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정은 허허 웃음을 터트렸다. "듣자 하니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잠자는 시간과 식사하는 시간을 빼고는 주구장창 내 욕만 하시면서 자신의 잘못은 조금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던데, 정말로 제게 사과를 하려는 거예요?"하지명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해 변명하려고 입을 달싹였지만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할아버지 할머니는 진심으로 사과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저들에게 설득을 당해 괜한 피해를 입을까 얼른 이 일을 마무리하려는 것이었다.쌍방이 합의만 하면, 열기는 빠르게 가실 것이다. 또 그 자리에 새로운 이슈가 나타나 네티즌들의 관심을 덜어낼 테니, 사람들은 이내 그들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게 될 테고 그때가 되면 그들은 다시 평화를 되찾을 수 있었다.이번 일은 그들에게 물이 배를 띄우는 동시에 뒤집을 수도 있다는 교훈을 주었다. 인터넷은 강대하지만, 쉽사리 인터넷을 이용해 타인을 공격하다가 일단 반격을 당하게 되면 손해를 보는 것은 자기 자신이었다."다른 볼일 없으면 그만 떠나주세요. 괜히 여기에 우르르 몰려서 남 장사하는 데 방해하지 말고요."하예정은 더는 그들과 말씨름을 하고 싶지 않아 축객령을 내렸다.그러자 하씨 형제들의 얼굴이 구겨졌다.옆에 서 있던 심효진과 김진우는 그들을 경고가 담긴 눈빛으로 노려봤다.한참 뒤, 하지문이 말했다. "예정아, 용서를 해야 할 때는 용서를 해야 하는 법이야. 무슨 일을 하든 한발 양보를 해야 앞으로 서로 다시 좋게 얼굴을 마주할 수 있어."말을 마친 하지문은 먼저 등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하씨 집안의 그 세대에서 하지문은 가장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들 집안에서만이 아니라 마을에서도 그가 제일 능력이 출중했다.예전에는 마을에 돌아가면 하지문은 가장 추앙받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사촌 동생에게 반격을 당해 하마터면 체면도 못 차릴 뻔했으니, 하지문은 지금 여기서 하예정에게 욕을 먹고 있을 기분이 아니었다.하지문은 하예정이 형제간의 정은 전혀 없는 것 같아 하예정이 원망스럽기 그지없었다. 뭐가 됐든 사
김진우도 그 사람들은 대단하다 못해 감탄이 나올 정도라고 생각했다. 뻔뻔하기도 뻔뻔했고, 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하예정, 방금 전의 대화 내가 다 녹음했어."심효진이 입을 열었다. "녹음 파일 보내줄게. 괜히 또 인터넷에서 허튼소리하고 없는 얘기 지어낼라."심효진의 행동에 하예정은 그녀를 향해 엄지를 척 세웠다. 하예정은 하씨 집안 사람들 때문에 화가 나 녹음을 한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진우야, 출근 안 해?"녹음 파일을 하예정에게 보낸 심효진은 김진우가 아직 가게에 있다는 것이 떠올라 얼른 출근하라고 재촉했다.김진우는 가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어, 투덜대며 말했다. "우리 집안 회사에서 출근하는 건데, 뭘. 좀 늦어도 괜찮아.""집안 회사에서 출근하는 거니까 더 열심히 하고, 회사의 규율을 잘 지켜서 모범이 되어야지. 그래야 다른 사람들이 네 트집을 못 잡을 거 아니야. 얼른, 가서 출근해. 고모가 너 출근 안 한 거 알면 너 큰일 나."김진우는 장손이라, 김진우의 부모는 그에게 아주 큰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그들은 김진우가 김씨 그룹의 후계자가 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하예정도 옆에서 거들었다. "진우야, 너 얼른 출근 해. 더 늦었다간 퇴근 시간 다 되겠다."김진우는 구시렁대면서도 차키를 챙겨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 하예정에게 귀띔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예정 누나, 나 밥 사주는 거 잊지 마요.""알았어. 내가 언제 너랑 했던 약속 안 지킨 적 있어?"김진우는 그제야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서점을 나섰다.김진우를 보내자 서점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심효진은 다시 소설을 읽기 시작했고, 하예정은 공예품을 만들기 시작했다.점심쯤이 되자, 그녀는 도구들을 정리했다. 이제 곧 있으면 학생들 하교 시간이었다.그리고 그 시각, 전씨 그룹.대표 사무실 안, 공적인 일에 대한 이야기를 끝낸 뒤, 소정남은 무심하게 말했다. "전 대표, 방금 전에 형수님네 고향 사람 수십 명이 엄청난 기세로 차 여러 대를 나눠타고 형수님네 가게
전태윤은 비록 하예정이 하씨 집안 형제들을 상대하지 못할까 봐 걱정되긴 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하예정에게 전화 한 통도 하지 않았다.결혼한 지 이제 약 한 달쯤 되었을까, 전태윤은 하예정에 대해 처음보다는 알게 된 게 많았다. 하예정이 만약 정말로 상대하기 힘들었다면 분명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텐데, 아직 전화가 없는 걸로 봐선 혼자 상대할 수 있는 것 같았다.게다가, 그녀는 떳떳한 입장이니 절대로 지지 않을 것이다.그렇게 생각한 전태윤은 저녁에 퇴근한 뒤 차를 바꿔서 관성중학교로 향했다.회사를 떠날 때, 소정남은 그에게 최근 전태윤이 접대도 가지 않아 모든 부담을 다 자신이 짊어지고 있다고 투덜거렸다.그에 전태윤은 소정남에게 이런 답을 남겼다. "난 아내가 있어서, 퇴근하면 집으로 가서 아내 곁에서 감정을 키워 나가야지.""..." 소정남은 어이가 없었다.핑계!핑계가 분명했다!게으름을 피우기 위한 핑계가 확실했다!소정남은 속으로 자신의 상사에게 결혼을 한 뒤로 점점 더 게을러진다고 거듭해서 비난했다. 정말로 전태윤답지 않은 행보였다.소정남의 비난을 듣지 못한 전태윤은 곧 관성중학교에 도착했다. 하예정의 서점에는 수많은 학생들이 자료를 보거나 문구를 고르고 있었다.자신의 기가 큰 것을 아는 전태윤은 곧장 가게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괜히 학생들이 놀라 도망이라도 가면 하예정의 영업을 방해하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하예정은 전태윤에게 교감 선생님보다 더 엄숙하다고 하면서, 선생님이 되지 않은 것이 참 아깝다고 말했었다.한참이 지나, 밤 자습 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하나둘씩 학교로 돌아갔다.전태윤은 그제야 차에서 내려 가게로 들어갔다.조금 어지러워진 카운터를 정리하고 있던 하예정은 안으로 들어오는 전태윤에 조금 의외라는 눈으로 쳐다봤다. 그러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그의 모습에 하예정은 다시 한번 전태윤의 아우라에 감탄했다.그것은 마치 왕이 왕림하는 것 같은 아우라였다. 어쩐지 학생들이 전태윤이 가게에 있으면 감히 들어오
잠시 머뭇거리던 전태윤은 다시 말을 이었다. "내일 아침, 내가 출근 도와줄게."전태윤이 이렇게 다정하게 대해주겠다고 하니, 하예정은 스쿠터를 가게에 둔 채 전태윤의 차에 탔다.심효진은 떠나는 두 사람을 눈으로 배웅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점점 더 부부 같네."전태윤은 비록 늘 냉담하고 말이 많지는 않지만 하예정에 대한 애정을 사소한 것에서 보여주었다."만약 내가 태윤 씨 같은 남자를 만난다면, 나도 기꺼이 초고속으로 결혼할 거야."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맞선 상대는 다 전태윤보다 못했다. 소위 뛰어난 남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다 그저 수입이 높기 때문이었다. 사실상, 뛰어남과는 거리가 멀었다.지난번 소희 카페에서 만난 맞선 상대는 하예정을 마음에 들어하더니, 주선자에게 하예정에 대해 묻기도 했다. 하예정이 유부녀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헛된 꿈을 꾼 것이다.심효진은 곧바로 그 맞선 상대에게 전화를 걸어 한바탕 욕설을 퍼부었다. 그런 뒤 감히 몰래 또 하예정을 찾아가서, 하예정의 결혼 생활을 망친다면 지위와 명예를 전부 잃게 될 거라고 경고했다.그렇게 하고 나서야 겨우 하예정의 앞까지 찾아가는 것을 막았다. 심효진은 사실 자신이 상대방의 목숨을 구해준 것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정말로 하예정에게 찾아가 고백한다면, 하예정은 그 남자를 흠씬 두들겨 팰 수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하예정은 산타를 배운 사람이었다."가는 길에 언니네가 있으니까, 언니 보고 집에 가요."하예정은 습관적으로 날마다 언니네 집에 다녀 왔다.하예정의 말에 전태윤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하예정 부부는 하예진이 살고 있는 단지에 도착했다.지금 이 시각은 저녁 식사가 끝났을 시간이었다. 단지 내의 주민들은 저녁을 먹은 뒤에 아이들을 데리고 밖에서 산책을 즐기는 탓에 지금은 단지가 제일 시끌벅적할 때였다.전태윤이 차를 세우자, 하예정은 먼저 차에서 내렸다. 그런 뒤 뒷자석의 문을 연 하예정은 그 안에서 과일 두 봉지를 꺼냈다. 다 전태윤이 처형
동네 사람들은 자매 사이가 좋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하예진은 여동생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고, 그녀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는다."주이모, 감사합니다."하예정은 주이모에게 고맙다고 인사한 후 전태윤의 손을 잡고 빠른 걸음으로 언니가 살고 있는 그 빌딩으로 들어간다."어제 언니를 집에 데려다줬는데 형부가 언니에게 밥을 주지 않았다고 나무랐고, 그때 형부는 때리고 싶은 기색이었다가 나를 보고 비로소 표정을 바꿨어요."하예정은 전태윤에게 수다스럽게 말한다."우리 언니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죠."하예정은 언니를 몹시 아까워한다. 여자가 시집가는 것은 다시 태어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언니의 재탄생은 좋지 않다.결혼한 지 3년밖에 안 됐는데 형부가 언니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전태윤은 부드럽게 말한다. "누나도 너를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아. 방금 주이모는 누나가 부엌칼을 들고 형부를 쫓아 몇 거리를 돌아다녔다고 말했잖아, 그건 누나가 지는 편이 아니라는 뜻이야. 너무 걱정하지 마, 괜찮아."하예정이 걱정하지 않는 게 이상하지.하지만 하예정은 전태윤에게 많은 말을 하지 않고 그의 손을 잡고 올라가 언니가 준 열쇠를 꺼내 문을 연다.주방에서 밥을 짓던 하예진은 문 닫는 소리를 듣고 주형인이 돌아온 줄 알고 주걱을 들고 나온다. 주형인이 또다시 자신을 때리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주형인은 부모님을 따라 집으로 돌아온 후 그녀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녀의 시부모와 큰누나가 계속해서 메시지를 보내 욕설을 퍼부었고, 주씨 가족의 단체채팅에서 그녀의 험담을 퍼부어 다른 친척들이 그녀가 아내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남편에게 맞았다고 비난하도록 이끌었다.어쨌든 말끝마다 그녀 싸다고 하고, 잘못된 사람은 주형인이 아니라 그녀라고 했다.일부 친척들은 웃어른의 틀을 차리고 그녀에게 주형인에게 사과하라고 권고하면서 부부 두 사람은 침대맡에서 다투고는 침대 아래에서 화해한다느니, 무슨 깊은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가족의 단체채
예전에는 언니가 그녀를 지켜줬는데 지금은 커서 능력도 있고, 그녀가 언니를 지켜줄 차례다."예정아."하예진은 여동생을 붙잡고 말한다. "가지 마, 나는 피부 외상일 뿐이지, 걔도 이득을 보지 못했어. 내가 칼을 들고 몇 거리를 뒤쫓아 그를 겁에 질리게 했으니, 앞으로 감히 나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못할 거야.""언니, 가정 폭력은 단지 0번과 무수한 번만 있어. 그가 감히 너를 때리는데 그를 찾아가서 결판을 내지 않으면, 그는 두려워할 줄도 모를 것이고, 이후에 또 너를 때릴 거야."가정 폭력에 대해서는 무관용!"나는 알고 있어. 그래서 나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그를 때렸고 칼을 들고 그를 쫓아 몇 거리를 뛰어다녔어. 너는 모르지만 그는 그때 겁에 질려 있었고 두 다리가 모두 떨렸어. 부부가 처음 싸우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했잖아. 내가 이겼으니까 그는 앞으로 나를 때리려고 해도 뒤의 결과를 생각해야 해."하예진은 여동생을 붙잡고 주형인을 찾아가 결판을 짓지 못하게 한다. "주형인도 이미 주씨 집에 돌아갔는데, 만약 네가 찾아간다면 그의 대가족 사람들이 모두 너를 상대할 것이고 오히려 네가 손해를 보게 될 거야. 가지마, 나는 더 이상 그를 참지 않을게. 앞으로 나를 때리기는커녕 욕을 해도 걔랑 싸울 거야.""언니, 당시에 왜 나랑 얘기 안 했어?"하예정은 상처 난 언니의 얼굴을 안쓰러운 듯 만지며 말한다. "언니, 아직도 아파? 빌어먹을 주형인! 이렇게 심하게 했다니! 너희들은 오랜 세월 동안 정이 많았고 너는 또 그를 위해 우빈을 낳았는데, 그가 어떻게 독하게 너를 때릴 수 있겠느냐?"하예진은 쓴웃음을 짓고 말한다. "지금 내 모습을 그는 벌써부터 싫어했어.""태윤이 왔어?""왔어. 지금 거실에서 우빈이랑 놀고 있어."하예진은 목소리를 낮추어 여동생에게 말한다. "예정아, 지금 언니의 결혼생활이 난리판이 된 걸 봤지. 결국은 내가 결혼한 후 직장을 그만둔 데다 주형인이 날 부양해줄 거라는 헛소리를 믿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너는
자매는 오랫동안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 하예진은 여동생을 잘 알고 있었고, 하예정이 여전히 그녀를 도와 분풀이를 해주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일부러 하예정을 집에 남겨두고 술을 한 병 들고 나와 그녀과 한 잔 마시고, 밤늦게까지 머물게 한 후에야 예정 부부를 떠나게 한다.하예정의 주량은 보통이고, 언니가 꺼낸 것도 독한 술이였는데, 술을 한 잔 마신 후 취기가 올라 언니의 집을 나설 때 머리가 약간 어지럽고 걸음을 걸을 때도 똑바로 걷지 못한다.하예진은 젊은 부부를 배웅한다.하예진은 예전에 일할 때 상사와 접대를 자주 하면서 주량이 점차 세져 독한 술 한 잔은 그녀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태윤 씨, 예정이 취했으니 잘 돌봐줘요."하예진은 매부에게 당부한다.하예정을 취하게 만들면, 그녀은 더 이상 주형인을 찾아가 결판을 낼 수 없게 된다.하예진은 여동생이 주씨 집에 가면 주씨 가족들에게 괴롭힘을 당할까 봐 두렵다.주씨 집안의 사람들은 그녀의 고향집 친척들과 마찬가지로 밉살스럽다."누나, 예정을 잘 돌볼게요."전태윤은 하예정을 가볍게 붙잡고 계단을 내려가는데 하예정은 몇 번이나 넘어질 뻔하자 전태윤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가로 껴안는다."술을 이렇게 못하면서도 계속 마시려고 하는데, 누나가 술 한 병 들고 나온 것은 목적이 있는 건데, 바보같이 마셨네."하예정은 두 손으로 전태윤의 목을 끌어안고 술 트림을 한다. 그 술냄새가 코를 찌르고, 전태윤은 싫은 듯 얼굴을 떼며 말한다. "내게 입김을 불지 마, 술냄새나 죽겠어.""난 이렇게 할거예요!"하예정은 일부러 그의 얼굴에 대고 말한다. "벌 받은 거예요. 언니의 속셈을 간파해도 날 막지 않았잖아요."전태윤이 이렇게 붙이는 게 익숙하지 않아 하마터면 그녀를 땅에 버릴 뻔한다."예정아!"그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낮은 소리로 외친다. "네가 제정신인 것을 알고 있어. 기회를 틈타서 나를 속이지 마라!"하예정은 냉소하며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말한다. "주형인은 우리
하예정은 전태윤의 소리에 잠이 깨서 일어나 앉아 애기처럼 눈을 비벼본 후 눈이 깜박이지 않고 그를 쳐다본다.갑자기 그녀는 태윤을 향해 손을 내밀고 아름다운 눈을 반짝이며 맑은 목소리로 말한다. "멋쟁이, 날 안고 차에서 내려줘요."전태윤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손을 뻗어 하예정을 한 대 때린다. "난 경고했어, 술김에 날 놀리지마. 너는 취했지만 아직 제정신이 아닐 정도로 취하지 않았어. 지금 네가 하는 말과 행동 하나하나 마음속은 다 알고 있지."하예정은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확실히 알고 있다.하지만 알코올의 작용으로 그녀는 충동적으로 행동하기 쉽다.전태윤이 그녀에게 그를 놀리면 안된다고 경고할수록 그녀는 더욱 그를 놀리려고 한다.사내대장부가 여자에게 희롱당할까 봐 두려운가?소문이 나면 남에게 비웃음을 당할 것이다."태윤 씨......"하예정은 히죽히죽 웃으며 그에게 묻는다. "당신은 전씨 그룹의 큰아들처럼 사실 이상이 있습니까?"전태윤은 남녀관계에 대해 하예정보다 더 순수하다.하예정은 술기운을 빌려 전태윤을 희롱하는 것을 참을 수 없다."뭐가?""안 되든가, 아니면 여자가 싫고 남자가 좋든가."전태윤은 떫은 표정을 짓는다."할머니가 자꾸 우리 둘이 사귀자고 하신데, 나는 서른 살의 남자가 아직 여자친구가 없다면 아마 못생겼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너를 만나고 나니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걸 알았어요. 못생기기는커녕 아주 잘생겼더라고요.""또 너한테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 아닌지 생각했는데......" 하예정은 웃으며 두 손도 가만히 있지 않고 무엄하게 그의 얼굴을 만지며 말한다. "태윤 씨, 앞으로 날 때릴 거예요? 잘 들어봐요. 나는 무술을 연마한 적이 있어요. 네가 감히 나에게 폭력을 행사한다면 절대적으로 너를 여기저기 이빨을 찾도록 때릴 거예요.""아이고, 이렇게 잘생겼는데 정말 뽀뽀하고 싶네요. 아니면 누나한테 뽀뽀 한 번 해줄까요? 자, 자, 나한테 뽀뽀 한 번 해줘요......"하예정이 방자하게 전태윤을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
그러나 전창빈은 사업을 확장하거나 삶을 즐길 생각은 하지 않고 먼 길을 떠나 여기까지 와서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로 지원했다.선우민아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전창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도전하려고 왔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고 스승을 모셔 요리 실력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여러 구역의 다양한 요리를 연구하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창업으로 작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산 밖에 산이 있고 사람 위에 사람이 있는 법이라고 여기기에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님들의 입맛이 바로 저를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니까요.”전창빈은 자신의 요리가 손님들이 맛있다고 생각해야만 요리 실력이 검증된 것으로 생각했다.손님들이 그 요리에 대해 조언을 해주면 그것을 개선해 더 높은 수준의 요리 실력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우민아처럼 까다로운 손님을 만났을 때 그녀의 평가는 전창빈을 더욱 발전하게 할 것이다.선우민아는 그가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 자리에 도전하고 싶어서 온 것임을 직감하고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자신이 갑이 되는 것과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에요. 전이혁 씨는 제대로 고려해보셨나요? 만약 우리 가문에서 요리사로 일한다면 우리 가문만의 가정 요리사가 되어 전국의 다양한 손님을 상대할 기회가 없어요. 아마 전이혁 씨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죠.”전창빈은 빙그레 웃으며 선우정아와 시선을 마주치며 대답했다.“아마 큰아가씨님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몇 명 없을 겁니다. 제가 여기서 일하면 전국의 손님을 상대할 수는 없겠지만 큰아가씨께서 싫증 내지 않을 정도로 1년 정도 일할 수 있다면 제 요리 실력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력을 키워 앞으로 관성으로 돌아가면 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도 손님이 떼구름처럼 몰려들겠죠.”전창빈은 자신의 요리사들을 이끌어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전국의 손님들이 고향의 전통 요리와 관성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노
강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 경험상으로 보면 전창빈 씨는 합격일 겁니다. 어서 큰아가씨를 뵈러 가세요. 긴장할 필요 없어요. 큰아가씨는 표정이 좀 진지하지만 사실은 매우 좋은 분이십니다.”“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전창빈은 엄격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선우민아가 아무리 엄격해도 그의 큰형 전태윤보다는 못할 것이다.엄격한 전태윤의 얼굴에 익숙해진 전이혁은 이미 엄격한 사람들에게 면역력이 생겼다.전창빈은 강진을 따라 주방을 나섰다.강진은 전창빈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주방을 나선 후에도 전창빈은 여기저기 둘러보지 않았고 또 선우씨 가문 저택의 호화로움에 놀라지도 않았다.다른 지원자들은 늘 선우씨 저택의 사치스러움에 압도되어 주변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과는 달랐다.강진은 전창빈이 분명 세상 물정을 다 겪어본 사람이거나 굉장한 침착성을 가진 사람일 거로 생각했다.어쨌든 강진은 눈앞의 이 젊은 요리사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 아마 내일이면 동료가 될 것 같았다.강진은 전창빈을 데리고 선우민아가 앉은 자리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멈추어 섰다. 그는 전창빈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낸 후 먼저 나아가 공손히 말했다.“큰아가씨, 전창빈 씨께서 오셨습니다.”선우씨 가족 중 전창빈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오직 선우정아뿐이었다.다른 사람들은 그때 집에 없어 전창빈을 직접 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다들 그를 보더니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한경주가 남편 선우진혁에게 소곤거렸다.“정말 젊어 보이네요. 우리 민아랑 비슷한 나이 같아요.”선우진혁도 고개를 끄덕였다.“젊네. 보아하니 매우 침착해 보이고. 조금도 긴장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구먼.”“이 요리사분이 매우 잘생겼다는 생각 안 들어요?”선우씨 가문의 둘째 부인, 즉 선우정아의 어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시누이에게 말했다.한경주가 웃으며 대답했다.“정말 잘생겼네요.”선우정아도 말을 이었다.“제 말 이제 믿으시죠? 제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가 매우 젊고 잘
선우민기는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민기야, 오늘 저녁 요리 맛있었어?”선우민아가 동생에게 물었다.“맛있어요. 엄청 맛있었어요.”사촌 동생도 따라 말했다.“정말 정말 맛있었어요. 누나, 저 앞으로 매일 누나 집에 와서 밥 먹어도 돼요?”선우민아가 웃으며 대답했다.“오고 싶으면 오렴. 하지만 너랑 민기는 밥 잘 먹어야 해. 놀기만 하면 안 된다?”두 꼬마가 함께 모이면 말 그대로 손오공이 천궁을 뒤집어 놓는 수준이었다.가문의 후손에 남자아이가 둘뿐이라 모두가 그들을 귀여워했다. 선우씨 가문의 누나들이 집에 없을 때면 두 꼬마는 진짜로 지붕조차 뒤집을 기세였다.어르신들이 말릴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만약 두 꼬마가 지붕을 뜯으려 하면 오히려 사다리를 대줄 정도니까.“알았어요. 저희 꼭 말을 잘 들을게요.”“그래, 너희 둘 밖에 나갈 땐 외투 꼭 입고 나가야 해. 밖이 너무 추워.”두 꼬마는 기쁜 마음으로 손을 잡고 집에서 뛰쳐나갔다.동생들이 모두 놀러 나가자 선우민아가 집사에게 지시했다.“아저씨, 전창빈 씨를 만나게 해줘요.”강진이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바로 전창빈 씨를 불러오겠습니다.”선우민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이동하자 가족들도 모두 따라 일어나 거실 소파에 앉았다.선우민아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를 만나고 싶다고 하자 선우씨 가족들은 바로 그 지원자가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직감했다.확실히 오늘의 저녁 식사는 온 가족을 만족시켰다.선우민아의 입맛이 까다로워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다. 그들은 선우민아 덕분에 항상 최고의 요리사가 준비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비록 그녀만큼 입맛이 까다롭지는 않았지만 요리의 품질을 가리는 안목은 그래도 꽤 좋은 편이다.강진이 미소를 머금으며 주방으로 들어갔고 전창빈이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쪽으로 다가갔다.발소리를 들은 전창빈은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떼었고 고개를 들어
원림성 A시.전창빈은 모든 요리를 다 하고는 주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휴대전화를 꺼내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는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온종일을 바쁘게 보냈다.정확히 말하면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지금까지 준비한 모든 것이 전부 오늘 저녁 식사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그리고 저녁이 되어서야 주인공이 돌아왔다.잠시 기다린 후, 전이진이 오후 내내 준비한 요리들이 하나둘씩 하인들에 의해 운반되어 나갔다. 물론 그는 나갈 필요가 없었다.선우민아가 그의 요리를 맛본 후 만족스럽다면 전창빈을 불러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통보도 없이 주방에 머물다가 선우씨 가족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고 떠나면 집으로 돌아야 한다.비록 전창빈은 자신의 요리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지만 밖이 완전히 어두워졌는데도 선우민아의 면담 요청이 없었다. 그는 겉으로는 여전히 뉴스를 보며 담담해 보였으나 속으로는 조금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는 송일우처럼 세 번이나 도전하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송일우는 몇 년이나 도전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실패한 뒤로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점점 들어가고 있었던 모양이다.한편 선우씨 가족들이 이미 식사를 마치고 있었다.선우민아도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던 선우민아의 어머니 한경주가 관심 있게 물었다.“민아야, 이번 지원자가 만든 음식은 어때?”선우민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한경주는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생각엔 괜찮은 것 같은데 그냥 채용하는 게 어때?”선우민아의 남동생 선우민기는 의자에 털썩 앉아 배를 만지며 말했다.“누나, 나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이번 요리는 정말 맛있었어. 오랜만에 이렇게 배불리 먹었어.”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선우민기의 배를 가볍게 톡 치며 눈가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너는 굶은 적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많이 먹었어? 이번만 먹고 다음 끼니는 못 먹을 거로 생각한 건 아니지? 좀 앉아 이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