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여운초는 감사하다고 인사했다.양유미는 명해은에게 말을 건넸다.“해은 씨 며느리의 목소리도 너무 듣기 좋아요. 듣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니까요. 당신 세 사람 모두 며느리가 생겼으니 행복하겠네요. 저는 며느리도 없고 사위도 없단 말이에요.”양유미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두 아들과 딸 한 명을 바라보았다.막내아들은 아직 스무 살 남짓이 되어 내버려 둘 수 있지만, 장남과 딸은 모두 결혼 적령기에 들어섰지만, 아직 장가도 시집도 가지 않았다.양유미의 딸 문가희는 마침 성소현의 절친이었다.양유미는 사교성이 좋아서 이경혜뿐만 아니라 명해은 일행과도 너무 잘 어울려 다니면서도 두 가문 사람들의 미움을 사지 않았다.문가희는 한때 신분을 숨기고 연애를 한 적이 있었지만, 상대방 남자는 적게 분투하고 빨리 출세하기 위해 다른 집 여자를 선택하고 문가희를 포기했다.하지만 그 남자는 문가희를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적게 분투하고 출세하기 쉬운 길인 줄 몰랐을 것이다.문가희가 실연당했을 때, 성소현은 종종 그녀의 곁을 지키면서 위로해주었다.하예정과 심효진도 성소현을 통해 문가희를 만났지만 만남 횟수가 적어서 서로 잘 알지는 못했다.문씨 가문에서 연회를 열 때 성소현도 당연히 초대받았지만, 성소현은 예준하와 예진 리조트로 돌아가야 했기에 오늘 밤 연회에 참석하지 않았다.이미 사랑의 아픔에서 벗어난 문가희는 여운초를 보며 어쩔 수 없이 웃고 있었다.문씨 가문의 큰 도련님은 침착한 표정으로 신사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양유미의 말을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버렸다.“가요. 우리 방에 들어가서 얘기해요. 가희야, 운초 씨를 잘 모셔.”양유미는 웃으며 사모님들을 집으안로 초대하고 딸 문가희에게는 여운초와 함께 얘기 좀 나누라고 분부했다. 문씨 가문의 두 도련님은 함께 길을 걷다가 그들의 아버지를 따라 다른 손님들을 맞이하러 떠났다.문가희와 여운초는 어깨를 나란히 하며 천천히 걸었다.문가희는 여운초가 시력은 회복했지만, 아직 완전히 정상으로 회복
여운초의 마음속은 일찌감치 벽돌로 높이 싸여져 그깟 소문으로 그녀를 다치게 하지 못했다.두 명의 큰고모와 여운별이 온갖 방법을 동원해 전씨 가문의 명성을 훼손하려 했지만 모두 실패로 마무리로 지어졌다.전이진이 무조건 그녀 곁에 서서 영원히 그녀를 믿고 지켜주는데 그녀를 다치게 할 수 있는 것이 또 뭐가 있겠는가!“맞아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든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예전에도 사람들이 소현의 험담을 하며 짖궂은 말들을 했잖아요. 근데 운초 씨도 소현이와 친해지고 보니 그 소문이 가짜인 걸 아셨죠? 그러니까 남들이 뭐라고 하든간에 신경쓰지 말아요. 다들 질투해서 그런거니까.”여운초도 맞장구쳤다.“네. 소현 씨를 질투하는 거죠. 소현 씨 헛소문도 엄청 많이 퍼졌잖아요.”다행히 성소현은 성격이 밝아서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고 여전히 제멋대로 행동했다.남들은 단지 성소현이 전태윤에게 구애할 용기가 있는 것을 질투할 뿐이다.미혼인 전태윤은 수많은 여성의 이상형이었지만 그녀들은 전태윤에게 구애할 자신이 없었다.성소현은 자신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공개적으로 전태윤에게 고백하고 추구했다. 성소현이 전태윤을 따라잡을 수 있든 없든 간에 그녀들은 질투심을 감추지 못하고 뒤에서 성소현의 험담을 하며 성소현의 명성을 손상시켰다.그리고 전태윤과 하예정의 부부 관계가 공개된 후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뒤에서 성소현를 비웃었는지 모른다.성소현과 하예정이 서로 맞서 싸우기를 바라고만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그녀들은 또 한 번 실망했다.성소현은 소탈한 성격이라 사랑에 빠져들었다고 해도 이내 그 불구덩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그녀는 전태윤이 결혼한 것을 알고 즉시 단념하고 이제는 그녀만의 행복을 찾아 A시의 명문가 예씨 가문으로 시집갈 수 있게 되었다.예준하의 우수함은 관성의 업계 사람들도 잘 알고 있다.이에 대해 사람들의 부러움과 질투가 다시 일고 있었다.“아가씨.”뒤에서 하인의 외침소리가 들려왔다.문가희와 여운초는 가던 발걸음을 멈추었다.“무슨
문가희는 미안한 마음으로 여운초에게 말을 건넸다.“운초 씨, 먼저 안에 들어가 계세요. 제가 가서 용씨 사모님을 뵙고 올게요.”여운초는 명해은 일행이 이미 양유미에 의해 화려한 별장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주위의 사람들도 낯선 사람들을 보더니 다시 문가희에게 물었다.“가희 씨, 혹시 제가 가희 씨와 함께 용씨 사모님을 만나러 가도 괜찮겠어요? 제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문가희는 웃으며 대답했다.“그래요. 같이 가요. 그 용씨 사모님이 어떻게 생겼는지 함께 보러 가죠. 저는 용씨 사모님이라는 분을 들어본 적 없어요.”문가희는 관성 상류 사회에서 정말로 용씨 성을 가진 사람들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그 사모님들도도 용씨 성을 가진 사모님들 들어본 적도 없었다.문가희는 정말 궁금했다.“제가 용씨 사모님을 한 번 본 있어요. 근데 제가 본 그 용씨 사모님과 오늘 밤 이분이 같은 사람 일지는 모르겠어요.”문가희는 여운초를 끌고 가다가 여운초의 말을 듣고 의아해하며 물었다.“만난 적 있다고요?”“네, 며칠 전 예정 씨의 서점에서 자신을 용씨 사모님이라고 자칭하는 사모님을 봤거든요. 20대 초반으로 나이가 아주 젊어 보였어요. 온몸은 화려하게 꾸몄고 예정 씨 서점으로 연습 책을 사러 가신 적 있거든요. 중학생인 시동생을 위해 연습 책을 사준다고 했어요.”문가희는 다른 말은 귀담아듣지 않았지만, 용씨 사모님의 나이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감탄하며 물었다.“20대 초반에 시집갔다고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시집을 갔는지 확실히 좀 젊네요.”“제가 보기에는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것 같아요. 기껏해야 21살로 보였거든요.”여운별도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다.여운별의 학업 성적은 여천우큼만 좋지 않았다. 보통 대학에 겨우 붙었지만, 여운별은 가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추미자 부부도 여운별을 응석받이로 키웠고 또 집안 형편도 좋아서 설령 그녀가 좋은 학력이 없다고 해도 먹고 입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하여 여운별 마음
결혼율이 낮으면 출산율도 낮아지는 법이다.국가가 수많은 정책을 내놓아도 젊은이들의 결혼과 출산의 열정을 불러 일을 킬 수 없었다.두 사람은 앞으로 걸어갔고 곧 별장 입구에 도착했다.대부분의 손님이 박 도착한 터라 문씨 가문의 야외 주차장에는 그 많은 차를 주차할 수 없었다.문씨 가문의 하인은 손님들에게 차를 별장 문 앞에 세우거나 길가에 세우라고 표현했다.길가에 주차된 차량은 이미 길게 늘어서 있었다.“아가씨.”문가희가 나오는 것을 보고 하인이 불렀다.문가희는 방금 도착한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물은 후 하인들에게 손님을 별장 안으로 모시고 들어가라고 지시했다.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용씨 사모님을 발견하지 못해 그 하인에게 물었다.“저 용씨 사모님은요?”“아직 차에 계세요. 방금 차를 주차하셨거든요.”하인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고급 차를 가리키며 문가희에게 대답해 주었다.차 안의 여운별은 여운초와 문가희를 발견했다. 그녀는 예전에 자주 추미자를 따라 연회에 참석하여 문가희를 수차례 만나본 적이 있지만 별다른 얘기를 나누어 보지 못했다. 하여 여운별이 문가희를 알아볼 수 있었지만, 문가희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예전에 연회에서 여운별은 감히 문씨 가문의 문가희와 비교할 수조차 없었다.문가희는 또 성소현의 절친이었기에 그녀는 거의 성소현과 함께 다녔다.‘근데 여운초가 어떻게 문가희와 함께 나올 수 있었지?’여운별은 속으로 중얼거렸다.예전에 여운별은 재벌가 딸들을 접촉하려고 해도 접촉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가 발밑에 계속 밟혀온 여운초가 문가희와 잘 지내는 모습을 본 여운별은 마음속의 질투심을 억제할 수 없었다.“사모님. 감정을 잘 조절하세요. 오늘 밤 연회에서 사모님은 반 시간만 이 연회에 참석하시고 어떠한 결점도 드러내지 마세요.”용씨 가문의 경호원이 여운별에 차갑게 주의를 시키었다.여운별은 용태호의 악랄함을 떠올리며 얼른 대답했다.“알겠어요.”“내리세요.”경호원이 다시 말을 건넸다.문씨 가문
여운별은 환하게 웃으며 문가희에게 인사를 건네고 그녀와 악수했다.그리고 또 여운초를 바라보았다.문가희는 그녀에게 이렇게 소개했다.“이분은 제 친구 여운초예요. 여씨 가문의 큰 아가씨이자 전씨 집안의 둘째 사모님이기도 하죠.”여운별은 여운초에게 웃으며 인사했다.“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이었군요. 지난번 서점에서 본 것 같은데.”여운초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본 적 있죠. 용씨 사모님의 목소리가 제가 유난히 잘 알고 있는 사람이랑 많이 닮아서 인상에 깊었거든요.”여운별의 마음은 조금 긴장되었다.역시 여운초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여운별의 목소리였다.‘침착해야 한다. 침착! 절대 허점을 드러내면 안 되느니라! 여운초에게 간파당하면 태호 씨는 분명 화가 날 것이고 그가 화가 나면 나도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할 거야. 그리고 내가 두려울 게 뭐가 있어?’여운별은 마음속으로 그녀가 항상 여운초를 괴롭혔기 때문에 여운초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여운별은 의아한 척하는 모습으로 말했다.“제가 사모님 지인분과 목소리가 비슷하다고 느끼셨다고요? 그런데 우리 여태껏 딱 한 번 만나지 않았나요? 관성 중학교 입구에 있는 서점에서 만났을 적 있었던 것 같은데요. 제가 시동생 대신 연습 책 사러 갔거든요.”여운초는 여전히 부드럽고 듣기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용씨 사모님의 목소리는 제 여동생의 목소리와 특히 비슷하거든요. 만약 사모님의 얼굴을 보지 않고 단지 사모님의 목소리만 듣고 있다면 아마 저의 여동생으로 착각했을지도 몰라요.”여운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렇군요. 저와 사모님 여동생분이 외모도 많이 닮았나요?”“아니요. 얼굴은 전혀 달라요. 저의 여동생은 사모님만큼 아름답지 않거든요.”여운별은 마음속으로 심하게 욕했다.‘내가 너보다 훨씬 예쁘거든! 얼어 죽을 장님 같으니라고! 감히 내가 더 아름답지 못하다고? 누가 그래? 내가 아름답지 않다고? 나도 매우 예쁘거든!’“사모님의 몸매와 목소리는 제 여
여운별은 여운초가 자신에게 미안한 짓을 했는데 왜 자신이 여운초에게 미안한 짓을 했다고 말하느냐며 마음속으로 불평했다.여운별은 지금 자신이 괴롭힘을 당해도 자신을 위해 변명할 수 없었다. 여운초는 이미 그녀에게 누명을 씌우고 있었다고 생각했다.바깥사람들은 여운초가 부드럽다고 말하고 있었다. 비록 계속 괴롭힘을 당하면서 여씨 가문에서 하인보다 못한 삶을 살았지만, 여운초의 타고난 기질은 여운별보다 더 귀티 나는 재벌가의 딸 같다고 수군댔다.그런데 누가 여운초의 속내를 꿰뚫어 볼 수 있겠는가! 그녀의 속마음은 악마보다 더 교활했다.문가희도 웃으며 말을 건넸다.“용씨 사모님, 들어가시죠.”문가희는 용씨 사모님을 별장 안으로 초대하면서 여운초의 손을 잡는 것도 잊지 않았다.여운초는 앞을 볼 수 있지만, 눈앞의 사물만 볼 수 있었다. 고도 근시인 사람과 마찬가지였기에 문가희는 여운초를 조금이라도 돌봐주어야 했다.비록 두 사람은 과거에 교제한 적 없었지만, 오늘 밤은 사람은 옛 친구처럼 친해졌다.문가희는 여운초와 친구가 되는 것을 좋아했다.여운별은 문가희가 여운초를 세심하게 돌보는 것을 보더니 질투심이 솟아올랐다.여운별을 따라온 두 명의 경호원은 그녀가 허점을 드러낼까 봐 걱정했다. 그들은 문가희 일행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틈을 타서 한 걸음 다가가 여운별을 가볍게 건드리며 참으라고 주의를 시키었다.여운별이 가장 미워하는 사람이 바로 여운초와 하예정이었다.특히 여운초를 가장 원망했다.그녀는 심지어 여운초를 보자마자 달려들어 물어뜯고 싶었다.하지만 지금 그녀의 신분은 용씨 사모님이었다. 그녀는 이 신분으로 밖으로 나올 때면 원한을 드러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미소까지 짜내야 했다.빌어먹을 장님이 아직도 그녀 앞에서 그녀의 험담을 하더라도 참아야 하느니라!여운초는 아마도 사람들 앞에서 여운별의 험담을 많이 했을지도 모른다.어쩐지 여운별이 예전의 친구들과 추미자의 친구였던 몇몇 사모님들과 연락해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심지어 그녀의 휴대
“만약 너였다면 너도 그렇게 했을 거야. 넌 설마 당당하게 복수하겠다고 떠들어대면서 친아버지 대신 복수한다고, 의붓아버지와 친어머니를 감옥에 처넣겠다고 입 밖으로 꺼내면서 다니려는 건 아니지? 정말 그렇게 행동했다면 아마 성년이 돼지도 못한 채 죽었을걸.”임유나는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잠자코 있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아무튼, 난 싫어.”“운초 씨도 네가 좋아할 필요는 없을 거야. 난 너와 대화가 잘 통해서 두 사람을 소개해 주려고 했는데, 네가 이렇게 도도한 태도로 운초 씨를 얕보다니. 그만 말하자. 내가 아까 했던 말 없는 셈 쳐.”말을 마치자마자 문가희는 돌아서서 가버렸다.문가희와 임유나는 몇 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였다. 임씨 가문은 관성에서 매우 조용하게 지내는 편이지만 임씨 가문의 신분과 지위는 전혀 낮지 않았다.아니면 임유나가 문씨 가문의 연회에 나타나지도 않았을 것이다.임유나가 여운초를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니 문가희는 자신이 임유나를 잘못 봤다고 느꼈다. 임유나는 평소에 그녀들 앞에서 대범하게 행동했지만 그런 시선으로 여운초를 볼 줄은 몰랐다.임유나는 아마도 여운초가 여씨 가문에서 키워졌기 때문에 의붓아버지와 친어머니를 감옥에 들여보내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추미자는 여운초가 들여보낸 게 아니었다!그녀는 하예진 모자를 다치게 했을뿐더러 불법적인 사업 때문에 체포되어 중형을 선고받게 된 것이다.여태웅은 여운초에 의해 감옥으로 들여보내게 되었지만, 그것 또한 여태웅이 그의 친동생을 살해하고 불법적인 장사를 하다가 여운초가 그 증거를 수집하게 되어 감옥으로 들여보내게 된 것이다.아무쪼록 여태웅 부부는 벌을 받아야 마땅한 사람들이었다.비록 여운초의 대의멸친이 놀라울 정도로 유명했지만 많은 사람은 여전히 그녀를 지지했다. 그녀가 여씨 가문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모두 잘 알고 있었다.어떤 사람들은 여운초가 잔인하고 무자비하다고, 그녀가 여태웅 부부를 고소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여태웅은 여운
어쩐지 문가희의 절친이 성소현 한 명뿐이더라니!문가희가 너무 까다로운 게 아니라 이런 친구들과 전혀... 깊게 사귀지 못하게 때문이다.“여운초 씨가 다시 빛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전부 전이진 씨 덕분이잖아. 전이진 씨가 여러 번 예씨 가문으로 뛰어 들어가 정 선생님을 초대해서 눈을 치료하게 해주셨잖아. 전생에 무슨 개똥 같은 행운을 누렸는지 몰. 전이진 씨의 사랑도 받을 수 있다니. 여운초 씨가 방금 들어왔을 때 나도 봤어.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도 운초 씨에게 꽤 잘 하주시더라고. 잘 감싸준다고 많이 들었어. 그냥 팔자가 좋은 거지!”문가희는 임유나의 말에 질투와 신맛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아챘다.특히 전이진을 언급할 때 말이다.문가희는 위아래로 임유나를 훑어보며 과감하게 물었다.“혹시 전이진 씨를 좋아해?”임유나의 얼굴이 단번에 빨개졌다.그녀는 전이진을 사모한 적이 있었다. 매번 연회에서 전이진을 만날 때마다 의도적이든 무의식적으로든 그의 앞에서 수 십 번이나 왔다 갔다 했지만 아쉽게도 전이진은 그녀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임유나는 그녀의 어머니에게 전이진을 좋아한다고 전씨 가문으로 시집가고 싶다고 말하기까지 했다.임유나의 부모님은 그녀를 지지했다. 그러나 본인의 노력으로 전이진과 사랑을 이루어야만 전씨 가문으로 시집갈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그녀의 부모님은 그녀를 도와 무언가를 계획하는 것을 기대조차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임씨 가문도 전씨 그룹과 사업을 해야 했기 때문에 전씨 가문을 건드리고 싶어 하지 않았다.게다가 감정적인 일은 강요할 수 없는 것이었다. 만약 그녀가 전이진이 그녀를 사랑하게 할 수 없다면 그녀의 부모님이 전씨 가문과 혼인을 맺고 싶어 해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전씨 가문의 도련님들은 가업을 이어받기 시작했기 때문에 신분이 높은 거물들의 연회를 제외한 일반적인 연회에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전이진은 스무 살 때부터 전씨 가문의 어르신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며 사람들과 접촉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참석한 연회는 전
“할머니, 제가 뭐가 똑똑해요, 전 진짜 멍청해요. 할머니야말로 대단하신 분이죠.”전이혁은 할머니께 아부하는 멘트를 던졌다.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아부라고 할 수 없는 게, 할머니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전씨 가문 자손들은 이미 충분히 뛰어난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할머니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할머니는 마치 삼장법사였고 자손들은 손오공 같은 존재로 손오공이 아무리 강해도 삼장법사 앞에선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할머니, 저 진짜 꼼수 같은 거 부리지 않아요.”“그건 네 사정이고. 어떻게 하든 네 마음대로 해. 할머니는 이미 너에게 신붓감을 골라줬고, 대시하든 포기하든 그것 역시 너에게 달린 일이야. 1년이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줬다고 생각한다.”“하지만 한 가지 경고할게. 지금까지 우리 전씨 가문에는 일편단심인 남자만 있었을 뿐 양다리를 걸치는 남자는 없었어. 네가 전씨 가문의 가풍을 망가뜨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전이혁은 최대한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알겠어요, 할머니. 저 이제 운전해야 해요. 도착해서 또 이야기 나눠요.”“그래, 운전 조심하고.”할머니는 전이혁에게 안전을 당부하고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은 뒤, 할머니는 곧장 양씨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양 집사, 내 생선은?”할머니는 자신이 잡은 생선을 혹시 다른 사람이 먹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양씨 아저씨는 웃으며 대답했다.“어르신께서 구운 생선은 냄새가 정말 좋아요. 아무도 어르신의 생선을 뺏어 먹으려 하지 않으니 안심하세요.”그들 몇몇 자식들 따라 직원 숙소에서 지내는 할머니들은 전씨 할머니가 좋은 분인 걸 알고 함께 수다도 떨고 낚시도 하지만 전씨 가문의 중심인 전씨 할머니의 권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은 전씨 할머니의 물건을 건드리는 일은 없었다. 혹시나 건드렸다가 이곳에서 일하는 자식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었으니까.서원 리조트의 모든 직원은 훌륭한 대우와 복지를 받고 있었다. 산기슭에 지어진 숙소는 혼자인
두 사람은 함께 아침을 먹은 후, 방을 나섰다.그러자 집사는 전태윤이 다음에 올 때 묵을 수 있도록 스위트룸을 원래 상태로 정리하기 시작했다.도아영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서 다시 잠을 청했다.전이혁은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할머니가 전화를 받자 물었다.“할머니, 지금 어디 계세요?”“리조트에 있어. 무슨 일이야? 할머니 보고 싶어? 그렇다면 와서 할머니랑 같이 밥 한 끼 먹자.”그러더니 할머니는 한 마디 덧붙였다.“지금 생선이 막 익었어. 냄새 진짜 좋다.”전이혁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침부터 생선 구워 드세요?”“너한테 말한 거 아니야. 친구들이랑 얘기 중이었어. 아침부터 생선 구우면 안 돼? 그리고 지금 아침도 아니잖아. 아홉 시도 넘었네, 해가 중천에 뜨려고 하고 있어.”“오늘 날씨도 풀렸고, 할머니는 친구들이랑 낚시 갔다가 지금은 잡은 생선 구워 먹고 있어. 소풍하는 느낌이라 꽤 괜찮아.”전이혁은 그 모습이 쉽게 그려졌다. 산 아래에는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고 물 아래에는 물고기와 새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할머니는 가끔 몇몇 직원들의 어머니들과 함께 낚시하곤 했었다. 냇가에는 큰 나무 한 그루 있었는데 그 아래에는 돌로 된 테이블이 몇 개 있어 할머니의 한마디면 집사는 바비큐 그릴을 가져와 그들이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할머니가 말하길, 그들은 먹는 것보다는 굽는 과정을 더 즐겼다. 비록 직원이 구워줄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다른 사람이 구워주는 건 맛이 없다며 투덜대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 먹지 못할 때면 남은 건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었다.서원 리조트의 직원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할머니는 권위를 내세우며 직원들에게 막 대하지 않고 옆집 할머니처럼 따뜻하게 대해준다는 사실을.“할머니, 생선 더 잡아서 구워주세요. 저 지금 갈게요.”전이혁은 결심한 듯 할머니에게 진실을 털어놓으러 갈 생각이었다.“네가 와서 직접 잡아. 손질까지 하면 할머니가 구워줄게.”그러더니 할머니는 전이혁에게 물었다.“
“여긴 호텔 맞고, 당연히 아영 씨가 묵던 방일 수가 없죠. 어제 아영 씨가 취해서 방에 데려다줬는데 눕자마자 토하더라고요. 침대랑 바닥까지 모두 엉망이 돼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방으로 옮겼어요.”전이혁은 다시 자리에 앉더니 도아영에게 말했다.“아영 씨 술 취하면 정말 감당하기 힘들어요. 앞으로 술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네요.”도아영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뗐다.“제가 전이혁 씨랑 함께 많이 마신 건 알겠는데 그 뒤로는 기억이 하나도 안 나네요. 그런데 그 술 진짜 맛있었어요. 제가 해주시로 돌아갈 때 한 박스만 챙겨줘요. 기분 안 좋을 때 집에서 한두 잔 마시려고요.”“아영 씨가 그 정도로 술이 부족하진 않을 텐데요?”전이혁은 도아영의 집에 좋은 술이 부족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그는 도아영의 말이 전혀 믿기지 않았다.“맞아요. 술이 부족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전이혁 씨가 준 술은 부족하죠.”전이혁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래요. 아영 씨가 돌아갈 때 한 박스 챙겨줄게요. 그리고 관성 특산물도 좀 챙길 테니 같이 가져가요. 어찌 되었든 먼 길 왔는데 헛걸음하게 하면 안 되니까요.”도아영은 웃으며 대답했다.“맞아요. 헛걸음하게 만들면 안 되죠.”그러더니 그녀는 전이혁의 옆으로 다가가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전이혁 씨, 여기 꿀 있어요? 머리가 아파서 그러는데 저 꿀물 좀 타 주면 안 돼요?”“아까는 참을 만하다면서요?”전이혁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일단 세수 좀 하고요. 그리고 타 줄게요. 아영 씨도 세수해요.”“목욕할 거면 아영 씨 방에 가서 해요. 여긴 우리 형이 자주 묵는 스위트룸인데, 아영 씨니까 형이 허락한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형수님이 부탁해도 절대 안 된다고 했을 거예요.”전이혁의 큰형과 형수님은 도아영이 할머니께서 정해준 자신의 신붓감이라는 걸 알고,이미 도아영을 가족이나 다름없이 생각하고 있었다.어젯밤, 전이혁이 그런 말을 했을 때 도아영은 살짝 기분이 상했었다. 하지만
전이혁은 얼른 도아영을 부축하더니 살짝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아영 씨, 또 왜 그래요?”“저... 화장실... ”도아영은 눈이 풀린 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화장실 가고 싶어요?”도아영은 비틀거리며 제대로 걷기도 힘든 상태였고 전이혁의 표정은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도아영을 혼자 화장실에 가게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남자인 자신이 부축해서 데려가는 것도 난감한 일이었다.도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전이혁은 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다시 한번 물었다.“혼자 괜찮겠어요?”도아영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녀는 이미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를 정도로 심하게 취해 있었다.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전이혁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부축해 화장실로 데려가야 했다. 전이혁은 가면서도 입으로는 끊임없이 투덜거렸다.그는 도아영을 화장실로 들여보내고 도망치듯 밖으로 뛰어나왔다.전이혁은 도아영이 나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10분이 넘도록 나오지 않았고, 노크를 해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결국, 전이혁은 걱정된 마음에 문을 살짝 열어 안을 들여다봤지만 무슨 일인지 도아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어? 어디 간 거야?’전이혁은 의심스러운 마음에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 보았다. 그 결과, 도아영은 화장실 문 옆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러니 문틈 사이로 도아영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이 여자 진짜!”도아영의 모습을 보자, 전이혁은 앞으로 절대 그녀에게 술을 많이 마시게 하지 않으리라고 결심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이혁은 앞으로 자신이 도아영과 함께 밥을 먹게 된다면 그녀에게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자신 말고는 도아영이 다른 누구와 함께 얼마나 마시든, 그건 전이혁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전이혁은 안으로 들어가 도아영을 안고 나온 뒤,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그는 원래 방으로 돌아가 쉴 예정이었지만, 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결국 그날 저녁,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