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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Author: 루니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6 05:08:26

처음 돌아온 감각은 소리가 아니었다.

가슴 한가운데에서 무언가가 밀어 올리는 듯한 충격이 먼저 왔다. 한 번, 두 번. 윤서하는 눈을 뜨지 못한 채 그 움직임만 세었다.

자기 심장은 아니었다.

그 생각이 떠오른 순간 숨이 가빠졌다. 입안은 바싹 말라 있었고 목에는 뭔가 걸린 듯 답답했다. 손을 움직이려 했으나 손등에 꽂힌 줄과 손가락을 감싼 장치가 먼저 닿았다.

누군가 가까이 왔다.

“윤서하 씨, 들리세요?”

서하는 눈꺼풀을 겨우 들어 올렸다. 천장이 흐릿했고, 얼굴을 가린 의료진이 시야 안으로 들어왔다.

“수술 끝났습니다. 중환자실이에요.”

끝났다는 말보다 수술이라는 단어가 늦게 들어왔다.

서하는 본능처럼 가슴으로 손을 가져가려 했지만 팔이 제대로 올라가지 않았다. 간호사가 손목을 잡아 제자리에 내려놓았다.

“지금은 움직이지 마세요.”

가슴 안에서 다시 박동이 밀려왔다.

쿵.

잠시 뒤 또 한 번.

이전처럼 힘없이 흩어지지 않았다. 너무 또렷해서 오히려 낯설었고, 서하는 그 박동이 자기 의지와 아무 상관없이 이어진다는 사실을 견디기 어려웠다.

“이게….”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간호사가 몸을 숙였다.

“말 많이 하지 마세요.”

서하는 마른 입술을 겨우 움직였다.

“심장… 뛰어요.”

“네. 잘 뛰고 있어요.”

그 대답에 안도해야 했다.

그런데 눈물이 먼저 흘렀다.

누군가 죽었다.

자신이 살아난 순간, 얼굴도 모르는 사람은 돌아오지 못했다. 그 사실이 새 심장의 움직임을 따라 반복됐다.

한 번 뛸 때마다 한 사람의 죽음이 떠올랐고, 두 번 뛸 때마다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이 더 선명해졌다.

서하는 눈을 감았다.

살아남았다는 기쁨은 없었다.

잠깐 잠이 들었다 깨어났을 때는 유리문 너머로 미경이 서 있었다. 모자를 눌러쓴 채 두 손을 모으고 있었고, 서하와 눈이 마주치자 입술이 움직였다.

살았네.

소리는 들리지 않았는데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다.

서하는 대답 대신 눈을 감았다. 어머니에게는 기적이었고, 자신에게는 아직 이름 붙일 수 없는 일이었다. 가슴에는 두꺼운 드레싱이 붙어 있었으며 그 아래에서 박동은 한 번도 쉬지 않았다.

이상했다. 평생 자기 심장 때문에 죽을까 봐 겁냈는데, 막상 다른 심장으로 살아나자 죽음보다 살아 있음이 더 무거웠다.

손끝을 가슴 가까이 옮기자 간호사가 다시 막았다.

“상처 만지시면 안 돼요.”

“그냥… 확인하려고요.”

“뭘요?”

서하는 답하지 않았다.

정말 있는지.

누군가의 죽음이 자기 몸 안에서 이렇게 계속 움직이는 게 맞는지.

당신은 누구였어요.

누굴 두고 왔어요.

마지막에 무서웠어요?

아무도 대신 답해줄 수 없었다.

몇 시간이 지나고 약효가 조금씩 걷히자 오민재가 들어왔다. 그는 모니터를 확인한 뒤 침대 옆에 섰다.

“수술은 계획대로 끝났습니다.”

서하는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

“기증자….”

민재의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

“지금 알려드릴 수 있는 건 제한적입니다.”

“남자예요?”

“성인이라는 것까지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어떻게 죽었어요?”

잠깐의 침묵 뒤 답이 돌아왔다.

“사고로 인한 뇌사였습니다.”

사고.

그 한 단어가 머리에 걸렸다.

서하는 다시 눈을 감았다. 경찰과의 통화, 이준의 이름, 사고 현장에서 발견됐다는 봉투가 한꺼번에 떠올랐지만 곧 스스로 끊어냈다.

말도 안 돼.

세상에 사고로 죽는 사람이 강이준 하나뿐인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가슴 위로 손을 올리고 싶은 충동은 사라지지 않았다.

“가족은요?”

“그 부분도 지금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제가 편지라도 쓸 수 있어요?”

“회복 상태를 본 뒤 안내하겠습니다.”

민재가 돌아서려 하자 서하가 다시 불렀다.

“교수님.”

그가 멈췄다.

“이 심장… 언제부터 제 거예요?”

민재는 잠시 서하를 바라보다가 답했다.

“수술이 끝난 순간부터는 윤서하 씨 몸의 일부입니다.”

서하는 그 말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몇 시간 전까지 다른 사람 몸 안에서 뛰던 심장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자기 것이라 부를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전 아직 그렇게 못 부르겠어요.”

민재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

“그래도 약은 시간 맞춰 드셔야 합니다. 거부반응은 감정 기다려주지 않아요.”

그 말만 남기고 그가 나간 뒤 서하는 천장을 오래 바라봤다.

몸은 살아났는데 마음은 수술 전 복도 어딘가에 그대로 남아 있는 기분이었다.

밤이 깊어지면서 병실은 조금 조용해졌다. 간호사가 입술을 적셔주고 체위를 바꿔준 뒤 조명이 어두워졌다.

서하는 잠들지 못했다.

눈을 감으면 낯선 사람의 마지막이 떠오를 것 같았고, 눈을 뜨면 모니터 숫자가 자꾸 살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한참 뒤 간호사가 투명한 보관 봉투를 들고 왔다.

“윤서하 씨, 개인 물품 일부 돌려드릴게요. 휴대폰은 아직 오래 보시면 안 됩니다.”

서하는 손을 내밀었다.

꺼져 있던 휴대폰이 손바닥 위에 놓였다. 충전이 된 뒤 화면이 켜지자 알림 몇 개가 한꺼번에 올라왔다.

서하는 무심코 부재중 전화 목록을 열었다.

맨 위에 하나가 남아 있었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에는 보지 못했던 전화였다.

발신자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새 심장이 크게 뛰었다.

강이준.

부재중 전화 1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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