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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화. 쉬어도 되는 서비스

Author: 에이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9 15:42:31

“며칠 안 쓰면 제가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것 같아서요.”

은소예는 문의를 다시 읽었다.

공차연이 최근 한 달 동안 들어온 비슷한 문의를 옆에 띄웠다.

“하루 빼먹었는데 괜찮나요?”

“일주일 쉬었다가 다시 해도 되나요?”

“며칠 기록 안 하면 초기화되나요?”

총 열한 건.

소예가 물었다.

“우리가 연속으로 기록하면 뭘 주는 것도 없지?”

“네.”

“안 쓰면 알림 보내는 것도?”

“없어요.”

“그럼 왜 이렇게 생각하지?”

기획 담당이 말했다.

“기록 서비스니까 자연스럽게 매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 아닐까요?”

차연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왜요?”

“문의하신 분들이 비슷한 말을 하거든요.”

차연이 상담 하나를 더 열었다.

“며칠 비어 있는 게 보기 싫어서 억지로라도 기록하고 있어요.”

소예가 화면을 봤다.

“달력.”

NEXT ONE 기록 달력을 열었다.

기록이 있는 날에는 작은 점이 있었다.

없는 날에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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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상사가 전남편이라는 걸 아무도 모른다   448화. 은소예는 이번에도 대신 결정하지 않았다

    토요일 오전 11시 20분.은소예는 개인 작업실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그때 휴대폰이 울렸다.공차연이었다.“네, 차연 씨.”— 본부장님, 주말인데 죄송해요. 제 친구가 혹시 잠깐 통화할 수 있겠냐고 해서요.“출판사에서 수정 제안받았다는 분이요?”— 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대요.소예는 책갈피를 끼웠다.“통화는 괜찮아요. 다만 제가 출판 전문가가 아니라는 건 알고 계시죠?”— 네. 친구한테도 말씀드렸어요.“그럼 제 번호를 전달해 주세요.”전화를 끊은 소예는 창밖을 바라봤다.지난번에는 원고를 읽고 의견을 전했을 뿐이었다.이번에는 조금 다른 문제였다.오전 11시 40분.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안녕하세요. 지난번에 원고 읽어주셨던 사람인데요.“네, 안녕하세요.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고 들었어요.”— 네. 그런데 수정 요청이 좀 이상해서요.“어떤 내용인데요?”— 원래 제목이 《아무도 머물지 않는 오후》잖아요. 그걸 《사라진 세탁소의 마지막 비밀》로 바꾸자고 하셨어요.소예는 잠시 생각했다.“제목만 보면 미스터리 소설처럼 느껴지네요.”— 맞아요. 그런데 제 글은 그런 내용이 아니거든요.“마지막 장은 어떻게 바꾸자고 했어요?”—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숨겨둔 편지가 발견되는 식으로 끝내면 좋겠대요.“실제로 그런 편지가 있었나요?”— 아니요.소예의 표정이 진지해졌다.“그럼 그 부분은 신중하게 생각하셔야겠네요.”— 출판사에서는 독자들이 좋아할 거라고 해서요.“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라면 없는 사건을 사실처럼 넣는 건 다른 문제예요.”상대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소예는 차분하게 덧붙였다.“출판사의 제안이 무조건 잘못됐다는 뜻은 아니에요. 다만 작가님이 어떤 책을 쓰고 싶은지 먼저 정하셔야 해요.”— 저는 할머니의 세탁소가 어떤 곳이었는지 남기고 싶었어요.“그럼 그게 중심이어야겠죠.”오후 1시.통화를 마친 소예는 노트에 짧게 적었다.좋은 제안과 받아들여야 하는 제안

  • 내 상사가 전남편이라는 걸 아무도 모른다   447화. 은소예가 거절한 특별한 대우

    월요일 오전 8시 40분.“여보, 이거.”은소예는 아침 식사를 마친 신시안에게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시안은 넥타이를 정리하다가 고개를 들었다.“뭐야?”“지난번에 준다고 했던 거.”상자를 열자 짙은 와인색 가죽 책갈피가 들어 있었다. 가장자리에는 소예의 맞춤 정장을 만들고 남은 원단이 덧대어져 있었다.시안은 책갈피를 꺼내 살펴봤다.“당신 정장이랑 같은 색이네.”“맞아. 남은 원단으로 만들었어.”“예쁜데?”“당신 책 읽을 때 쓰라고.”시안은 웃으며 책갈피를 손가락 사이에 끼웠다.“그런데 왜 내 이름은 없어?”소예가 눈썹을 올렸다.“당신 이름까지 넣어야 해?”“당신 재킷에는 자수 넣었잖아.”“그건 내 옷이고.”시안이 웃음을 터뜨렸다.소예는 그의 넥타이를 바로잡으며 덧붙였다.“대신 그 책갈피 잃어버리면 안 돼.”“알겠어.”“잃어버리면 다시 안 만들어줘.”“그럼 책에 끼워두지 말고 금고에 넣어야겠네.”“신시안, 책갈피는 책에 끼우라고 만든 거거든?”두 사람은 웃으며 현관을 나섰다.오전 10시 20분.NEXT ONE 본부장실.공차연이 서류를 들고 들어왔다.“본부장님, 지역 소상공인 시범 사업 관련해서 현장 방문 일정이 나왔습니다.”소예는 서류를 받아 들었다.“참여 의사는 확인됐어요?”“네. 세 곳 모두 방문에 동의했습니다.”“좋아요. 그런데 방문 목적을 어떻게 전달했어요?”“사업 설명과 현장 의견 청취라고 안내했습니다.”소예는 고개를 끄덕였다.“평가하러 가는 것처럼 느끼지 않도록 해주세요. 이번에는 우리가 배우러 가는 거니까요.”공차연이 웃었다.“알겠습니다.”화요일 오후 2시.첫 번째 방문지는 작은 수제 비누 공방이었다.진열대에는 색과 향이 다른 비누들이 놓여 있었다.소예는 제품을 살펴보다가 공방 운영자에게 물었다.“현재 가장 어려운 부분이 무엇인가요?”“홍보도 어렵지만, 사실 주문이 갑자기 늘어나는 것도 걱정이에요.”소예가 고개를 들었다.“주문이 늘어나는 게요?”“네. 혼자 제작하다

  • 내 상사가 전남편이라는 걸 아무도 모른다   446화. 재킷 안쪽에 새긴 여섯 글자

    수요일 오후 5시 40분.“신시안, 나 먼저 퇴근한다?”은소예는 대표실 문을 열고 얼굴을 내밀었다.시안은 서류에서 시선을 들었다.“양복점 가려고?”“응. 오늘 완성된다고 했잖아.”“같이 가기로 했잖아.”소예는 웃었다.“당신 아직 회의 하나 남았잖아. 내가 먼저 가서 입어보고 있을게.”“알겠어. 끝나는 대로 갈게.”“늦으면 벌금.”“얼마인데?”“오늘 저녁.”시안은 웃음을 터뜨렸다.“그건 원래 내가 사려고 했는데.”“그럼 디저트까지.”“알겠습니다.”소예는 만족스럽게 문을 닫았다.오후 6시 10분.양복점에 도착한 소예는 완성된 정장을 받아 들었다.짙은 와인색 재킷과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스커트.원단은 조명에 따라 은은하게 색이 달라 보였다.“먼저 착용해 보시겠어요?”“네.”잠시 후 피팅룸에서 나온 소예는 거울 앞에 섰다.재킷은 허리선을 자연스럽게 잡아주었고, 스커트는 걸을 때 불편하지 않을 만큼 여유가 있었다.소예는 몸을 좌우로 돌렸다.“생각보다 훨씬 예쁘네요.”직원이 미소 지었다.“고객님께서 원하신 부분을 최대한 반영했습니다.”소예는 의자에 앉았다가 다시 일어났다.“앉았을 때도 편하네요.”“안쪽 여유분을 조금 더 두었습니다.”소예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다 재킷 안쪽을 펼쳤다.작은 자수가 눈에 들어왔다.나답게 살아가기.소예는 손끝으로 글자를 가볍게 만졌다.누군가의 아내라는 사실도, 회사의 본부장이라는 직함도 소중했다.하지만 그 모든 것보다 먼저 자신이 은소예라는 사실을 잊고 싶지 않았다.“마음에 드세요?”직원이 물었다.소예는 웃었다.“네. 아주요.”오후 6시 35분.양복점 문이 열렸다.“여보.”시안이었다.소예는 거울 앞에서 돌아섰다.“왔어?”시안은 그녀를 보자 걸음을 멈췄다.“……와.”소예가 웃었다.“왜?”“정말 잘 어울린다.”“그렇지?”“응. 생각했던 것보다 더.”소예는 재킷 자락을 정리했다.“당신이 원단 골라준 거잖아.”“그래도 입으니까 완전히

  • 내 상사가 전남편이라는 걸 아무도 모른다    445화. 대표님, 이번에는 제가 반대하겠습니다

    월요일 오전 9시 10분.은소예는 출근하자마자 김도윤이 전달한 수정 요청서를 펼쳤다.다음 주로 예정된 NEXT ONE 협력사 간담회.그중 한 협력사가 발표 자료를 변경하겠다고 요청한 내용이었다.그런데 첫 장부터 이상했다.[공동 성과 발표 방식 변경 요청]기존 공동 프로젝트 성과를 해당 협력사의 단독 성과로 표기하고, NEXT ONE의 기여 내용은 발표에서 제외한다.소예는 문서를 다시 읽었다.“이게 무슨 소리야?”공차연이 조심스럽게 말했다.“협력사 측에서는 외부 홍보 자료와 표현을 통일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그러면 실제 기여 내용도 바뀌나요?”“그건 아닙니다.”소예는 문서를 내려놓았다.“성과는 공동으로 만들었는데 발표만 단독 성과로 바꾸겠다는 거네요.”김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저희가 확인한 바로는 그렇습니다.”“기존 계약서와 프로젝트 결과 보고서 가져와 주세요.”“알겠습니다.”소예는 펜을 들었다.“그리고 아직 수정 승인하지 마세요.”오전 10시 20분.대표실.신시안은 소예가 가져온 자료를 읽고 있었다.“협력사에서 이런 요청을 했다고?”“응.”소예는 맞은편에 앉았다.“문제는 발표 문구만이 아니야. 이대로 내보내면 NEXT ONE이 수행한 업무가 없었던 것처럼 보일 수 있어.”시안은 계약서의 한 부분을 짚었다.“공동 수행 범위가 명시되어 있네.”“맞아. 그렇다고 상대방의 홍보 목적을 무조건 반대할 필요는 없어. 다만 사실관계는 유지해야지.”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수정안을 제시하자.”“내 생각도 그래.”“어떻게?”소예는 준비한 문서를 내밀었다.“공동 프로젝트라는 점은 유지하고, 협력사가 주도한 부분은 별도로 강조하는 방식.”시안은 문서를 읽었다.“이렇게 하면 양쪽 기여가 구분되겠네.”“응. 대신 실제 수행 내역과 맞는지는 담당 부서에서 다시 확인해야 해.”시안은 펜을 내려놓았다.“진행해.”소예가 눈썹을 올렸다.“벌써?”“당신이 검토한 방향이 합리적이니까.”소예는

  • 내 상사가 전남편이라는 걸 아무도 모른다   444화. 은소예가 대표실에 붙인 이상한 공고문

    월요일 오전 9시 20분.NEXT ONE 대표실.신시안은 책상 위에 놓인 종이 한 장을 바라보고 있었다.[대표실 임시 공고]신시안 대표님의 업무 효율 향상을 위해 다음 사항을 권고합니다.1\. 점심시간에는 반드시 식사할 것.2\. 회의가 취소되면 새로운 회의를 만들지 말 것.3\. 퇴근 후 업무 연락은 긴급한 경우에만 확인할 것.4\. 아내가 저녁 메뉴를 물으면 '아무거나'라고 대답하지 말 것.시안은 마지막 항목을 읽고 웃음을 터뜨렸다.“은소예.”마침 문이 열리며 소예가 들어왔다.“부르셨습니까, 대표님?”시안은 종이를 들어 보였다.“이게 뭡니까, 본부장님?”소예는 태연하게 대답했다.“업무 개선 권고문입니다.”“마지막 항목도 업무 개선입니까?”“대표님의 의사결정 능력 향상과 관련이 있습니다.”시안은 웃었다.“이건 공식 문서가 아니잖아.”“당연하지. 내가 직접 가져왔잖아.”소예는 다가와 종이를 떼었다.“직원들이 보기 전에 회수할게. 당신만 보라고 만든 거니까.”시안이 손을 내밀었다.“잠깐. 그건 내가 보관할래.”“왜?”“네 번째 항목이 특히 중요해서.”소예는 웃음을 터뜨렸다.“그럼 오늘 저녁부터 실천해.”오전 11시 40분.소예는 공차연과 다음 달 행사 예산을 검토하고 있었다.“본부장님, 행사장 측에서 추가 장비 비용을 요청했습니다.”“계약서에 포함된 장비 아닌가요?”“기본 장비는 포함인데, 별도 송출 장비가 필요하다고 합니다.”소예는 견적서를 살폈다.“그런데 사용 목적이 불분명하네요.”“네. 현장 중계용이라고만 적혀 있어요.”“우리가 외부 중계를 하기로 했던가요?”“아니요.”소예는 고개를 저었다.“그럼 승인하지 말고 정확한 용도를 먼저 확인해 주세요.”공차연이 메모했다.“알겠습니다.”“그리고 행사장 담당자한테 장비 목록도 요청해 주세요. 이미 있는 장비를 중복 임대할 필요는 없으니까요.”“네.”공차연이 나간 뒤 소예는 달력을 확인했다.그날 오후에는 협력사 간담회 리허설이 예정되

  • 내 상사가 전남편이라는 걸 아무도 모른다    443화. 피아노 속 편지는 남편에게 보내지 못한 것이었다

    월요일 오후 8시 10분.은소예는 신시안의 휴대폰 화면을 다시 확대했다.낡은 종이봉투.그리고 앞면에 적힌 익숙한 글씨.신시안에게.“이거 내가 쓴 건 맞아.”소예가 말했다.시안은 그녀를 바라봤다.“기억나?”“아니. 이상하게 기억이 안 나.”“우리 처음 결혼했을 때 넣어둔 걸까?”소예는 잠시 생각했다.“그럴 수도 있겠네.”시안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공방에서 봉투는 따로 보관해 주신대. 내일 가져올게.”소예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곧 남편을 붙잡았다.“잠깐.”“응?”“당신 혼자 먼저 읽지 마.”시안이 웃었다.“왜?”“내가 무슨 말을 썼는지 모르겠단 말이야.”“혹시 내 욕이라도 썼어?”소예는 눈을 가늘게 떴다.“그럴 가능성도 있지.”시안은 웃음을 터뜨렸다.“알겠어. 같이 읽자.”화요일 오후 6시 30분.시안은 공방에서 작은 봉투를 받아 돌아왔다.오래된 종이는 가장자리가 조금 누렇게 변해 있었다.소예는 식탁에 앉아 봉투를 살펴봤다.“정말 오래됐네.”“안에 종이가 한 장 들어 있대.”“열어봐도 될까?”시안은 봉투를 그녀에게 건넸다.“당신이 쓴 거잖아.”소예는 조심스럽게 봉투를 열었다.안에는 반으로 접힌 편지가 들어 있었다.첫 문장을 읽는 순간, 소예의 표정이 달라졌다.시안 씨에게.오늘도 당신은 내가 잠든 줄 알고 피아노를 쳤다.소예는 잠시 말을 멈췄다.시안이 물었다.“왜?”“잠깐만.”그녀는 다시 편지를 읽었다.나는 당신이 연주하는 소리를 좋아한다.그런데 요즘은 그 소리가 조금 슬프게 들린다.우리가 같은 집에 살면서도 서로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처럼 느껴져서.시안의 표정이 굳었다.소예는 천천히 다음 문장을 읽었다.당신이 먼저 말을 걸어주길 기다리다가, 나도 모르게 하루가 끝난다.내가 먼저 다가가면 될 텐데 그게 왜 그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언젠가 우리가 다시 편하게 웃는 날이 오면, 이 편지를 보여주고 싶다.마지막에는 짧은 문장이 있었다.그때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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