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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아직 내보내지 마세요

Penulis: YuIm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11-03 21:00:18

채미래의 메시지는 다음 날 오전에 도착했다. ‘잠깐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방송과 무관한 자리였으면 합니다. 문서를 보여 드리겠다는 뜻은 아니고, 제가 확인한 사실을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지부터 정하고 싶어요.’

서하는 문장을 천천히 읽었다. 미래는 여전히 공개에 동의하지 않았고, 문서도 제공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도 먼저 대화를 청해 온 점은 전날과 달랐다. 서하는 이 개인적인 만남이 방송 자료 수집으로 바뀌지 않도록, 답장을 쓰기에 앞서 메시지를 가연에게 전달했다.

가연은 짧게 답했다.

“만나실 수는 있습니다. 다만 촬영이나 녹음은 하지 않는다고 먼저 분명히 하세요. 대화 중 들은 내용을 나중에 방송에 쓰려면 별도 동의와 검토가 필요합니다. 지금은 당사자가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으니까요.&rd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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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이혼을 생중계합니다   29화. 방송에서 말하지 않을 것

    작업실을 다녀온 뒤로 서하는 노트북 앞에 앉는 시간이 길어졌다. 준혁이 보낸 메시지는 변호사에게 전달했고, 작업실에 남아 있던 개인 원고도 챙겼다. 당장 해결된 일은 없었지만, 적어도 무엇을 잃을 수 있고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는 전보다 분명해졌다.다음 날 오전, 제작진은 정규 4회 편집 회의를 열었다. 채미래와 준혁 사이의 관계가 방송에 들어갈 수 있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었다.미래가 공개에 동의하지 않은 부속합의는 구성안에서 제외돼 있었지만, 제작진은 공개된 장면만으로도 관계의 균열을 보여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서하가 준혁의 거짓을 어떻게 확인했고, 자신이 어떤 일을 맡았는지 설명하는 장면이 중심이었다.마케팅 담당자가 편집본을 띄웠다. 서하가 준혁의 개인 해명 영상을 바라보는 장면 뒤로, 준혁과 미래가 행사장에서 나란히 걷는 과거 영상이 붙어 있었다.자막은 ‘아내가 몰랐던 남편의 두 얼굴’이라고 적혀 있었다. 서하는 화면을 끝까지 본 뒤 손을 들었다.“이 장면은 빼 주세요.”“어떤 부분이요?” 담당자가 물었다.“행사장에서 같이 걷는 영상이요. 저 영상만으로는 두 사람의 관계를 알 수 없어요. 제가 그때 몰랐다는 사실을 설명할 자료도 아니고요.”“시청자는 두 사람이 가까웠다는 걸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가까웠다는 건 누구와 누구 사이를 말하는 거죠? 준혁 씨와 미래 씨가 같이 걷는 장면이라면 그 사실만 보여 주면 돼요. 제가 그걸 언제 알았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하고요. 화면에

  • 내 이혼을 생중계합니다   28화. 작업실을 내놓겠다는 남자

    준혁이 보낸 메시지는 짧았다. ‘그 작업실, 계속 비워 둘 생각은 없어.’ 설명도 이유도 없었다. 서하는 그 문장을 캡처해 변호사에게 전달하고, 작업실에 남아 있는 자신의 물건부터 확인했다.당장 돌려받을 수 있는 공간은 아니었다. 등기는 준혁의 이름으로 돼 있었고, 두 사람이 나눌 정산도 아직 합의에 이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곳에 남겨 둔 원고까지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었다.그녀는 오래된 메모장을 꺼냈다. 작업실을 마련해 주던 날 준혁이 했던 말이 안쪽 표지에 적혀 있었다.‘이제 여기서 네 글을 써.’ 당시 서하는 그 말을 믿었다. 결혼하고 나서 회사의 원고와 남편의 말을 대신 쓰느라 자기 문장을 뒤로 미뤘지만, 언젠가 다시 쓰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작업실은 그 약속이 실제로 이루어질 장소처럼 보였다.그런데 그곳에서 보낸 시간은 생각과 달랐다. 책상 위에는 회사 브리핑 초안이 쌓였고, 벽면에는 일정표와 행사 동선이 붙었다.서하가 개인적으로 쓰던 노트는 서랍 안으로 들어갔다. 준혁은 급한 일이 생길 때마다 그 공간을 회의실처럼 썼고, 서하는 그가 원하는 문장을 정리했다. ‘네 글을 써’라는 약속은 조금씩 ‘내 일을 도와줘’라는 말에 밀려났다.서하는 노트북을 열어 작업실 관리 메시지를 확인했다. 준혁은 다음 주에 중개인을 불러 내부를 확인하겠다고 했다.그동안 남겨 둔 개인 물품은 날짜를 정해 가져가라는 말도 붙어 있었다. 마치 그 공간이 처음부터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는 듯한 문장이었다.그녀는 변호사에게 연락했다.&ldqu

  • 내 이혼을 생중계합니다   27화. 돈과 침묵의 조건

    한준혁의 연락은 서하의 변호사를 통해 왔다. 공식적인 조정 일정이나 서면 제안이 아니라, 짧은 문장 하나였다.직접 만나 정리할 일이 있으니 시간을 내 달라는 요청이었다. 변호사는 응할 의무는 없지만, 상대가 어떤 조건을 내놓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대리인과 함께 만나면 된다고 했다.서하는 메시지를 한 번 더 읽었다. 준혁은 업무 기록이 공개된 방송 이후 개인 계정에 입장문을 올렸고, 그 뒤로는 서하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는 일을 줄였다.그렇다고 물러선 것은 아니었다. 그의 말은 이제 ‘내가 직접 했다’에서 ‘최종 승인권은 내게 있었다’로 좁아졌다. 기록이 확인한 순서를 되돌릴 수 없으니, 다른 방식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결론을 만들려는 듯했다.“만나야 할까요?” 서하가 물었다.“만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상대가 정산과 관련된 제안을 하려는 것이라면, 조건을 확인한 뒤 거절할 수도 있습니다. 구두로 합의하지 말고, 어떤 제안이든 문서로 받는 편이 안전합니다.”“방송을 그만두라는 얘기를 할 수도 있겠네요.”“그럴 가능성은 있겠죠. 그 부분은 정산과 분리해서 판단하시면 됩니다.”서하는 잠시 생각한 뒤 만남을 받아들였다. 준혁이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서만은 아니었다.무엇을 바라는지 직접 듣고,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은 자기 말로 거절하고 싶었다. 준혁이 정해 놓은 이야기 안에서 답만 고르기보다, 어디서 멈출지를 먼저 확인하려는 만남이었다.외부 사무실의 작

  • 내 이혼을 생중계합니다   26화. 아직 내보내지 마세요

    채미래의 메시지는 다음 날 오전에 도착했다. ‘잠깐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방송과 무관한 자리였으면 합니다. 문서를 보여 드리겠다는 뜻은 아니고, 제가 확인한 사실을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지부터 정하고 싶어요.’서하는 문장을 천천히 읽었다. 미래는 여전히 공개에 동의하지 않았고, 문서도 제공하지 않겠다고 했다.그래도 먼저 대화를 청해 온 점은 전날과 달랐다. 서하는 이 개인적인 만남이 방송 자료 수집으로 바뀌지 않도록, 답장을 쓰기에 앞서 메시지를 가연에게 전달했다.가연은 짧게 답했다.“만나실 수는 있습니다. 다만 촬영이나 녹음은 하지 않는다고 먼저 분명히 하세요. 대화 중 들은 내용을 나중에 방송에 쓰려면 별도 동의와 검토가 필요합니다. 지금은 당사자가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으니까요.”서하는 그 문장을 그대로 미래에게 보냈다. 잠시 뒤 미래가 답했다.‘그 조건이면 괜찮아요. 장소는 제가 정해도 될까요?’ 서하가 동의하자 방송국과 떨어진 작은 카페로 약속이 잡혔다. 창가 대신 출입문이 보이는 안쪽 자리라, 지나는 사람에게 얼굴이 잘 드러나지 않을 곳이었다.약속 시간보다 10분 먼저 도착한 서하는 물 한 잔을 주문했다. 카페에는 점심을 앞둔 손님이 몇 명뿐이었다. 그녀는 휴대전화 녹음 기능이 꺼져 있는지 확인하고, 화면을 아래로 뒤집어 놓았다.미래를 만나러 온 이유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상대가 직접 말하고 싶은 범위를 듣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정해 놓고도, 혹시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기다리게 되지는 않을지 걱정됐다.미래는 약속 시간에

  • 내 이혼을 생중계합니다   25화. 확정됐다는 말

    채미래는 합의서를 펼쳐 놓고도 한동안 첫 장만 바라봤다. 종이 위에는 자신과 한준혁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 서명도 있었다.약속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그 두 가지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준혁은 이사회 쪽 정리는 끝났고, 혼인 신고만 마치면 자신에게 약속한 지분과 지원이 집행될 거라고 했다. 그 말을 믿었기에 미래는 계약을 읽으면서도 조건을 따지지 않았다.그때는 따지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준혁이 자신을 선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특별하다고 느꼈다.오랫동안 만난 사이라는 말보다, 한성의 다음 자리에 자신이 함께 설 수 있다는 약속이 더 큰 확신을 줬다. 자신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믿고 싶었다. 서하가 아내라는 자리에서 지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자리를 자신이 차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 눈을 감았다.이제는 같은 문장을 다시 읽어도 뜻이 달랐다.‘주식 양도는 혼인 신고 완료 및 이사회 사전 승인 후 별도 절차에 따라 진행한다.’미래는 손가락으로 ‘사전 승인’이라는 단어를 짚었다. 그 아래에는 지원금과 관련한 항목도 있었다.지급 일정은 혼인 이후 별도 합의로 정하고, 이사회 승인이 완료되지 않을 경우 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 조정한다는 문구였다. 준혁이 말한 ‘끝난 일’은 문서 안에서 단 한 번도 확정된 적이 없었다.그녀는 합의서를 덮었다가 다시 펼쳤다. 처음 읽었을 때는 정해진 절차를 형식적으로 적어 둔 것이라고 생각했다.준혁은 우호 지분을 이미 확보했다고 했다. 그 말이 맞다면 서류만 갖추면 되는 일이었다. 미래의 시선이 승인 조건에서 멎었다. 이미 가진 것과, 앞으로 받아야 하는 것. 문서에는 그 둘이 같은 말로 적혀 있지 않았다.미래가 꺼낸 다른 파일은 준혁이 약속을 설명하던 날 보내 준 자료였다. 그 화면에는 분명 ‘이사회 우호 지분 기확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당시에는 그 문구를 의심하지 않았다. 누가, 어떤 방식으로, 어느 시점에 확보했는지 묻는 대신 그가 자신에게 보여 준 계획표를 믿었다. 지금 와서 보니 계획표

  • 내 이혼을 생중계합니다   24화. 또 하나의 약속

    채미래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한 건 밤 10시가 조금 지난 뒤였다. 서하가 모르는 번호로 받은 문자를 가연에게 전달한 지 한 시간쯤 지났을 때였다.이번에는 발신자 이름이 화면에 떴다. 채미래는 긴 설명 대신 짧은 문장을 보냈다.‘오늘 방송에 나온 리콜 기록과는 별개로, 한준혁 씨와 제가 서명한 부속합의가 있습니다. 그 문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알아두셨으면 합니다. 다만 지금은 공개에 동의하지 않습니다.’서하는 메시지를 두 번 읽었다. 미래가 무엇을 원하는지, 왜 지금 연락했는지 아직 알 수 없었다.자신에게 유리한 자료를 주려는 것인지, 준혁을 압박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당한 일을 먼저 알리고 싶었던 것인지도 단정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미래는 공개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적었다.서하는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문서가 있다는 사실은 확인했습니다. 공개 동의가 없으므로 방송이나 홍보에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문서의 성격을 확인하고 싶다면, 공개와 무관한 방식으로 연락할 수 있습니다.’답장을 보내고 나서야 손에 들어간 힘이 조금 풀렸다. 메시지를 받은 순간에는 자료가 더 생겼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준혁이 미래에게는 무엇을 약속했을까. 자신에게 하던 말과 어디가 달랐을까. 궁금증에 메시지로 눈을 돌리고도, 서하는 읽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남의 약속을 펼쳐 보일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잠시 뒤 미래에게서 답이 왔다. ‘문서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나요? 서하 씨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이미 알고 있잖아요.’그 문장을 오래 보고 있으려니 미래가 자신에게 공감하는 듯도, 자신이 준혁을 공격하는 데 쓰이길 바라는 듯도 했다. 어느 쪽이든 아직은 서하 혼자 붙인 해석이었다.‘제가 아는 건 제게 일어난 일입니다. 미래 씨와 준혁 씨 사이의 약속은 미래 씨가 공개 여부를 정해야 합니다. 문서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내용을 제가 대신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답장을 보낸 뒤로 한동안 소식이 없자 서하는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았다. 그렇다고 이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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