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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Author: London Bridge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4 10:35:50

스칼렛은 마른침을 삼켰다.

“응… 괜찮아. 그냥 오늘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래. 나… 좀 불편해서.”

안뜰에 있는 그 누구도 다리우스를 외면할 수 없었다.

키가 크고 눈에 띄게 잘생긴 데다, 가만히 있어도 강렬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는 애써 시선을 끌려 하지 않아도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매끈하게 떨어지는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그의 모습은 절제된 고급스러움 그 자체였다.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고, 날카로우며, 차가웠다.

스칼렛이 그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한 순간, 그녀는 얼어붙었다.

압도적이었다.

지나치리만큼 침착하고 날카로운 얼굴이었다.

잠시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고, 스칼렛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조수석 안쪽으로 몸을 움츠렸다.

다행히 다리우스의 시선은 오래 머물지 않았다.

그는 경비원에게 차 키를 던져주고는 그대로 대문을 지나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정말 다리우스가 그날 밤의 남자였을까?

혹시 자신이 잘못 본 것은 아닐까?

다른 남자들도 팔에 장미 문신을 하고 있을 수 있잖아.

머릿속이 복잡하게 뒤엉켰다.

확실히 알아내야 했다.

토비아스는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고 다른 손님들과 함께 줄을 섰다.

주차장은 이미 차들로 가득 차 있었기에, 그는 뒤편 쓰레기통 근처에 차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안으로 들어갈까?”

그가 손을 내밀며 물었다.

스칼렛은 거리를 유지한 채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나 혼자 가도 돼.”

토비아스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그냥 넘어갔다.

여기서 괜히 소란을 피워 봐야 골치 아플 뿐이었다.

“마음대로 해.”

그가 중얼거렸다.

**

연회는 다리우스의 모습이 한 번도 보이지 않은 채 지루하게 이어졌다.

스칼렛은 가슴을 짓누르던 무언가가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소문대로라면 그는 가족 행사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으니, 아마 자신의 개인 공간에 있을 터였다.

만약 그가 식당에 함께 있었다면, 스칼렛은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왜 이렇게 공포에 휩싸였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아직 그가 그날 밤의 남자인지조차 확신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 왔다.

아니면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이미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대화의 주제가 사업 이야기로 넘어가자 스칼렛은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비웠다.

하지만 그녀는 화장실로 들어가지 않았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기 위해 정원으로 빠져나왔다.

가족들이 토비아스를 실컷 헐뜯는 동안 괜히 그 한가운데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정원에까지 본관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와 대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대저택 곳곳에서는 엄청난 부가 흘러넘쳤다.

대리석으로 깔린 길부터 곳곳에 설치된 분수까지.

토비아스가 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그토록 애쓰는 것도 당연했다.

스칼렛은 한참을 걷다가 자신이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돌로 만들어진 길이 미로처럼 얽혀 있어 그녀는 어느새 저택 한구석의 조용한 곳에 홀로 남겨져 있었다.

그때 외딴 연못 근처에서 격렬한 소동이 벌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거칠고 분노에 찬 목소리가 나무 사이로 울려 퍼졌다.

호기심이 생긴 스칼렛은 조심스럽게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숨을 들이켰다.

경호원 두 명이 한 남자의 옷깃을 붙잡은 채 끌고 가더니, 그의 머리를 물속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그들은 그 남자를 익사시키려 하고 있었다.

남자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비명을 질렀다.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며, 극도의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계속 욕설을 섞어가며 부인했다.

그의 목소리는 공포로 갈라져 있었다.

검은 제복을 입은 경호원 십여 명이 그들을 둘러싼 채 원을 이루고 서 있었다.

스칼렛은 황급히 덤불 뒤로 몸을 숨기고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심장이 갈비뼈를 세차게 두드렸다.

경호원들은 그 남자가 완전히 물속으로 가라앉기 직전에 그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쓰레기처럼 돌바닥 위에 내던졌다.

“다, 다리우스 도련님, 제발!”

남자가 물을 토해내며 울부짖었다.

“정말이에요! 전 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도련님 방에 들어갔던 그 여자가 누군지도 몰라요! 얼굴도 본 적이 없습니다!”

경호원 한 명이 남자의 턱을 향해 주먹을 세게 날렸다.

“다리우스 도련님한테 거짓말 그만해! 도련님이 널 죽이기 전에 그 여자가 누군지 말해!”

“누군지 정말 모릅니다! 맹세해요!”

남자가 흐느끼며 말했다.

돌바닥 위로 소름 끼치는 뼈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곧이어 비명이 터져 나왔다.

경호원 한 명이 그의 손가락 하나를 뒤로 꺾었다.

다리우스가 원하는 대답을 들을 때까지 나머지 손가락도 부러뜨릴 기세였다.

스칼렛은 온몸이 굳어 버렸다.

차가운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다리우스였다.

그는 답을 찾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는 아직 자신이 그날 밤의 여자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었다.

술에 너무 취해 그녀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공포와 안도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야 했다.

다리우스에게 자신이 그 여자였다는 사실을 절대로 들켜서는 안 됐다.

그녀가 조용히 빠져나가려 몸을 돌리는 순간, 경호원 두 명이 앞을 가로막았다.

“도련님, 누군가 있습니다.”

경호원 한 명이 그녀의 팔을 붙잡으며 외쳤다.

스칼렛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 저는 그냥 지나가던 길이었어요. 아무것도 못 봤어요. 화장실을 찾고 있었을 뿐이에요.”

“누구지?”

다리우스의 차가운 목소리가 어둠을 가르며 들려왔다.

“토비아스의 아내입니다, 도련님.”

그녀의 팔을 붙잡은 경호원이 대답했다.

안뜰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데려와.”

다리우스가 명령했다.

스칼렛이 반응할 틈도 없었다.

경호원들이 그녀를 앞으로 거칠게 끌어당겼고, 너무 갑작스러운 탓에 그녀는 비틀거렸다.

목이 바짝 조여 왔다.

그녀는 시선을 마주칠까 두려워 고개를 숙인 채 있었다.

“죄송해요…”

그녀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다리우스는 낮은 야외 긴 의자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검은 브이넥 셔츠에 어두운색 바지를 입은 모습이었다.

그의 얼굴 일부는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지만, 빛에 드러난 부분만으로도 조각처럼 완벽하게 다듬어진 얼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시선이 그녀에게 고정됐다.

두려움에 속눈썹을 떨고 있는 그녀는 작고 연약해 보였다.

그렇게 무방비한 그녀의 모습이 다리우스의 마음 깊은 곳에 조용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나를 봐.”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스칼렛은 드레스 자락을 꽉 움켜쥐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

다리우스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읽히지 않았다.

“왜 여기 나와 있지? 네 남편은 이 근처에 있지도 않던데.”

“길을 잃었어요.”

그녀가 속삭였다.

“방해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화장실을 찾고 있었어요.”

“길을 잃었다고?”

그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아니면 토비아스가 너를 보내서 염탐하게 한 건가? 내 동선을 알아보라고 시킨 거야?”

“아니요! 그 사람이 보낸 게 아니에요. 전 절대 그런 짓 안 해요. 맹세해요.”

스칼렛이 한 손을 들어 보였지만, 다리우스의 싸늘한 시선은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았다.

그는 손목을 살짝 까딱해 경호원들에게 그녀를 놓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안도감이 온몸을 휩쓸었다.

스칼렛은 떨리는 발걸음으로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런데 갑자기 속이 뒤집혔다.

예고 없이 밀려든 강한 메스꺼움이었다.

임신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증상이었다.

다리우스의 의자 근처에 커다란 돌로 된 쓰레기통이 눈에 들어왔다.

스칼렛은 그대로 그곳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발이 바닥의 돌 하나에 걸렸다.

균형을 잃은 그녀의 몸이 앞으로 크게 휘청였다.

그리고 그대로 다리우스의 무릎 위로 쓰러졌다.

그의 가슴에 얼굴을 부딪친 채 구역질을 했다.

스칼렛의 눈이 커졌다.

경호원들이 그녀를 떼어내기 위해 다가왔지만, 다리우스가 한 손을 들어 그들을 막았다.

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스칼렛은 몇 번이나 헛구역질을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잠시 후 메스꺼움이 가라앉았다.

“말해.”

다리우스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턱이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

“네 남편이 나한테 몸을 던지라고 너를 보낸 건가?”

그는 그녀를 돌바닥 위로 밀어냈다.

스칼렛은 혼란스러운 얼굴로 그를 올려다봤다.

“저는 절대 그런 짓 안 해요.”

그녀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냥 갑자기 속이 안 좋아졌어요. 죄송해요. 이런 사고를 가지고 저를 탓하진 않으시겠죠? 우리 가족이잖아요.”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온 순간, 스칼렛은 후회했다.

다리우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가 메마르고 조금도 웃음기 없는 웃음을 흘렸다.

“제법 영리하군. 그렇지?”

조명이 움직이며 그녀의 창백한 얼굴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저는 이만 갈게요.”

스칼렛이 허둥지둥 몸을 일으키며 속삭였다.

“안녕히 계세요, 다리우스 삼촌.”

그녀가 두 걸음 내디뎠다.

그 순간 다리우스의 손이 번개처럼 뻗어 나왔다.

그의 손이 그녀의 손목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그의 날카롭고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시선이 그녀의 눈을 꿰뚫듯 바라봤다.

가슴이 꽉 조여 왔다.

‘설마… 나를 알아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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