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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도시행 표

Author: 루니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15 05:41:24

서울행 표를 결제한 순간, 어머니가 내 약봉투를 식탁 위에 쏟았다.

흰 알약 세 개가 밥상 위를 굴렀다.

“이거 먹고 갈 거야?”

“왜 남의 약을 건드려?”

“남의 병원에서 받은 약이니까.”

어머니는 봉투 앞면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세강의료재단.

내 아이가 사라진 병원 이름이었다.

“의사가 먹으라고 했어.”

“그 의사가 네가 무슨 수술을 받았는지 설명은 했니?”

“잠을 못 자니까 받은 거야.”

“먹고 나면 기억은?”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약을 먹은 다음 날이면 몇 시간이 통째로 비었다.

깨진 잠 대신 깨진 기억이 남았다.

어머니가 동네 의원 진료카드를 꺼냈다.

“같은 성분인지 물어봤어. 의사가 직접 와서 상담받으래.”

“내 허락도 없이?”

“병원에 전화한 건 미안하다.”

어머니는 약을 다시 봉투에 담아 내 앞에 놓았다.

“먹을지 말지는 네가 정해.”

“숨길 줄 알았어.”

“숨겼다가 들키면 나도 그 병원이랑 같아지잖아.”

나는 약봉투를 가방 옆주머니에 넣었다.

먹겠다는 뜻도, 버리겠다는 뜻도 아니었다.

이번에는 내가 정할 생각이었다.

어머니가 도시락을 싸는 동안 나는 짐을 확인했다.

검은 정장. 휴대전화 두 대.

충전기. 청첩장.

그리고 무겸과 세아가 보낸 파일을 저장한 이동식 저장장치.

“서울 가서 바로 예식장부터 갈 거야?”

어머니가 물었다.

“아니.”

“그럼 병원?”

손이 멈췄다.

그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배 아래쪽이 조여 왔다.

“아직 몰라.”

“모르면 아무 데도 먼저 가지 마.”

“가만히 있으라고?”

“도착하면 밥부터 먹으라고.”

“엄마는 왜 맨날 밥 얘기만 해?”

“사람이 굶으면 남이 주는 말도 주워 먹으니까.”

아버지는 역까지 아무 말 없이 운전했다.

라디오도 켜지 않았다.

차가 멈춘 뒤에야 지갑에서 접힌 지폐를 꺼냈다.

“돈 있어.”

“그래도 받아.”

“카드도 있어.”

“카드는 막히면 끝이고, 현금은 주머니에 있으면 네 거다.”

나는 지폐를 받아 가방 안에 넣었다.

“아빠는 무슨 말 안 해?”

“표 끊었으면 가는 거지.”

“말리지 않아?”

“말린다고 내릴 얼굴이면 표부터 안 샀다.”

플랫폼 안내방송이 울렸다.

아버지는 내 어깨를 두 번 두드렸다.

“도착하기 전에 전화해.”

“도착하고 하면 되잖아.”

“놀라면 전화번호도 잊는다.”

“내 번호는 아빠가 알잖아.”

“그러니까 내가 먼저 걸게.”

열차 문이 닫혔다.

아버지는 손을 흔들지 않았다.

기차가 움직일 때까지 그 자리에 서서 나를 보고 있었다.

서울까지 두 시간 남았을 때 도시락을 열었다.

밥과 달걀말이 사이에 쪽지가 끼워져 있었다.

―약은 네가 정해. 도시락은 남기지 마.

나는 달걀말이 하나를 입에 넣었다.

씹으려는데 도시락통 바닥이 이상하게 높았다.

밑에 깔린 수건을 걷어 냈다.

투명한 비닐봉지가 나왔다.

안에는 누렇게 변한 병원 팔찌가 들어 있었다.

세강의료재단 로고.

바코드.

수술 날짜.

내 아이가 사라진 날이었다.

나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이거 뭐야?”

잠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퇴원할 때 네 원피스 주머니에서 나왔어.”

“왜 지금 줬어?”

“그때는 네가 병원 봉투만 봐도 토했으니까.”

“내 팔찌 맞아?”

어머니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네 거라고 했어.”

“그런데?”

“간호사가 버리라고 하더라.”

“왜?”

“잘못 출력된 거라고.”

팔찌 위에는 새 흰색 스티커가 덧붙어 있었다.

환자 정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완전히 가리고 있었다.

손톱으로 끝부분을 들어 올렸다.

오래 붙어 있던 접착제가 늘어졌다.

스티커 아래에서 다른 인쇄 글자가 나타났다.

내 이름은 이연희였다.

그런데 가장 먼저 드러난 글자는 ‘이’가 아니었다.

‘한’.

나는 팔찌를 쥔 채 어머니에게 물었다.

“엄마.”

“왜.”

“이거, 누구 팔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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