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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화

Author: 양순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16 08:40:46

검붉은 드레스는 이미 빈민가의 전당포 창고에 헐값으로 처박힌 지 오래였다.

수도의 가장 깊고 은밀한 뒷골목 야시장.

레녹이 급조해 온 얇고 거친 리넨 원피스 하나만 걸친 블랑은, 낡은 숄을 뒤집어쓴 채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르는 골목을 걷고 있었다.

“아…….”

블랑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싸구려 꼬치구이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번들거리는 고기기름과 붉은 소스가 그녀의 입술에 끈적하게 묻어났다. 입가를 핥아 올리는 야릇한 혀놀림.

세상의 가장 값비싸고 화려한 것들만 탐할 것 같던 여자가, 숯불 연기와 먼지가 섞인 뒷골목의 싸구려 음식을 이토록 달게 삼켜내다니.

“그렇게… 맛있습니까?”

평민 복장을 한 레녹이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당장이라도 질색할 줄 알았던 그녀는, 마치 이런 맛있는 음식은 처음이라는 듯 뺨을 붉히며 먹고 있었다.

블랑은 입가에 묻은 소스를 손등으로 쓱 닦아내며 활짝 웃었다. 계산된 교태가 아니었다. 가면도, 화장도 없는 민낯으로 웃는 그녀는 황궁의 요부 블랑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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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붉은 드레스는 이미 빈민가의 전당포 창고에 헐값으로 처박힌 지 오래였다.수도의 가장 깊고 은밀한 뒷골목 야시장.레녹이 급조해 온 얇고 거친 리넨 원피스 하나만 걸친 블랑은, 낡은 숄을 뒤집어쓴 채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르는 골목을 걷고 있었다.“아…….”블랑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싸구려 꼬치구이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번들거리는 고기기름과 붉은 소스가 그녀의 입술에 끈적하게 묻어났다. 입가를 핥아 올리는 야릇한 혀놀림.세상의 가장 값비싸고 화려한 것들만 탐할 것 같던 여자가, 숯불 연기와 먼지가 섞인 뒷골목의 싸구려 음식을 이토록 달게 삼켜내다니.“그렇게… 맛있습니까?”평민 복장을 한 레녹이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당장이라도 질색할 줄 알았던 그녀는, 마치 이런 맛있는 음식은 처음이라는 듯 뺨을 붉히며 먹고 있었다.블랑은 입가에 묻은 소스를 손등으로 쓱 닦아내며 활짝 웃었다. 계산된 교태가 아니었다. 가면도, 화장도 없는 민낯으로 웃는 그녀는 황궁의 요부 블랑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여인 로제로 돌아가 있었다.고개를 끄덕이던 그녀의 시선이 거리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에게 머물렀다.부모의 손을 잡고 까르르 웃는 아이들.블랑의 눈빛이 금세 아련하게 젖어 들었다.‘나에게도… 저런 평범한 행복이 허락됐더라면.’그 얼굴을 멍하니 보던 레녹의 심장이 쿵, 하고 통제를 벗어나 무겁게 내려앉았다.단지 쓸만한 파트너인 줄 알았던 여자가, 기어이 제 숨통을 쥐고 흔들기 시작했다. 황제의 손아귀에서 이 처연한 여자를 온전히 훔쳐 올 수만 있다면, 기꺼이 제 목을 걸어도 좋겠다는 서늘하고도 미친 충동이 일었다.그때, 어둠 속에서 레녹의 수하가 다급하게 다가와 귓속말을 전했다.레녹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졌다.“짧은 꿈에서 깰 시간이군요, 부인.”레녹이 낮게 속삭였다.“폐하께서 수도 성문을 전면 봉쇄하고 이 잡듯이 뒤지고 계십니다. 검은 망토를 쓴 여자와 은색 가면의 남자를 찾으라고.”블랑의 손에서 꼬치구이가 툭 떨어졌다.아련하게 젖어있던 눈빛이 순식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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