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0화

Author: 스프링 가든
신나경에 대한 양주원의 사랑을 두 눈으로 본 이후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을 속일 수 없었다.

양주원에 대한 감정은 지난 몇 년간의 반복된 갈등 속에서 소진되어 버렸고 이젠 그녀도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아니야!”

한진숙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이번에도 또다시 예전처럼 널 실망하게 한다면 그땐 나도 더 이상 널 설득하지 않을게. 내가 목숨 구해준 은혜로 주원이 대신 부탁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될까?”

서유정은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사실 이러면 단순히 그녀와 양주원의 이별 시기를 뒤로 미루는 것일 뿐 결과는 다를 게 없었다.

서로 사랑하지 않는 두 사람이 어떻게 끝까지 함께할 수 있겠나.

한진숙의 간절한 눈빛 속에 서유정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어머님, 약속할게요. 한 달 안에 양주원이 신나경과 관계를 정리하면 용서할게요.”

양주원이 그녀를 위해 신나경을 포기할 일은 없었기에 이렇게 말했을 뿐이었다.

그녀가 동의하자 한진숙은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가방에서 자신이 가져온 팔찌를 꺼냈다.

“이건 주원이 외할머니가 내게 남겨준 거야. 별로 비싼 물건은 없고 신혼 선물로 주는 거니까 거절하지 말고 받아.”

불빛 아래에서 영롱한 빛을 반짝이는 옥팔찌는 한눈에 봐도 값비싼 것이었다.

서유정은 팔찌를 밀어내며 말했다.

“어머님, 이건 너무 비싼 거라 받을 수 없어요.”

“안 비싸. 그냥 팔찌일 뿐이야.”

서유정이 고개를 저으며 한사코 거절하니 한진숙도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한진숙을 택시에 태워 보낸 후 서유정은 집으로 돌아갔다.

한진숙이 뭐라고 했는지 며칠 동안 양주원은 꼬박꼬박 집에 돌아왔지만 서유정을 마주할 때면 싸늘한 표정으로 먼저 말을 걸지도 않았다.

신나경도 줄곧 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웬일인지 양주원은 한 통도 받지 않았다.

서유정은 그가 왜 갑자기 변했는지도 모른 채 관심도 주지 않고 매일 그를 투명 인간처럼 대했다.

한 달을 버티면 한진숙의 생명을 구해준 은혜를 갚고 해방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양주원의 곁을 떠나는 걸 해방으로 생각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녀는 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서류에 몰두했다.

주말에 한진숙이 와서 결혼에 대해 논의했다.

양주원과 서유정 모두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알고 그녀는 이 일을 직접 맡아 처리했다.

서유정과 양주원은 각기 소파 양쪽에 멀찌감치 떨어져 앉았다.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보다는 오히려 관계가 파탄 나 이혼을 앞둔 부부처럼 보였다.

한진숙은 그들 맞은편에 앉아 자신이 고른 몇 가지 청첩장을 보여주며 선택하게 했다. 양주원은 단번에 가장 촌스러운 디자인을 고르며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왼쪽 위에 있는 거로 하죠.”

서유정이 슬쩍 보니 다소 촌스러운 디자인의 그 청첩장은 ‘축’ 글자 하나만 있을 뿐 아무런 장식도 없었고 보통은 이전 세대가 선호하는 스타일이라 그중 제일 별로였다.

한진숙은 그를 노려보고는 서유정을 돌아보았다.

“유정아, 마음에 드는 걸 골라봐. 네 취향대로 해.”

그녀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며 서유정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녀와 양주원의 사이가 이 지경인데 어떻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결혼하겠나.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결국 하고 싶은 말을 내뱉지 못했다. 어쨌든 한진숙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으니까.

이제야 억지로 강요당하는 기분이 어떤 건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어머님, 이 사람이 고른 걸로 해요.”

한진숙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그거로 하자.”

그렇게 두 사람과 선물 상자까지 논의한 후 한진숙은 웃으며 떠났다.

그녀가 떠나자 거실은 조용해지고 서유정이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밤 10시가 넘었다.

내일 아침에 재판이 있는데 자료를 이미 준비했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확인해야 안심할 수 있었다.

일어나서 침실로 가려는데 양주원의 차가운 목소리가 갑자기 거실에서 울려 퍼졌다.

“서유정, 널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하면 평생 혼자 사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그게 정말로 네가 원하는 삶이야?”

서유정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를 돌아보았다.

“양주원, 결혼하기 싫으면 직접 어머님께 말씀드려도 돼.”

양주원의 얼굴이 퍼렇게 변하더니 그녀를 노려보며 차갑게 웃었다.

“그래, 후회하지나 마.”

서유정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바로 침실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그동안 양주원이 집에 돌아오긴 했어도 그녀는 안방에서, 양주원은 거실 소파에서 따로 잤다.

재판에 쓸 자료를 점검하고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후 서유정은 자료를 정리해 가방에 넣고 잠옷을 챙겨 샤워한 뒤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서유정이 세수를 마치고 가방을 든 채 집을 나설 때 거실 소파에는 양주원의 모습이 사라지고 없었다.

오전의 재판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서유정이 제출한 자료와 증거가 완벽해서 1심은 빠르게 종료되었다.

판결 결과가 발표되기까지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승소할 게 분명했다.

법원을 나서며 떠나려는데 갑자기 옆에서 누군가 튀어나왔고, 놀란 서유정은 두 걸음 뒤로 물러서서야 신나경임을 알아보았다.

신나경의 눈은 붉게 부어 있었고 얼굴은 초췌해 보였으며 서유정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서유정 씨,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대표님이 요즘 내 전화도 안 받고 회사에서도 차갑게 대하는 거죠?”

그녀의 다그치는 말투에 서유정은 불쾌감을 느끼며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그건 내가 아니라 양주원에게 물어봐.”

“당신이 뒤에서 수작을 부린 거예요. 대표님이 지금 사랑하는 사람은 저예요. 당신이 아무리 수작을 부려서 잠깐은 날 무시하게 해도 당신을 다시 사랑할 리는 없다고요!”

서유정은 서류 가방을 든 손에 힘이 들어갔지만 평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하루빨리 네 곁으로 돌아가도록 노력해 봐.”

신나경은 서유정이 자신을 조롱하는 것 같아 표정이 일그러졌다.

“언제까지 잘난척하는지 두고 볼 거예요!”

말을 마친 신나경은 씩씩거리며 떠났고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도 서유정은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양주원이 정말로 저 여자를 아끼긴 하는가 보다. 그게 아니면 이렇게 대놓고 찾아와 도발하진 못할 거다.

서유정은 시선을 돌려 주차장으로 향했다.

저녁에 양주원은 술 냄새를 풍기며 돌아왔다.

서유정은 거실에서 보고서를 작성하다가 그의 몸에서 나는 술 냄새를 맡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컴퓨터를 닫고 침실로 돌아가려고 했다.

양주원이 그런 그녀를 붙잡았다.

“오늘 신나경이 널 찾아갔어?”

말하는 그에게서 풍기는 술 냄새가 서유정을 둘러쌌다.

서유정은 몇 걸음 물러나 두 사람 사이 거리를 벌리며 말했다.

“그래, 왜?”

무표정한 그녀의 얼굴을 보며 피식 웃는 양주원의 눈동자에 조롱이 가득했다.

“요즘 많이 너그러워졌네. 진작 이랬으면 그렇게 많이 싸우지도 않았을 텐데.”

서유정이 지금처럼만 너그럽게 굴었으면 신나경과의 관계를 뒤로 하고 그녀와 결혼하는 것도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비록 서유정에게 아무 감정이 없었지만 밖에 데리고 다니기엔 충분한 미모였으니까.

양주원의 무심한 눈동자와 몇 초간 눈을 마주치던 서유정이 담담하게 시선을 돌렸다.

너그러워진 게 아니라 이젠 신경 쓰지 않는 거다.

“걱정하지 마. 앞으론 안 그럴 거야.”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내 결혼의 불청객   제197화

    “지금 퇴근 시간이라 길이 막힐까 봐 30분 일찍 출발했어요.”“맞아요. 우리도 아까 십몇 분 일찍 출발했는데도 좀 막혔어요.”서유정이 박수환 곁으로 걸어가 앉으며 웨이터를 불러 음식을 주문하기 시작했다.일행이 주문을 마친 뒤 서유정이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문이 닫히기 무섭게 박현우가 박수환을 바라보며 말했다.“작은아버지, 유정 누나와 아는 사이일 줄은 몰랐네요.”서유정을 누나라고 부르는 소리에 박수환은 눈살을 찌푸렸다.“응,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야.”박현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박수환이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할 줄은 몰랐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도 용기를 내어 박수환을 바라보며 말했다.“작은아버지, 나도 유정 누나를 좋아하고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우리 각자 열심히 해보죠.”천희의 일자리도 포기하고 서유정 곁으로 온 이유는 서유정과 함께 로펌을 키워나가는 동시에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였다.상대가 자기 작은아버지라 해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박수환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이렇게까지 분명하게 말했는데도 박현우는 물러서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에게 선전포고했다.“너와 유정 씨는 어울리지 않아.”“그럼 작은아버지는 어울려요? 작은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가 이미 결혼 상대 알아보고 있다는 거 알잖아요.”말이 끝나자마자 룸 안의 분위기가 순간 얼어붙었다.“내 결혼은 그분들이 결정할 일이 아니야.”“너무 자신만만하네요.”그들이 박수환을 아끼는 만큼 서유정이 박수환의 아내가 되는 걸 절대 용납하지 않을 거다.박수환의 아내를 고르는 조건은 전에도 봤지만 가혹하다는 표현으로 부족했다.한성 사람이어야 한다는 첫 번째 조건만 봐도 서유정은 탈락이었다.“넌 내 일에 신경 쓸 필요 없어. 유정 씨 곁에서 보조 역할이나 잘해. 다른 마음은 접어두는 게 좋을 거야.”박현우의 표정이 확 달라졌다.“작은아버지, 저는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게다가 유정 누나가 꼭 작은아버지를 좋아할 거라는 생각도 안 해요.”박수환이 눈썹을 치켜올리

  • 내 결혼의 불청객   제196화

    “그래요.”전화를 끊은 뒤 서유정은 식당을 예약하고 주소와 시간을 박수환에게 보냈다.저녁 무렵, 박현우는 서유정의 차를 타고 식당으로 향했다.식당으로 가는 길에 서유정은 그에게 저녁에 친구 한 명과 함께 식사한다고 말했다.“유정 누나, 어떤 친구예요? 남자예요, 여자예요? 지난번에 우리 같이 밥 먹다가 만난 그 옛 동창이에요?”박현우의 말에 서유정은 잠시 기억을 떠올리다가 그가 성우현을 말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아니요. 또 다른 친구인데 남자고 현우 씨는 본 적이 없어요.”“남자요?”박현우는 무심코 목소리를 높이며 얼굴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가득했다.오늘은 그가 입사한 기념으로 서유정이 밥을 사주는 건데 여자라면 모를까, 남자가 오는 건 대체 무슨 일일까.그의 격한 반응에 서유정이 입을 열었다.“요즘 내가 일 때문에 바빠서 거의 매일 저녁 그 사람 집에서 밥을 먹었어요. 오늘 저녁에 같이 밥이나 사주려고요.”그 말을 듣고 박현우는 마음속에 위기감이 밀려왔다. 예전에 서유정이 천희에 있을 때 그들은 매일 같이 일했어도 남자가 저녁을 해준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그런데 고작 한 달 만에 서유정 곁에 다른 남자가 나타났다는 사실에 놀랐다.“그 사람 참 착하네요. 그러면 앞으로 내 저녁도 같이 해달라고 해야겠네.”질투심에 박현우의 말투가 다소 시큰둥했다.서유정은 웃음을 머금은 채 그를 돌아보았다.“요리사도 아니고 매일 밥 얻어먹는 것도 미안한데 현우 씨까지 오면 난 내일 먹을 밥이 없어요.”“알겠어요.”보아하니 시간을 내서 요리 배우러 가야 할 것 같았다.절대 다른 남자에게 빈틈을 줘서는 안 된다.박현우는 투지를 불태우며 오늘 저녁 반드시 자신의 매력을 제대로 발산해 상대가 알아서 물러서도록 할 생각이었다.그러나 그 생각은 룸 문이 열리며 안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본 순간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안에 있는 남자를 본 박현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깜빡이며 환각을 본 건 아닌지 의심했다. 내디뎠던 발은 저절로

  • 내 결혼의 불청객   제195화

    거절당하고 싶지 않았다.서유정이 로펌을 떠난 후 박현우는 당시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분명히 말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고, 서유정이 가장 어려울 때 그녀를 도와주도록 자기 부모님께 연락하지 않은 것도 후회했다.그동안 일 때문에 바빠서 정신이 없었지만 항상 서유정이 떠올랐다.그녀를 잊으려 애써봐도 도저히 잊을 수 없었다.서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다가 곧이어 입을 열었다.“현우 씨, 내 생각엔 천희에 남는 게 내 보조로 오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아요. 천희는 종합적인 역량이 강하고 발전 가능성도 좋은 로펌인데 내 로펌은 막 등록한 지 얼마 안 돼서 언제 망할지 모르잖아요. 현우 씨 인생을 망치고 싶지 않아요.”박현우는 서유정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유정 누나, 나는 누나를 믿어요. 누나의 로펌은 망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그의 진지한 눈빛을 보자 서유정은 입술을 꽉 다물며 속으로는 감동이 밀려왔다.자신조차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는데 박현우는 이렇게나 그녀를 믿어주고 있었다.“내 로펌에 오면 천희에서 일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 거예요. 잡다한 일도 많이 해야 하고 야근도 자주 할 텐데 내가 현우 씨라면 천희에 계속 있을 거예요.”대형 로펌에 있는 게 막 설립되어 앞날이 불투명한 개인 로펌에 있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유정 누나, 날 계속 보조로 쓸 건지 그것만 말해줘요. 다른 건 내가 다 생각해 봤어요. 제대로 생각 안 했으면 오늘 찾아오지도 않았을 거예요.”이 말을 듣고 서유정은 하려던 말을 삼켰다.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박현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 로펌에 온 걸 환영해요.”고개를 숙여 서유정의 하얀 손을 본 박현우도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유정 누나, 나를 보조로 삼은 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박현우가 오면서 서유정은 보조를 따로 뽑을 필요가 없어졌고 당분간은 회계 담당자와 청소 담당자 한 명만 더 채용하면 됐다.오후, 박현우는 천희로 돌아가 퇴사 절차를 밟았다.서유정은 잠시 생각하다가 진태현에게 전화를 걸어

  • 내 결혼의 불청객   제194화

    신나경은 급히 손을 뻗어 문을 잡으며 당황한 표정으로 양주원을 바라보았다.“주원 씨, 나... 나 임신했어...”...서씨 가문.서민아는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다가 메일 한 통을 받았다.메일을 열어 첨부 파일을 다운로드해 보니 몇 장의 사진이 있었는데 바로 밤에 박수환과 서유정이 마트를 돌아다니는 장면이었다.몰래 찍은 사진이라 정면은 거의 없고 대부분 옆모습이나 뒷모습이었다.서민아는 박수환의 옆얼굴을 응시하며 미간을 찌푸렸다.지난번 화원에서 박수환을 봤을 때도 익숙한 느낌이 들었는데 지금 사진을 보니 그 느낌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다.분명 어디선가 이 남자를 본 적이 있었다.한참 동안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자 서민아는 바로 답장을 보내 상대에게 박수환을 조사해 보라고 했다.휴대폰을 끄며 서민아는 입가에 냉소를 띠었다.서유정이 가진 모든 것을 빼앗을 것이다. 서유정은 영원히 그녀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다음 날 아침, 서유정이 막 일어나자마자 송지민의 전화가 걸려 왔다.“유정아, 방금 오빠가 알려준 건데 양주원 그 쓰레기가 신나경 데리고 그 병원 산부인과로 갔대. 빌어먹을 자식이 어젯밤엔 인스타로 애절한 척하다가 다음날 바로 내연녀 데리고 산부인과로 가네. 재수 없는 것들!”그 말을 듣고 서유정은 눈을 내리깔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양주원 일은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어. 관심도 없고.”“8년이나 만나고 이제 겨우 행복을 누리나 싶었는데 그걸 홀라당 뺏겼잖아. 화가 나서 미치겠어!”“애초에 빼앗겼다는 건 내 것이 아니란 소리야. 신나경이 아니라 다른 여자라도 나는 더 이상 신경 안 써.”헛된 미련 때문에 이미 양주원에게 3년의 세월을 허비했다.이제 서유정은 오로지 열심히 노력해 예전에 못다 한 꿈을 이루고 싶었다.“어휴... 맞는 말이야. 결국은 양주원 그 쓰레기 잘못이지.”“됐어, 너도 이젠 관심 꺼. 그럴 가치도 없잖아. 난 면접이 있어서 이만 끊을게. 안녕.”전화를 끊고 서유정은 휴대폰을 내려놓은 뒤 일어나서 씻은 다음

  • 내 결혼의 불청객   제193화

    박수환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요즘 대학원 준비랑 로펌 설립 준비하느라 바쁘지 않아요? 감당할 수 있겠어요?”“로펌에 최근 지원한 사람들이 다 적절하지 않아서 채용 요건과 급여를 조정해 볼 생각이에요. 대학원 준비는 좀 미뤄도 돼요.”어차피 내년에 지원할 계획이라 시간이 좀 여유로웠다.박수환은 잠시 침묵한 뒤 입을 열었다.“생각해 보니 저녁에 시간을 내어 요리까지 하기엔 유정 씨가 너무 힘들 것 같아요. 밥 얻어먹는 게 미안하면 이따가 나랑 같이 장 보러 마트 가요. 그쪽이 재룟값 내고 내가 요리하는 것 어때요?”서유정은 다소 마음이 동했지만 그래도 박수환이 더 힘들어질 것 같았다.“근데 그러면 수환 씨 시간도 많이 낭비할 것 같은데요.”“괜찮아요. 요즘 일도 없어서 집에서 쉬는데 1인분과 2인분 하는 게 별 차이도 없어요.”“그래요. 그럼 앞으로 한동안 계속 신세 질게요. 일자리 찾으면 그땐 나도 요리할게요.”“좋아요.”두 사람은 밥을 먹고 정리를 마친 후 식기세척기에 그릇을 넣고 함께 마트에 장을 보러 나갔다.그들이 사는 건물 근처에 대형 체인 마트가 하나 있어서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마트에 들어서자 박수환은 익숙한 듯 왼편에서 카트를 밀고 서유정과 함께 안쪽으로 걸어갔다.“요즘 먹고 싶은 음식 있어요?”서유정은 고개를 저었다.“뭐든 괜찮아요. 난 가리는 것 없어요.”“그럼 먼저 채소 코너부터 보러 갈까요?”“네.”두 사람은 채소 코너로 들어가 각자 채소 한 가지를 고른 뒤 수산물과 육류 코너로 향했다.누구도 뒤에서 휴대폰으로 그들이 함께 장 보는 모습을 찍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장을 다 본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갔다.서유정은 저녁에 처리할 일이 조금 남아 집에 돌아오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일을 시작했다.한편, 연화 어느 별장 구역 퍼스트 빌리지 안.양주원은 소파에 앉아 리모컨을 손에 쥔 채 무표정한 얼굴로 과거 서유정과 열애하던 시절에 찍은 영상을 보고 있었다.영상 속 두 사람은 10년 후의 미래를 이야

  • 내 결혼의 불청객   제192화

    양주원이 한 말 때문에 서유정은 다소 기분이 좋지 않았다.집에 돌아와 신발을 갈아신은 뒤 소파에 앉아 잠시 쉬려던 참에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박수환이 보낸 메시지였다.[집에 왔어요? 밥해놨으니까 와서 먹어요.]서유정은 입술을 달싹거렸다. 가고 싶지 않았지만 박수환이 일부러 그녀의 밥까지 했다는 생각이 들자 가지 않으면 그의 성의를 저버리는 것 같았다.[알겠어요.]박수환에게 답장을 보낸 서유정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일어나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바로 맞은편에 다가가 문을 두드리려던 순간 문이 안쪽에서 열렸다.“들어와요. 오늘 어차피 바닥 청소할 거라 신발은 바꿔 신지 않아도 돼요.”“네.”박수환이 그녀를 바라보며 갑자기 미간을 찌푸렸다.“오늘 무슨 일 있었어요?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보이는데.”서유정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말했다. “아니에요... 조금 피곤해서 그런가 봐요.”서유정은 시선을 내린 채 더 이상 박수환과 두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오기 전에 일부러 마음을 다잡았는데 이렇게 쉽게 박수환에게 들킬 줄은 몰랐다.박수환도 더 묻지 않고 몸을 돌려 안으로 걸어가며 말했다.“오늘 두부 파무침을 했는데 맛있는지 먹어봐요.”“네.”밥을 먹던 중 서유정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발신자가 송지민이라는 걸 확인한 서유정은 휴대폰을 들고 박수환을 보며 말했다.“잠깐 전화 받고 올게요.”“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발코니로 걸어가 전화를 받았다. “지민아, 무슨 일이야?”“유정아, 양주원 그 쓰레기 인스타 봤어?”서유정은 휴대전화를 쥔 손가락에 살짝 힘이 들어가며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아니, 헤어지고 나서 차단했어.”“아, 네가 차단한 거 깜빡했네...”“왜?”“별일 아니야. 그 쓰레기 같은 놈이 인스타에 어떤 별장 사진 몇 장을 올리면서 너에게 집을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결국 약속을 못 지켰다고 하더라... 미친놈, 헤어지고 나서야 갑자기 애틋한 척하네. 신나경 그년을 별장에 데리고 가서 몇 번이나 뒹굴었는지 누가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