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효진은 하마터면 우유를 뿜을 뻔했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그만해, 우유를 다 마신 후에 계속하든 해. 당신 몸에 뿜을라. 난 뚱보가 되고 싶지 않아. 임신해도 가장 아름다운 임산부가 될 거야.”아이를 낳은 후 그녀는 날씬한 몸매를 회복하기 위해 서둘러 운동을 할 생각이었다.남편이 뚱뚱해져도 싫어하지 않을 거라는 말은 믿지 않는 것이 좋다.사람이라면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그녀가 정말 뚱뚱해지면 처음에는 싫어하지 않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싫증 날 것이다. 그다음에는 다른 여자가 그녀보다 훨씬 낫다고 느껴져 마음이 변할지도 모른다. 결국 다른 사람의 남자가 될 것이다.예전에 주형인도 하예진에게 같은 말을 했었다.결과는 뻔했다.뚱뚱하고 못생겨진 하예진을 싫어하게 되었다.심효진은 자신을 두 번째 하예진으로 되게 놔둘 리가 없다.“그럼 내가 뚱보로 되면 되지. 뚱뚱해지면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 거고 라이벌도 없을 거야.”심효진은 일부러 놀림 조로 말했다.“라이벌도 없이 당신을 쉽게 손에 넣어서 전혀 성취감이 없는걸.”“나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나에겐 여보밖에 없어. 여보, 나를 원해줘서 고마워. 평생 당신에게 잘해 줄 것을 약속해. 당신만을 사랑할 거야.”똑똑한 소정남은 와이프가 판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함정에 빠졌다간 오늘 밤 한 침대에서 잘 생각도 하지 말아야 했다. 서재로 쫓겨날지도 모른다.소정남은 아내 곁에서 함께 자는 것이 습관이 되어 지금은 아내를 안고 잘 수 이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서재에서 자게 되면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심효진은 이런 남편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그녀는 우유를 다 마신 후 빈 잔을 건네주었다.소정남은 빈 잔을 받아 들고 일어나 세면실로 들어가 잔을 씻었다.심효진은 일어나 방안을 걸어 다녔다.컵을 씻고 나온 소정남은 와이프가 방을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물었다,“배불러? 저녁도 많이 안 먹은 것 같고, 우유 양도 평소와 같으니까 배부른 건 아닐 텐데...”“배부른 건
“몰래 마당에서 몇 입만 먹으면 안 될까? 나 몸이 좋아서 두 입만 먹어선 괜찮을 거야. 그냥 맛만 본다니까. 작년 이맘때 난 매일 아이스크림을 두 개 먹었는걸.”먹보로서 어떤 음식을 먹고 싶게 되면 정말 당장이라도 입에 넣고 싶은 마음이었다.1분도 기다리지 못할 정도였다.소정남은 말문이 막혔다.아내를 사랑하는 그는 정말이지 아내의 부탁을 거절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주치의가 임신 중에는 될수록 차가운 음식을 먹지 말라고 했다.“여보, 우리 아기 이름 아직 생각 안 했는데. 예쁜 이름 생각해 봤어?”소정남은 화제를 돌려 먹보 아내의 주의를 분산시키려고 했다. 그러면 아이스크림를 잊을 수도 있으니까.아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면 얼마든지 먹일 것이다.하지만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이라면 거절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이름을 짓는 일은 아직 이르니까 거의 낳을 때가 돼서 다시 생각해도 늦지 않아. 게다가 아직 아들인지 딸인지도 모르잖아.”“남자애 이름이랑 여자애 이름 다 하나씩 지으면 돼. 그러면 아들이든 딸이든 모두 이름을 갖게 되잖아.”“내 주의 돌릴 생각 마. 여보, 세상에서 제일 좋은 남편분, 아이스크림 몇 입만 먹게 해줘.”심효진은 바보가 아니다.소정남이 화제를 돌린 것을 그녀는 알고 있다.그녀는 다시 아이스크림에 대한 화제로 돌렸다.소정남은 할 수 없이 말했다.“...엄마가 나를 욕할 때 날 지켜줘야 해.”“당연하지.”“정말 몇 입만 먹는 거지?”심효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정말 몇 입만.”‘한입부터 아홉 입까지 다 몇 입에 속하니까.’소정남은 작은 소리로 말했다.“이따가 마당에 가서 10분 정도 걷다가 다시 아이스크림을 가지러 집에 돌아갈게. 걸으니 너무 더워서 먹고 싶어졌다고 할게.”심효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만 있으면 상관없었다.임신한 후 먹고 싶은 것이 떠오르기만 하면 한시도 참을 수 없었다.임신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된다고 한다.평소에 안 좋아하던 음식도 좋아하
“그럼 됐어요.”소정남은 동작을 멈추고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잘된 일이었다. 집에 아이스크림이 없으니 그가 고의로 주지 않은 것이 아니라 집에 없어서 할 수 없는 일이었다.심효진은 시어머니가 아이스크림과 사이다를 모두 치웠다는 말을 듣고 그저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친정에 돌아가서도 먹을 수 없었다.그녀의 부모님은 시어머니보다 훨씬 더 엄격했다.부모님은 시댁 식구들이 좋은 사람들이라 만족하라고, 배 속의 아이를 잘 돌보아 시댁에 튼실한 손자를 낳아주라고 했다. 그래야 그녀에 대한 시댁의 따뜻한 배려에 떳떳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부모님은 누구보다 배 속의 아기를 소중히 여겼다.‘내일 가게 지키러 갈 때 몰래 사 먹어야지.’“내일 점심에 내가 사줄게. 점심때엔 날씨가 제일 더우니까 조금 먹어도 괜찮을 거야. 당신 직접 사 먹는 건 안 돼.”소정남의 말에 심효진이 훔쳐먹을 생각을 접었다.남편이 경호원을 배치하여 매일 따라다니게 하였으니까.그게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잘 알지만 동시에 자유를 박탈당한 느낌도 있었다. 무엇을 하든지 감시하였고 아주 작은 일까지도 소정남에게 알리곤 했다.그녀는 애초에 친구들이 왜 경호원이 따라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는지 그제야 이해하게 되었다.“예정에게 알려줘야겠어. 임신하기 전에 아이스크림 많이 먹어두라고. 임신한 후면 남이 먹는 걸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이야.”소정남이 그 말을 듣고 말했다.“태윤이는 언제 아빠가 될지 몰라.”심효진이 대답했다.“나 어젯밤 예정이가 임신한 꿈을 꿨어. 예정이는 딸을 낳고 난 아들을 낳은 거야. 그래서 내가 이제 사돈을 맺자고 말하니까 흔쾌히 승낙했어. 내 생각에는 곧 임신할 수 있을 것 같아.”소정남이 풋 하고 웃었다.“여보, 꿈은 모두 반대라고 하잖아? 꿈에서 예정 씨가 딸을 낳고 당신이 아들을 낳은 거라면 실제로는 예정 씨가 아들을 낳고 당신이 딸을 낳게 되겠네. 그래도 우리 두 집안이 사돈을 맺는 데에는 방해가 되지 않아. 나 내일 태
소정남은 웃으며 심효진에게 내기를 걸자고 했다.“그럼 우리 내기하자. 난 전태윤 부부가 아이를 낳으면 첫째는 무조건 아들을 낳을 것으로 생각해.”심효진은 감히 내기에 응하지 못했다.“...당신이랑 내기 걸 엄두가 안 나.”승산이 없을 것 같았다.“난 내기 안 할래. 전씨 일가은 지금 몇 대째 딸이 없잖아. 난 예정이가 첫째는 무조건 딸을 낳을 것이라고 장담하지 못하겠어. 심지어 감히 아들딸 다 가질 수 있다고 장담할 수도 없어.”심효진은 내기하면 자신이 질 확률이 너무 높다고 생각했다.“여보, 대담하게 내기를 해. 내가 이기면 액세서리 한 세트 사줄게. 내가 지면 두 세트, 어때? 당신이 손해 보는 일은 없어.”심효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럼 내기가 아무 의미가 없잖아. 정말 내기를 하고 싶다면, 우리 한 번 걸어. 난 예정이 부부가 아들딸 다 가질 수 있다고 걸 거야. 내가 이기면 내가 원하는 것을 사줘. 내가 지면 당신이 원하는 걸 사줄게.”소정남은 흔쾌히 승낙했다.“그럼 난 첫째와 둘째가 모두 아들이라고 걸겠어.”사실 이렇게 내기하는 것도 아내의 주의를 분산시켜 아이스크림을 먹을 생각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한밤중에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도 좋지 않다.“둘째까지만 거는 거야? 뭐 예정이도 아마 둘째까지만 낳을 거니까 승패를 가를 수 있을 거야.”심효진은 친구를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둘째까지는 낳을 수 있지만 셋째를 낳을 확률은 높지 않다. 전씨 일가의 재산으로 아이를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고는 하지만 말이야.아이가 하나뿐이면 매우 외로울 것이니 둘째까지 낳을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하예정은 그들 부부가 내기를 걸고 있는 것도 모른 채 심효진이 보낸 사진들을 다시 전태윤에게 보냈다.부부 사이에 오해가 있으면 바로 설명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입을 꾹 다물고 말하지 않으면 오해만 깊어질 뿐이다.전태윤은 와이프로부터 사진을 받았을 때 마침 비즈니스에 관한 이야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돌아가는 도중에
“듣기로는 모멘트에 사진을 올린 후 당신을 아는 사람이 그걸 보고 바로 정남 씨에게 전했대요. 하지만 이게 함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사진만 보면 그 남자 확실히 당신처럼 보였거든요. 여보, 이 일은 먼저 확실히 조사하고 다시 행동하는 걸로 해요. 서둘러 도차연을 찾아가 따지지는 말고요. 그 남자가 당신이라고 분명히 말하지도 않았으니까요.”“음...”“효진이도 정남 씨가 그 남자가 누군지 조사할 거라고 했어요. 내가 이 일을 당신에게 말해주는 것은 나쁜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이 이 일을 이용해서 우리 부부의 감정을 망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내가 마침 관성에 있지 않을 때 이 사진이 유출됐으니까요. 내가 충동적인 사람이었다면 이 사진을 보자마자 당신이 내가 집에 없는 틈을 타 다른 여자랑 바람났다고 오해했을 거예요.”전태윤이 나지막이 대답했다.“여보,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먼저 확실하게 조사하는 거로 해. 도 대표도 최근 해외 출장을 가서 회사에 없어.”그는 두 그룹의 협력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직접 팔로우하지는 않지만 도 대표의 최근 상황에 대해 여전히 잘 알고 있다.도 대표가 출장 갔기 때문에 도차연이 하예정을 찾아갈 수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알고 있어요. 저번에 도차연이 나를 찾아왔을 때 당신이 말한 적 있어요.”도 대표는 똑똑한 사람이었다. 그는 딸이 전태윤을 좋아하는 것을 지지하지 않았다. 전태윤이 유부남일 뿐만 아니라 장차 도씨 그룹을 계승할 도차연도 하필이면 다른 여자로부터 남자를 빼앗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도씨 일가의 집안 조건으로 딸이 어떤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도 문제없었다.“일 끝났어요?”“집에 돌아가는 길이야. 당신이 보내준 사진을 받고 놀라서 식은땀을 흘렸지 뭐야. 여보, 믿어줘서 고마워. 당신이 집에 없는 틈을 타서 바람피웠다고 의심하지 않아서.”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쉽게 바람피울 사람이면 애초에 내 차례도 안 왔죠.”결혼하기 전 전태윤은 계속 독신이었고
“집에 돌아가서 일찍 쉬어요. 금방 돌아갈 테니까요.”하예정은 남편에게 신신당부했다.전태윤은 일부러 억울한 듯 말했다.“여보, 오해받을 뻔했는데 미리 와서 위로도 안 해주는 거야? 옆에 같이 있어 주지도 않고. 마음이 많이 아파.”자기처럼 한마음인 남자를 바람둥이로 만들고 싶어하다니... 억울하기 그지없었다.아내의 동반과 위로가 필요했다.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알겠어요. 내일 저녁 우빈이를 데리고 돌아갈게요. 할머니는 나랑 함께 돌아가실지 모르겠어요.”그 말을 들은 전태윤이 한마디 했다.“할머니는 나이가 적지도 않으신데 하루 종일 여기저기 뛰어다니셔. 말을 전혀 듣지 않으시고. 10살만 더 젊으셨어도 아주 하늘까지 뚫었을 거야.”“할머니께서 집에 손자 돼지를 너무 많이 둬서 아내감을 찾으러 다녀야 한다고 하셨어요.”전태윤은 말문이 막혔다.자기가 바로 할머니가 말한 돼지였으니까. 그리고 와이프를 얻게된것도 모두 할머니 덕분이였다. “내일 아침에 올 수는 없어?”“연정 씨랑 애들 데리고 동물원 놀러 가기로 했어요. 우빈이 그렇게 좋아하는데 안 간다고 하면 실망할 거예요. 내일 저녁에 돌아가는 것도 사실 시간을 앞당긴 거예요.”전태윤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당신은 항상 남의 집 남자를 자기 남편보다 더 생각해. 내 기분은 생각하지도 않는 거야? 우빈이가 자라서 아내를 얻으면 남의 집 남자로 되는 거라고. 당신이 아무리 잘해줘도 남의 집 남자를 돌보는 거랑 마찬가지란 말이야.”하예정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질투해도 참, 유치하긴요.”“질투하지 않을 리가 없잖아. 당신이 다른 남자에게 잘해주기만 하면 질투할 거야. 어른이든 아이든 간에 상관없어, 내가 아니라면 무조건 질투할 거라고.”“그렇게 질투하다가 배가 아파서 병원에 가겠어요.”“그럼 당신이 옆에서 지켜줄거지?.”하예정은 웃으며 남편에게 주의를 주었다.“이런 말 하지 마요. 우빈이 아직 옆에 있어요.”전태윤은 또 한바탕 시큰둥했다.“내일 저녁 예진 리조트로
이사도 웃으며 인사했다.“전 대표님도 좋은 아침입니다. 대표님, 어젯밤에 제게 아침에 하라고 분부하신 일은 다 처리했습니다.”그는 말하면서 꽃다발과 쇼핑백 몇 개를 전호영에게 건네주었다.전호영은 비록 서원 리조트로부터 장미꽃들을 가져왔지만 그 장미꽃들은 꽃바다를 장식하는 데 쓰였다. 평소에 고현에게 보내는 꽃다발은 강성에서 사야 했다.그는 강성의 꽃가게라면 더는 자기한테 장미 꽃다발을 팔지 않을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하지만 이건 문제도 아니었다.호텔 사람들에게 시켜 꽃다발을 사게 하면 되니까.아침 일찍 일어났는데도 꽃다발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전호영은 꽃다발과 쇼핑백들을 받고는 이사에게 감사를 표했다.“별말씀을요. 앞으로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전호영은 평소 강성에 거의 오지 않아 호텔 이사는 그를 한번 만나기도 힘들었다. 어렵게 전 대표를 위해 서비스할 기회가 생겼으니 기쁘기 그지없었다. 그는 입도 무거워서 전 대표가 시킨 일을 절대 입 밖에 낼 일이 없었다.“감사합니다. 필요한 게 있으면 또 부탁할게요. 이사님, 일하시는 데 방해하지 않을게요. 먼저 가보겠습니다.”전호영은 이사에게 꽃다발을 사달라고 부탁하는 것 외에도 드레스와 하이힐 한 켤레, 그리고 곱게 포장된 아침 도시락을 준비해달라고 부탁했다.꽃다발과 드레스, 그리고 하이힐은 고현에게 줄 아침 선물이었다. 이것 외에 점심 선물도 있었다.아침 도시락도 고현을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고현과 함께 아침을 먹을 생각이었다.전호영은 호텔을 나온 후, 맞은편 고성 호텔 주차장으로 가서 자기 차를 찾았다. 어젯밤에 술을 마신 그는 차를 몰지 않고 고성 호텔 주차장에 남겨뒀다.몇 분 후, 전호영의 마이바흐는 고성 호텔 주차장을 떠났다.전호영은 기분이 좋아서 길을 가는 내내 콧노래를 흥얼거렸다.고씨 그룹에 도착하니 경호원이 앞을 가로막으며 회사에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전 대표님, 저희 대표님께서 앞으로 전 대표님이 오시거든 대표님의 허락 없이는 회사에 들여
“고 대표, 좋은 아침이에요. 고 대표, 전 대표께서 오셨어요. 회사에 들어오고 싶어 하세요.”“지금 바빠서 시간 없으니 다시는 오지 말라고 전해주세요.”경호원 팀장은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을 예상했다.“알겠어요.”고현의 차는 경호원 차들의 호위하에 고씨 그룹으로 들어갔다.전호영은 자신의 차에 앉아 고현의 차들이 들어가는 장면을 보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우리 형님처럼 멋있는 차를 타고 다니는군.”평소 고현은 마이바흐를 타고 다녔지만 이젠 롤스로이스 차로 바꿨다. 진짜 전호영의 형처럼 멋있게 다녔다.차를 바꾼 이유가 아마 전호영의 차가 마이바흐이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고현의 차들이 돌아간 후 회사의 대문이 바로 닫혔다.경호원 팀장은 전호영의 차창으로 다가가더니 미안한 표정으로 전호영에게 말을 건넸다.“전 대표, 우리 고 대표께서 너무 바쁘셔서 어서 돌아가시고 다시는 오시지 마시라고 하네요.”경호원 팀장은 스스로 몇 마디 더 보태면서 전호영을 타일렀다.“전 대표, 우리 고 대표는 정상적인 남자예요. 전 대표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으실 겁니다.”고 대표를 사모하는 여자도 많고 고 대표에게 끈질기게 달라붙는 여자도 많았지만 이번처럼 한 남자에게 끈질기게 달라붙은 적은 처음이었다.전호영이 대답했다.“저는 고 대표를 무척 좋아해요. 저는 참을성이 매우 좋아서 고 대표가 저를 어떻게 보든, 저에게 어떻게 대하든 저는 계속 견지할 겁니다.”전호영은 차에 시동을 걸었다.물론 떠나지 않았다.전호영은 차를 회사 입구의 도로 끝에 세웠다. 다른 사람들의 출입을 막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전호영은 고현에게 전화를 걸었다.고현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뒤이어서 전호영은 바로 고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고현 씨, 저 들어가고 싶어요. 당신에게 맛있는 아침을 가져왔거든요. 우리 함께 아침 식사해요. 들어가지 못하게 하면 나중에 후회하지 마세요.”고현은 전호영의 메시지를 한참을 쳐다보다가 결국 전호영에게 답장하기로 했다.“전 대표, 제가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
그러나 전창빈은 사업을 확장하거나 삶을 즐길 생각은 하지 않고 먼 길을 떠나 여기까지 와서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로 지원했다.선우민아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전창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도전하려고 왔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고 스승을 모셔 요리 실력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여러 구역의 다양한 요리를 연구하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창업으로 작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산 밖에 산이 있고 사람 위에 사람이 있는 법이라고 여기기에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님들의 입맛이 바로 저를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니까요.”전창빈은 자신의 요리가 손님들이 맛있다고 생각해야만 요리 실력이 검증된 것으로 생각했다.손님들이 그 요리에 대해 조언을 해주면 그것을 개선해 더 높은 수준의 요리 실력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우민아처럼 까다로운 손님을 만났을 때 그녀의 평가는 전창빈을 더욱 발전하게 할 것이다.선우민아는 그가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 자리에 도전하고 싶어서 온 것임을 직감하고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자신이 갑이 되는 것과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에요. 전이혁 씨는 제대로 고려해보셨나요? 만약 우리 가문에서 요리사로 일한다면 우리 가문만의 가정 요리사가 되어 전국의 다양한 손님을 상대할 기회가 없어요. 아마 전이혁 씨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죠.”전창빈은 빙그레 웃으며 선우정아와 시선을 마주치며 대답했다.“아마 큰아가씨님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몇 명 없을 겁니다. 제가 여기서 일하면 전국의 손님을 상대할 수는 없겠지만 큰아가씨께서 싫증 내지 않을 정도로 1년 정도 일할 수 있다면 제 요리 실력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력을 키워 앞으로 관성으로 돌아가면 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도 손님이 떼구름처럼 몰려들겠죠.”전창빈은 자신의 요리사들을 이끌어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전국의 손님들이 고향의 전통 요리와 관성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노
강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 경험상으로 보면 전창빈 씨는 합격일 겁니다. 어서 큰아가씨를 뵈러 가세요. 긴장할 필요 없어요. 큰아가씨는 표정이 좀 진지하지만 사실은 매우 좋은 분이십니다.”“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전창빈은 엄격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선우민아가 아무리 엄격해도 그의 큰형 전태윤보다는 못할 것이다.엄격한 전태윤의 얼굴에 익숙해진 전이혁은 이미 엄격한 사람들에게 면역력이 생겼다.전창빈은 강진을 따라 주방을 나섰다.강진은 전창빈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주방을 나선 후에도 전창빈은 여기저기 둘러보지 않았고 또 선우씨 가문 저택의 호화로움에 놀라지도 않았다.다른 지원자들은 늘 선우씨 저택의 사치스러움에 압도되어 주변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과는 달랐다.강진은 전창빈이 분명 세상 물정을 다 겪어본 사람이거나 굉장한 침착성을 가진 사람일 거로 생각했다.어쨌든 강진은 눈앞의 이 젊은 요리사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 아마 내일이면 동료가 될 것 같았다.강진은 전창빈을 데리고 선우민아가 앉은 자리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멈추어 섰다. 그는 전창빈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낸 후 먼저 나아가 공손히 말했다.“큰아가씨, 전창빈 씨께서 오셨습니다.”선우씨 가족 중 전창빈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오직 선우정아뿐이었다.다른 사람들은 그때 집에 없어 전창빈을 직접 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다들 그를 보더니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한경주가 남편 선우진혁에게 소곤거렸다.“정말 젊어 보이네요. 우리 민아랑 비슷한 나이 같아요.”선우진혁도 고개를 끄덕였다.“젊네. 보아하니 매우 침착해 보이고. 조금도 긴장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구먼.”“이 요리사분이 매우 잘생겼다는 생각 안 들어요?”선우씨 가문의 둘째 부인, 즉 선우정아의 어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시누이에게 말했다.한경주가 웃으며 대답했다.“정말 잘생겼네요.”선우정아도 말을 이었다.“제 말 이제 믿으시죠? 제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가 매우 젊고 잘
선우민기는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민기야, 오늘 저녁 요리 맛있었어?”선우민아가 동생에게 물었다.“맛있어요. 엄청 맛있었어요.”사촌 동생도 따라 말했다.“정말 정말 맛있었어요. 누나, 저 앞으로 매일 누나 집에 와서 밥 먹어도 돼요?”선우민아가 웃으며 대답했다.“오고 싶으면 오렴. 하지만 너랑 민기는 밥 잘 먹어야 해. 놀기만 하면 안 된다?”두 꼬마가 함께 모이면 말 그대로 손오공이 천궁을 뒤집어 놓는 수준이었다.가문의 후손에 남자아이가 둘뿐이라 모두가 그들을 귀여워했다. 선우씨 가문의 누나들이 집에 없을 때면 두 꼬마는 진짜로 지붕조차 뒤집을 기세였다.어르신들이 말릴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만약 두 꼬마가 지붕을 뜯으려 하면 오히려 사다리를 대줄 정도니까.“알았어요. 저희 꼭 말을 잘 들을게요.”“그래, 너희 둘 밖에 나갈 땐 외투 꼭 입고 나가야 해. 밖이 너무 추워.”두 꼬마는 기쁜 마음으로 손을 잡고 집에서 뛰쳐나갔다.동생들이 모두 놀러 나가자 선우민아가 집사에게 지시했다.“아저씨, 전창빈 씨를 만나게 해줘요.”강진이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바로 전창빈 씨를 불러오겠습니다.”선우민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이동하자 가족들도 모두 따라 일어나 거실 소파에 앉았다.선우민아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를 만나고 싶다고 하자 선우씨 가족들은 바로 그 지원자가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직감했다.확실히 오늘의 저녁 식사는 온 가족을 만족시켰다.선우민아의 입맛이 까다로워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다. 그들은 선우민아 덕분에 항상 최고의 요리사가 준비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비록 그녀만큼 입맛이 까다롭지는 않았지만 요리의 품질을 가리는 안목은 그래도 꽤 좋은 편이다.강진이 미소를 머금으며 주방으로 들어갔고 전창빈이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쪽으로 다가갔다.발소리를 들은 전창빈은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떼었고 고개를 들어
원림성 A시.전창빈은 모든 요리를 다 하고는 주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휴대전화를 꺼내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는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온종일을 바쁘게 보냈다.정확히 말하면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지금까지 준비한 모든 것이 전부 오늘 저녁 식사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그리고 저녁이 되어서야 주인공이 돌아왔다.잠시 기다린 후, 전이진이 오후 내내 준비한 요리들이 하나둘씩 하인들에 의해 운반되어 나갔다. 물론 그는 나갈 필요가 없었다.선우민아가 그의 요리를 맛본 후 만족스럽다면 전창빈을 불러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통보도 없이 주방에 머물다가 선우씨 가족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고 떠나면 집으로 돌아야 한다.비록 전창빈은 자신의 요리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지만 밖이 완전히 어두워졌는데도 선우민아의 면담 요청이 없었다. 그는 겉으로는 여전히 뉴스를 보며 담담해 보였으나 속으로는 조금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는 송일우처럼 세 번이나 도전하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송일우는 몇 년이나 도전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실패한 뒤로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점점 들어가고 있었던 모양이다.한편 선우씨 가족들이 이미 식사를 마치고 있었다.선우민아도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던 선우민아의 어머니 한경주가 관심 있게 물었다.“민아야, 이번 지원자가 만든 음식은 어때?”선우민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한경주는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생각엔 괜찮은 것 같은데 그냥 채용하는 게 어때?”선우민아의 남동생 선우민기는 의자에 털썩 앉아 배를 만지며 말했다.“누나, 나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이번 요리는 정말 맛있었어. 오랜만에 이렇게 배불리 먹었어.”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선우민기의 배를 가볍게 톡 치며 눈가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너는 굶은 적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많이 먹었어? 이번만 먹고 다음 끼니는 못 먹을 거로 생각한 건 아니지? 좀 앉아 이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