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9화.
다음날.
차준석은 이른 아침부터 HK 그룹 본사로 출근했다.
회장실 비서가 준석을 반기며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회장님께서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비서가 집무실 문을 노크하자 들어오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곧장 문이 열리고 준석이 안으로 발을 디뎠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준석은 허리를 숙이며 제법 깍듯하게 인사했다.
진갈색 가죽 소파에 칠십 중반을 훌쩍 넘은 노년의 신사가 준석을 향해 입가를 시원스레 올렸다.
차원호 회장.
대기업 회장다운 관록과 연륜이 강인한 눈빛과 함께 깊게 자리 잡은 주름에 그대로 드러났다.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 같은 그의 눈빛을 차준석이 그대로 물려받았다.
“이리 와 앉아라.”
“네.”
준석은 차 회장의 건너편에 자리를 잡았다.
두 사람 사이에 있는 테이블 위에는 여진이 직접 빚어 선물한 고급스러운 찻잔 세트가 놓여있었다.
따뜻한 녹차가 든 찻잔을 들어 입안을 축이던 차 회장이 잔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 손주 며느리가 만든 찻잔이라 그런지 오늘따라 녹차 맛이 더 맛있구나. 너도 좀 마셔 봐.”
차 회장이 눈으로 준석의 앞에 놓인 찻잔을 가리켰다.
“괜찮습니다. 녹차 좋아하지 않습니다.”
준석은 맑은 녹차가 담긴 찻잔에 시선도 주지 않고 대답했다.
“싱거운 놈. 그리 딱딱하니, 여태 소식이 없지.”
“….”
“준석아.”
“네, 회장님.”
“어젯밤 이 늙은이가 아주 신기한 꿈을 꿨는데 말이야, 사자가 새끼를 낳는 꿈을 꿨단 말이지.”
“좋은 꿈을 꾸셨네요. 설마, 그 꿈 때문에 이른 새벽부터 저를 부르셨습니까?”
누가 로봇 회사 수장 아니랄까 봐 인공지능 같은 대답을 하는 손자가 차 회장은 못마땅해 혀를 찼다.
이내 그가 손자의 반응을 무시하고 추궁하듯 물었다.
“네가 여진이랑 결혼한 지 얼마나 됐지?”
“올해로 삼 년 됐습니다.”
“삼 년이라…. 신혼생활 그만큼 했으면 됐다.”
“….”
“차 대표, 이 늙은이가 죽기 전에 증손주는 안아 보고 죽어야 하지 않겠나.”
“….”
“평소에는 꼬박꼬박 말대답도 잘하는 놈이 증손주 얘기만 나오면 저리 꿀 먹은 벙어리지. 고약한 놈. 마음에 안 들어, 마음에.”
차 회장은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회장님 마음에 들기 위해 아이를 가질 수는 없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내 손자는 본사 회장 자리가 탐나지도 않나 보구나. 네 아비한테 HK 그룹이 넘어가길 원하는 거냐?”
“저한테 아버지가 있었습니까?”
“쯧쯧, 아직도 그 타령이야? 네가 인정하지 않더라도 손 부회장이 네 아비다.”
“제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의 남편이고, 할아버지의 하수인이겠죠. 천하의 HK 회장님께서 일개 하수인에게 그룹을 물려주시진 않을 테고요.”
“하하하! 역시 내가 어제 사자 꿈을 괜히 꾼 게 아니었어. 하하하!”
나이답지 않게 호탕한 웃음이 집무실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이내 웃음을 거둔 차 회장은 제 집안의 피가 흐르는 유일한 손자, 차준석을 흡족하게 바라봤다.
준석의 말이 맞았다.
차 회장은 힘겹게 일구어온 HK 그룹을 생판 남인 사위에게 물려줄 생각이 없었다.
그 사위가 이 거대 그룹의 부회장일지라도 말이다.
차 회장은 종종 이렇게 손자를 불러 그의 위치를 확인시켜 주었다. 그리고 확인받았다.
HK 그룹은 앞으로 차준석의 것이라고, 그러니 네 것을 빼앗기지 않도록 더 책임감 있는 리더의 모습을 보이라고 말이다.
준석이 미혼일 때는 그 책임감이 결혼이었다. 이제는 그 책임감의 자리에 ‘아이’를 얹었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 했다.
집안이 바르게서야 나라가 바르게 서듯, 기업도 바르게 성장하는 법이었다.
비록 차 회장 자신은 그 길을 제대로 걷지 못했지만, 제 손자인 준석만큼은 그 길을 가길 바랐다.
곧 팔십을 바라보는 늙은이가 그것 말고 무슨 바람이 있겠나.
삼 년 전, 여진과 결혼을 강력하게 반대하던 제 앞에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던 손자였다.
‘한 번만, 한 번만, 이번 한 번만 그냥 저한테 져 주세요, 할아버지. 이렇게 부탁드려요. 여진이 아니면 그 누구와도 결혼할 생각이 없습니다. 제가 평생 혼자 살며 차씨 집안의 대가 끊기길 원하시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반은 애걸이었고, 반은 협박이었다.
부족하다 못해 다 망해가는 집안인 금성 산업과 결혼은 절대 허락하지 않으려 했다.
159화.미국에 있었던 그가 제 작품을 소장하기 위해 보육원 원장과 접촉했다는 말이었다.그렇다는 건 차준석이 저에게 관심을 가진 시기가 그보다 훨씬 전이라는 뜻.HK 그룹 후계자 차준석이 쓰러져 가는 기업인 금성 산업의 딸인 저에게 청혼했을 때, 의아하긴 했었다.하나 그때 여진은 막 대학을 졸업해 세상 물정을 알기엔 어린 나이였다.자신이 짝사랑했던 차준석과 결혼한다는 사실에 도취 돼 주변에서 갖는 모든 의문은 그녀의 관심 밖이었다.그리고 이어진 금성 산업의 회생과 만인이 질투할 만큼 행복했던 결혼 생활.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엄청난 행운을 운명이라 믿으며 의심하지 않았던 결혼의 과정.그 순진했던 결과물의 말로가 종국엔 이혼이었다.“그래서 결정은 내렸나?”“무슨 결정이요?”“우리 재결합 말이야.”“아, 미안해요. 좀 놀라서… 잠시 잊었어요.”“당신이 고등학교 시절, 우리 파티에서 만난 적이 있었지. 기억나?”“…네, 기억나요.”탄산수를 마시며 눈이 마주쳤던 그때가 현재처럼 생생하게 떠올랐다.“그때부터였어. 내가 당신을 마음에 담은 게. 당신이 그때 고등학생이라 다가가지 않았을 뿐이야.”“모, 몰랐어요.”“당연하지. 남자의 눈빛을 읽기엔 너무도 어린 햇병아리 여자 아이였으니까.”준석은 더는 말을 아끼며 제 찻잔에 연녹색의 차를 따랐다.그러곤 단숨에 꿀꺽 마셔 넘겼다.마시는 속도와 다르게 조용히 빈 찻잔을 내려놓은 그가 여진을 부드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차가 식기 전에 대답해 줬으면 해.”그의 시선이 연녹색 차가 채워진 여진의 찻잔에 닿았다.여진은 준석이 재결합에 대한 대답을 재촉하고 있음을 알았다.너무 뜨거운 물에 우려진 차는 떫기 마련이었다. 그에 반해 적당히 따뜻한 물에서 우려 난 차는 단맛이 났다.여진은 제가 만든 찻잔에 담긴 연녹색 차를 가만히 응시했다.떫은맛일까, 단맛일까….여진은 맑은 찻물에 시선을 고정한 채 이혼 후, 절망감에 몸부림쳤던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홀로 별아를 출산하고 아등바등 키웠
158화.엄마가 제 손을 잡아주다니…!그녀가 그토록 바라던 엄마의 손이 닿았다. 꿈속에선 노가 들려있던 손이 아니었나.“여진아, 네가 저지른 실수 다 덮어주고 이혼한 와이프 집 챙기는 사람, 이 세상에 눈을 씻고 봐도 없어. 우리 차 서방이 유일하지. 그러니 차 서방한테 잘하렴. 엄마가 바라는 건 그것밖에 없어.”그래야 우리 집안이 살고, 우리 태성이가 살아.“아…, 네.”준석이 더는 이정희의 말을 듣고 있기가 거북해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장모님, 피곤하실 텐데 저희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그래, 그래. 어서 가게 차 서방. 바쁜 사람 내가 너무 오래 붙잡았어. 나도 좀 있다가 재활 치료받아야 해.”이정희는 자신이 보일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여진은 오랜만엔 본 엄마와 이렇게 빨리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아쉬웠으나,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말에 다음을 기약했다.“엄마, 또 올게요.”“서울에서 여기가 가까운 것도 아닌데, 됐어.”이정희 말에 준석이 다시금 눈을 가늘게 떴다.“아, 그, 그래. 또 오렴. 난 너 힘들까 봐 그러지.”“오기 전에 연락드리고 올게요.”“그래, 차 서방 기다리는데, 어서 가렴.”“네.”여진의 대답이 떨어지자마자 준석이 망설임 없이 먼저 몸을 돌렸다.그의 넓은 등에 시선을 두며 여진이 그 뒤를 따랐다.오늘따라 그의 등이 참 든든해 보였다.***이천을 빠져나온 두 사람은 점심을 먹기 위해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들렀다.레스토랑 지배인이 준석이 예약해 놓은 프라이빗 룸으로 두 사람을 안내했다.지배인이 나가자 준석이 말했다.“코스 요리로 주문해 놨는데 괜찮지?”“네, 상관없어요.”“아침도 안 먹어서 빈속일 텐데 점심은 좀 먹었으면 좋겠는데.”“그럴게요. 나도 배고팠던 참이에요.”여진은 오늘 엄마를 만날 생각에 잔뜩 긴장해 아침도 거른 상태였다.면회를 끝내고 이천을 벗어나니, 그제야 속이 허함을 느꼈다.준석은 여진의 대답에 만족해하며 물 잔을 들어 입을 축였
157화.철컥.VIP 병실 문이 열렸다.여진은 VIP 병실 내부를 보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눈가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최고급 아파트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병실은 창문 안으로 따사로운 햇살이 은은하게 병실을 비추고 있었다.기존에 엄마가 있던 요양병원과는 차원이 다른 안락함과 고급스러움이 물씬 묻어나는 병실이었다.이런 곳에서 엄마가 편히 지내고 있다는 사실에 여진은 안도감과 함께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거실을 지나자 오른편에 오픈된 환자용 침실이 보였다.여진은 아직 엄마 얼굴이 보이지 않는 위치에 서서 깊게 심호흡했다.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준석은 안쓰러움과 함께 그동안 착하고 여린 딸을 이용하고 외면한 장모에 대해 괘씸한 마음이 올라왔다.모든 지원을 끊고 나 몰라라 하고 싶은 상대지만, 여진의 엄마가 아닌가.마음 약한 이 여자는 이혼 후 제 가족이 겪은 일들에 바보처럼 죄책감을 껴안고 살았다.내 여자가 그런 쓸데없는 감정에 놀아나길 준석은 바라지 않았다.처가의 꼴사나운 진상 짓은 앞으로 자신이 감당하면 될 일이었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었다.“장모님이 기다리시겠군. 어서 가봐.”준석이 여진의 등에 손을 대며 말했다.여진은 침을 한번 꼴깍 삼키고는 엄마에게 발걸음을 옮겼다.이정희는 천장을 바라본 채 누워있었다.병실을 들어선 발걸음 소리에 그녀가 고개를 외로 틀었다.여진이 저를 향해 걸어오는 게 보였다.“여진아.”“…!”엄마의 불음에 여진은 순간 놀라 발걸음을 멈췄다.일 년이 넘도록 듣지 못한 엄마의 목소리였다.“어, 엄마….”여진은 간신히 참고 있던 눈물을 쏟아내며 엄마 앞에 다다랐다.끝없이 흐르는 눈물로 그녀의 시야가 희뿌옇게 흐려져 갔다.“울기는, 왜 우니. 어린애처럼. 누가 죽은 것도 아닌데.”이정희는 여진을 보자마자 질질 짜는 딸을 못마땅해하며 타박했다.“아, 죄송해요. 엄마.”여진은 얼른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냈다.그때 여진의 뒤에서 눈을 부라리고 서 있는 준석이 이정희의
156화.여진이 이천을 떠난 뒤, 희주를 통해 차준석이 윤여진의 전남편이라는 사실과 별아의 친아빠라는 사실을 확인받았었다.하나 두 사람의 이혼 사유에 대해서는 굳이 묻지 않았다. 희주 또한 그 부분은 말해주지도 않았다.자신이 알고 지냈던 여진이 재벌 집 사모님이었다는 사실에 놀라긴 했으나, 여진이 좀처럼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대표님, 제가 VIP 병실까지 함께 하겠습니다.”병원장이 준석과 발맞춰 걸으며 말했다.“장모님 컨디션은 어떠신가요?”준석이 잔뜩 긴장한 채 걷고 있는 여진을 신경 쓰며 병원장에게 물었다.“나날이 좋아지고 계십니다. 회진 때 뵙고 왔는데 모든 수치가 정상입니다.”“다행이네요.”여진은 두 사람의 대화를 숨죽인 채로 듣고 있었다.나날이 좋아지고 있다는 병원장의 말에 속으로 무척 기뻐하면서도 엄마가… 날, 반길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그때 준석이 여진의 어깨를 팔로 감싸며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걱정하지 마. 장모님이 당신 보고 반기실 테니까.”여진은 놀란 눈으로 준석을 올려다보았다.마치 제 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조금 빨리 걸을까? 당신을 쳐다보는 눈이 상당히 거슬리는군.”여진은 준석의 말에 발걸음을 빨리했다.이준은 병원 관계자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여진을 구경하듯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차준석이라는 남자는 사방에 눈이 달렸는지 복잡한 로비에서도 저를 알아보고는 사납게 눈을 번득이며 지나갔다.“…!”그의 눈빛에 이준은 흠칫 놀라며 마른침을 꿀꺽 삼켜야 했다.***이정희의 입원실 앞에는 성훈과 몇 명의 가드가 준석과 여진을 기다리고 있었다.성훈은 준석이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일부러 문 앞에 나와 대기했다.그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전화를 건 사람은 호영이였다.병원 생활을 하며 호영과 가까워진 성훈은 언젠가 핸드폰 번호를 주고받았었다.성훈은 지난번 설렁탕집에서 만남 이외에도 종종 호영을 챙겼다.어젯밤에도 호영을 만났었다.그
155화.여진은 기가 막히게 저의 약점을 파고드는 준석을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대답이 없다는 건, 내 말에 동의한다는 건가?”“생각할… 시간을 줘요.”“생각할 시간, 좋아. 장모님 면회 후, 당신 대답 듣기로 하지. 그때까지는 소혜 씨가 별아를 돌보는 것에 과민하게 반응하지 않길 바라. 당신 기분 여하로 인해 별아에게 안 좋은 영향이 갈지도 모르잖아. 아무리 프로패셔널한 사람이라도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게 사람 마음이니까.”여진도 준석이 걱정하는 부분이 어떤 것인 줄 모르지 않았다.그래서 소혜가 저에게 무례하게 굴어도 그녀의 행동을 곧장 지적하지 못했었다.소혜가 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에 있어서는 책임감이 강했고, 무엇보다 별아가 소혜를 잘 따랐다.그런 소혜를 그만두게 하는 게 마음처럼 쉽지는 않았다.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준석과 재결합.여진은 지금 이 상황을 전환 시킬 수 있는 열쇠를 가진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칠 뒤, 이천 HK 재활 병원.오늘은 호영의 퇴원 날이다.이준이 호영의 퇴원 수속을 밟기 위해 로비에 있는 수납처로 향했다.“퇴원 때문에 수납하려고 하는데요.”“환자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남호영이요.”직원이 키보드를 두드리더니, 고개를 갸웃했다.“남호영님 수납처리 되셨는데요.”“수납이 되었다고요? 아니, 누가요?”이준이 놀란 눈으로 직원에게 물었다.대체 누가 호영이의 병원비를 내준 거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직원이 이준의 질문에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옆의 직원에게 무어라 묻는 소리가 들렸다.그러더니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호영을 향해 입을 열었다.“정 실장님이 계산하셨다고 하네요.”“네?정 실장님이요?”“아, 죄송해요. 정성훈 실장님이요.”“정성훈이라면….”이준은 그제야 알아듣고 성훈을 떠올렸다.호영이 병원 생활을 하는 몇 주 동안 성훈과 꽤 가깝게 지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자신의 퇴근이 늦으면 성훈이 종종 호영의
154화.“이거 놔요, 아파요.”준석은 아프다는 말에 짧게 한숨을 내쉬며 여진의 손목을 놓았다.“이 삼 일 내로 장모님 면회 날짜 잡을 거야.”“엄마… 면회를요?”엄마 이야기에 언제 날을 세웠냐는 듯 여진이 준석에게 바짝 다가섰다.그런 여자를 바라보며 준석이 입을 열었다.“그래. 그러니까 그때까진 소혜 씨 지금 이 스케줄대로 별아 돌보게 해. 장모님 면회 끝나면 다시 낮에만 근무하도록 조정하지. 소혜 씨도 나름 별아 케어한다고 수고가 많잖아. 당신 건강 생각해서 일부러 집에 상주하기로 한 거니까, 소혜 씨한테 싫은 티 내지 말고.”“…!”이건 또 무슨 소리지?싫은 티를 내지 말라니. 하!대체 베이비시터한테 무슨 얘기를 어떻게 들었길래 저런 말을 하는 거지?여진은 기가 막혔다.조금 전 1층에서 마치 단란한 가족처럼 화기애애한 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여진의 속이 뒤틀렸었다.그리고 소혜가 준석을 향해 알게 모르게 풍기는 유혹의 향기를 여진은 여실히 느꼈다.한데 아무것도 모르는 차준석은 오히려 소혜를 두둔하고 나섰다.“지금 누가 누구한테 싫은 티를 냈다는 거죠?”여진은 억울함을 넘어 분노가 차올랐다.“당신이 소혜 씨 불편하게 생각하고 신경 쓰는 거 잘 알아. 그래서 나도 당신이 말한 조건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고.”노력이라니.당연히 지켜야 할 행동들을 준석은 노력이라고 말했다.“지난번에 소혜 씨한테 동영상 받아보는 거, 당신이 싫어해서 이젠 동영상도 받아보지 않고 있어. 귀가 시간이 늦고, 출근 시간이 빠른 내가 별아를 제대로 볼 시간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해.”“그러니까 이제 내가 별아 돌본다고 했잖아요. 난 소혜 씨가 그만두길 바라요. 이제 정말 몸도 좋아졌어요. 그리고 그동안에 별아 키우면서 베이비시터 없이도 잘 키웠어요.”“그땐 내가 별아 존재를 몰랐을 때잖아. 지금은 달라. 어린아이처럼 왜 이러는지 모르겠군.”“준석 씨!”“당신이 자랄 때도 별아 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성장하지 않았나? 입주 도우미에 때때마다 가정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