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어떻게…… 저한테 이러실 수 있어요?”
겨우 나온 목소리가 떨렸다.
서라가 무언가 설명하려는 듯 몸을 일으키자 현우는 곧바로 어깨를 눌러 다시 앉혔다.
“넌 가만히 있어. 지금 몸조심해야 할 때야.”
서라는 순순히 그의 손길을 따랐다.
회사에서는 내 앞에서 늘 ‘과장님’이라고 부르던 아이였다. 처음 입사했을 때는 보고서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해 하루에도 몇 번씩 내 자리로 찾아왔고, 야근이 길어지면 밥까지 챙겨 먹였다.
그런 아이가 지금 내 남편의 아이를 가졌다고 했다.
“회사에서는 제가 대표님 아내라는 것도 알고 있었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두 분이…….”
현우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목소리 낮춰. 이미 생긴 애야. 이제 와서 따진다고 뭐가 달라져?”
“그래도 여기는 우리 집이잖아요. 어떻게 이 집에까지 데려올 수 있어요?”
“한지아.”
내 이름 석 자가 낮게 떨어졌다.
평소 같았으면 그 목소리만으로 입을 다물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제가 일을 가르친 직원이에요. 밥까지 챙겨 먹인 애라고요. 그런 애랑 바람피우고 임신까지 시켜놓고, 이제 저더러 한집에서 같이 살라는 거예요?”
현우의 턱이 굳었다.
“그만하라고 했다.”
“싫어요. 아무리 당신 마음대로 살아도 이건 아니잖아요. 서라 씨 데리고 나가세요.”
현우가 성큼 다가왔다.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았다.
“지금 당장 데리고 나가세요.”
짝!
고개가 옆으로 홱 돌아갔다.
순간 귀가 먹먹해졌다. 몇 초가 지나서야 왼쪽 뺨이 화끈거리기 시작했고, 혀끝으로 비릿한 피 맛이 번졌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현우는 방금 아내의 뺨을 때린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차가운 얼굴이었다. 미안하다는 말도 없었다.
오히려 내가 잘못했다는 듯 나를 노려봤다.
“내가 몇 번을 말해. 서라는 지금 임신했어. 네 기분 나쁘다고 사람 몰아붙이다가 내 애 잘못되면 네가 책임질 거야?”
뺨보다 그 말이 더 아팠다.
바람을 피운 것도, 다른 여자를 임신시킨 것도 현우였다. 그 여자를 아내가 사는 집으로 데려온 사람도 그였다.
그런데 잘못한 사람은 어느새 내가 되어 있었다.
“어떻게…… 저한테 이러실 수 있어요?”
현우는 대답 대신 내 턱을 움켜쥐었다. 조금 전 맞은 뺨까지 손가락이 닿자 저릿한 통증이 번졌다.
“내가 설명했으면 알아들어야지. 이미 생긴 애고, 서라는 오늘부터 여기서 지낼 거야. 괜히 건드리지 말고 조용히 있어.”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알아들었어?”
눈물이 차올랐지만 삼켰다.
결국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현우가 손을 놓았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서라에게 돌아가 흘러내린 재킷을 직접 여며주었다.
방금 전 나를 때리고 턱을 움켜쥐었던 바로 그 손이었다.
“사모님.”
서라가 한 손을 아랫배에 올린 채 조심스럽게 나를 불렀다.
“앞으로는 제가 이 집에서 지낼 거예요. 그러니까 집은 걱정하지 마세요.”
미안하다는 듯 눈을 내리깔았다.
“사모님은 밖에 나가서…… 그분한테 잘해주시면 되잖아요.”
숨이 턱 막혔다.
말투는 조심스러웠지만 이상했다.
그때 현우가 보지 않는 순간, 서라가 눈을 들었다. 미안한 기색은 사라지고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가 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민서라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내가 백현우의 아내라는 것도.
자기가 누구의 남편을 빼앗았는지도. 그리고 내가 다른 남자에게 보내진다는 것까지.그런데도 내 집으로 들어왔다.
내 남편은 나를 팔았다.
그리고 내가 비우게 될 자리를—
내가 밥을 먹여가며 가르쳤던 여자가 차지하고 있었다.
“한 과장, 투자사 대표님이 먼저 와 계신데 담당자가 이렇게 들어오면 어떡해? 시간 관리부터 제대로 해야 하는 거 아니야?”지아는 벽에 걸린 시계를 한 번 확인했다. 아직 회의 시작까지 몇 분이 남아 있었다.“회의 시작 전까지 도착했고, 요청하신 자료도 준비했습니다.”“말대꾸하지 말고 앉아. 서라 씨는 어제도 늦게까지 남아서 보고서를 정리했어. 한 과장도 그런 책임감은 좀 배워야지.”서라가 얼른 손을 내저었다.“대표님, 그러지 마세요. 과장님도 바쁘셨을 텐데요. 저는 그냥 대표님께 도움이 되고 싶어서 한 거예요.”말은 지아를 감싸는 듯했지만 서라는 현우의 팔꿈치에 손을 얹으며 눈을 맞췄다.“그래도 대표님이 옆에서 챙겨 주시니까 힘든 줄도 몰랐어요.”현우는 그녀의 손을 피하지 않았다.“그러니까 내가 서라 씨를 높이 평가하는 거야.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하잖아.”이건은 지아를 바라보았다.지아는 아무 말 없이 자리에 앉아 자료를 펼쳤다. 표정은 차분했지만 서류철을 붙잡은 손끝이 희게 질려 있었다.이건의 시선이 천천히 현우에게 돌아갔다.아내가 보는 앞에서 다른 여자와 저토록 노골적으로 친밀하게 구는 남자.그 여자를 칭찬하기 위해 아내를 공개적으로 깎아내리는 남자.그런 남자가 지아의 남편이었다.이건은 손에 쥔 만년필을 세게 움켜쥐었다.딱.손아귀에서 짧은 파열음이 났다. 만년필 뚜껑에 금이 가 있었다.작은 소리에 비서가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이건은 부러진 펜을 내려놓았다.“백 대표님.”그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현우가 황급히 몸을 돌렸다.“예, 진 대표님.”“오늘 회의가 직원들의 충성심을 평가하는 자리입니까?”현우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그런 뜻은 아닙니다만…….”“그렇다면 업무와 관계없는 평가는 그만하시죠. 도원은 누가 대표님 곁에서 늦게까지 시간을 보냈는지 확인하러 온 게 아닙니다.”회의실이 조용해졌다.서라가 현우의 팔에서 손을 떼었다.이건은 두 사람을 차례로 바라보았다.“누가 실제로 일을 했는지 확
물류 계약별 운송단가 비교표, 물동량 변동에 따른 비용 시뮬레이션, 계약 조건별 절감 가능액까지 모두 그녀가 작성한 자료였다.반면 최종본에서는 분석 과정이 삭제되었고, 대표이사가 직접 절감 방안을 수립한 것처럼 문구가 바뀌어 있었다.이건은 화면을 내려다보았다.남편이라는 자리가 아내의 성과까지 빼앗을 권리를 주는 것인가.손에 쥔 만년필이 손가락 사이에서 느리게 돌아갔다. 그는 펜을 내려놓으려다 자신이 지나치게 세게 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백림유통에 연락하세요. 작성 책임자와 수정 승인자를 다음 실무회의에 참석시키라고 하세요.”“백 대표님께 직접 전달하겠습니다.”“그리고 이번 보고서는 승인하지 않겠습니다. 원본과 수정본의 차이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비서가 나간 뒤에도 이건은 화면을 닫지 않았다.수정 이력에 낯선 이름 하나가 남아 있었다.민서라.한지아가 원본을 제출한 다음 날 오전, 그녀가 주요 문구를 수정한 기록이었다.이건은 그 이름을 한동안 바라보았다.백현우는 아내가 작성한 보고서에서 이름을 지워 놓고도 자신 앞에서는 좋은 남편인 척 웃었다.그 웃음이 다시 떠오르자 이건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다음 실무회의가 열리는 날, 백림유통 회의실은 아침부터 분주했다.이건이 들어섰을 때 현우는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의 옆에는 연한 분홍빛 블라우스와 몸에 맞게 재단된 치마를 입은 젊은 여자가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민서라는 이건을 발견하자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입가에는 환한 웃음을 띠었지만, 시선은 그가 자신을 얼마나 오래 바라보는지 살피듯 머물렀다.“안녕하세요, 진 대표님. 전략기획팀 민서라예요. 오늘은 제가 직접 자료를 준비했어요.”서라는 서류철을 건네면서 필요 이상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손목에서 달콤한 향수 냄새가 풍겼다.“대표님처럼 꼼꼼하신 분 앞에서 발표하려니 어젯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혹시 실수하더라도 너무 무섭게 보지 말아 주세요.”말끝에 가벼운 웃음이 섞였다.
한지아가 회의실을 떠난 뒤에도 이건은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다.맞은편에는 그녀가 앉았던 의자가 조금 뒤로 밀려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손도 대지 않은 물잔이 남아 있었다. 이건은 손목시계를 다시 차며 방금 끝난 회의를 떠올렸다.처음에는 투자 자료를 확인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지아가 설명을 마치고 일어설까 봐 다음 질문을 찾고 있었다. 이미 답을 알고 있는 항목까지 다시 물으며 그녀를 붙잡아 둔 것은 투자자로서도, 대표로서도 합리적인 행동이 아니었다.그런데 후회는 들지 않았다.오히려 마음에 걸리는 것은 다른 쪽이었다.백현우.그 남자가 지아를 아내라고 부르던 목소리였다. 자신에게는 지나치게 공손하면서도 지아의 능력을 이야기할 때면 당연하다는 듯 깎아내리던 태도까지 선명하게 떠올랐다.이건은 테이블 위에 놓인 서류철을 집어 들었다. 현우가 지아를 자신의 소유물처럼 이야기하던 순간, 그는 하마터면 투자와 관계없는 말을 꺼낼 뻔했다.남편이라는 게 그렇게 대단한 권리인가.이건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남의 부부관계에 끼어들 이유는 없었다. 더욱이 지아가 자신에게 도움을 청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도 현우가 그녀를 함부로 대하는 모습을 다시 보게 된다면, 이번처럼 침착하게 앉아 있을 자신이 없었다.회의실을 나서자 복도 끝에서 기다리던 비서가 다가왔다.“대표님, 백림유통 측에서 수정된 투자 집행계획서를 내일까지 보내겠다고 합니다.”“한 과장님이 작성하는 겁니까?”“전략기획팀에서 취합한다고 들었습니다. 최종 결재는 백현우 대표가 할 예정이고요.”이건은 걸음을 멈췄다.“원본과 최종본을 모두 확인할 수 있도록 요청하세요. 특히 한 과장님이 작성한 분석 자료는 최초 제출본부터 수정 이력까지 빠짐없이 받겠습니다.”비서가 태블릿에 지시사항을 기록했다.“알겠습니다. 다음 주 현장 점검은 실무진에게 맡기셔도 됩니다. 대표님께서 직접 참석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그 일정은 그대로 두세요. 그리고 백림유통에서 한 과장님의 담당 업무를 변
잠시 후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회의실 문이 열렸다.백현우가 먼저 들어왔고, 그 뒤로 재무담당 임원과 한지아가 따라왔다.이건은 현우와 인사를 나눈 뒤 지아를 바라보았다.“한 과장님, 이쪽에 앉으시면 됩니다.”지아는 자신의 이름표를 확인하고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제가 이 자리에 앉는 건가요?”“오늘은 한 과장님께 직접 확인할 내용이 많습니다.”“아, 네. 알겠습니다.”지아는 의자를 당겨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이건은 그녀가 자료를 준비하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자리에 앉았다.현우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이건은 그 시선을 알아차렸지만 굳이 반응하지 않았다.회의가 시작되자 지아는 준비한 자료를 차분하게 설명했다.이건은 필요한 부분에서 질문했고, 그녀가 대답하는 동안에는 말을 끊지 않았다.그러다 현우가 중간에 끼어들었다.“그 부분은 제가 보충 설명하겠습니다. 한 과장이 아직 사업 전체의 방향까지는 충분히 파악하지 못해서…….”“잠시만요.”이건이 고개를 들었다.“지금은 한 과장님의 설명을 듣고 있습니다.”“아니, 그래도 제가 대표로서 전체적인 방향을…….”“그 부분은 다음 안건에서 듣겠습니다.”이건은 다시 지아를 바라보았다.“계속하시죠.”지아는 잠깐 숨을 고른 뒤 다음 자료로 넘어갔다.“네. 이 부분은 기존 운송 계약을 유지할 경우와 조건을 재협상할 경우 발생하는 비용 차이를 비교한 내용입니다.”이건은 그녀의 설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현우가 다시 말을 꺼내려 하자 이건은 손에 쥔 펜을 내려놓았다.“백 대표님, 전체 사업 방향에 관한 의견은 마지막에 따로 듣겠습니다. 지금은 실무 자료부터 확인하죠.”현우는 못마땅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지만 더 이상 끼어들지 않았다.회의가 끝날 무렵, 현우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진 대표님, 오늘도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한 과장, 자료 챙겨서 먼저 내려가 있어.”지아가 노트북을 닫으려는 순간 이건이 입을 열었다.“한 과장님은 잠시 남으시죠.”현우의
대표실로 돌아온 이건은 자리에 앉기도 전에 비서를 불렀다.“백림유통 프로젝트 담당자 명단을 다시 가져오세요. 결재 권한과 승인 단계, 업무 전달 경로까지 정리해서요.”“특별한 문제라도 발생했습니까, 대표님?”“확인해야 할 위험 요소가 있습니다.”잠시 뒤 비서가 가져온 조직도를 펼친 이건의 손가락이 전략기획팀 부분에서 멈췄다.한지아 과장.그녀의 이름 위로 팀장과 상무, 최종 결재권자인 백현우 대표이사의 이름이 차례로 연결되어 있었다.이건은 그 선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였다.지아가 아무리 정확한 보고서를 작성해도 현우가 중간에서 내용을 바꾸거나 그녀를 업무에서 배제한다면 도원에 전달되는 자료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었다.충분히 점검할 만한 문제였다.이건은 조직도에서 백현우의 이름을 잠시 바라보다 비서에게 시선을 돌렸다.“앞으로 한 과장님이 작성하는 투자 관련 보고서는 투자관리팀에 접수되는 대로 원본을 제게도 전달하세요.”“대표님께서 직접 확인하시겠습니까?”“네. 수정 이력도 함께 받겠습니다.”“기존 보고 절차는 그대로 유지할까요?”“그대로 두세요. 다만 최종 보고서와 원본에 차이가 있으면 그 이유까지 확인하겠습니다.”이건은 조직도를 덮었다.“다음 주 백림유통 실무 회의도 제가 참석하겠습니다.”비서가 일정표를 확인했다.“그날 오후에는 해외 파트너사와 협약 관련 미팅이 잡혀 있습니다. 몇 달 전부터 조율한 일정인데요.”“시간을 조정하세요.”“상대 측에서도 임원들이 참석하는 자리입니다.”이건은 잠시 비서를 바라보았다.“알고 있습니다. 가능한 시간대를 확인해서 다시 보고하세요.”비서는 더 묻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알겠습니다.”이건은 지아의 보고서를 다시 펼쳤다.이미 여러 차례 검토한 자료였다. 수치도 정확했고, 추가로 확인할 부분도 거의 없었다. 그런데 첫 장에 적힌 이름을 확인한 뒤에도 그는 서류를 덮지 않았다.비서가 문 쪽으로 돌아서자 이건이 다시 불렀다.“잠깐만요. 다음 주 회의가 끝난 뒤 한 시간 정도 비워 두세
“사실 회사에는 아직 알리지 않았습니다만, 한지아 과장은 제 아내입니다.”이건의 손끝에서 서류가 넘어가는 소리가 멈췄다.백현우는 그 짧은 침묵을 눈치채지 못한 채 여유로운 표정으로 찻잔을 들어 올렸다.“아내가 워낙 일 욕심이 많아서요. 집에서도 회사 일만 붙잡고 있으니 제가 옆에서 말려야 할 정도입니다. 그래도 남편 된 입장에서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밀어주고 있죠.”이건은 서류철을 천천히 내려놓았다.아내.그 단어가 이상할 만큼 귀에 거슬렸다.지아가 결혼한 여자라는 사실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그녀의 사생활이 하나 더 밝혀졌을 뿐이었다.그런데 눈앞의 남자가 지아를 자신의 보호 아래 놓인 사람처럼 이야기하자, 이건은 선뜻 다음 서류를 넘길 수 없었다.며칠 전 병원에서 급히 달려왔던 지아의 모습이 떠올랐다. 흐트러진 머리카락과 피곤이 내려앉은 얼굴, 서류를 떨어뜨리고도 연신 죄송하다며 사과하던 모습.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고 나서야 긴장을 풀며 웃던 얼굴까지.그 여자가 백현우의 아내라고?“진 대표님께서도 우리 한 과장을 높게 평가해 주시니 남편으로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혹시 부족한 부분이 보이면 저한테 편하게 말씀하십시오. 집에서 제가 잘 이야기하겠습니다.”이건은 고개를 들어 현우와 눈을 마주쳤다.“왜 백 대표님께 말씀드려야 합니까?”현우의 얼굴에 걸려 있던 웃음이 멈칫했다.“예?”“한지아 과장은 이번 투자 프로젝트의 실무 책임자입니다. 업무상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 당사자에게 직접 확인하면 됩니다. 굳이 남편을 거쳐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아, 그건 제가 남편으로서 챙기겠다는 의미로…….”“그 말씀은 벌써 세 번째 하셨습니다.”이건은 손목시계를 풀어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금속 시계줄이 유리 상판에 닿으며 작은 소리를 냈다. 현우의 시선이 저절로 그쪽으로 향했다.“백 대표님이 한 과장님의 남편이라는 사실은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 사적인 관계가 도원과의 투자 계약에서 어떤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