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심기찬은 숨도 제대로 이어 가지 못한 채 두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네 엄마는 미친 사람이었어. 하씨 가문의 손을 빌려 판을 하나 짠 거야. 가장 핵심적인 원형주 생체 활성화 키는 15년 전에 이미 암초 펀드 최하층의 사략 루트를 통해 대서양 심해로 보내 버렸어! 지금 본토에 남은 이 약은 심해 고도에서 동적 전하로 활성화하지 않으면 3개월 안에 전부 괴사해 독물 한 관으로 변해!”그는 단숨에 말을 끝내더니 마지막 생명력까지 빠져나간 사람처럼 백옥 위패 옆에 완전히 쓰러졌다.‘생체 활성화 키’라는 말을 들은 정윤재가 길게 숨을 내쉬고는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딸깍’ 하고 눌렀다.초여름 햇빛 아래 불꽃은 섬뜩할 만큼 창백했다.“하, 재밌군. 강성의 해외 역외 시세판이 백 년 동안 피가죽을 씻어 냈는데, 막상 결판이 난 지금까지도 이 심해 판의 입장권조차 만져 보지 못했다니.”정윤재가 차갑게 웃으며 라이터를 바닥에 던졌다.딸깍.바로 그 순간, 전원이 완전히 끊기고 내부 황동 톱니바퀴까지 고압 전기불꽃에 절반이나 녹은 강철 암호 상자에서 맑은 금속 튀김 소리가 났다. 밑면에서 황동 인장을 끼우는 깊은 비밀 홈에 마지막 불규칙 전하가 튕겨 나온 탓이었다.심하온의 왼손이 묵직하게 내려앉았다.매미 날개처럼 얇고 가장자리가 수은 독성과 말라붙은 검은 피에 완전히 젖은 낡은 크라프트지 한 장이 상자의 물리적 틈새에서 소리 없이 역방향으로 밀려 나왔다.종이는 심하게 낡아 있었다. 그해 마지막 청산 때 남은 탄내까지 배어 있었다.심하온은 왼손 검지와 중지로 종잇조각을 집어 뒤집어 봤다. 동공이 바늘 끝만큼 작게 수축했다.종이에는 복잡한 공식이나 코드가 적혀 있지 않았다.임민정이 15년 전 고택 지하 전산실에서 왼손으로 거꾸로 써 내려간, 종이를 찢을 듯 힘이 들어간 한 구절의 피 묻은 문장뿐이었다.[사랑하는 하온아, 이 글을 보면 도망쳐라.]“도망치라고? 어디로?”바닥에 쓰러진 진중석의 몸이 기이하게 경련했다. 초점마저 풀려 가던 두 눈에서
미크론 단위의 푸른 코드가 초여름 햇살 아래 유령처럼 미친 듯 요동쳤다. 영혼을 떨게 할 만큼 차가운 기계적 감촉이 느껴졌다.시끄럽기 그지없던 심씨 가문 고택의 폐허가 그 순간 기이한 정적에 빠졌다.딸깍, 사락...외곽 인원들은 막 들어 올리던 청 벽돌 몇 장을 놓쳤다. 벽돌이 진흙 물에 세게 떨어지며 흙탕물이 높이 튀었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완전히 쓰러져 있던 강성 캐피탈의 잔여 결사대도 움직임이 일제히 허공에서 멎었다.진중석의 얼굴은 잿빛으로 변했다.마이크로파 블라인드 음의 투과력은 너무도 무시무시했다. 강성 해외펀드의 가장 핵심적인 방공 격리 주파수 대역을 직접 타고 있었다.앞으로 한 걸음 내딛던 정윤재도 멈췄다. 흑강 수갑을 막 풀어 붉은 눌림 자국이 가득한 오른손은 이미 심하온의 텅 빈 오른쪽 소맷자락 앞까지 뻗어 있었다. 손끝에는 조금 전 초과 주파수 대결에서 묻은 그을음이 남아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오른손은 허공에서 완전히 굳었다.툭.입에 비스듬히 물고 있던 담배 끝의 재가 더는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떨리며 구두 등 위에 떨어졌다. 구두 표면에 검은 자국 하나가 남았다.정윤재의 눈에서 세상을 우습게 보던 능글맞은 기색이 1초도 되지 않아 깨끗이 사라졌다. 대신 극도로 위험하고 음울한 빛이 내려앉았다. 그는 심하온에게 더 손을 내밀지 않고 손을 뒤집어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그 안의 차가운 작은 금속 라이터를 신경질적으로 몇 번이고 반복해 만졌다.해외 생화학국 시세판에 깔린 모든 비밀 선이 그 순간, 타 버린 상자 하나로 인해 전면적으로 물리 활성화됐다.‘쯧, 하늘이 정말 살길을 안 주네.’심하온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생각은 또 한없이 엉뚱한 데로 달아났다.‘조용해진 지 3분도 안 됐는데 임민정 여사의 저승사자 부적은 참 끊이지도 않네. 다 끝나면 병원에 가서 접수하기로 했잖아? 정형외과에서 엑스레이 한 장 찍을 틈도 안 주다니. 모성애가 산처럼 머리 위로 떨어지는 수준이군.’“하... 하온아...”바람 빠진
너무도 익숙하고 얄미울 만큼 능글맞은 목소리가 아무 예고 없이 고택의 반쯤 무너진 영벽 뒤에서 들려왔다.심하온의 몸이 그대로 굳었다. 그녀는 조금 쉰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아침 햇살은 이제 강운시 위의 먹구름을 완전히 갈라놓았다. 액체질소 얼음 조각이 잔뜩 붙은 심씨 가문 고택 골목 입구에, 차체 한쪽이 자동화기 탄흔으로 벌집이 되고 왼쪽 문조차 제대로 닫히지 않는 반파된 방탄차가 비스듬히 서 있었다.안쪽에서 누군가 힘으로 차 문을 밀어 열었다.정윤재는 흠집투성이 차 문에 비스듬히 기대 서 있었다. 특별 형사 심문실에서 담배 냄새가 밸 대로 밴 회색 면 티셔츠에는 채찍으로 맞아 말라붙은 피가 곳곳에 남아 있었다. 영구적으로 내려앉은 왼쪽 어깨는 기형적으로 낮은 곡선을 그렸다.그러나 흑강 수갑을 막 풀어낸 오른손은 느긋하게 바지 주머니에 들어가 있었다. 심하온의 엉망인 모습을 본 그는 도발하듯 한쪽 눈썹을 치켜들었다. 특별형사 의자에 앉아서도 잃지 않았던 눈 속의 사나운 기운은 초여름 첫 햇살을 만나서야 아주 옅은 미소로 흩어졌다.“윤재 씨, 출소했으면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을 줄도 몰라? 서강 제약 본사 기자회견이 아직 덜 시끄러운가 보지?”심하온은 입으로는 가차 없이 쏘아붙였지만, 멀쩡한 왼손은 자신도 모르게 주머니 가장자리를 더듬었다.“옷은 무슨. 내가 특별형사 구역에 한 번 다녀오면서 정씨 가문의 백 년 봉인 기록까지 쏟아부었어. 하온아, 임민정에게 씌워졌던 15년 전 본토의 모든 죄명은 오늘 아침 여섯 시부로 특수관리국 시스템에서 전부 무죄 처리됐어.”정윤재가 폐허 속의 그녀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지하 감옥에서 묻혀 온 죽음의 기운이 햇빛에 한 겹씩 증발했다.“이제 너도 평생 처음으로 떳떳하게 햇볕 아래 서서 빛을 쬘 수 있어.”그녀 앞에 선 그가 흑강 수갑에 쓸린 자국으로 가득한 오른손을 뻗었다. 초여름 바람에 거칠게 펄럭이는 텅 빈 오른쪽 정장 소매를 한번 만져 보려는 듯했다.심하온은 피로
“하온아... 해외 판은... 되돌렸느냐?”심기찬의 입술에는 방금 인장을 깨물며 묻은 더러운 피가 남아 있었다. 발음이 뭉개진 채 그가 물었다.“되돌렸어요. 하씨 가문의 본토 브리지 자본은 현장에서 증발했고요. 아빠, 그 몇 개 안 남은 이빨이 헛되이 부서진 건 아니에요.”심하온은 왼손으로 바닥을 짚고 하반신을 잔해 속에서 조금씩 빼냈다.미치도록 아팠다. 그런데도 속으로는 또 엉뚱한 생각이 튀어나왔다.‘오른팔 망가진 건 그렇다 쳐도 오늘 왼쪽 다리까지 잘못되면, 강운시 바닥으로 돌아갔을 때 뒤에서 심 반신이라고 부르지 않겠어? 안 돼. 돌아가면 정윤재에게 정진 그룹 산하 최고의 정형외과 의사를 모조리 불러오라고 해야겠다.’부녀가 폐허 속에서 겨우 숨을 고르는 사이, 멀리 골목 입구에서 밤새 울어 대던 사이렌 소리가 마침내 날카롭고 빽빽한 울림을 남기며 완전히 멎었다.척, 척, 척!수십 켤레의 목 높은 군화가 축축하고 잔해로 뒤덮인 청석판을 동시에 밟는 소리였다.심하온이 고개를 들었다. 무너진 수화문과 담장 너머로 본토 최고 특수관리국의 특수 번호판을 단 검은 승용차 두 대가 절대적인 규칙의 특권을 앞세워 고택 바깥뜰을 완전히 봉쇄하고 있었다.차 문이 열리자 흰 장갑을 끼고 무표정한 특수관리국 요원들이 붉은 핵심 관인이 찍힌 실물 압수 명령서를 든 채, 아직도 푸른 연기가 피어오르는 폐허로 공무적으로 밀려들었다.진중석은 젊은 요원 두 명에게 무너진 황동 대불의 엉덩이 아래에서 억지로 끌려 나왔다.불과 30분 전 법당에서 ‘물리적 현장 정리’를 떠들던 강성 캐피탈 집행인은 이제 단정하게 넘겼던 머리가 피와 진흙에 뒤엉켜 닭장처럼 변해 있었다. 고급 맞춤 정장 바지는 액체질소에 얼었다가 잔해에 짓눌렸다. 두 종아리뼈는 이미 가루가 됐을 가능성이 컸다.그런데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유일하게 움직이는 오른손은 구리 화로에서 타고 시커먼 가장자리만 남은 압류 명령서 조각을 신경질적으로 움켜쥐고 있었다.“안 졌어... 하씨 가문의 허가문
지하의 초과 가동된 전기 잠금장치는 마지막 3분을 남기고 완전히 자폭했다.가슴을 불안하게 만드는 둔중한 폭발음이 연달아 터졌다. 예로부터 이어져 온 심씨 가문 고택의 법당이 거꾸로 휘몰아치는 누런 흙먼지와 고압 전기불꽃 속에서 굉음을 내며 무너졌다.콰르르릉!높이 3m의 황동 석가모니불상이 부서진 나무와 끊어진 들보 사이에서 균형을 잃었다. 백 년간 쌓인 먼지를 뒤집어쓴 거대한 불상은 무너지는 강철 성벽처럼 폐허 깊숙한 곳을 향해 가차 없이 옆으로 쓰러졌다.한순간 사람의 숨통을 막아 죽일 만큼 짙은 연기와 먼지가 퍼졌다. 액체질소에 얼어붙은 썩은 나무와 화약이 뒤섞인 기묘한 냄새 때문에 눈조차 뜰 수 없었다.얼마나 지났을까. 고막을 뚫어 버릴 듯하던 사방의 굉음이 서서히 가라앉았다.심하온은 끈적하고 뜨거운 격통 속에서 정신을 차렸다.몸의 절반이 벽돌과 깨진 기왓조각 아래에 단단히 파묻혀 있었다. 반듯하게 재단됐던 검은 정장은 이제 걸레짝이 됐고, 소매와 바짓단에는 하얀 서리가 내려앉은 찢어진 구멍이 가득했다.“윽...”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이자 오른쪽 어깨에서 뼈를 도려내는 듯한 통증이 터졌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숨을 들이켰다.조금 전 모든 것을 뒤덮은 붕괴 속에서 황동 휘장이 떨어지는 들보에 거칠게 얻어맞았다. 날카로운 금속 모서리가 얼어붙은 옷감을 뚫고 팔꿈치 위에서 잘린 오른쪽 어깨의 살 속 깊이 박혔다.뜨거운 피가 찢어진 정장 주머니를 따라 흘러나와 액체질소에 하얗게 얼어붙은 나무 부스러기들을 눈부신 붉은색으로 물들였다.하지만 그녀는 어깨의 상처를 돌보지 않았다.심하온의 멀쩡한 왼손은 녹슬었어도 절대 놓지 않는 쇠집게처럼, 임민정의 원제조 신약 원형주가 든 강철 기계식 암호 상자를 여전히 품 안에 필사적으로 끌어안고 있었다.잔해에 눌려 뼈가 아플 지경인데도, 상자는 반 치도 움직이지 않았다.“아빠... 심기찬?”심하온은 입안의 모래를 뱉었다. 거친 사포로 갈아 낸 듯 목소리가 쉬어 있었다. 힘겹게 고개를 돌리자, 반 미터도 떨
“돌아가... 하온아!”심기찬의 목구멍에서 평생 가장 사나운 포효가 터졌다.“아빠!”심하온의 동공이 크게 수축했다. 거의 본능적으로 한 걸음 앞으로 나선 그녀가 멀쩡한 왼손으로 심기찬의 어깨를 덮쳤다.그 순간, 심기찬의 피와 임민정의 문자륜, 강씨 가문 어르신이 대서양 창구 최하층에 남긴 데드 프로그램, 그리고 정윤재가 특별 형사 심문실에서 오른손으로 두드려 만든 특권 전하가 예로부터 이어진 이 낡은 법당 안에서 마침내 마지막 실물 물리 폐쇄회로를 완성했다.대불 좌대 아래 변전함이 초과 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마지막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밤새 축적된 역방향 고압 전류가 심기찬이 박아 넣은 인장을 타고 눈부신 푸른 번개로 변해 암호 상자 최하층에 굉음을 내며 쏟아졌다.“철컥!”강철 기계식 암호 상자의 마지막 물리 댐퍼가 완전히 튕겨 열렸다.무균팩 안에 밀봉되어 희미한 푸른빛을 띠는 시험관 원형주를 심하온이 마지막 11분을 남기고 유일한 왼손으로 한 치씩, 더없이 안정적이고 냉정하게 노트북에 연결된 대서양은행 물리 카드 슬롯에 밀어 넣었다.판 되돌리기가 시작됐다.막 바닥에서 일어난 진중석이 다시 총을 들기도 전, 법당에 유일하게 남은 노트북의 깨진 화면에서 끝까지 버티던 [85%] 인도 진행률이 눈 깜짝할 사이 강제로 0이 됐다.수직으로 곤두박질치던 짙은 초록색 폭포는 대서양 데드록이 전면 해제되는 순간, 암시장 시세판을 뒤엎으며 포효하는 한 마리 용으로 변한 듯했다.강성 캐피탈이 암초 펀드 밑바닥에 걸어 둔 자금부터 해외의 마지막 세 곳 비밀 역외계좌에 숨긴 모든 브리지 자금까지, 그 순간 다국적 청산망에 의해 구분 없이 역방향 자살식 병합 말소 처리됐다.화면에는 미친 듯 올라오는 시스템 봉인 기록의 붉은 글자만 남았다.[대서양 암시장 창구 강제 잠금.][강성 캐피탈 해외 유동자산 청산 결과: 0.][서강 제약 국내 실물 법정권리: 전면 해제, 영구 고정.]“졌어... 어떻게... 이럴 수가...”진중석은 떨리는 총으로 화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