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현은 서지혜에게 농담했다.“지혜 씨, 결혼하고 싶어? 내가 남자 친구라도 소개해 줘? 평생 행복하게 해줄 거라고 약속할 수 있어.”하예정의 비서는 서지혜라고 한다. 막 대학을 졸업한 사회 초년생으로서 하예정의 비서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서지혜는 웃으면서 완곡하게 거절했다.“성 대표님 호의에 감사드려요. 저 대학교 때 사귄 남자 친구가 있어요. 현재 우리는 사이가 좋아요. 다른 사람으로 환승할 생각이 없어요.”“남자 친구는 어디에 출근해?”성소현은 서지혜에게 물었다.“얼마 전 작은 회사에 취직했어요. 저보다 월급 대우가 못하다 했어요. 계속 출근할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남자 친구의 말이 나오자 서지혜의 웃는 얼굴에는 우울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녀와 남자 친구는 사이가 좋았다. 하지만 남자 친구는 일자리를 찾을 때 혜택이 좋은 회사에는 합격하지 못했고 월급이 낮은 회사는 가려고 하지 않았으며 항상 그녀와 비기는 걸 좋아했다.그는 사내가 여자보다 월급이 적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월급이 적으면 창피한 것이라고 말이다.하지만 남자 친구도 그녀처럼 막 대학을 졸업한 사회 초년생이라 많은 경험과 뛰어난 재능이 없었기에 그녀를 능가할 수 없었다. 자신이 배운 전공과 관련된 일을 찾을 수 있다면 좋은 것이지만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일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삶을 위해서라면 취직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인데 어떻게 감히 마다할 수 있단 말인가?요즘 대학생들은 정말 부족하지 않았다. 하지만 좋은 직장은 매우 적었다.복지가 좋고 발전성이 있는 회사에서 직원을 모집하면 많은 경쟁자가 몰렸다. 그녀의 남자 친구는 대형 그룹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 밀려나 작은 회사에 취직할 수밖에 없었다.작은 회사의 직원 복지는 자연적으로 서지혜가 취직한 회사와 비길 수 없었다.서지혜가 다니는 회사의 대표는 전씨 가문의 사모님이었다.나머지 대표님 두 명도 내력이 있었다.전망이 밝은 회사였고 회사 대표들은 매우 엄숙하고 엄격하지만
하예정은 가방을 들고 사무실을 나섰다.회사에서 어린이집까지 차로 십여 분 거리이다.어린이집에 도착했을 때 입구에 이미 많은 고급 차가 주차돼 있었다.주우빈은 관성에서 가장 좋은 어린이집에 다닌다. 이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은 부유한 가정의 자녀들이다.매일 아이를 데리러 오갈 때 어린이집 입구에 주차된 차들은 마치 고급 차 궁전과도 같았다.차에서 내린 하예정은 입구에서 선생님에게 픽업 카드를 건넨 후 선생님이 주우빈을 데리고 나오기를 기다렸다.하예정은 주우빈을 기다리며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용씨 사모님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오늘 아침에도 하예정은 주우빈을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용씨 사모님을 만나지 못했다.지금도 용씨 사모님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최근에 자주 용씨 사모님을 만났었는데 오늘 갑자기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하예정은 생각했다.‘사모님은 진짜 운별이가 아닌 걸까? 나와 운초 씨가 괜한 걱정을 한 것인가? 사모님의 목소리는 운별이 와 너무 닮았어, 이 모든 것이 그냥 우연인가?’하예정은 핸드폰을 꺼내 들고 여운초에게 음성메시지를 보냈다.“혹시 오늘 운별이가 운초 씨를 찾아갔어요?”“아니요, 운별이는 사람은 만나기 힘든데 돈이 없으면 저의 꽃집에 와서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돈을 달라고 해요.”물론 여운초는 여운별에게 돈을 주지 않았다.여운별이 “꽃필 무렵”에 와서 소란을 피우면 여운초는 경비원를 시켜 그녀를 쫓아내라고 했다.여운별은 젊고 손발도 달려있었다. 돈을 쓰고 싶으면 스스로 벌면 된다. 누군가 그녀를 평생 먹여 살릴 수 없다.여운별이 성격을 고치지 않는다면 나중에 여천우가 재산을 그녀에게 나누어 주어도 그녀는 다 잃고 말 것이다.여천우는 마음이 여운초에게 기울어 있었기에 여운별에게 그렇게 많은 돈을 주고 싶지 않았다. 또한 이로써 여운별이 스스로 자립하고 성장하도록 강요하려는 의미가 있었다.다만 여운별은 여천우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만나면 그가 여운초의 편만 든다고 비난했다.매번 비난을 받을 때마다 여천우는
하예정이 말했다.“이번에 증명할 수 없다고 해도 괜찮아요. 또 기회가 있을 거예요. 운별이가 용씨 사모님으로 가장한 것이라면 언젠가 허점이 드러날 것이에요.”“가희 씨도 용씨 사모님과 운별에 대해 잘 모르기에 가희 씨가 나선다고 해도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어요.”하예정이 말을 들은 여운초가 대답했다.“그럼,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떠보는 수밖에 없어요. 제 생각엔 용씨 사모님이 의도가 있다고 해도 예정 씨를 노리는 것 같아요. 저는 용씨 사모님과 우연히 마주칠 기회가 매우 적어요, 오히려 예정 씨가 용씨 사모님이랑 자주 만나죠.”“어린이집 입구에서 용씨 사모님의 시누이를 만난 적 있어요?”하예정이 대답했다.“만난 적 없어요. 매번 용씨 사모님은 시누이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거나 방금 들여보냈다고 했어요. 정말 시누이를 데려다주는 것인지 아니면 거짓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다음에 다시 만나면 차에 숨어서 용씨 사모님이 정말 아이를 데리러 온 것인지 봐야겠어요.”“회사에는 무슨 일로 가신 거예요?”하예정은 화제를 돌렸다.“그냥 회의나 하고 중요한 문서를 처리했어요. 이제는 제가 볼 수 있으니, 모든 일을 동호 오빠에게 떠넘길 수는 없어요. 그리고 언니도 임신했으니 동호 오빠가 회사 일에 신경 쓰지 말고 시간 내서 언니랑 함께 있게 하려고 제가 회사에 왔어요.”박아름이 임신했다는 소식을 들은 하예정은 웃으면서 여운초를 축하해줬다.“고모가 된 걸 축하해요.”여운초는 웃으면서 말했다.“고마워요, 언니가 임신한 걸 알았기에 회사에 온 거예요, 언니도 볼 겸 해서요.”여운초는 박아름에게 영양제를 많이 사줬다.비록 그녀와 한동호는 친남매가 아니지만 십여 년을 알고 지냈다. 그는 여운초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었고 그도 그녀에게 가장 충성했다. 여운초는 한동호를 친오빠로 여겼다.한동호가 예전에 그녀에게 가졌던 감정에는 약간의 남녀 사이의 사랑이 섞여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는 그녀를 동생으로 여긴다.여운초에게는 전이진이 있었고 한동호에게
주우빈은 기사와 경호원에게 말했다.“삼촌, 저 상 받았어요.”기사와 경호원은 웃으면서 그를 칭찬했다.하예정은 핸드폰을 꺼내 하예진에게 영상통화를 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하예진이 영상을 받았다. 영상을 받은 하예진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예정아, 만약 급한 일 아니라면 이따가 다시 연락할게. 지금 고객이랑 사업 얘기를 하는 중이야.”“알았어, 언니. 먼저 일 봐, 아무 일도 없어. 그냥 우빈이를 데려왔는데 상 받았다고 엄마한테 말해주고 싶대.”하예진은 웃으면서 말했다.“우빈이 정말 잘했어. 이따가 다시 연락할게.”“응, 언니. 먼저 일 봐.”“엄마, 일하세요. 제가 공부할 수 있게 돈 많이 벌어와요.”하예진은 웃으면서 말했다.“응, 알았어. 우리 우빈이 이모 말 잘 듣고 열심히 공부해야 해. 개구쟁이처럼 이모 힘들게 하면 안 돼. 그러면 이모보고 옷걸이로 엉덩이 때리라고 할 거야.”주우빈은 몸을 움츠리며 말했다.“저 말 잘 들어요.”말을 마친 그는 엄마가 옷걸이를 들고 영상 속에서 나와 그의 엉덩이를 때릴까 봐 영상 통화를 먼저 끊었다.사실상 그는 옷걸이에 맞은 적이 없었다.그가 잘못을 저지르면 엄마와 이모는 항상 말로 그를 혼냈다. 그 후 그에게 왜 그렇게 하면 안 되는지 도리를 설명해 주었다.주우빈은 용정에게서 옷걸이에 맞으면 아프다고 들었다. 용정은 스승에게 옷걸이로 맞은 적이 있었다.무술을 잘 연마하지 못했거나 책을 잘 외우지 못하면 용정의 스승은 옷걸이로 그를 때렸다.용정은 그럴 때마다 스승님이 가르쳐준 무술로 빠르게 도망가면 가끔 스승님은 그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주우빈은 용정이 빠르게 달릴 수 있다는 것을 듣고 그가 부러웠다.그는 이모부도 달려서 이길 수 없었다. 이모부가 아니라 이모도 이기지 못했다.주우빈도 무술을 배웠었다. 하예진은 주우빈이 무술을 몇 년 배운 후 이모를 이길 수 있는지 볼 거고 십여 년을 배운 후 이모부를 이길 수 있는지 보겠다고 했다.이모의 무술 실력은 대단했다.“이모, 선생
하예정은 주우빈을 데리고 노씨 그룹에 갔다. 주우빈은 노동명의 사무실에서 한참 놀았다.주우빈은 겨울방학에 예진 리조트에 가는 일이 걱정되어 곧바로 하예정에게 이모부 찾으러 전씨 그룹에 가자고 했다.노동명은 웃으면서 말했다.“우빈이는 아저씨가 말로만 좋나 봐. 온 지 2분도 안 됐는데 이모부 찾으러 가자고 하네.”컴퓨터 전원을 끈 그는 책상을 잡고 일어나 휠체어에 다가가 앉은 후 스스로 조종하며 말했다.“나랑 함께 가. 마침, 너의 이모부랑 얘기할 프로젝트가 있어.”하예정이 노동명의 휠체어를 밀어주려고 했지만 그는 그녀의 도움을 거절했다.“자동으로 바꿔서 스스로 조종할 수 있어.”하예정은 웃으면서 말했다.“동명 오빠는 진작에 휠체어를 자동으로 바꿔야 했어요.”“진작에 자동으로 바꾸면 예진 씨의 마음을 아직도 얻지 못했을 거야.”하예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성격이 거칠고 털털한 노동명이 별생각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잘못 느꼈다.생각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노씨 그룹을 설립하고 또한 노씨 그룹의 시가 총액을 백억 이상으로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모든 대표는 저마다 생각이 깊고 술수가 대단한 사람들이었다.“우빈아, 이리 와. 아저씨가 안아줄게.”현재 노동명과 하예진은 사이가 매우 좋았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속내를 개의치 않고 드러냈다.현재 하예진에게 노동명과 결혼 등기를 하라고 해도 그녀는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아내의 마음을 얻으려면 잔꾀가 있어야 했다.전태윤도 아내의 마음을 얻으려고 잔꾀를 부리지 않았던가?하예정을 쳐다본 주우빈은 그녀가 말릴 의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즉시 신나게 노동명의 허벅지로 올라가 그의 품에 앉았다.하예정은 사무실 문을 열어 노동명을 밖으로 내보냈다.노동명이 나간 후 하예정은 주우빈의 책가방을 들고 그의 뒤를 따랐다.엘리베이터 입구에서 사업을 논의하기 위해 노동명을 찾아온 한 여성 고객을 만났다.그녀는 나이가 노동명과 비슷해 보였고 정교한 화장을 해서 젊어 보였으
몇 년이란 사이에 그녀는 돈만 쓸 줄 알던 부잣집 사모님에서 상업계의 여장부가 되었다.장 대표는 웃으면서 말했다.“전씨 가문 사모님이야말로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분이시죠.”전씨 가문의 사모님인 하예정은 뛰어난 가정 배경이 없었다. 전태윤과 결혼한 후 큰 이모를 만났다. 큰이모는 성씨 가문의 사모님이었지만 성씨 가문의 모든 것은 하예정과 관련이 없었다. 단지 친정 어른이 한 명 생겼을 뿐이다.그녀 같은 가정 배경으로 전태윤과 결혼 할 수 있었던 것은 전생에 나라를 구해 이번생에 복 받은 것이다.모두가 그녀를 기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뛰어난 가정 배경도 없이 전태윤과 결혼 할 수 있었고 전씨 가문에서 입지를 굳혔기 때문이다. 임신 전 외부인들은 하예정이 애를 낳을 수 없다고 했지만 전씨 가문에서는 모두 그녀를 지켜줬다.누군가 감히 하예정이 나쁘다고 말하면 전씨 가문 모든 사람은 그와 싸웠다.전태윤의 어머니는 사실 하예정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하지만 누군가 감히 그녀의 잘못을 논한다면 시어머니인 장소민은 이미지조차 신경 쓰지 않고 싸워서라도 며느리인 하예정을 지켜줬다.하예정을 부러워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그녀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 때문에 사람들은 하예정의 모습을 기억했다.장 대표도 하예정의 운명에 감탄한 적이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오히려 하예진을 내심 질투했다.하예진은 이혼하고 아들도 있는데 노동명의 사랑을 얻었다.노동명은 얼굴에 칼자국이 있고 외모도 흉측해서 잘생긴 것은 아니다. 그리고 사람이 거칠어 전태윤이나 소정남과 비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노동명은 능력이 있었고 자산이 많으므로 장 대표의 눈에는 그가 매우 좋은 남자로 보였다.그녀는 남편을 잃고 자신의 곁에서 함께 해줄 남자를 찾고 싶었지만 사람들이 그녀의 돈을 노릴까 봐 걱정했다.비록 현재 집안의 모든 일은 그녀가 결정하지만 그녀는 내심 전통적인 여자였다. 그녀는 상속받은 남편의 재산은 나중에 그의 피가 흐르고 있는 아들에게 물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자
하예진은 이혼한 여자이고 장 대표는 남편을 잃은 여자이다. 모두 아들이 있었지만 그녀는 하예진보다 훌륭했다.장 대표는 자신을 위해 쟁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녀는 하예진보다 훌륭했기에 쟁취한다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예진이 관성에 없는 틈을 타서 말이다.하예정은 눈을 깜빡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노동명은 웃으면서 말했다.“장 대표님이 급하지 않으시다면 다음날 다시 얘기 나누죠. 헛걸음을 시켜서 죄송해요.”장 대표도 웃으면서 말했다.“괜찮아요, 노 대표님. 우선 급한 일부터 처리하세요.”사업을 성사하려면 그만큼 노력해야 성공할 수 있었다. 때로는 노력해도 성사되지 않을 때도 있다.장 대표의 비서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 문을 열자 그녀는 자연스럽게 노동명의 등 뒤로 가서 그의 휠체어를 밀고 엘리베이터에 들어가려고 했다.하지만 노동명은 거절했다.“장 대표님, 괜찮아요. 새로운 휠체어는 자동이라 제가 직접 조종해서 움직일 수 있어요.”장 대표는 웃으면서 휠체어를 밀려던 손을 거둬들였다. 그리고 주우빈을 안고 엘리베이터에 들어가는 노동명을 바라보았다.노동명이 사람에게 주는 첫인상은 거칠고 얼굴에 칼자국이 있어서 무섭게 보인다.하지만 그와 지내보면 그가 어린이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주우빈에게 얼마나 잘해주는지 보면 알 수 있다. 친아빠도 그처럼 하지 못했을 것이다.노동명은 주우빈을 친자식처럼 생각하고 그에게 잘해주었다. 만약 그녀가 하예진 곁에서 노동명을 빼앗을 수 있다면 그는 그녀의 아들에게도 잘해줄 것이다. 주우빈보다 몇 살 더 많은 그녀의 아들은 이미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철도 들었다.그녀의 아들은 주우빈보다 지내기가 더 쉬웠다. 주우빈은 현재 미운 3살이었기에 너무 어렸다.노동명이 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 장 대표는 고개를 기웃거리며 미소를 머금고 하예정에게 말했다.“사모님, 가시죠.”하예정은 사양하지 않고 노동명의 뒤를 따라서 엘리베이터에 들어갔다.장 대표는 마지막에 비서를 데리고 엘리베이터에 탔다.곧 엘리베
주우빈은 장난스럽게 말했다.“저는 효진 이모가 더 보고 싶어요.”하예정때문에 주우빈은 심효진을 매우 좋아한다.하예정이 그를 서점에 데리고 가면 심효진은 주우빈을 데리고 맛있는 음식을 사러 가고 쇼핑하러 백화점에도 갔다.그래서 주우빈은 소정남보다 심효진을 더 좋아한다.“양심이 없어.”소정남은 주우빈의 볼을 꼬집더니 그를 내려놓고 웃으면서 말했다.“삼촌이 지금 바빠서 먼저 이모랑 함께 이모부에게 가. 주말에 효진 이모를 불러 함께 놀러 가자.”.“정남 삼촌 약속 지켜야 해요, 어린이를 속이면 안 돼요.아이들은 모두 놀러 가는 것을 좋아한다. 주우빈도 예외는 아니었다.소정남이 웃으면서 말했다.“삼촌이 언제 우빈이를 속인 적이 있어?”생각을 해본 주우빈은 소정남이 그를 속인 적이 없는 것 같았다.소정남은 노동명과 몇 마디를 말한 후 고위층 관리자들과 밖으로 나갔다.몇 분 후, 하예정과 노동명은 대표 사무실에 왔다.주우빈은 전태윤에게 애교를 부렸다. 한참 동안 애교를 부린 후 하예정은 그를 안아서 소파에 앉히고 책을 읽고 글을 쓰게 했다.노동명과 전태윤은 확실히 얘기할 프로젝트가 있었다. 하예정은 그들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주우빈의 옆에 앉아 있었다.하예정은 먼저 언니인 하예진에게 문자를 보냈다.[지금 시간 있어?]하예진은 바로 그녀에게 답장했다.[저녁에 다시 얘기하자.]하예정은 하예진이 바쁘다는 것을 알았다.하예진이 강성에 있는 회사는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회사였다. 그녀는 사업 때문에 여기저기 뛰어다녀야 했다. 설령 하예진의 뒤에는 삼대그룹이 뒷받침하고 있지만 그녀가 직접 발로 뛰어야 회사가 번창할 수 있다.소파에 기댄 하예진의 시선은 주우빈에게 있지만 생각은 진작부터 다른 곳에 있었다.하예정은 방금전 만났던 장 대표는 남편을 잃고 몇 살 된 아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장 대표의 남편이 세상을 떠났을 때 그녀의 아들은 두 살이었다.하예진이 이혼할 때도 주우빈이 두 살밖에 안 되었다.장 대표는 남편의 사업을 물려
“할머니, 제가 뭐가 똑똑해요, 전 진짜 멍청해요. 할머니야말로 대단하신 분이죠.”전이혁은 할머니께 아부하는 멘트를 던졌다.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아부라고 할 수 없는 게, 할머니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전씨 가문 자손들은 이미 충분히 뛰어난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할머니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할머니는 마치 삼장법사였고 자손들은 손오공 같은 존재로 손오공이 아무리 강해도 삼장법사 앞에선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할머니, 저 진짜 꼼수 같은 거 부리지 않아요.”“그건 네 사정이고. 어떻게 하든 네 마음대로 해. 할머니는 이미 너에게 신붓감을 골라줬고, 대시하든 포기하든 그것 역시 너에게 달린 일이야. 1년이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줬다고 생각한다.”“하지만 한 가지 경고할게. 지금까지 우리 전씨 가문에는 일편단심인 남자만 있었을 뿐 양다리를 걸치는 남자는 없었어. 네가 전씨 가문의 가풍을 망가뜨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전이혁은 최대한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알겠어요, 할머니. 저 이제 운전해야 해요. 도착해서 또 이야기 나눠요.”“그래, 운전 조심하고.”할머니는 전이혁에게 안전을 당부하고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은 뒤, 할머니는 곧장 양씨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양 집사, 내 생선은?”할머니는 자신이 잡은 생선을 혹시 다른 사람이 먹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양씨 아저씨는 웃으며 대답했다.“어르신께서 구운 생선은 냄새가 정말 좋아요. 아무도 어르신의 생선을 뺏어 먹으려 하지 않으니 안심하세요.”그들 몇몇 자식들 따라 직원 숙소에서 지내는 할머니들은 전씨 할머니가 좋은 분인 걸 알고 함께 수다도 떨고 낚시도 하지만 전씨 가문의 중심인 전씨 할머니의 권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은 전씨 할머니의 물건을 건드리는 일은 없었다. 혹시나 건드렸다가 이곳에서 일하는 자식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었으니까.서원 리조트의 모든 직원은 훌륭한 대우와 복지를 받고 있었다. 산기슭에 지어진 숙소는 혼자인
두 사람은 함께 아침을 먹은 후, 방을 나섰다.그러자 집사는 전태윤이 다음에 올 때 묵을 수 있도록 스위트룸을 원래 상태로 정리하기 시작했다.도아영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서 다시 잠을 청했다.전이혁은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할머니가 전화를 받자 물었다.“할머니, 지금 어디 계세요?”“리조트에 있어. 무슨 일이야? 할머니 보고 싶어? 그렇다면 와서 할머니랑 같이 밥 한 끼 먹자.”그러더니 할머니는 한 마디 덧붙였다.“지금 생선이 막 익었어. 냄새 진짜 좋다.”전이혁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침부터 생선 구워 드세요?”“너한테 말한 거 아니야. 친구들이랑 얘기 중이었어. 아침부터 생선 구우면 안 돼? 그리고 지금 아침도 아니잖아. 아홉 시도 넘었네, 해가 중천에 뜨려고 하고 있어.”“오늘 날씨도 풀렸고, 할머니는 친구들이랑 낚시 갔다가 지금은 잡은 생선 구워 먹고 있어. 소풍하는 느낌이라 꽤 괜찮아.”전이혁은 그 모습이 쉽게 그려졌다. 산 아래에는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고 물 아래에는 물고기와 새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할머니는 가끔 몇몇 직원들의 어머니들과 함께 낚시하곤 했었다. 냇가에는 큰 나무 한 그루 있었는데 그 아래에는 돌로 된 테이블이 몇 개 있어 할머니의 한마디면 집사는 바비큐 그릴을 가져와 그들이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할머니가 말하길, 그들은 먹는 것보다는 굽는 과정을 더 즐겼다. 비록 직원이 구워줄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다른 사람이 구워주는 건 맛이 없다며 투덜대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 먹지 못할 때면 남은 건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었다.서원 리조트의 직원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할머니는 권위를 내세우며 직원들에게 막 대하지 않고 옆집 할머니처럼 따뜻하게 대해준다는 사실을.“할머니, 생선 더 잡아서 구워주세요. 저 지금 갈게요.”전이혁은 결심한 듯 할머니에게 진실을 털어놓으러 갈 생각이었다.“네가 와서 직접 잡아. 손질까지 하면 할머니가 구워줄게.”그러더니 할머니는 전이혁에게 물었다.“
“여긴 호텔 맞고, 당연히 아영 씨가 묵던 방일 수가 없죠. 어제 아영 씨가 취해서 방에 데려다줬는데 눕자마자 토하더라고요. 침대랑 바닥까지 모두 엉망이 돼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방으로 옮겼어요.”전이혁은 다시 자리에 앉더니 도아영에게 말했다.“아영 씨 술 취하면 정말 감당하기 힘들어요. 앞으로 술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네요.”도아영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뗐다.“제가 전이혁 씨랑 함께 많이 마신 건 알겠는데 그 뒤로는 기억이 하나도 안 나네요. 그런데 그 술 진짜 맛있었어요. 제가 해주시로 돌아갈 때 한 박스만 챙겨줘요. 기분 안 좋을 때 집에서 한두 잔 마시려고요.”“아영 씨가 그 정도로 술이 부족하진 않을 텐데요?”전이혁은 도아영의 집에 좋은 술이 부족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그는 도아영의 말이 전혀 믿기지 않았다.“맞아요. 술이 부족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전이혁 씨가 준 술은 부족하죠.”전이혁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래요. 아영 씨가 돌아갈 때 한 박스 챙겨줄게요. 그리고 관성 특산물도 좀 챙길 테니 같이 가져가요. 어찌 되었든 먼 길 왔는데 헛걸음하게 하면 안 되니까요.”도아영은 웃으며 대답했다.“맞아요. 헛걸음하게 만들면 안 되죠.”그러더니 그녀는 전이혁의 옆으로 다가가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전이혁 씨, 여기 꿀 있어요? 머리가 아파서 그러는데 저 꿀물 좀 타 주면 안 돼요?”“아까는 참을 만하다면서요?”전이혁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일단 세수 좀 하고요. 그리고 타 줄게요. 아영 씨도 세수해요.”“목욕할 거면 아영 씨 방에 가서 해요. 여긴 우리 형이 자주 묵는 스위트룸인데, 아영 씨니까 형이 허락한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형수님이 부탁해도 절대 안 된다고 했을 거예요.”전이혁의 큰형과 형수님은 도아영이 할머니께서 정해준 자신의 신붓감이라는 걸 알고,이미 도아영을 가족이나 다름없이 생각하고 있었다.어젯밤, 전이혁이 그런 말을 했을 때 도아영은 살짝 기분이 상했었다. 하지만
전이혁은 얼른 도아영을 부축하더니 살짝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아영 씨, 또 왜 그래요?”“저... 화장실... ”도아영은 눈이 풀린 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화장실 가고 싶어요?”도아영은 비틀거리며 제대로 걷기도 힘든 상태였고 전이혁의 표정은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도아영을 혼자 화장실에 가게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남자인 자신이 부축해서 데려가는 것도 난감한 일이었다.도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전이혁은 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다시 한번 물었다.“혼자 괜찮겠어요?”도아영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녀는 이미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를 정도로 심하게 취해 있었다.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전이혁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부축해 화장실로 데려가야 했다. 전이혁은 가면서도 입으로는 끊임없이 투덜거렸다.그는 도아영을 화장실로 들여보내고 도망치듯 밖으로 뛰어나왔다.전이혁은 도아영이 나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10분이 넘도록 나오지 않았고, 노크를 해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결국, 전이혁은 걱정된 마음에 문을 살짝 열어 안을 들여다봤지만 무슨 일인지 도아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어? 어디 간 거야?’전이혁은 의심스러운 마음에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 보았다. 그 결과, 도아영은 화장실 문 옆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러니 문틈 사이로 도아영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이 여자 진짜!”도아영의 모습을 보자, 전이혁은 앞으로 절대 그녀에게 술을 많이 마시게 하지 않으리라고 결심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이혁은 앞으로 자신이 도아영과 함께 밥을 먹게 된다면 그녀에게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자신 말고는 도아영이 다른 누구와 함께 얼마나 마시든, 그건 전이혁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전이혁은 안으로 들어가 도아영을 안고 나온 뒤,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그는 원래 방으로 돌아가 쉴 예정이었지만, 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결국 그날 저녁,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