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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hor: 빛나냥
권지헌은 서랍을 열고 알레르기 약 포장지를 뜯어 약을 한 알 삼켰다.

"알레르기예요."

박희수는 권지헌 목에 난 자국을 보고 드디어 권지헌에게 여자 친구가 생겼는데 집에 데려오기 불편한 거라 잠시 기대했다.

그런데 알레르기일 줄이야.

……

박희수는 약간 실망한 듯했다.

"지헌아, 지연이가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싶대. 네가 자리 마련해줘."

"정식 입사 절차 밟으라고 해요. 면접만 통과하면 돼요."

박희수는 언짢아하며 불만을 토로했다.

"지연이도 명문대 출신인데 인턴으로 입사하는데도 절차 밟아야 해? 지헌아, 좀 그냥 봐주면 안 돼?"

권지헌은 눈꼬리를 살짝 치켜올렸다.

"안 돼요."

강지연은 외모도 예쁘고 집안도 수준이 나름 맞는 편이고 무엇보다 몇 년째 권지헌을 좋아했다.

도대체 뭐가 싫다는 걸까?

권지헌을 쳐다보던 박희수는 보면 볼수록 왠지 불안해져서 목소리 톤을 높이며 물었다.

"지헌아, 너 혹시…… 남자 좋아하는 거 아니지?"

권지헌은 피곤한 듯 말없이 미간을 꾹꾹 누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저 여자 친구 있었어요."

박희수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더 이어 묻기도 전에 권지헌이 한 마디 덧붙였다.

"동성애 경향은 대체로 유전이에요. 제가 의심되면 아빠한테 가서 물어보세요."

박희수는 말문이 턱 막혔다.

도대체 무슨 소리하는 거야!

박희수는 화를 낼 수도 안 낼 수도 없이 허탈해졌다.

그냥 권지헌이 다 먹은 접시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계속 방에 있으면 권지헌 때문에 속 터져 죽을 것 같았다.

-

다음날.

사촌누나 부탁으로 조카 데리러 온 권지헌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주변 시선을 한눈에 받았다.

조각 같은 얼굴에 늘씬한 다리로 럭셔리카에 기대선 모습은 한없이 우아하고 분위기가 넘쳐 어딜 가든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누군가는 연예인이 촬영하는 게 아닌지 묻기도 했다.

조카보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어린이집 선생님이 먼저 달려왔다.

"혹시 서준이 보호자님 되시나요? 유치원 다른 어린이와 조금 다퉈서 보호자님이 같이 가주셔야 할 것 같아요."

권지헌은 선글라스를 벗고 선생님 뒤를 따라 유치원 안으로 들어갔다.

어린이집 안, 하얀 원피스를 입은 여자아이가 바닥에 주저앉아 소리 없이 훌쩍이고 있었다. 하얀 팔에는 작은 긁힌 자국이 가득했다.

조카인 전서준은 통통한 얼굴로 거만한 표정을 지은 채 옆에 서 있었다.

"연희야, 내가 같이 놀자고 하는 거 영광인 줄 알아! 그런데 왜 나를 무시해? 울지 마, 우니까 못생겼잖아."

권지헌은 눈살을 찌푸린 채 성큼성큼 걸어가 계속 거만하게 날뛰는 조카를 한 손으로 번쩍 들어 올리고 잔뜩 언짢은 시선을 보냈다.

"전서준, 지금 뭐 하는 짓이야?"

권지헌을 본 아이는 앙칼진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권지헌 손에 잡힌 채 덜덜 떨었다.

전서준은 권지헌 사촌누나의 외동아들로 집안의 모든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자랐고 유독 권지헌만 무서워했다.

외삼촌이 화내면 온 집안에 불똥이 튄다는 걸 알고 있었다.

어린이집 선생님한테서 전해 들은 바에 의하면 말썽꾸러기인 전서준이 연희와 같이 놀고 싶어했지만 연희가 거절하자 하교 시간에 연희를 밀치고 연희 옷까지 찢어버린 것이다.

권지헌은 허리를 숙여 바닥에 주저앉아있던 연희를 안아 올렸다.

연희의 촉촉한 눈을 마주친 순간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권지헌은 연희가 어딘가 눈에 익었고 왠지 모르게 친밀감이 느껴졌다.

목소리도 저도 모르게 부드러워졌다.

"아프지? 삼촌이 병원 데려가 줄게."

"아이 보호자한테 연락해주세요. 제가 모든 손실 다 배상하겠다고 전해주세요."

바람이 스치고, 허겁지겁 뛰어온 허설아는 연희를 안고 있는 사람이 권지헌인지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

울고 있는 연희만 눈에 들어왔다.

연희는 누구를 닮았는지 유난히 내성적이었다.

울 때면 소리도 없이 닭똥 같은 눈물만 뚝뚝 흘리는데 보는 사람 가슴이 미어지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부드러운 손이 권지헌 품에서 연희를 빼앗아 품에 꼭 안고 나직이 다독였다.

"연희야, 괜찮아. 엄마 왔어, 울지 마."

연희는 허설아의 어깨에 엎드려 두 팔로 목을 꼭 껴안았다.

연희의 팔에 난 상처들은 본 허설아는 정신이 아찔해졌다.

연희는 다른 아이들보다 면역력이 훨씬 낮고 태어날 때부터 혈소판이 부족하고 혈액 응고 기능 장애가 있어 한 번 다치면 쉽게 낫지 않았다.

연희가 다친 것을 본 허설아는 바로 강경한 태도로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말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정확한 상황 설명 좀 해주세요!"

옆에 있던 권지헌이 입을 열었다.

"서준이 잘못이에요. 우리가 배상할게요."

허설아는 큰 키에도 불구하고 많이 마른 상태였다.

연희는 마치 인형처럼 허설아 품에 꼭 안겨 있었다.

'왠지 익숙하다 했더니 허설아 딸이었어.'

하지만 그 이상으로 미묘한 느낌이 들었다. 권지헌은 아이가 이상하게 자신과 인연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권지헌이 연희를 바라보는 순간, 허설아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마치 누가 아이를 빼앗으려는 것처럼 연희를 더 꼭 감쌌다.

고개를 든 허설아는 어둡고 깊은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선명한 눈썹뼈 때문에 얼핏 보면 눈길이 무서울 정도로 날카로워 보이지만 사실 차갑고 거리감이 느껴지지만 예쁜 눈이었다.

계속 연희를 괴롭히던 남자아이가 권지헌 아들이었어?

아니, 아이 성은 전씨였다.

아니면 권지헌이 아이 엄마를 너무 사랑해서 아이가 누구 성을 따르든 상관없는 정도인 걸까?

허설아는 씁쓸한 마음에 저도 모르게 손이 떨리며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본능에 불쑥 입을 열었다 .

"배상이요? 전서준이 제 딸을 여러 번 괴롭혔는데 어떻게 배상하실 거예요? 제 딸에게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줬다고요!"

전서준이 연희를 괴롭힌 건 오늘이 처음이 아니었다.

권지헌은 옆에서 고개를 떨군 채 아무 말도 못 하고 서 있는 전서준을 힐끗 쳐다보고 곧장 밖에 세워둔 차로 걸어갔다.

"차에 타요, 병원 갑시다."

권지헌은 전서준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허설아가 연희를 안은 채 움직이지 않자 권지헌이 재촉하며 말했다.

"서둘러요."

품에 안긴 연희는 울음을 멈췄지만 숨을 크게 몰아쉬느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더 지체할 수 없었던 허설아는 서둘러 권지헌 차에 올랐다.

병원에 도착한 허설아는 말할 새도 없이 연희를 안고 곧장 호흡기 내과로 달려가 각종 검사를 받았다.

손에는 약이 한가득 들려있었다.

권지헌은 뒤를 따르며 모든 비용을 결제했다.

그리고 허설아의 딸이 정말 몸이 좋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검사 비용을 결제하느라 살펴본 진단서에 연희라는 이름이 보였다.

허설아 남편 성이 연씨인 건가?

전서준 역시 예상 밖인 듯했다. 어린이집에서 연희와 장난칠 때 울었던 게 엄살인 줄 알았는데 진짜 아파서였다.

권지헌이 허설아 모녀를 데려다주는 길에 한참 머뭇거리던 전서준은 신호등 앞에 잠시 멈춘 사이, 옆에 있던 허설아와 연희에게 사과했다.

"미안해요."

허설아는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전서준이 아이라 해도 화가 났다.

권지헌 아들이 귀한 만큼 연희도 귀한 아이였다.

허설아는 연희의 건강을 애지중지 돌보고 있었다. 다치는 건커녕 우는 일조차 거의 없게 했다.

연희의 몸은 지나치게 기뻐하거나 슬퍼해도 무리가 가는 상황이었다. 오후에 어린이집에 도착했을 때 연희 얼굴에 맺힌 눈물과 울어서 퉁퉁 부은 눈만 떠올려도 허설아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허설아가 무시하자 전서준은 다시 연희를 돌아보았다.

연희는 전서준을 향해 눈을 깜빡였다.

정성들여 조각한 것처럼 예쁘장한 연희는 사진만 찍어 올려도 캐스팅 매니저들이 어린이 모델로 섭외하겠다는 연락이 쇄도하는 얼굴이었다.

미간 사이는 약간 혼혈 느낌도 났다.

허설아도 전에 연희의 외모가 의아했는데 전에 권지헌이 한 말이 떠올랐다.

박혜수가 아랍계 핏줄이 섞였다고 했었다.

아마 연희도 대를 넘어 유전 되었는지 미간이 아랍계 혼혈 같았다.

그래서 종종 연희의 아빠가 외국인이라는 오해도 받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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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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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 Jo
어쨋든 딸을 만나야하니~ 역쉬 아이들나오는 얘기는 재미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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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 Jo
대그룹그바쁜후계자가ㅋㅋㅋ친누나도아니구 사촌누나가 아들을 대신 픽업부탁하고 또 그걸 들어주고? 참나! 인정이 강물처럼 흘러 넘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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