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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스스로 걸어 들어간 함정

Penulis: Doong_E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9-04 13:45:03

이틀 뒤, 세림 근처의 고급 프라이빗 라운지.

건너편에 앉은 재헌은 예원이 내민 새로운 합의서를 빠르게 훑어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아내와 별거 조건을 조율하는 남자의 무거움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까다로운 클라이언트의 방어적인 수정 요청을 대충 검토하는 듯한, 지루하면서도 여유로운 기색뿐이었다.

"제3조. 직장 및 업무에 대한 직접 개입 및 제삼자를 통한 압력 행사 금지. 제4조 2항. 쌍방 교제 상대에 대한 조사 및 접촉 금지."

수정된 조항들을 소리 내어 읽어 내리던 재헌의 입술 사이로 가벼운 실소가 터졌다.

"문예원. 당신 생각보다 상상력이 풍부하네. 내가 뭐 하러 당신 회사 일에 개입하고, 있지도 않은 당신 교제 상대를 뒷조사하겠어?"

"사람 일은 모르는 거잖아."

예원은 차가운 찻잔을 매만지며 담담하게 대꾸했다.

"당신이 파트너 승진을 앞두고 혹시라도 내 커리어를 흠집 내서 협상 우위를 점하려 들지, 누가 알아. 그리고 뒷조사 금지는 나를 위한 게 아니라 당신을 위한 거일 수도 있고."

재헌은 피식 웃으며 서류의 마지막 페이지로 시선을 넘겼다.

예원과 소경이 심혈을 기울여 다듬은, 이 계약의 핵심이자 완벽한 올가미가 될 단서 조항이었다.

[쌍방은 별거 기간 중 발생한 상대방의 외부 교제를 이혼 협상에서 문제 삼거나, 이를 이유로 어떠한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

[위 조항을 위반한 경우, 이혼 조건은 위반하지 않은 상대방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정할 수 있다.]

문장을 읽어 내려가는 재헌의 눈매가 미세하게 휘어졌다.

화를 내거나 깐깐하게 반발할 줄 알았는데, 그의 반응은 예원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

그는 분노하기는커녕 오히려 이 상황을 즐기는 듯했다.

예원은 그의 웃음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 조항들이 조금도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럴 만했다. 재헌에게 문예원은 늘 관계를 지키는 쪽이었다.

자신이 욕구를 접고, 한발 물러서고, 결국 남아 있는 여자.

그러니 지금도 믿고 있을 것이다. 180일 동안 자신이 정말 다른 누군가를 선택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그렇기에 재헌에게 이 계약서는 철저히 '차재헌의 자유'를 완벽하게 보장해 주는 훌륭한 안전장치일 뿐이었다.

예원이 다른 사람을 만나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강력한 단서 조항 역시, 결국 자신의 자유를 지켜줄 면책 조항쯤으로 여기는 듯했다.

"좋아. 당신이 이래야 안심하고 180일 동안 얌전히 있어 주겠다면, 기꺼이 사인하지."

재헌은 망설임 없이 품에서 만년필을 꺼냈다.

일말의 의심이나 추가적인 법률 검토조차 거치지 않은, 지나치게 경쾌한 손놀림이었다.

고급스러운 펜촉이 종이 위를 미끄러지며 거침없이 그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사각, 사각.

그의 규칙적인 서명 마찰음이 예원의 귓가에는 스스로 단두대에 걸어 올라가 제 목을 집어넣는 발소리처럼 들렸다.

그 서명이 훗날 누구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 채, 재헌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완벽하게 서명이 끝난 합의서 한 부를 예원 쪽으로 밀어주었다.

"이걸로 거래 성립이네. 남은 짐은 주말에 사람 시켜서 뺄게. 난 오늘부터 따로 지낼 테니까, 집은 계약 끝날 때까지 당신이 써."

자리에서 일어난 재헌이 재킷 단추를 채우며 예원을 내려다보았다.

한 치의 의심도 없는 완벽한 승리자의 표정이었다.

그는 마치 투정 부리는 아이에게 선심을 베풀어주는 어른처럼, 한없이 부드럽고 오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기왕 완벽하게 자유를 얻었으니, 당신도 180일 동안 마음껏 즐겨봐. 내가 허락한 거니까."

그가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덧붙였다.

"그럴 사람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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