共有

제9화

作者: 애월섬
서현주는 숨이 멎을 것 같았다. 그녀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말했다.

“아니요. 잘못 들은 거예요.”

이 남자가 어젯밤 일과 그녀가 했던 말까지 전부 기억하고 있을 줄이야.

유이영으로 착각한 게 아니라고?

연지훈은 불쑥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반항하는 그녀를 무시한 채 강제로 무릎 위에 앉혔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그녀의 책가방이 차 시트 아래로 떨어졌다.

서현주는 미친 듯이 연지훈의 어깨를 때렸다.

“지훈 씨 왜 이래요 정말? 미쳤어요?”

연지훈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운전석 시트에 밀어붙였다. 이어서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고 서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내가 바보로 보여?”

서현주는 둘 사이에 팔을 뻗쳐서 거리를 유지했다.

“날 유이영으로 착각하는데 역겹다고 하는 게 뭐가 잘못됐어요? 진작 말했잖아요. 지훈 씨랑 거리 두겠다고. 자꾸 선 넘는 쪽은 지훈 씨에요. 그리고 약 탄 거! 누가 한 짓인지 제대로 조사했어요?”

그녀는 연지훈의 깔끔하게 재단된 옷깃을 움켜쥐었다. 차가운 눈동자에 눈물이 서서히 고였다.

“더는 날 억울하게 만들 생각 마.”

“더는?”

연지훈은 어두운 눈길로 그녀를 차분하게 바라보았다.

“내가 언제 너를 억울하게 했는데?”

곰곰이 되새겨보니 전생에 수없이 많았다.

그토록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던 서현주... 연지훈과 유이영은 반드시 마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문득 연지훈이 피식 웃으며 그녀의 턱을 잡았다.

“그리고 또 뭐? 거리를 두겠다고? 난 허락한 적 없는데.”

서현주의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무슨 뜻이에요?”

연지훈의 목소리는 아주 담담했다.

“내가 모든 것을 제대로 조사할 때까지 도망갈 생각 마.”

“결국 지훈 씨는 유이영을 의심하지 못하는 거잖아요.”

서현주는 이 상황이 참 아이러니했다.

“일이 이미 명백해졌어요. 그 과일 주스 말고 다른 의심할 곳은 없어요.”

그녀는 연지훈을 향해 경멸의 미소를 날렸다.

“유이영도 손에 넣었잖아요. 안 그래요?”

연지훈의 눈빛이 더욱 서늘해졌다. 그는 모호하게 말했다.

“아니야, 그런 거.”

하지만 서현주는 그 말뜻을 바로 이해했다.

“나랑은 상관없어요.”

그녀는 연지훈을 세게 밀치고 다시 제자리에 돌아왔다. 시트 아래에 떨어진 책가방도 얼른 주워서 품에 안았다.

남은 길 동안 두 사람은 모두 조용했고 연지훈은 다시 태블릿을 집어 자료를 보기 시작했다.

학교에 도착하자 서현주는 즉시 차에서 내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차 안에서 연지훈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유이영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

“지훈 씨, 좀 괜찮아졌어요?”

연지훈은 나직이 응했다.

잠시 후, 유이영은 수줍은 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훈 씨, 어젯밤에 왜 내 도움 거절했어요? 날 아끼는 건 알지만 그래도 난...”

“이영아.”

그가 덥석 말을 자르고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생각은 하지 마.”

유이영은 입을 다물었다.

오랜 침묵 끝에 그녀가 물었다.

“지훈 씨, 오늘 왜 현주 씨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거예요? 둘이 무슨 얘기 나눴어요?”

연지훈은 간결하게 대답했다.

“별 얘기 안 했어.”

유이영이 불쑥 질문을 내던졌다.

“약 탄 거 혹시 나 의심해요?”

한참 침묵이 흘렀다.

마침내 연지훈의 온화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그런 일 없으니까 걱정 마.”

유이영은 그제야 안심하는 미소를 지었다.

“알았어요.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게요.”

연지훈은 알겠다며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는 학교 정문을 바라보았는데 서현주의 모습은 이미 인파들 속으로 사라졌다.

잘난 연채린 씨 덕분에 서현주는 학교에서 인기가 없었고 오히려 따돌림당하는 처지가 돼버렸다.

이곳은 사립학교라 다들 집에서 귀하게 자란 아이들이었다. 연씨 가문은 이 도시에서 서열 1위였고 자연스럽게 한 무리 학생들이 연채린의 뒤를 따랐다.

어쨌거나 그녀야말로 연씨 가문의 진정한 따님이니까.

교실에 막 들어서자 연채린의 따까리가 애매한 말투로 나불거리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냄새야? 왜 이렇게 구려? 대체 며칠을 안 씻은 거야? 어디 시궁창 가서 뒹굴다 온 거 아니야?”

주변 학생들이 왁자지껄 웃음을 터뜨렸고 조롱과 비웃음이 서현주에게로 향했다.

다만 서현주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지나치며 길을 막고 있던 어느 학생의 발을 ‘우연히’ 찼다. 그리고 태연하게 자리에 앉았다.

연채린은 서현주의 그런 모습에 더욱 짜증이 났다.

그녀는 거만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따까리들과 함께 서현주의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다짜고짜 책상을 발로 걷어찼다.

서현주는 재빨리 뒤로 물러서며 책상에 부딪히는 걸 면했다.

그녀는 싸늘한 시선으로 연채린에게 물었다.

“무슨 짓이야?”

연채린이 피식 웃었다.

“무슨 짓이냐니? 당연히 너 같은 뻔뻔한 인간을 까발리는 거지.”

그녀는 목소리를 높여 반 전체의 이목을 끌었다.

“다들 잘 들어. 서현주 얘 뻔뻔스럽게 우리 지훈 오빠한테 최음제 타서 관계를 가지려고 했어. 일개 고등학생이 이런 짓을 벌이는 게 말이 돼? 역겨워 진짜. 다행히 우리 오빠랑 오빠 여친이 똑똑해서 덫에 걸리지 않은 거야. 서현주 얘는 우리 오빠랑 오빠 여친 사이를 이간질하는 나쁜 년이야.”

순간 교실 안은 떠들썩했고 서현주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놀라움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결론은 모두가 쓰레기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서현주는 연채린의 이런 비난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녀는 연채린보다 키가 컸기에 고개를 숙이고 내려다보았다.

냉랭한 눈빛과 정색한 얼굴로 또박또박 말했다.

“첫째, 연지훈에게 약 탄 건 내가 아니야. 나 역시 피해자라고 볼 수 있어. 둘째, 연지훈 본인도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는데 네가 무슨 자격으로 여기서 소문을 퍼뜨리는 거야? 셋째, 말끝마다 뻔뻔하다, 이간질한다고 하는데 너야말로 그게 고등학생다운 모습이니?”

연채린은 서현주의 반박에 할 말을 잃었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책가방을 들어서 바닥에 가차 없이 내던졌다. 맑은소리가 울려 퍼질 때, 서현주는 미처 반응할 겨를도 없었다.

잠시 후, 서현주가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책가방을 주워들었다. 그러고는 떨리는 손으로 책가방 안감에서 품질이 별로인 옥고리 하나를 꺼냈다.

서현주는 옥고리와 붉은 끈을 손에 쥐고 두 손이 한없이 떨렸다.

옥고리가 부서진 것이다.

아빠가 남겨주신 옥고리가 부서지다니.

그녀는 머리가 백지장이 되었다.

주위에는 연채린과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딱 봐도 싸구려 같은데 뭘 이렇게까지 안타까워하는 거야? 서현주 진짜 거지 맞나봐.”

“얘는 그냥 우리 집에서 키우는 개인데 스스로 인간이라고 여기나 봐.”

뒤늦게 정신을 차린 서현주는 연채린에게 달려들어 얼굴에 주먹을 한 대 날렸다.

연지훈과 유이영, 그리고 엄진경까지 빠르게 학교에 도착했다.

구경꾼들은 교장실 앞에 잔뜩 몰려서 머리를 들이밀고 안의 상황을 살피려 했다.

연채린은 너무 울어서 눈가가 빨갛게 충혈되었고 뺨에는 서현주가 남긴 붉은 자국들이 가득했다.

서현주는 교장 앞에 서서 옥고리를 꽉 쥐고 있었다.

연지훈과 유이영은 오자마자 연채린 곁으로 다가갔다.

유이영이 연채린의 얼굴을 안쓰럽게 바라보다가 매우 아낀다는 듯이 품에 끌어안았다.

“대체 어떻게 때렸길래...”

연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고집스러운 서현주의 뒷모습을 째려봤다.

“서현주.”

차갑고 위엄이 넘치는 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채린이한테 사과해.”

서현주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연지훈이 오기 전에 담임 선생님이 그에게 일부 내용을 과장되게 전달했고 연채린에게 불리한 내용은 많이 삭제했을 터였다.

어쨌든 그녀를 용서받지 못할 악인으로 묘사한 게 틀림없었다.

서현주는 허리를 곧게 폈다.

“싫어요. 난 잘못한 거 없어요.”

담임 선생님이 차갑게 말했다.

“대표님, 저희는 더이상 현주 가르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 많은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감히 채린이한테 손을 대다니...”

연지훈의 말투가 더욱 심각해졌다.

“서현주, 대체 언제까지 소란 피울 거야?”
この本を無料で読み続ける
コードをスキャンしてアプリをダウンロード
コメント (2)
goodnovel comment avatar
jeong
학생인데 오빠도 아닌 지훈씨라고부르네...은근 호칭이 집중을 깨네요. 오빠아님 도련님이라고 부르던지..참..
goodnovel comment avatar
mysunmam80 lovesun
다 못됐어 진짜 연지훈 후회할 행동하지마라
すべてのコメントを表示

最新チャプター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1094화

    연유준은 목청껏 소리를 지르며 연동욱이 그 목소리에 놀라 항복할 것이라는 환상을 품었다.그런데 짝 하는 소리와 함께 모든 환상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연유준의 등에서 화끈거리는 통증이 느껴졌다. 그 통증에 울음마저 멈췄다.연유준은 뒤늦게 연동욱이 회초리를 휘둘렀다는 걸 깨달았다. 회초리를 어찌나 세게 휘둘렀는지 머릿속에 떠올랐던 환상이 이 회초리에 전부 흩어져 버린 듯했다.아이는 너무 아픈 나머지 어깨를 움츠린 채 멍한 눈으로 연동욱을 올려다보았다. 연동욱이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로 집사와 도우미를 불러 연유준을 강제로 떼어놓으라고 했다.연유준이 몸부림치기 시작했다.“할아버지, 때리지 마세요...”상황이 뭔가 잘못되었음을 그제야 알아챘다. 애니메이션은 이렇게 전개되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연유준의 ‘공격’에 굴복하고 엄마를 구해주겠다고 약속해야 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연동욱이 새까맣게 굳은 얼굴로 굵고 검은 회초리를 들고 다가오는 걸 본 연유준은 두려움에 떨었다. 자신이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사랑과 정의의 힘으로는 할아버지를 ‘이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연동욱이 회초리를 높이 들어 올린 순간 연유준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집사와 도우미가 강제로 아이의 손을 벌려 손바닥을 펼치게 했다.그는 회초리로 아이의 손바닥을 세게 내리쳤다. 엄청난 통증에 연유준이 귀청이 떨어질 듯한 비명을 질렀다.연동욱이 어두운 얼굴로 흔들림 없이 말했다.“쟤 입을 막아버려.”집사가 잠시 머뭇거렸다.“어르신, 아직 어린아이예요...”연동욱의 시선에 집사는 고개를 숙인 채 고분고분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작은 도련님, 미안해요.”그러고는 손을 들어 연유준의 입을 막았다.연유준의 비명이 갑자기 뚝 끊겼다. 입이 막힌 바람에 웅웅거리는 소리만 낼 수 있었다. 연동욱이 회초리로 손바닥을 때렸을 때의 소리보다 훨씬 낮았다.이번에는 연동욱이 진심으로 분노한 듯했다. 정말 온 힘을 다해 연유준의 손바닥을 가차 없이 내리쳤다. 이 매로 연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1093화

    연유준은 두려움에 떨면서도 목을 빳빳이 세우고 고래고래 소리쳤다.“할아버지가 들어주실 때까지요.”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연동욱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좋아, 아주. 할아버지가 너를 그렇게 가르쳤어? 염치없고 뻔뻔하게 자라라고 가르쳤냔 말이야.”연동욱이 옆 사람에게 손짓하며 연유준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연유준이 순순히 끌려갈 리 없었다. 좌우로 피하면서 연동욱의 팔을 꽉 붙잡았다. 그 바람에 연동욱은 몇 번이나 휘청거렸다.그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는 걸 본 연채린이 재빨리 다가갔다.“할아버지, 지금 뭐 하세요? 유준아, 뭐 하는 거야?”연유준은 여전히 연동욱의 팔을 붙잡은 채 연동욱의 뒤에 숨어 그녀를 힐끗 쳐다봤다. 그러고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연동욱이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유준이가 떼를 쓰고 있는 게 안 보여?”연씨 가문의 집사와 몇몇 도우미들이 연동욱과 연유준의 주변에 서 있었다. 연유준을 떼어놓으려고 해도 아이가 미꾸라지처럼 이리저리 빠져나가니 감히 손을 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어색하게 서 있기만 했다.이때 연유준이 연동욱의 팔 아래로 파고들어 투정을 부렸다.“할아버지, 제발 부탁드려요. 유준이 좀 도와주세요.”연동욱의 얼굴이 시커멓게 변한 걸 본 연채린은 다시 한번 가슴이 철렁했다.그녀가 참지 못하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설득했다.“할아버지, 유준이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그저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제발 때리시지 마세요.”연동욱이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오늘 이 녀석을 혼내지 않으면 앞으로 끝없이 계속 이럴 거야. 버릇이 너무 없어졌어.”연채린이 이를 악물었다.연동욱의 태도를 보니 연유준이 계속 떼를 쓰면 정말 매를 맞을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연유준에게 눈짓을 보내 그만두라는 신호를 보냈다.하지만 어린 연유준은 그녀의 눈빛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고모가 계속 떼를 쓰라고 격려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하여 용기를 내어 거실 바닥에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1092화

    유이영과 연유준의 일이 계속 마음에 걸렸던 연채린이 운동화를 신으면서 말했다.“따뜻하잖아요. 곧 눈도 올 것 같더라고요. 이렇게 입지 않으면 뭘 입고 나가겠어요?”연동욱은 마지못해 그 설명을 받아들이고는 신문을 털어 티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맞선 상대는 곽씨 가문 어르신의 손자야. 대단한 가문이니까 잘해봐.”“알겠어요.”연채린이 입술을 삐죽이며 문을 나섰다.연동욱이 예약한 레스토랑이 멀지 않아 십여 분 만에 도착했다. 그녀는 웨이터를 따라 룸으로 들어갔다. 안에 정장 차림에 말끔하게 생긴 남자가 앉아 있었다.그가 바로 연동욱이 눈여겨본 곽민혁이었다.곽민혁이 예의가 바르고 행동이 단정했으며 처신도 적절했지만 연채린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어릴 적부터 연지훈을 봐서 그런지 바깥의 남자들 모두 연지훈과 비교가 안 되는 평범한 사람들이라 생각했다.두 사람은 인사를 나눈 뒤 자리에 앉았다.식사하는 동안 대충 응대하는 연채린과 달리 곽민혁은 훨씬 진지했다. 연채린의 생활과 학업에 대해 많은 질문을 했다.그리고 분위기의 균형과 흐름을 아주 잘 장악했다. 연채린이 일부러 무시하려 해도 그에게 이끌려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곤 했다.대화 도중 연채린이 휴대폰을 확인했다. 어느덧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갔을 줄은 몰랐다.그녀의 움직임을 본 곽민혁이 웃으며 말했다.“오늘 즐거웠어요. 혹시 급한 일이 있으시면 먼저 가보셔도 좋습니다.”연유준이 신경 쓰였던 연채린은 당장이라도 일어나고 싶었으나 곽민혁의 부드러운 눈빛을 본 순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그래도 괜찮을까요?”처음에는 이 남자에 대해 전혀 흥미가 없었지만 뜻밖에도 매우 신사적이고 예의 바르며 상황 판단도 빨랐다. 그녀가 성의 없는 태도를 보였음에도 개의치 않았고 대화 중에는 늘 그녀를 배려했다. 어색할 때면 두 사람이 대화를 이어갈 만한 주제를 던져 분위기가 얼어붙지 않게 노력했다.한 시간 동안의 대화 끝에 연채린은 그에 대해 꽤 호감을 갖게 되었다.“물론이죠.”곽민혁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1091화

    연유준의 반응을 예상한 연채린이 손을 들어 연유준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주며 다정하게 달랬다.“알아, 알아. 하지만 고모는 정말 거짓말하지 않았어. 정말이야.”“할아버지가 절 도와주시지 않아요.”연유준이 눈물을 닦으며 훌쩍거렸다.“엄마가 나쁜 사람한테 잡혀갔는데 할아버지가 안 도와주신대요. 고모, 저 이제 어떡해요?”연채린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리더니 연유준을 안고 말했다.“조급해하지 마. 고모가 나갔다 와서 다시 방법을 찾아줄게. 알았지?”연유준이 붉어진 눈으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또 무슨 방법이 있는데요?”“할아버지한테 다시 가서 떼를 써봐. 고모가 알려줬던 것처럼 해보는 거야. 알겠지? 고모 나갔다 와서 어떻게 해야 할지 정확히 알려줄게.”연유준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고모, 할아버지 너무 무서워요. 정말 그렇게 해야 해요? 할아버지가 가법으로 절 때릴까 봐 무서워요.”연씨 가문에서는 잘못을 저지르면 굵고 검은 회초리로 다스렸다. 이는 조상 대대로 내려온 것으로 연씨 가문의 자손이라면 이 회초리 매를 피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연동욱과 연지훈조차도 예외는 아니었다.어릴 때부터 장난꾸러기였던 연유준은 이 회초리의 위력을 꽤 겪어보았다. 손바닥과 등을 맞을 때마다 엉엉 울었다. 그런데 아무리 심하게 울어도 연동욱은 매질을 멈추지 않았다.연유준은 이 회초리를 늘 두려워했다.이번에 연동욱의 기분이 많이 상한 터라 더 떼를 쓰면 매를 맞을까 봐 두려웠다.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충분했다.연채린이 연유준의 뒷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말했다.“유준이 너 엄마를 데려오기 싫은 거야?”연유준이 목소리를 높였다.“싫다니요.”“그럼 고모 말 잘 들어. 무서워하지 마, 유준아. 회초리 사실 별거 아니야. 맞으면 맞는 거지, 뭐. 할아버지가 널 얼마나 아끼시는데 회초리를 들더라도 절대 아무 일이 없을 거야. 이걸 엄마를 되찾기 위한 단계라고 생각해. 이 단계만 넘으면 엄마가 돌아오실 거야. 알았지?”연유준의 표정이 진지해지더니 고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1090화

    연동욱이 손에 든 신문을 털면서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렇게 대놓고 움직였으면서 누구를 속이려고. 마당에 CCTV가 돌아가고 있는 거 몰라? 한밤중에 움직임이 있으면 반응이 나타난다고. 어젯밤에 나갈 때 이미 알고 있었어. 그런데 어떻게 알았냐고 뻔뻔스럽게 물어? 네가 무슨 어리석은 짓을 했는지부터 돌아봐.”연동욱의 목소리가 매우 어두웠고 말 속에 비아냥이 다분하게 담겨있었다.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연채린이 입술을 깨물고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집에 너무 오래 갇혀 있어서 잠깐 바람 쐬러 나갔던 거예요. 밖에 너무 오래 있지 않고 금방 들어왔어요. 뭐 딱히 한 것도 없고요.”연동욱이 그녀를 곁눈질했다. 눈동자가 흐릿했지만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바람 쐬러? 어디로?”“호영 씨랑 근처 도시 좀 산책했어요. 멀리 가지 않았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연동욱이 차갑게 말했다.“내가 늙었다고 바보가 된 줄 알아?”연채린이 손가락을 움츠리더니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숙였다.“그런 뜻이 아니에요.”연동욱의 말투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솔직히 말해. 어디에 갔었어?”그에게 어디에 갔었는지 알려줄 수 없었던 연채린은 끝까지 숨겼다.“정말 어디 안 갔어요.”“아직도 거짓말하는구나.”목소리가 높지 않았는데도 연채린은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연동욱이 말했다.“솔직히 말해.”연채린이 이를 악물더니 고개를 들어 연동욱을 똑바로 쳐다봤다.“할아버지, 정말 잠깐 산책한 게 다예요. 아무 데도 안 갔어요. 호영 씨랑 데이트만 했다고요.”연동욱이 신문을 무릎 위에 내려놓고 그녀를 응시했다. 그의 눈빛이 조금 차가워졌다.“여전히 진실을 말할 생각이 없구나.”연채린이 이를 깨물고 중얼거렸다.“전 사실을 말했지만 할아버지가 믿지 않으시면 방법이 없고요.”연동욱이 천천히 말했다.“너의 그 꿍꿍이를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해?”연채린의 눈빛이 흔들렸다.“꿍꿍이라니요?”연동욱이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었다.“지금 유이영을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1089화

    연동욱이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연유준, 일어나서 말해.”연유준이 할아버지의 종아리를 꽉 붙잡고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싫어요. 일어나지 않을래요. 할아버지가 대답하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요.”그 말에 연동욱이 조금 전보다 더 무거운 목소리로 다시 한번 말했다.“일어나.”연유준은 연채린의 당부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약속할 때까지 계속 빌어야 한다고 했다.“싫어요. 할아버지, 제발 부탁드려요. 엄마 좀 데려와 주세요. 엄마가 정말 보고 싶어요.”날카로운 울음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연동욱은 귀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그가 굳은 얼굴로 집사와 도우미를 부르더니 어두운 목소리로 지시했다.“유준이 좀 일으켜 세워.”그 말에 집사와 도우미가 처절하게 울부짖는 연유준에게로 다가갔다.연유준이 소리를 지르며 눈물을 쏟았다.“오지 말아요. 오지 말라고요...”집사가 연유준의 팔에 손을 대자 연유준이 미친 듯이 고개를 흔들며 소리쳤다. 누가 보면 이들이 아이에게 끔찍한 짓이라도 하려 한다고 오해할 정도였다.집사가 어찌할 바를 몰라 연동욱을 쳐다봤다. 연동욱이 미간을 더 세게 찌푸렸다.“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까지 가르쳐야 해? 어서 치워.”겁에 질린 연유준이 연동욱의 종아리를 더욱 꽉 끌어안았다. 두 종아리에 매달린 채 집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목청껏 울었다.“할아버지, 할아버지. 오지 말아요. 저한테 손대지 말아요.”집사와 도우미가 이를 악물고 다가섰다. 두 사람이 양쪽에서 연동욱의 종아리에 매달린 연유준을 떼어내려 했다.다섯 살짜리 아이치고는 힘이 놀라울 정도로 셌다.집사와 도우미는 힘을 너무 세게 주면 아이의 피부에 멍이 들까 봐 극도로 조심했다. 그 조심성 때문에 연유준을 쉽게 떼어내지 못했고 두 사람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한참 후 연유준은 목이 쉬어 목소리마저 나오지 않았다. 집사와 도우미가 겨우 연유준을 떼어냈다.떼어놓자마자 연유준이 미꾸라지처럼 두 사람의 손아귀에서 몸부림치며 소리쳤다.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66화

    수행비서는 이마의 땀을 닦으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말을 마치고는 습관처럼 잠시 기다렸다. 보통은 윗사람이 먼저 전화를 끊기 때문이다.하지만 거의 반 분이 지나도 상대 쪽에서는 끊을 기미가 없었다.그는 어쩔 수 없이 말을 꺼냈다.“연 대표님, 혹시 더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잠시 침묵 끝에 연지훈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됐어, 지금 가서 직접 볼게.”수행비서는 순간 멍해졌다. 시계를 흘끗 보더니 급히 말했다.“지금이요? 벌써 자정이 다 되어 가는 데다, 댁에서 여기까지는 차로 반 시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102화

    병원 복도에 차가운 백색 조명이 바닥 타일에 드리워지고 공기 속엔 알코올 냄새와 얼음장 같은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서현주는 단단하고 차가운 바닥 타일에 무릎이 부딪혔을 때, 머릿속엔 단 하나의 생각이 스쳤다.‘이 타일이 원래 이렇게 딱딱했나?’그녀 앞에 연지훈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이어서 그의 차갑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귓가를 때렸다.“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겠다면 이영이 깨어날 때까지 여기서 무릎 꿇고 있어.”그 목소리는 마치 뺨을 후려치는 날카로운 매질처럼 서현주에게 끔찍한 고통을 안겨주었다.서현주는 바닥에서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101화

    연지훈의 눈빛을 마주한 순간, 서현주는 마치 전생으로 시간 여행이라도 떠난 듯 온몸이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어내렸다. 머리는 백지장이 되어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연지훈은 두 눈이 서서히 충혈되고 목소리가 한없이 가라앉았다.“말해, 서현주.”유이영은 흐느끼며 자신의 어깨를 움켜쥐더니 겁먹은 어린아이처럼 연지훈의 품에 파고들었다.“지훈 씨...”옆에서 연채린이 분노가 치솟아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채 성태우를 가리키며 소리쳤다.“야, 서현주! 네가 얘 불러와서 이영 언니 괴롭히려고 한 거지? 진짜 너무 하네. 어떻게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72화

    유이영은 두려웠다. 혹시 서현주가 연지훈 마음속에서 결코 작은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기 때문이다.쓸데없는 생각을 이어가던 중, 갑자기 배 속이 뒤집히며 구역질이 치밀어 올라왔다. 목구멍 끝까지 올라오는 역한 기운에 거의 토할 지경이었다.유이영은 참지 못하고 손으로 입을 막으며 다른 한 손은 배를 감쌌다. 몸을 조금 굽힌 채 몇 번이나 헛구역질을 했다.고요하기 짝이 없는 차 안에서 그 소리가 너무도 뚜렷하게 퍼졌다.서현주와 수행비서의 얼굴이 동시에 달라졌다.서현주는 곧장 백미러를 통해 그녀를 살폈다.유이영은 입을

続きを読む
無料で面白い小説を探して読んでみましょう
GoodNovel アプリで人気小説に無料で!お好きな本をダウンロードして、いつでもどこでも読みましょう!
アプリで無料で本を読む
コードをスキャンしてアプリで読む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