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정은 힘껏 몸부림치며 가까스로 밀어냈지만 전태윤은 계속하려 했고 화가 난 하예정은 그의 뺨을 내리쳤다.찰싹하는 소리와 함께 장씨 아저씨와 도우미들이 전부 경악을 금치 못했다.전태윤도 어안이 벙벙해졌다.하예정은 분노가 차올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그를 째려보는 두 눈도 서서히 충혈되어갔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고 전태윤은 자책하기 시작했다.‘내가 또 예정이를 화나게 했어, 예정이가 속상해하고 있잖아. 내가 부드럽게 다가가면 예정이도 차분해질 줄 알았는데...’장씨 아저씨는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박씨 아저씨에게 문자를 보냈다. 박씨 아저씨야말로 이 집안의 진짜 집사이지만 일이 있어 휴가를 낸 바람에 장씨 아저씨가 임시로 와서 집사 노릇을 하고 있다. 이젠 더는 버틸 수가 없으니 얼른 박씨 아저씨를 불러와야 한다.사모님이 도련님을 때리다니, 이게 웬 말인가!다들 전씨 일가에서 수년간 일하면서 이런 광경은 처음 목격하는 일이다.전씨 일가의 남자들은 아내 사랑이 지극하여 결혼만 하면 부부의 감정도 안정적이고 더없이 알콩달콩하게 지낸다. 가끔 작은 오해와 말다툼이 있지만 금세 해결되는데 사모님은 오늘 도련님의 뺨을 후려쳤다.“예정아.”전태윤은 자신의 뺨을 때린 그녀의 손을 잡고 다정하게 물었다.“손 안 아파?”하예정은 힘껏 손을 빼내고 머리를 홱 돌리고는 눈을 살짝 비비더니 다시 전태윤을 노려봤다.“태윤 씨, 미안해요. 하지만 태윤 씨도 날 좀 존중해주면 안 돼요?”그녀는 자신이 화낼 때 전태윤이 강제 키스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그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이 드니까.전태윤은 그윽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방금 하예정이 작성한 이혼합의서를 보고 눈이 발칵 뒤집혀 순식간에 분노를 터트렸다.그가 먼저 거짓말한 건 잘못된 일이지만 그녀가 일말의 여지도 없이 이혼합의서를 작성하니 전태윤도 점점 더 충동하게 되었다.“만약 바람피우고 가정폭력을 행사하고 내게 수없이 거짓말을 한다면 당신을 떠난다고 했었죠.”이는 하예정이 애초에 한 말
장 씨 아저씨와 도우미들은 긴장한 분위기 속에 질식하는 것만 같았다.한참 후, 전태윤은 언성을 높여 분부했다.“사모님에게 충전기를 가져다줘!”“네”장 씨 아저씨는 얼른 하예정을 도와 충전기를 가져왔다.‘큰 도련님의 이 거동은 사모님을 보내주시겠다는 뜻은 아닐까?’사실 장 씨 아저씨도 속으로 큰 사모님을 집에 감금하는 것보다, 둘이 서로 거리를 두고 차분하게 사고하는 편이 더 좋을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장 씨 아저씨는 마음속의 말을 감히 입 밖에 낼 수가 없었다.큰 도련님에게 있어 큰 사모님은 너무나도 중요한 존재이다. 큰 도련님은 혹시라도 큰 사모님을 놓아준 후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그래서 이렇게 옆에 강제로 남겨두고 있는데, 부부의 갈등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장 씨 아저씨는 충전기를 가져와 전태윤에게 건네주었다.전태윤은 충전기를 하예정에게 건네주었고, 그녀가 건네받는 순간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애걸했다.“예정아, 다시는 이혼에 관한 얘기 꺼내지 마, 제발.”하예정은 손을 뒤로 빼더니 충전기를 들고 몸을 돌려 핸드폰을 충전하러 갔다.그녀의 침묵은 전태윤을 당황하게 했다. 그녀는 떠나려는 생각을 접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그는 그녀의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진실을 알게 된 후에 이혼하려고 했는데, 만약 보통 사람이 자기 남편이 억만 부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기뻐서 날뛸 것이 분명하다.전태윤은 아직도 하예정이 화를 내는 이유가 그가 그녀를 속여서, 믿지 않아서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그녀의 분노에 대한 그의 행동은 그녀를 더 괴롭게 했다.그는 입으론 해명하기는 하였지만, 행동으로는 그녀를 기절시키지 않으면, 못 떠나가게 일부러 키를 던졌고, 사다리도 던지며 온몸으로 그녀가 이 별장을 못 떠나가게 막고 있다.이것은 그녀를 감금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그의 일련의 행동은 그녀의 불난 마음에 부채질하였고, 그녀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적어도 당분간은 그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전태윤도 한결 마음이 놓였다.그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 부엌으로 들어가 하예정의 맞은편에 앉았다.전태윤은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하예정의 그릇에 놓아주려 했지만, 그녀는 그릇을 들고 피하였고, 그는 하는 수 없이 손을 돌려 집어 든 음식을 자신의 그릇에 놓았다.“예정아, 이것들은 모두 네가 좋아하는 음식이야, 많이 먹어.”전태윤은 부드럽게 말했다.하예정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그를 쳐다보지도 않으며 혼자 계속하여 먹었다.“당신 새우 제일 좋아하잖아, 내가 껍질을 벗겨줄게.”전태윤은 일회용 장갑을 끼고 새우 껍질을 벗겨 하예정에게 주었지만, 그녀는 다른 새우를 집어 껍질째 먹었다.“....”와이프는 그에게 아무런 기회도 주지 않고 있다.딩동! 딩동!초인종이 울렸다.밖은 이미 어두워졌고 기온도 차가운데 누가 이 시간에 방문한 거지?“제가 가서 문을 열겠습니다.”장 씨 아저씨가 직접 문을 열러 나갔다.별장 입구에 차 한 대가 서 있었는데, 눈에 익은 차량이 아니니 전씨 가문의 어르신은 아니었다.온 가족이 함께 하예정을 속였으니, 지금은 쑥스러워 찾아오지 못할 거다.가족들은 전태윤이 하예정의 용서를 구하는 데 실패하면, 그때 다시 대책을 상의할 생각이었다.“접니다.”차에서 내린 사람은 숙희 아주머니였다.그녀는 장 씨 아저씨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장 씨 아저씨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키를 꺼내 문을 열면서 물었다.“여긴 어떻게...?”“하예진 씨를 데려왔어요, 바로 큰 사모님의 언니분이세요.”하예정의 휴대폰이 배터리가 나가고 전원이 꺼져 연락할 수 없자 하예진은 못내 걱정되었다. 둘 다 고집이 센 부부가 어떻게 싸우고 있을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숙희 아주머니에게 연락해 이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마침 하예정은 낮에 전 씨 그룹 입구에 차를 차 키째로 남겨두었고, 하예진은 동생을 도와 집으로 몰고 갔다가 그 차로 다시 이곳에 왔다.“큰 사모님께선 어떠세요?”장 씨 아저씨는 숙희 아주머니 뒤에 있는 차를
하예정은 놀란 얼굴로 언니를 쳐다보며 수저를 놓고 일어나 언니에게로 다가갔다.전태윤이 본능적으로 일어서는 그녀의 손목을 움켜잡자, 그녀는 그를 차갑게 쏘아보았다.“예정아...”전태윤은 와이프의 눈길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둘의 관계는 하룻밤 사이에 처음 만난 때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아니, 그때보다도 더 서먹하다.그는 결국 잡았던 손을 놓아주었다.“예정아!”하예진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둘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하예정은 언니를 부르며 언니의 품에 와락 안겼다.“우리 예정이...”하예진은 안쓰러워하며 동생을 꼭 껴안았다.“괜찮아, 울고 싶으면 울어, 언니가 있으니...”“언니...”하예정은 애써 억눌렀던 감정을 더는 주체하지 못하고, 언니 품에 안겨 한바탕 울었다.전태윤은 멀지 않은 곳에 서서 와이프가 우는 것을 지켜보며 마음이 아파서 죽을 지경이었지만, 그녀에게 위로를 해주지 못했다. 그녀가 눈물을 흘리는 것은 모두 그 때문이니...10분 후.두 자매는 나란히 앉았고 전태윤은 그 맞은편에 홀로 앉았다.“제부, 전 예정이를 데리러 온 거에요.”하예진이 단도직입으로 말했다.전태윤은 굳은 표정으로 하예정을 집에 붙잡아 두려 노력했다.“처형, 여기가 바로 예정의 집이에요. 우린 부부이고 내가 어디서 살면, 그곳이 예정의 집인 거예요.”“예정이를 친정에 잠시 머물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처형, 우빈이를 데리고 여기로 이사 와요.”“...”“제부! 지금 이게 무슨 뜻이죠?”하예진은 표정이 엄숙해졌다.“지금 예정이를 이 별장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뜻인가요? 지금 당신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거예요? 이렇게 하면 예정이를 붙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천만에요! 부부 갈등만 더 심해질 거예요.”“예정이는 떠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난 예정이를 절대 내 시야에서 벗어나게 할 수 없어요!”전태윤은 단호하게 말했다.“전태윤 씨!”하예진은 화가 나 말문이 막혔다.“언니, 됐어. 더 말
“처형, 전 예정이를 잃고 싶지 않아요, 절대 이혼할 수 없어요!”전태윤이 먼저 말했다.“처형, 저도 제가 계속 신분을 숨겼다는 걸 인정해요, 예정이에게 사기 친 것과 다름없죠, 예정인 다른 사람과 달라 내가 부자라고 해도 기뻐하지 않을 거예요. 저도 예정이한테 너무 미안해요, 예정이가 화가 난다면 절 때리고 욕해도 돼요, 하지만 절대 떠나게는 할 수 없어요, 이혼은 불가능하다고요!”전태윤의 말이 끝나자 하예진이 입을 열었다.“제부는 예정이가 이 별장에서 나가면 영원히 다시 볼 수 없을 거로 생각하는 거예요?”전태윤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는 정말 두려웠다.그녀가 이 별장을 떠나면 다시는 볼 수 없게 될까 봐 걱정되었다.“제부, 예정이는 내 친동생이에요. 우린 오랫동안 함께 살아왔고, 나보다 예정이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예정이는 일에 부딪히면 움츠러들고 도망갈 사람이 아니에요, 아무리 화가 나도, 절대 도망가지 않을 거예요. 피하는 건 아무런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나쁜 상황이라도 용감하게 맞서야 해요.”“...”“예정이를 우리 집에서 며칠 동안 머물게 하면서 냉정하게 고민할 시간을 주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설사 이곳에 강제로 남겨 둔다 해도, 예정이가 한번 결정을 내리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거에요.”“...”“예전에 난 제부가 이 정도로 막무가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 일로 당신의 본성을 알게 된 것 같네요. 예정이가 이런 제부를 좋아할지 않을지 한번 생각해 봐요. 손에 움켜쥔 모래는 꽉 잡을수록 더 빨리 새 나갈 거예요. 마찬가지로, 제부가 막무가내로 나갈수록 예정이는 더 떠나고 싶어 할 거예요. 그동안 당신들이 키워온 그 감정들은 제부가 이럴수록 더 빨리 소모되어 돌이킬 여지가 없어질 거예요.”“...”“제부는 자기 생각이 있는 예정이를 원해요, 아니면 제부 말만 듣는 예정이를 원해요? 이렇게 막무가내로 감금하는 건 아무런 효과가 없어요. 아무튼 잘 생각해 봐요. 그리고 얼음 좀
주우빈은 노동명의 손을 피하며 침대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엄마를 찾았다. 하지만 엄마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더욱 심하게 울었다.“우빈아, 울지 마, 아저씨가 사탕 줄게.”노동명이 그를 달랬다.“싫어요, 엄마 보고 싶어요.”“그럼, 아저씨가 바람개비 사줄까?”“바람개비도 싫어요, 엄마!!!”아이를 달래는 경험이 없는 노동명은 아무리 애를 써도 주우빈을 달랠 수 없었다.그는 휴대폰을 꺼내 주우빈에게 건네며 달래보았다.“제발 울지 마, 자, 아저씨 휴대폰 가지고 놀아, 애니메이션 볼래?”주우빈은 손으로 그의 휴대폰을 밀쳤다.“싫어요!”머리가 아파 난 노동명은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요즘 애들은 휴대폰만 쥐어주면 다 되던데...”다만 주우빈에게는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하긴, 너무 어린 주우빈은 휴대폰을 사용하기에 적합하진 않지.그때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노동명은 자기가 휴대폰으로 아이를 달래는 모습을 하예진에게 들킬까 봐 얼른 휴대폰을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었다.그것은 남의 아이를 잘못 가르치는 것이다.멀리서부터 아들의 울음소리를 들은 하예진은 빠른 걸음으로 위층으로 올라가 얼른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엄마!”주우빈은 엄마가 돌아오자 울면서 달려갔다.하예진은 허리를 굽혀 주우빈을 안고 휴지로 눈물을 닦아주었다.“우빈아, 엄마 왔으니 울지 마.”그녀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랬다.“울지 마. 엄마는 일이 있어 잠깐 나갔다 온 거지 우빈이를 버린 것이 아니야. 옆에 노 아저씨가 계시는데, 뭐가 무서워.”‘아저씨가 무서운 거야!’노동명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예진 씨, 우빈이가 깨어나 날 보더니 엄마를 부르며 우는데, 어떤 방법으로도 달랠 수가 없었어요.”그는 정말 아이를 달래는 경험이 없었다.“우빈이는 깨나서 내가 보이지 않으면 울어요, 예정이가 옆에 있으면 좀 괜찮은데, 다른 사람들은 절대 달랠 수가 없어요. 애 아빠조차도 달래지 못해요.”물론 주형인은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고마워할 필요 없어. 태윤이네 부부가 걱정된 것뿐이야.”노동명은 하예진이 오해할까 봐 솔직하게 말했다.“태윤이네 부부를 보러 갔었지? 어떻게 됐어?”노동명이 걱정되듯 묻자 하예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노 대표님은 전태윤과 오랫동안 알고 지냈을뿐만 아니라 사이좋은 친구이기도 하죠? 간단히 비즈니스가 오가는 관계가 아니었네요. 노 대표님까지도 전태윤을 도와 거짓말로 우리를 속인 거네요.”“태윤이의 성격이 어떤지는 예진 씨가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잖아. 그는 지금 예정 씨를 남겨두기만 하면 일이 해결될 거라고 고집하고 있어. 예정 씨가 그의 별장에서 나오려고 해도 나오지 못하게 하고 있는데, 내가 보기엔 태윤인 이미 거의 지쳤고 예정 씨도 약간 포기한 것 같아.”노동명은 뭔가 친구를 위해 좋은 말을 하고 싶었지만, 막상 말하려 해도 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생각이 안 났다. 생각해낼 수 있는 좋은 말들은 이미 입에 침이 마르도록 수없이 했고 하예진에게서 물도 적지 않게 얻어 마셨다.“지금은 태윤이가 생각을 바꾸지 않는 이상 이 상황이 변하지 않을 거야.”노동명은 전태윤의 그 못된 성격을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태윤에게 며칠만 시간을 더 줘. 태윤이는 분명히 생각을 바로잡을 거야. 예정 씨를 그의 곁에 붙잡아 두면 둘수록 관계가 더 나빠질 거라는 걸 알아차릴 거야.”자신처럼 사랑이라곤 티끌만치도 모르는 사람도 아는 도리를 전태윤이 계속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노동명은 시간을 보더니 하예진에게 말했다.“예진 씨, 나 먼저 가볼게, 나중에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해.”“문 앞까지 바래다 드릴게요.”노동명은 하예진의 배웅을 거절하지 않았다.하예진은 아들을 안고 노동명을 아래층으로 바래다주었다.“우빈아, 아저씨 간다.”노동명은 귀여운 주우빈의 작은 얼굴을 살짝 꼬집었다. 주우빈이 그의 손을 밀어내기 전에 그는 손을 뗐다. 주우빈이 화난 눈으로 쏘아보자, 노동명은 웃으며 차에 올라 재빨리 차를 몰고 떠났다.노동명의 차가 보이지 않자
하지만 주형인 부부는 신혼 축하도 미처 하지 못하고 사장님의 전화에 다시 회사로 돌아가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그는 전 대표의 와이프에 관한 인터뷰를 보았다.하예정의 남편 전태윤이 전씨 그룹 대표라는 것을 본 그는 처음엔 아닐 거라 마음속으로 부정했지만 결국 사실이었다.서현주는 이 소식을 알았을 때 질투심에 미칠 지경이었다. 하예진이 한순간에 대표 와이프가 된 사실에 질투가 났다. 지난번에 이경혜가 하예진 자매의 친이모라는 것을 알고 난 후에도 서현주는 질투했었다. 그녀가 오후 내내 질투로 가득 찬 심정으로 있는 것이 주형인을 매우 불쾌하게 했다.‘하예정이 전씨 집안의 큰 도련님과 결혼한 것은 하예정의 일인데, 현주가 이렇게 질투하는 걸 보면 설마 나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걸까?’“예진아!”주형인은 드디어 말을 이었다. 하지만 입에서 나온 말은 질책하는 말뿐이었다. “방금 그 남자가 노 대표야? 노 대표가 당신 집에서 나오던데 뭘 했어? 그 사람 당신한테 구애하고 있는 거야?”하예진은 최근에 살이 많이 빠졌다. 날씬하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혼 전에 비해 많이 예뻐졌다.“어쩐지 지금 살을 이렇게 빨리 뺀다고 했어. 살을 빼서 예뻐지면 당신 여동생처럼 운명이 바뀔 수 있다고 믿는 거야? 전에 부부였던 걸 봐서 내가 진심으로 말해주는데, 주제넘게 굴지 마. 노 대표는 네가 감히 넘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재혼하고 싶은 생각이라면, 영감한테 시집가도 다행인 거야. 나처럼 이혼하고도 젊고 예쁜 여자랑 결혼할 수 있을 것 같아?”하예진의 표정은 차가워졌다.“나와 노 대표가 어떤 관계든 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 당신이 뭔데? 내 일에 참견할 자격이라도 있어? 그래, 당신 참 대단해. 이혼해서도 젊고 예쁜 여자랑 결혼해 집에 데리고 갈 수 있어서. 그렇게 대단하면 집에 가서 당신의 젊고 예쁜 새 와이프를 찾을 것이지 왜 낼 찾아온 거야? 설마 서현주랑 결혼하고 나서야 그 여자가 나보다 못하다는 걸 알고 후회하는 건 아니지?”주형인은
“할머니, 제가 뭐가 똑똑해요, 전 진짜 멍청해요. 할머니야말로 대단하신 분이죠.”전이혁은 할머니께 아부하는 멘트를 던졌다.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아부라고 할 수 없는 게, 할머니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전씨 가문 자손들은 이미 충분히 뛰어난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할머니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할머니는 마치 삼장법사였고 자손들은 손오공 같은 존재로 손오공이 아무리 강해도 삼장법사 앞에선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할머니, 저 진짜 꼼수 같은 거 부리지 않아요.”“그건 네 사정이고. 어떻게 하든 네 마음대로 해. 할머니는 이미 너에게 신붓감을 골라줬고, 대시하든 포기하든 그것 역시 너에게 달린 일이야. 1년이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줬다고 생각한다.”“하지만 한 가지 경고할게. 지금까지 우리 전씨 가문에는 일편단심인 남자만 있었을 뿐 양다리를 걸치는 남자는 없었어. 네가 전씨 가문의 가풍을 망가뜨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전이혁은 최대한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알겠어요, 할머니. 저 이제 운전해야 해요. 도착해서 또 이야기 나눠요.”“그래, 운전 조심하고.”할머니는 전이혁에게 안전을 당부하고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은 뒤, 할머니는 곧장 양씨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양 집사, 내 생선은?”할머니는 자신이 잡은 생선을 혹시 다른 사람이 먹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양씨 아저씨는 웃으며 대답했다.“어르신께서 구운 생선은 냄새가 정말 좋아요. 아무도 어르신의 생선을 뺏어 먹으려 하지 않으니 안심하세요.”그들 몇몇 자식들 따라 직원 숙소에서 지내는 할머니들은 전씨 할머니가 좋은 분인 걸 알고 함께 수다도 떨고 낚시도 하지만 전씨 가문의 중심인 전씨 할머니의 권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은 전씨 할머니의 물건을 건드리는 일은 없었다. 혹시나 건드렸다가 이곳에서 일하는 자식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었으니까.서원 리조트의 모든 직원은 훌륭한 대우와 복지를 받고 있었다. 산기슭에 지어진 숙소는 혼자인
두 사람은 함께 아침을 먹은 후, 방을 나섰다.그러자 집사는 전태윤이 다음에 올 때 묵을 수 있도록 스위트룸을 원래 상태로 정리하기 시작했다.도아영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서 다시 잠을 청했다.전이혁은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할머니가 전화를 받자 물었다.“할머니, 지금 어디 계세요?”“리조트에 있어. 무슨 일이야? 할머니 보고 싶어? 그렇다면 와서 할머니랑 같이 밥 한 끼 먹자.”그러더니 할머니는 한 마디 덧붙였다.“지금 생선이 막 익었어. 냄새 진짜 좋다.”전이혁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침부터 생선 구워 드세요?”“너한테 말한 거 아니야. 친구들이랑 얘기 중이었어. 아침부터 생선 구우면 안 돼? 그리고 지금 아침도 아니잖아. 아홉 시도 넘었네, 해가 중천에 뜨려고 하고 있어.”“오늘 날씨도 풀렸고, 할머니는 친구들이랑 낚시 갔다가 지금은 잡은 생선 구워 먹고 있어. 소풍하는 느낌이라 꽤 괜찮아.”전이혁은 그 모습이 쉽게 그려졌다. 산 아래에는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고 물 아래에는 물고기와 새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할머니는 가끔 몇몇 직원들의 어머니들과 함께 낚시하곤 했었다. 냇가에는 큰 나무 한 그루 있었는데 그 아래에는 돌로 된 테이블이 몇 개 있어 할머니의 한마디면 집사는 바비큐 그릴을 가져와 그들이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할머니가 말하길, 그들은 먹는 것보다는 굽는 과정을 더 즐겼다. 비록 직원이 구워줄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다른 사람이 구워주는 건 맛이 없다며 투덜대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 먹지 못할 때면 남은 건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었다.서원 리조트의 직원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할머니는 권위를 내세우며 직원들에게 막 대하지 않고 옆집 할머니처럼 따뜻하게 대해준다는 사실을.“할머니, 생선 더 잡아서 구워주세요. 저 지금 갈게요.”전이혁은 결심한 듯 할머니에게 진실을 털어놓으러 갈 생각이었다.“네가 와서 직접 잡아. 손질까지 하면 할머니가 구워줄게.”그러더니 할머니는 전이혁에게 물었다.“
“여긴 호텔 맞고, 당연히 아영 씨가 묵던 방일 수가 없죠. 어제 아영 씨가 취해서 방에 데려다줬는데 눕자마자 토하더라고요. 침대랑 바닥까지 모두 엉망이 돼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방으로 옮겼어요.”전이혁은 다시 자리에 앉더니 도아영에게 말했다.“아영 씨 술 취하면 정말 감당하기 힘들어요. 앞으로 술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네요.”도아영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뗐다.“제가 전이혁 씨랑 함께 많이 마신 건 알겠는데 그 뒤로는 기억이 하나도 안 나네요. 그런데 그 술 진짜 맛있었어요. 제가 해주시로 돌아갈 때 한 박스만 챙겨줘요. 기분 안 좋을 때 집에서 한두 잔 마시려고요.”“아영 씨가 그 정도로 술이 부족하진 않을 텐데요?”전이혁은 도아영의 집에 좋은 술이 부족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그는 도아영의 말이 전혀 믿기지 않았다.“맞아요. 술이 부족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전이혁 씨가 준 술은 부족하죠.”전이혁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래요. 아영 씨가 돌아갈 때 한 박스 챙겨줄게요. 그리고 관성 특산물도 좀 챙길 테니 같이 가져가요. 어찌 되었든 먼 길 왔는데 헛걸음하게 하면 안 되니까요.”도아영은 웃으며 대답했다.“맞아요. 헛걸음하게 만들면 안 되죠.”그러더니 그녀는 전이혁의 옆으로 다가가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전이혁 씨, 여기 꿀 있어요? 머리가 아파서 그러는데 저 꿀물 좀 타 주면 안 돼요?”“아까는 참을 만하다면서요?”전이혁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일단 세수 좀 하고요. 그리고 타 줄게요. 아영 씨도 세수해요.”“목욕할 거면 아영 씨 방에 가서 해요. 여긴 우리 형이 자주 묵는 스위트룸인데, 아영 씨니까 형이 허락한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형수님이 부탁해도 절대 안 된다고 했을 거예요.”전이혁의 큰형과 형수님은 도아영이 할머니께서 정해준 자신의 신붓감이라는 걸 알고,이미 도아영을 가족이나 다름없이 생각하고 있었다.어젯밤, 전이혁이 그런 말을 했을 때 도아영은 살짝 기분이 상했었다. 하지만
전이혁은 얼른 도아영을 부축하더니 살짝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아영 씨, 또 왜 그래요?”“저... 화장실... ”도아영은 눈이 풀린 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화장실 가고 싶어요?”도아영은 비틀거리며 제대로 걷기도 힘든 상태였고 전이혁의 표정은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도아영을 혼자 화장실에 가게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남자인 자신이 부축해서 데려가는 것도 난감한 일이었다.도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전이혁은 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다시 한번 물었다.“혼자 괜찮겠어요?”도아영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녀는 이미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를 정도로 심하게 취해 있었다.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전이혁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부축해 화장실로 데려가야 했다. 전이혁은 가면서도 입으로는 끊임없이 투덜거렸다.그는 도아영을 화장실로 들여보내고 도망치듯 밖으로 뛰어나왔다.전이혁은 도아영이 나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10분이 넘도록 나오지 않았고, 노크를 해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결국, 전이혁은 걱정된 마음에 문을 살짝 열어 안을 들여다봤지만 무슨 일인지 도아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어? 어디 간 거야?’전이혁은 의심스러운 마음에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 보았다. 그 결과, 도아영은 화장실 문 옆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러니 문틈 사이로 도아영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이 여자 진짜!”도아영의 모습을 보자, 전이혁은 앞으로 절대 그녀에게 술을 많이 마시게 하지 않으리라고 결심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이혁은 앞으로 자신이 도아영과 함께 밥을 먹게 된다면 그녀에게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자신 말고는 도아영이 다른 누구와 함께 얼마나 마시든, 그건 전이혁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전이혁은 안으로 들어가 도아영을 안고 나온 뒤,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그는 원래 방으로 돌아가 쉴 예정이었지만, 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결국 그날 저녁,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