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진!”노동명이 병실에서 소리쳤다.“사모님, 저 먼저 들어가 볼게요.”하예진은 윤미라의 손에서 가볍게 자기 손을 빼낸 후, 몸을 돌려 병실로 돌아갔다.윤미라는 따라 들어가지 않았다.하예진이 아들 옆에 있는 한, 그녀가 직접 도와달라고 하지 않는 한, 윤미라 부부는 들어가지 않고 단둘이 지내게 할 생각이었다.비록 아들이 여전히 태도가 고약하고 성깔도 수그러들지 않았지만 부부는 그가 하예진이 옆에 남아서 돌봐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윤미라는 남편 곁으로 돌아와 앉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예전엔 내가 너무 고집이 셌어요. 앞으로는 장소민을 따라 배워야겠어요.”노진규는 말했다.“몇 번이나 충고했는데, 말을 안 듣더니... 동명이는 이제 나이가 적지 않아. 다른 사람들은 그 나이 때쯤이면 벌써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는데, 동명이는 여자친구도 없어. 모처럼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상대가 몇 번을 이혼했든 동명이만 좋아하면 되는 거지 뭐. 당신 내 말은 죽어도 안 듣더니... 이제는 동명이가 하예진 씨의 도움으로 자신감을 되찾고 치료에 협조하여 빨리 퇴원해서 재활치료를 거쳐 빨리 회복하길 바랄 뿐이야.”윤미라는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대부분 사람은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일 거예요. 장소민처럼 싫어하지도 반대하지도 않으며 자식이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둘 수 있는 사람이 또 몇이나 되겠어요?”노씨 일가와 같은 재벌가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인들도 문벌이 맞는지를 매우 중시한다.조건이 좋은 집안은 틀림없이 비슷한 조건을 찾으려고 하지, 누가 빈털터리를 찾고 싶어 할까?젊은이들은 사랑지상으로 생각할 때가 많다. 정이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집안의 반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저항한다. 정말 결혼하고 난 뒤 열정이 식어져야 상대방의 부족함을 느낄 수 있고, 서로 다른 집안 조건의 사람들끼리 섞이기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윤미라는 자신의 반대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사용한 수단이 너무 격렬해서 아들이 교통사
피크 별장.하예정은 언니에게 전화를 건 후 계속하여 우빈이에게 만두를 먹였다. 우빈이가 만두를 다 먹자 다시 체온을 재보니 37.7도였다. 그녀는 남편에게 말했다.“우리 따뜻한 물로 샤워 한 번 더 시켜줄까요?”전태윤은 우빈에게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따라주며 말했다.“우빈이 이제 막 배가 불렀으니 좀 쉬게 하고 다시 미지근한 물로 목욕을 시켜. 해열은 과정이 필요하니 조급해하거나 걱정할 필요 없어, 가정의가 이미 약도 처방해 줬잖아.”따르릉!전태윤의 휴대폰이 울렸다.남편의 휴대폰이 울리는 것을 보고 하예정은 말했다.“우빈이가 열이 내리고 있어요. 당신 회사에서 부르거든 먼저 출근하도록 해요. 난 집에서 우빈이를 보고 있을게요.”전태윤은 아내의 말을 받지 않고 전화부터 받았다.“도 대표.”전태윤은 비록 도차연을 싫어하지만 도 대표한테는 여전히 예의 바르게 대하고 있다. 두 그룹은 현재 협력관계를 맺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만일 도차연이 너무 과분하게 나온다면, 협력 관계를 맺는 것을 포기할 수도 있을 전태윤이다.도 대표는 전화 저편에서 쾌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전 대표, 점심에 시간 되나요? 함께 식사 어때요? 제가 삽니다.”그는 전태윤이 뭐라 하기도 전에 이어 말했다.“관성 호텔에 별실을 예약해 놓았으니 우리 둘만 함께 얘기 좀 나누는 건 어떨까요? 어젯밤에 얘기했던 프로젝트에 관해 이제 식사하면서 마저 얘기 나누고 싶은데... 아무 문제 없으면 바로 계약하는 겁니다.”도차연은 어젯밤 전태윤의 손바닥을 유혹하듯 건드렸다. 그로 인해 도 대표로부터 밤새도록 질책과 교육을 받게 되었다. 도 대표는 딸을 데리고 전태윤과의 비즈니스를 논하는 자리에 갔다가 안 좋은 영향을 주게 된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그리고 전태윤이 그냥 너그럽게 넘어가 준 것에 대해 결혼 후 전 대표는 결혼 전보다 훨씬 너그럽게 변했고, 이는 사랑이 가져다준 변화라고 생각했다.도 대표는 자기 딸이 저지른 행동에 대해 자책하고 있었다.그도 자기 딸을 매우
“우빈이가 이렇게 아픈데 집에 두고 갈 수가 없어서 그래요. 당신도 마음이 놓이지 않죠? 내가 당신과 함께 간다면, 안심할 수 있겠어요?”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도 마음이 놓이지 않기는 마찬가지였으니까.“다음에 같이 가요. 다음에는 꼭 같이 갈 테니까 이렇게 정색하지 말고 올라가서 옷 갈아입어요. 도 대표 기다리게 하지 말고요.”“나와 함께 올라가서 옷 한 벌 골라줘.”전태윤이 요구했다.하예정은 우빈이를 안고 일어서며 말했다.“당신 옷들 모두 내가 사준 게 아닌가요? 모두 당신이 좋아하는 검은 컬러로 샀는데, 별반 다르지 않을 거예요, 내 남편은 아무렇게나 입어도 다 잘 어울릴 거니까. 우리 남편은 몸매가 옷걸이 같아서 어떤 옷을 입어도 다 멋져요. 그리고 지금 당신이 매일 하고 다니는 넥타이도 모두 내가 사준 거니, 아무거나 하나 골라도 모델처럼 멋있을 거예요.”전태윤은 낮은 목소리로 졸랐다.“난 당신이 입혀줬으면 좋겠단 말이야.”하예정은 고개를 돌려 남편을 쳐다보더니 웃으며 말했다.“뭐 하고 있어요? 빨리 가지 않고.”전태윤은 빠른 걸음으로 따라가며 아내의 품에서 우빈이를 안아왔다.“내가 우빈이를 안고 올라갈게, 당신 너무 무리하지 마. 우빈이는 이제 내가 처음 봤을 때보다 훨씬 무거워.”“그때는 겨우 두 살이었는데 지금은 세 살이니까요. 1년 동안 몸무게가 조금도 늘어나지 않았다면 나랑 언니가 걱정할 차례일 거예요.”전태윤은 낮은 목소리로 웃었다.시간은 참 빨리도 흐른다.우빈이는 벌써 세 살이다.몇 분 후 부부는 우빈이를 안고 침실로 들어갔고, 하예정은 남편의 양복과 넥타이를 골라 가져왔다.그리고 남편에게 양복 재킷을 다정하게 입혀 주었다.옆에 있던 우빈이는 이를 보고 전태윤을 향해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모부, 아직도 이모한테 옷을 입혀달라니... 부끄러워요.”“...”발가벗고 아내에게 옷을 입혀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단지 외투를 입혀달라고 했을 뿐인데, 꼬마 녀석이 비웃다니!하예정도 따라
“내가 당신 말고 누구에게 신경 쓰겠어요. 우빈이가 아프지만 않았으면 무조건 당신과 함께 갔을 거예요.”하예정은 우스운 듯 말했다.전태윤은 차에 오르기 전에 우빈이를 안으며 말했다.“우빈아, 이모부는 우빈이가 이모 곁에 매일 붙어 다닐 수 있어서 정말 부러워. 난 매일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 붙어 다닐 수도 없거든.”“이모부, 제가 이제 커서 능력이 생겨 이모부를 도와드리면 이모부도 휴식하실 수 있을 거예요.”우빈이의 애티 가득한 말에 전태윤은 웃음을 터뜨렸다.“우빈이는 정말 착한 아이야. 이모부가 널 이렇게 아끼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니까.”전태윤은 기쁜 나머지 우빈의 작은 얼굴에 뽀뽀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모부의 일들은 처리하기 아주 어려워. 이제 개학하거든 열심히 공부해, 그래야 나중에 커서 이모부를 도와줄 수 있지.”우빈이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이모부, 저 열심히 공부할 거예요. 엄마가 말하셨는데 지식은... 지식은... 어쨌든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말하셨어요.”엄마가 한 말이 순간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대충 무슨 뜻인지는 말할 수 있었다.“그래, 엄마와 이모의 말을 잘 들어야 해.”전태윤은 우빈이를 내려놓고 와이프를 바라보았다. 당장이라도 끌어안고 진하게 키스하고 싶었지만 꼬마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그만뒀다.“여보, 도 대표 만나러 갈게.”“다녀오세요.”하예정은 말을 마친 후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한 마디를 덧붙였다.“보고 싶을 거예요. 우빈이 완전히 열이 내리면 오후에 데리고 나가서 산책하면서 기분 전환하다가 회사에 당신을 찾으러 갈게요.”전태윤은 그 말을 듣고서야 만족스럽다는 듯 집을 나섰다.하예정은 우빈이를 데리고 별장 입구에 서서 전태윤이 탄 롤스로이스가 경호차 몇 대에 둘러싸여 가는 것을 배웅하고 나서야 집안으로 돌아갔다.“이모, 밖에 놀러 가고 싶어요.”우빈이는 안으로 들어가며 하예정에게 말했다.“아직 열이 내리지 않았잖아. 이제 다 나으면 놀러 가자, 괜찮지?”우빈이는 입술을 삐죽거
“집사님, 이거 누가 보낸 꽃이에요? 태윤 씨가 사람에게 부탁해 보내온 건가요?”그 꽃다발을 보고 하예정은 전태윤이 보낸 것으로 생각했다.“또 뭘 보내온 거예요? 옷이네요. 지금 있는 것도 너무 많아서 다 못 입는걸요.”옷이 든 쇼핑백도 남편이 보내온 것일 거로 생각했다.전태윤의 옷은 모두 하예정이 사거나 맞춤 제작한 것이었고 반면 하예정의 옷도 전태윤이 책임졌다. 그는 그녀가 자신이 골라준 옷들을 입는 것을 좋아했다.박씨 아저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그는 먼저 꽃다발을 하예정에게 건네주었다. 꽃다발을 받아 든 하예정은 그 안에 작은 카드가 끼어있는 것을 보고 펼쳐 보았다. 위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태윤 씨, 이 꽃다발을 당신에게 드려요. 매일 즐겁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사랑해요!]이름은 적혀있지 않았다.전태윤에게 주는 꽃다발이라고?하예정은 카드를 보고 어리둥절했다. 꽃다발은 장미 꽃다발이었다. 누군가가 전태윤에게 장미 꽃다발을 선물한 것에 카드에는 사랑한다는 말까지 적혀있으니 묻지 않아도 여자가 선물한 것이 분명했다.누가 남의 남편에게 꽃을 선물한 걸까?박씨 아저씨는 다시 쇼핑백들을 하예정에게 건네주며 말했다.“사모님, 그리고 이 옷들과 넥타이가 담긴 쇼핑백 안에도 모두 같은 말들이 적혀있는 카드가 들어있습니다.”하예정이 시집오기 전에도 전태윤은 이런 선물을 받은 적이 있다. 모두 성소현이 선물한 것들이었다.성소현이 준 선물들은 모두 떳떳하게 이름을 밝혔었다. 이 사람처럼 감히 이름을 밝히지도 못하면서 배달원을 불러서 보내온 적은 없었다.배달원에게 물어보니 그저 어떤 남자가 거금을 주고 보내달라고 부탁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선물을 보낸 그 남자도 어느 한 손님을 도와 보내는 것이라고 했을 뿐 그 손님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누가 보낸 건지는 박씨 아저씨도 추측할 수 없었다.하예정은 꽃다발을 안고 소파 앞으로 가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박씨 아저씨에게 쇼핑백들을 가져오라고 손짓했다. 안에 들어있는 옷과 넥타이를 꺼내보니 모두
조카가 열이 내린 것을 확인한 하예정은 휴대폰을 꺼내 꽃과 옷의 사진을 찍어 전태윤에게 보냈다.전태윤은 곧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 누가 보낸 꽃다발이야?”전태윤은 기세등등하게 물었다.‘누가 감히 나 전태윤의 아내에게 꽃을 보내? 살고 싶지 않은 모양이군.’“양복인 거 못 봤어요? 그리고 넥타이도요, 다 당신에게 보내온 거예요. 그 꽃다발도요.”“...나한테 보내온 것이라고?”그의 기세는 단번에 꺾였다.그에게 보내온 것이라니!어떤 고약한 녀석이 꽃과 옷을 선물해 일부러 자신과 하예정 사이의 갈등을 일으키려고 하는 것이 분명했다.그는 급히 해석했다.“여보, 난 절대 밖에서 다른 사람을 건드린 적도 없고 당신에게 미안한 일은 더더욱 하지 않았어. 카드에 누가 보낸 거라고 쓰여 있지? 당장 찾아가서 따질게!”“이름이 적혀있지 않아서 누가 보냈는지는 몰라요.”하예정은 도씨 집안의 아가씨인 도차연이 보낸 것일 거로 추측했다.어젯밤, 전태윤은 도차연이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다고, 손바닥을 매만졌다는 둥 말했었다. 그런 말을 듣자마자 오늘 누군가가 전태윤에게 꽃과 옷을 선물했으니, 도차연을 제외한 다른 사람은 생각나지 않았다.관성에서는 전태윤이 이미 결혼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전태윤이 와이프를 아주 사랑한다는 것을 그 누가 모를까. 전태윤을 여전히 좋아하며 짝사랑하는 사람은 있어도 공개적으로 전태윤에게 구애하는 등 주제넘은 행위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관성의 명문가 규수 중 성소현과 견줄 만한 신분을 가진 여자는 거의 없다.예전에 성소현이 전태윤에게 구애했을 때, 그녀가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는 모든 사람들이 똑똑히 보았었다.관성에서 바보가 아닌 이상 감히 하예정으로부터 전태윤을 빼앗으려 하는 사람은 없다. 전혀 승산이 없으니까.“어떤 자식이 날 이렇게 엿먹이려 드는 거지? 여보, 오해하지 마, 난 정말 밖에서 딴생각한 적 없어.”전태윤은 하예정이 오해할까 봐 계속 해석했다.“당신이 바람을 피웠다고 의심하는 게
도차연이야!전태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비록 오늘 장소에 따라오지는 않았지만 단념하지 않고 꽃과 옷을 그의 거처로 보냈다.도 대표가 오늘 전태윤을 저녁 식사에 초대해 비즈니스에 관해 논할 거라는 일을 도차연이 모를 리 없다.그녀는 일부러 그가 외출하기를 기다렸다가 다른 사람에게 시켜 꽃과 옷을 보낸 것이다. 그와 아내가 서로 오해하고 다투게 하기 위해서.‘참 독한 여자네.’“도 대표님과는 이야기를 잘 나눴어. 협력하기로 하였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이 프로젝트는 포기하는 게 좋겠어.”도 대표에게는 딸이 도차연 하나밖에 없다. 도 대표는 건강 문제로 오랜 시간 몸조리를 해서야 겨우 이 딸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도 부부 모두 이 하나밖에 없는 딸을 매우 총애하고 있다.비록 도 대표가 사리에 밝아 오늘 딸을 데리고 오지 않았고, 딸이 전태윤에게 구애하게 지켜보고 있지도 않을 게 분명하지만, 전태윤은 찜찜하게 걸리는 일은 가만 놔두고 싶지 않았다.아이를 지나치게 사랑하는 부모는 아무리 사리에 밝아도 결국 굴복하고 타협하며 아이의 편에 서게 된다.만약 도씨 일가와 협력한다면 그들이 전씨 그룹에 마음대로 출입하는 것에 편리를 주게 될 수도 있다.“여보, 이번엔 아주 큰 비즈니스라도 들었어요. 이미 결정이 난 거면 합작하면 되는 거죠, 뭐가 두려워요? 당신이 도차연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 이상 도차연이 무슨 행동을 하든 헛수고일 거예요.”하예정은 여전히 남편을 믿고 있다.물론, 다른 여자가 자기 남편을 마음에 두고 있는 것에 대해 그녀도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하지만 사적인 감정 때문에 두 그룹의 협력에 영향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비즈니스는 비즈니스이고 사적인 일은 사적인 일이니까.“여보, 만약 도 대표님이 딸을 도울까 봐 걱정된다면 계약서에 몇 가지 협의 사항을 추가하는 건 어때요? 사적인 감정 때문에 협력이 중단되면 모든 손해는 도씨 일가에서 배상해야 할 것이라고. 여보, 난 당신을 믿어요, 당신을 백 퍼센트로 믿어요! 그 여자가 아무리 실력이
전태윤은 와이프가 화가 났을까 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보, 정말 화 안 났지? 화나지 않은 척하는 거 아니지? 나 하늘에 맹세할 수 있어, 당신 말고 다른 여자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고, 다른 여자에게 기회조차도 절대 주지 않을 것이라고. 내 마음은 당신 한 사람으로 꽉 차서 다른 사람이 들어올 틈이 조금이라도 없거든.”“여보, 화 안 났어요. 정말이에요. 전혀 나지 않았어요. 당신이 이렇게 훌륭한데 아무도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에요.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할수록 내가 운이 좋다는 거잖아요. 전생에 얼마나 큰 공을 세웠으면 이번 생에 당신의 와이프로 된 걸까요?”하예정은 정말 화가 나지 않았다.이토록 훌륭한 남편에게 시집갔으니 라이벌이 나타날 것이라는 심리 준비를 하고 있었다.모든 여자가 사촌 언니인 성소현처럼 이성적으로 포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하예정이 화가 나지 않았다고 거듭 말한 후에야 전태윤은 마음을 놓았다.통화를 마친 후, 전태윤은 즉시 소정남에게 전화를 걸어 조사해달라고 부탁했다.소정남은 투덜댔다.“태윤아, 나 와이프 곁에서 조용히 잘 지낼 수는 없는 거니? 임신한 지 얼마 안 됐고 내 휴가도 아직 끝나지 않았잖아.”그렇게 투덜대고는 곧 시원히 대답했다.“바로 조사해 줄게. 조사하고는 바로 와이프한테 공유해야지. 모든 일에 대해 제일 먼저 알게 말이야.”“...”전태윤은 그 말을 듣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소정남에게 이런 작은 일은 식은 죽 먹기였다.하예정이 우빈이와 함께 집을 나서 관성 호텔로 가는 길에 전태윤은 소정남으로부터 그 선물들이 도차연이 보내온 것이라는 것을 증명할 증거들을 받았다.전태윤은 도 대표에게 바로 알리지 않고 하예정이 호텔에 도착할 것을 기다려서야 말했다.“도 대표님, 제 와이프가 와서요. 잠시 아래층으로 데리러 가겠습니다.”또 전호영에게 부탁했다.“호영아, 도 대표님과 대화 나눠.”도 대표는 웃으며 말했다.“전 대표님 편한 대로 하세요.”도 대표는 전태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
그러나 전창빈은 사업을 확장하거나 삶을 즐길 생각은 하지 않고 먼 길을 떠나 여기까지 와서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로 지원했다.선우민아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전창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도전하려고 왔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고 스승을 모셔 요리 실력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여러 구역의 다양한 요리를 연구하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창업으로 작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산 밖에 산이 있고 사람 위에 사람이 있는 법이라고 여기기에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님들의 입맛이 바로 저를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니까요.”전창빈은 자신의 요리가 손님들이 맛있다고 생각해야만 요리 실력이 검증된 것으로 생각했다.손님들이 그 요리에 대해 조언을 해주면 그것을 개선해 더 높은 수준의 요리 실력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우민아처럼 까다로운 손님을 만났을 때 그녀의 평가는 전창빈을 더욱 발전하게 할 것이다.선우민아는 그가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 자리에 도전하고 싶어서 온 것임을 직감하고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자신이 갑이 되는 것과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에요. 전이혁 씨는 제대로 고려해보셨나요? 만약 우리 가문에서 요리사로 일한다면 우리 가문만의 가정 요리사가 되어 전국의 다양한 손님을 상대할 기회가 없어요. 아마 전이혁 씨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죠.”전창빈은 빙그레 웃으며 선우정아와 시선을 마주치며 대답했다.“아마 큰아가씨님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몇 명 없을 겁니다. 제가 여기서 일하면 전국의 손님을 상대할 수는 없겠지만 큰아가씨께서 싫증 내지 않을 정도로 1년 정도 일할 수 있다면 제 요리 실력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력을 키워 앞으로 관성으로 돌아가면 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도 손님이 떼구름처럼 몰려들겠죠.”전창빈은 자신의 요리사들을 이끌어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전국의 손님들이 고향의 전통 요리와 관성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노
강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 경험상으로 보면 전창빈 씨는 합격일 겁니다. 어서 큰아가씨를 뵈러 가세요. 긴장할 필요 없어요. 큰아가씨는 표정이 좀 진지하지만 사실은 매우 좋은 분이십니다.”“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전창빈은 엄격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선우민아가 아무리 엄격해도 그의 큰형 전태윤보다는 못할 것이다.엄격한 전태윤의 얼굴에 익숙해진 전이혁은 이미 엄격한 사람들에게 면역력이 생겼다.전창빈은 강진을 따라 주방을 나섰다.강진은 전창빈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주방을 나선 후에도 전창빈은 여기저기 둘러보지 않았고 또 선우씨 가문 저택의 호화로움에 놀라지도 않았다.다른 지원자들은 늘 선우씨 저택의 사치스러움에 압도되어 주변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과는 달랐다.강진은 전창빈이 분명 세상 물정을 다 겪어본 사람이거나 굉장한 침착성을 가진 사람일 거로 생각했다.어쨌든 강진은 눈앞의 이 젊은 요리사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 아마 내일이면 동료가 될 것 같았다.강진은 전창빈을 데리고 선우민아가 앉은 자리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멈추어 섰다. 그는 전창빈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낸 후 먼저 나아가 공손히 말했다.“큰아가씨, 전창빈 씨께서 오셨습니다.”선우씨 가족 중 전창빈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오직 선우정아뿐이었다.다른 사람들은 그때 집에 없어 전창빈을 직접 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다들 그를 보더니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한경주가 남편 선우진혁에게 소곤거렸다.“정말 젊어 보이네요. 우리 민아랑 비슷한 나이 같아요.”선우진혁도 고개를 끄덕였다.“젊네. 보아하니 매우 침착해 보이고. 조금도 긴장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구먼.”“이 요리사분이 매우 잘생겼다는 생각 안 들어요?”선우씨 가문의 둘째 부인, 즉 선우정아의 어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시누이에게 말했다.한경주가 웃으며 대답했다.“정말 잘생겼네요.”선우정아도 말을 이었다.“제 말 이제 믿으시죠? 제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가 매우 젊고 잘
선우민기는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민기야, 오늘 저녁 요리 맛있었어?”선우민아가 동생에게 물었다.“맛있어요. 엄청 맛있었어요.”사촌 동생도 따라 말했다.“정말 정말 맛있었어요. 누나, 저 앞으로 매일 누나 집에 와서 밥 먹어도 돼요?”선우민아가 웃으며 대답했다.“오고 싶으면 오렴. 하지만 너랑 민기는 밥 잘 먹어야 해. 놀기만 하면 안 된다?”두 꼬마가 함께 모이면 말 그대로 손오공이 천궁을 뒤집어 놓는 수준이었다.가문의 후손에 남자아이가 둘뿐이라 모두가 그들을 귀여워했다. 선우씨 가문의 누나들이 집에 없을 때면 두 꼬마는 진짜로 지붕조차 뒤집을 기세였다.어르신들이 말릴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만약 두 꼬마가 지붕을 뜯으려 하면 오히려 사다리를 대줄 정도니까.“알았어요. 저희 꼭 말을 잘 들을게요.”“그래, 너희 둘 밖에 나갈 땐 외투 꼭 입고 나가야 해. 밖이 너무 추워.”두 꼬마는 기쁜 마음으로 손을 잡고 집에서 뛰쳐나갔다.동생들이 모두 놀러 나가자 선우민아가 집사에게 지시했다.“아저씨, 전창빈 씨를 만나게 해줘요.”강진이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바로 전창빈 씨를 불러오겠습니다.”선우민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이동하자 가족들도 모두 따라 일어나 거실 소파에 앉았다.선우민아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를 만나고 싶다고 하자 선우씨 가족들은 바로 그 지원자가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직감했다.확실히 오늘의 저녁 식사는 온 가족을 만족시켰다.선우민아의 입맛이 까다로워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다. 그들은 선우민아 덕분에 항상 최고의 요리사가 준비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비록 그녀만큼 입맛이 까다롭지는 않았지만 요리의 품질을 가리는 안목은 그래도 꽤 좋은 편이다.강진이 미소를 머금으며 주방으로 들어갔고 전창빈이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쪽으로 다가갔다.발소리를 들은 전창빈은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떼었고 고개를 들어
원림성 A시.전창빈은 모든 요리를 다 하고는 주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휴대전화를 꺼내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는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온종일을 바쁘게 보냈다.정확히 말하면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지금까지 준비한 모든 것이 전부 오늘 저녁 식사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그리고 저녁이 되어서야 주인공이 돌아왔다.잠시 기다린 후, 전이진이 오후 내내 준비한 요리들이 하나둘씩 하인들에 의해 운반되어 나갔다. 물론 그는 나갈 필요가 없었다.선우민아가 그의 요리를 맛본 후 만족스럽다면 전창빈을 불러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통보도 없이 주방에 머물다가 선우씨 가족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고 떠나면 집으로 돌아야 한다.비록 전창빈은 자신의 요리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지만 밖이 완전히 어두워졌는데도 선우민아의 면담 요청이 없었다. 그는 겉으로는 여전히 뉴스를 보며 담담해 보였으나 속으로는 조금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는 송일우처럼 세 번이나 도전하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송일우는 몇 년이나 도전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실패한 뒤로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점점 들어가고 있었던 모양이다.한편 선우씨 가족들이 이미 식사를 마치고 있었다.선우민아도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던 선우민아의 어머니 한경주가 관심 있게 물었다.“민아야, 이번 지원자가 만든 음식은 어때?”선우민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한경주는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생각엔 괜찮은 것 같은데 그냥 채용하는 게 어때?”선우민아의 남동생 선우민기는 의자에 털썩 앉아 배를 만지며 말했다.“누나, 나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이번 요리는 정말 맛있었어. 오랜만에 이렇게 배불리 먹었어.”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선우민기의 배를 가볍게 톡 치며 눈가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너는 굶은 적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많이 먹었어? 이번만 먹고 다음 끼니는 못 먹을 거로 생각한 건 아니지? 좀 앉아 이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