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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결혼의 불청객
내 결혼의 불청객
Author: 스프링 가든

제1화

Author: 스프링 가든
“서유정 씨, 예약하신 예식장을 정말 취소하시겠습니까?”

휴대폰을 든 서유정의 손끝에 살짝 힘이 들어갔지만 목소리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네, 취소할게요.”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 쪽에서 취소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은 서유정은 약지에 끼고 있던 결혼반지를 빼서 탁자에 올려놓은 뒤 캐리어를 끌고 떠났다.

...

보름 전 저녁, 서유정은 소송을 마치고 법원을 나와서 제일 먼저 휴대폰을 열었다.

카톡을 확인하니 상단에 고정된 대화창에 자신이 보낸 수십 개의 메시지가 있었지만 상대방은 단 한 번도 답장하지 않았다.

지난달 두 사람이 청첩장 디자인 때문에 다툰 후 양주원은 다음 날 바로 해외 출장을 떠났고 한 달 동안 그녀가 아무리 메시지를 보내도 못 본 척 무시했다.

둘의 관계에서 서유정은 극도로 비굴한 지경에 이르러도 양주원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보다 못한 친구 송지민이 매년 그렇게 많은 이혼 소송을 진행하면서 나쁜 남자를 봐왔는데도 왜 양주원의 본성을 알아채지 못한 채 그에게 목을 매냐며 조롱했다.

사실 서유정도 모르는 게 아니었지만 그저 놓을 수가 없을 뿐이었다.

그토록 사랑했던 두 사람이 서로 싫증이 난 채 멀어지는 결말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또한 양주원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8년 동안 만나면서 그녀는 이미 양주원이 곁에 없는 자기 모습을 잊어버렸고 그가 없는 일상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몰랐다.

휴대폰의 입력창을 몇 번 두드리며 그에게 언제 돌아오는지 물으려던 순간 휴대폰에 갑자기 알림이 떴다.

양주원이 SNS 게시물을 업뎃했다.

단순히 해변을 찍은 사진 한 장이었지만 서유정은 한눈에 그곳이 양주원에게 수없이 함께 가고 싶다고 말했던 말디부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의 손가락이 멈칫하며 채팅창으로 돌아가려던 순간 송지민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무의식적으로 클릭해 본 그곳엔 신나경의 SNS 캡처본이 나타났다.

양주원이 올린 것과 똑같은 사진인데 한 줄의 글이 추가되어 있었다.

[출장이 힘들다고 투덜거렸더니 날 데리고 말디부로 휴가를 왔네!]

말디부가 그녀에게 어떤 의미인지 양주원이 모를 리가 없었다.

반복해서 언급했던 곳인데 그는 항상 시간이 없다고 말하면서 다른 여자를 데리고 갔다.

눈을 깜빡이자 저도 모르게 눈물이 툭 떨어졌다.

몰아치는 차가운 바람이 그녀의 마음속에도 스며든 것 같았다.

곧 송지민의 전화가 걸려 왔다.

“신나경 그 망할 년, 너랑 양주원이 곧 결혼할 걸 알면서 일부러 역겹게 양주원과 똑같은 사진을 올려? 양주원도 미친 것 아니야? 다른 곳도 아니고 어떻게 걔를 데리고 말디부를 가! 네가 계속 같이 가자고 했던 곳이잖아. 8년이면 할 만큼 했어. 신나경과 대놓고 저렇게 바람피우는 것도 3년인데 그래도 결혼해서 평생 같이 살고 싶어?”

서유정의 마음은 쓰라리고 씁쓸했다. 송지민이 하는 말이 머리로는 이해가 되었지만 8년 동안 함께했고 한 달 정도만 지나면 결혼하는데 이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노력해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없다면 그때 운명을 받아들일 것이다.

“지민아, 토요일에 너랑 나 드레스 입어봐야 하니까 꼭 와.”

전화기 너머 상대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송지민이 욕을 하며 전화를 끊었다.

더 얘기하다간 서유정 때문에 화가 나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

몇 년 사이 양주원은 진작 마음이 변했는데 멍청한 서유정만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제자리를 맴돌며 양주원이 언젠가 마음을 돌릴 거라고 믿고 있었다.

송지민은 서유정에게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었다. 그녀는 사적으로 여러 번 양주원이 매번 다른 여자를 끌어안은 채 호텔에 드나드는 걸 목격했었다.

그는 이미 완전히 타락해 더 이상 서유정만 바라보는 그 남자가 아니라 철저한 쓰레기로 전락해 버렸다.

‘이런 쓰레기는 차에 치여서 평생 불구로 살아야 하는데!’

밤에 서유정은 푹 잠이 들지 못하고 연속으로 악몽을 꾸다가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잠들었다.

이제 막 눈을 붙이자마자 도어락 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렸다.

서유정이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 앉으니 양주원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게 보였다.

캐리어를 끌고 지친 기색으로 터벅터벅 들어오는 그에게서 서유정은 그의 옷깃에 묻은 립스틱 자국과 가슴에 희미하게 남은 긁힌 자국을 놓치지 않았다.

이불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가고 마음속에는 얼음덩어리가 툭 떨어진 것처럼 시리도록 아팠다.

서유정이 깨어 있는 것을 본 남자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나 때문에 깼어?”

말하며 그는 캐리어를 끌고 옷장 앞으로 가서 문을 열고 옷을 찾기 시작했다.

서유정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신나경이랑 말디부 갔어?”

셔츠를 들고 있던 양주원의 손이 멈칫하더니 돌아서서 눈썹을 치켜세우며 그녀를 향해 웃었다.

“왜? 네가 원한다면 신혼여행 거기로 가도 돼.”

그의 말투에 담긴 조롱을 알아차린 서유정은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내가 말디부 가고 싶어 했던 거 잘 알잖아.”

“네가 가고 싶은 곳이면 신나경은 못 가?”

“그런 뜻이 아니잖아. 내 말은...”

‘나랑 같이 가자고.’

미처 말을 마치기도 전에 양주원이 짜증스럽게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만해. 방금 출장 다녀와서 피곤한데 너랑 싸우고 싶지 않아.”

그는 차갑게 돌아서서 욕실로 들어가며 ‘쾅’ 요란하게 문을 닫고는 서유정의 시선도 차단해 버렸다.

서유정은 시선을 내린 채 하얗게 변한 손가락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려 쓴웃음을 지었다.

예전에는 그녀와 다투기도 했지만 이제는 다투는 것조차 귀찮아하는 것 같았다.

양주원이 씻고 나오니 서유정은 이미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화장대 앞에 앉아 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바르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 짙은 푸른색 실크 드레스를 입고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를 늘어뜨린 채 정교한 메이크업까지 하니 아름다운 미모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양주원은 한번 슬쩍 보고는 무심한 표정으로 시선을 거두었다.

그가 문을 나서려 할 때 서유정은 차분한 목소리로 당부했다.

“토요일은 웨딩드레스 입어보는 날이니까 늦지 않길 바라.”

서유정은 시간약속 지키지 않는 사람을 가장 싫어했다. 처음 양주원과 만나기로 결심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시간을 잘 지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변심한 후로는 다른 여자 때문에 번번이 그녀와의 약속을 어겼다.

양주원은 조롱하듯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렸다.

“걱정하지 마, 안 늦어.”

말을 마치자마자 그의 전화가 울렸고 의도적인지 우연인지 스피커 모드로 돌리자 신나경의 달콤한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흘러나왔다.

“주원 씨, 어제 너무 격하게 해서 지금도 거기가 아파. 책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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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2025. 12. 08. AM.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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