 겪고 있는 이 혼란을 꼭 문제라고 단정하지 않는 느낌이라서.“아직은 모르겠어요.”나는 솔직하게 말했다.“근데 전보단 덜 우울해졌어요.”강도윤의 눈빛이 아주 미세하게 부드러워졌다.“그거면 충분히 좋은 쪽 아닌가요.”나는 포크 끝을 내려다봤다.그거면 충분히 좋은 쪽.도화준도 어젯밤 비슷한 말을 했다.그 정도면 충분한 밤이라고.같은 의미인데도, 두 사람의 말은 다르게 남는다.도화준의 말은 마음을 말랑하게 만들고, 강도윤의 말은 마음을 정리하게 만든다.그리고 나는 그 차이를 느끼는 내가 조금 낯설었다.“작가님은.”강도윤이 샌드위치를 한입 자르고 나서 말했다.“원래 혼자 오래 버티는 편이시죠.”나는 그대로 멈췄다.“네?”“그냥… 그런 쪽 같아서요.”그가 무심하게 덧붙였다.“스스로 다 해결하려는 사람.”그 문장이 너무 정확해서, 나는 잠깐 아무 말도 못 했다.사람이 무너질 때 제일 당황스러운 순간은 누군가가 자기가 숨겨둔 습관을 너무 쉽게 알아봤을 때다. 나는 늘 그랬다. 웬만한 건 혼자 처리하려 했고, 힘들어도 대충 괜찮은 척 넘겼고, 진짜 바닥일 때도 누군가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걸 잘 못했다. 강치열과 헤어지고도 며칠을 식음전폐하면서 연수에게조차 ‘괜찮다’고 했던 인간이 바로 나였다.그걸 이 남자가 어떻게 알았지.“그런가요…?”내가 아주 작게 묻자, 강도윤은 조금 망설이다가 말했다.“작가님 글이 그래요.”‘아.’“웃기고 가볍게 흘러가는 것 같아도, 결국 중요한 감정은 늘 혼자 오래 붙들고 있잖아요.”나는 그대로 조용해졌다.그건 거의… 내 글 얘기인 동시에 내 얘기였다.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사실이 부끄럽기보단 조금 안심이 됐다.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나를 조금 알아본다는 건 생각보다 큰
“표지 방향성 레퍼런스 몇 개 정리해봤어요. 작가님 취향이 중요해서, 오늘은 그냥 편하게 얘기해보려고요.”나는 화면을 들여다보다가 조금 놀랐다.생각보다 훨씬 꼼꼼했다. 단순히 ‘로맨스 장르 느낌’ 정도가 아니라, 표지 컬러감, 타이포 방향, 인물 구도, 여성 독자 반응이 좋은 시선 처리, 심지어 플랫폼 첫 화면에서 어떻게 보이는지까지 정리해둔 상태였다. 나는 무심코 입술을 살짝 벌렸다.“이거… 되게 많이 보셨네요.”강도윤은 아주 자연스럽게 웃었다.“작가님 작품이잖아요.”그 말이 너무 담백해서, 오히려 더 크게 남았다.작가님 작품이잖아요. 저건 분명 업무적인 문장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내 글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처럼 들렸다. 나는 노트북 화면을 보다가 아주 조용히 숨을 골랐다.“감사해요.”“제가 더 감사하죠. 사실 저는 치떡빠 처음 봤을 때부터, 이 작품이 종이책으로 나와도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나는 순간 눈을 들었다.“처음부터요?”“네.”강도윤은 내 반응을 보며 아주 약하게 웃었다.“조금 놀라셨네요.”“아니… 그냥.”나는 솔직하게 말했다.“그런 얘길 처음 들어봐서요.”강치열은 내 글을 거의 안 읽었다. 아니, 정확히는 초반 몇 화 정도는 읽는 척했지만, 나중엔 그냥 “재밌겠네” 같은 성의 없는 말로 넘겼다. 내가 밤새워 퇴고를 하고, 댓글 반응에 울고 웃고, 표지 한 장에도 고민하는 걸 가장 가까이서 보던 사람이 결국 내 글엔 아무 관심도 없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오래 상처로 남았다.그런데 지금 내 앞의 남자는 내가 한참 써온 작품을 ‘처음부터 종이책으로 보고 싶었다’고 말한다.이건 생각보다 꽤 큰 일이었다.“좋은 뜻으로요.”강도윤이 덧붙였다.“가볍고 발랄한데, 감정이 얕지 않아서요. 그 균형 잡기가 되게 어렵거든요.”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속이 조금 이상해졌다.‘정확해서.’내가 늘 제일 고민하던 부분이었다. 로코는 가벼워 보여야 하지만, 인물 감정이 얄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제일 먼저 본 건 핸드폰 화면이었다.그리고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나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한참 동안 가만히 있었다.“진짜 답도 없다….”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눈 뜨자마자 핸드폰부터 확인하는 인간이 되어 있었다. 그것도 무료 체험 남친한테 온 마지막 문자랑 출판사 대표한테 온 업무 톡이 같은 창에 남아 있는 상태로. 이쯤 되면 내 일상이 꽤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정돈되고 있는 게 분명했다.하지만 더 웃긴 건, 기분이 아주 나쁘진 않았다는 점이었다.강치열과 헤어진 뒤 처음 며칠은 아침이 제일 싫었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아, 또 하루를 버텨야 하지’라는 생각이 먼저 올라왔다. 잘 때는 잠깐 잊었다가, 아침이 되면 다시 상실감이 정면으로 밀려왔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아주 상쾌한 건 아니어도, 적어도 일어나기 싫은 수준은 아니었다.그게 누구 덕분인지 굳이 이름 붙이고 싶진 않았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나는 침대 위에 반쯤 누운 채 알림창을 내렸다. 페이지온 단체방에 새 파일 하나가 올라와 있었고, 강도윤 개인 톡엔 새 메시지가 하나 더 와 있었다.‘작가님, 오늘 점심쯤 잠깐 시간 괜찮으시면 단행본 표지 방향성도 같이 얘기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부담 안 되시면 근처에서 가볍게 뵐까요?’나는 그 문장을 읽고 아주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점심. 가볍게. 근처에서.’정말 업무적인 말인데, 왜 사람은 ‘가볍게 뵐까요’ 같은 문장에서 괜히 숨을 한 번 고르게 되는지 모르겠다. 물론 이건 데이트가 아니다. 너무 당연하게도 일이고, 출판사 대표가 작가를 만나는 정상적인 업무 미팅일 뿐이다. 그런데도 요 며칠 내 일상에 ‘남자와 약속’이라는 이벤트가 갑자기 늘어나 버린 탓인지, 몸이 먼저 반응했다.“하….”나는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났다.오늘은 정신 차려야 한다.오늘은 도화준이 아니라 강도윤이다.그리고 무엇보다 오늘은 업무다.그렇게 다짐하며 욕실로 들어갔지만, 샤워를 하는 동안에도 이
강치열의 다정함은 초반엔 뜨거웠고, 나중엔 무성의해졌다. 눈에 띄는 이벤트와 큰 말들로 시작해, 끝에는 지겨움과 짜증으로 남았다. 반면 도화준은 처음부터 조용했다. 크게 다정하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이상하게 사소한 데 오래 머문다. 사람을 휘어잡는 방식이 아니라, 자꾸 마음이 느슨해지는 방식.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그와는 또 전혀 다른 결의 남자가 떠올랐다.‘강도윤.’나는 무심코 노트북 옆에 둔 휴대폰을 다시 들여다봤다. 페이지온 단체방은 조용했지만, 개인 톡 하나가 와 있었다. 발신자는 강도윤.작가님,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오늘 편집 방향 관련해서 문서 하나 정리해뒀는데, 내일 오전에 보셔도 괜찮습니다.급한 건 아닙니다.‘정말, 이 남자도 이상했다.’도화준이 조용히 사람 심장을 흔드는 타입이라면, 강도윤은 사람을 차분하게 안정시키는 쪽이었다. 말투도 다르고, 눈빛도 다르고, 가까워지는 방식도 다르다. 도화준이 마주 앉은 저녁의 공기를 바꾸는 남자라면, 강도윤은 멀리서도 흐트러진 걸 정리해주는 남자.그리고 그 차이가 생각보다 또렷하게 느껴지는 순간, 나는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두 남자가 내 삶에 동시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하나는 현실 같지 않은 방식으로,하나는 너무 현실적인 방식으로.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강도윤에게 답장을 보냈다.아니에요.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내일 오전에 바로 확인해볼게요.몇 초 뒤, 바로 읽음 표시가 떴다.그리고 답장.네.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작가님 페이스로 가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나는 그 문장을 읽고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이상하게도, 강도윤의 말은 늘 ‘안정’ 쪽으로 작용했다. 조급해하지 말라고, 무리하지 말라고, 천천히 해도 된다고 말해주는 사람. 그게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창작하는 사람에겐 꽤 크게 다가온다. 원고 마감과 독자 반응, 조회수와 댓글, 플랫폼과 계약 조건 같은 것들에 치이다 보면 어느 순간 사람은 ‘잘 써야 한다’보다 ‘망하면 안 된다’에
나는 가방을 내려놓고 코트를 벗은 뒤, 일단 핸드폰부터 들여다봤다. 도화준에게 문자 보낼까 말까 잠깐 고민하다가, 결국 먼저 온 메시지가 있는지부터 확인했다.‘없었다.’그게 당연한데도, 아주 미세하게 아쉬웠다.나는 스스로가 웃겨서 그대로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대체 내가 언제부터 이런 쪽 인간이 됐지. 누군가에게서 먼저 오는 연락 한 줄에 의미를 붙이고, 오지 않은 연락의 공백을 괜히 의식하고. 이건 딱 내가 제일 싫어하던 상태였다. 누군가에게 마음이 조금 기울기 시작하면, 세상이 괜히 그 사람 기준으로 미세하게 흔들리는 상태.‘그래서 더 위험했다.’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아주 의식적으로 문자창을 열었다.‘잘 들어왔어요.’‘오늘은… 생각보다 많이 안 불편했어요.’보내고 나서야 마지막 문장이 조금 이상했다는 걸 깨달았다. ‘많이 안 불편했다’니. 그게 무슨 고백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무심한 인사도 아니고. 애매하기 짝이 없는 문장. 나답다면 나다운 문장이었다. 솔직하면서도 끝까지 발을 다 빼지 못하는.나는 답장을 기다리지 않기로 마음먹고 욕실로 들어갔다. 씻는 동안만큼은 생각이 조금 비워질 줄 알았다. 따뜻한 물을 맞고 머리를 감고, 향이 약한 바디워시 거품을 헹궈내는 단순한 동작들. 그런데도 이상하게 오늘은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다.‘도화준은 왜 그런 일을 하고 있을까.’문득 그 생각이 들었다.그 질문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마음 한구석에 있었는데, 지금까지는 일부러 크게 키우지 않았다. 그냥 앱 속 남자니까. 직업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늘처럼 저 사람이 조금 더 사람 같아 보이는 순간을 보고 나면 그게 더 궁금해졌다. 저 남자는 원래 어떤 사람이었을까. 누구랑 어떤 식으로 웃고, 어떤 걸 싫어하고, 어떤 저녁을 보내는 사람일까.그리고 동시에, 왜 그걸 말해주지 않는 걸까.물론 당연하다. 고객에게 사생활을 다 공개하는 게 더 이상하다. 그런데도 사람 마음이란 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