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5화. 너무 늦은 인정

Author: Doong_E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7 08:45:47

[도해림 대표, 불륜 스캔들 관련 긴급 기자회견]

태성그룹의 프레스 룸은 발 디딜 틈 없이 취재진으로 가득 찼다.

수십 개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가운데, 해림은 단상 중앙에 홀로 섰다.

지난 비밀결혼 최초 공개 때처럼, 그녀는 눈물로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았다.

차가울 만큼 단단하고 건조한 태도였다.

"오늘 저는 제 사생활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으러 나온 것이 아닙니다."

해림의 첫 문장에 장내가 일순간 조용해졌다.

"누군가 악의적으로 잘라낸 사실과, 그들이 만들어낸 거짓된 결론을 명확히 분리하러 나왔습니다."

한 기자가 즉시 날 선 질문을 던졌다.

"법적인 배우자가 있는 상태에서 차서록 총수의 공식 파트너로 대외 행사에 참석하신 건 명백한 사실 아닙니까? 행사장에서 팔짱을 끼고 있는 사진도 공개됐습니다."

"네. 모두 사실입니다."

해림은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내 장례식 날, 전남편의 숙적과 결혼했다   제53화. 바깥에 남은 원본

    해림은 전 직원의 증언으로 좁혀진 식별 정보를 바탕으로, 과거 에이온과 제로파트너스 사이의 관련 사업에 관여했던 국제 투자사의 당시 거래 담당자에게 직접 연락을 취했다.화상 회의 화면 위로 단정한 차림의 외국계 투자 담당자가 나타났다. 그의 표정에는 반가움보다는 철저하게 계산된 거리감이 묻어 있었다."도해림 대표님. 현재 제로파트너스가 에이온 측 자료를 불법으로 반출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기사들은 저희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희 투자사는 귀사들 간의 법적 분쟁에 어느 쪽으로도 개입할 의사가 없습니다."차가운 선 긋기였다. 하지만 해림은 그 반응을 충분히 예상했다는 듯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도와달라거나, 억지로 우리 편을 들어달라고 연락한 게 아닙니다."해림의 이성적인 목소리가 화면 너머로 차갑게 꽂혔다."당시 에이온과 제로파트너스, 그리고 귀사가 공유했던 프로젝트 자료와 관련해서, 오직 귀사 쪽 서버에 최종 보관된 수신 기록과 해당 버전의 식별값만 확인해 달라는 요청입니다."상대 측의 굳어 있던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풀렸다.해림은 상대방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 감정적인 호소나 무리한 법적 증언을 강요하지 않았다. 오직 그들이 '실제로 무엇을 받았고', '언제 보관했는지'에 대한 건조한 객관적 팩트 체크만을 요구했다. 빈칸을 감정이 아니라 증거로 채우려는 해림의 차가운 협상 방식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잠시 후, 담당자는 화면 밖에서 당시의 투자 프로젝트 로그를 확인했다."…대표님 말씀이 맞군요."그의 목소리에 미세한 놀라움이 섞여 있었다."저희 측에 최초로 수신된 전략 자료의 초기 버전은, 에이온의 완성본이 아니라 제로파트너스 실무진이 작성한 형태 그대로 보관되어 있습니다."그 한마디로, 해림을 향한 거대한 공격의 전제 하나가 무너졌다.'제로파트너스가 에이온의 완성본을 나중에 몰래 훔쳐서 무단 활용했다'는 단순한 절도 프레임. 현재 분쟁 당사자가 아닌 외부 수신자의 서버에 남은 시간순서 기록까지

  • 내 장례식 날, 전남편의 숙적과 결혼했다   제52화. 처음 만든 사람

    [상대가 주장하는 저 자료, 제가 예전에 직접 관리했습니다.]해림은 화면 위로 떠오른 두 줄의 문자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위기에 처한 옛 상사를 구하기 위해 기사처럼 나타난 극적인 구원자 같은 것은 기대하지 않았다. 그녀는 감정적으로 안도하는 대신, 가장 먼저 발신자의 신원부터 차갑게 검증했다.문자가 온 번호, 그리고 과거 제로파트너스 인사 기록망에 남아 있는 데이터. 해림은 당시 문제의 자료가 속해 있던 프로젝트 팀의 실무 관리자 명단과 지금 연락해 온 사람의 인적 사항이 일치하는지 짧고 정확하게 대조했다."본인 확인부터 하죠."해림이 먼저 선을 그었다. 전 직원의 신원과 당시 부여받았던 사내 접근 권한의 로그가 일치함을 완벽하게 확인한 직후에야, 해림은 그를 제로파트너스의 화상 회의실 화면 위로 띄웠다.화면 너머로 보이는 전 직원의 얼굴에는 과장된 적개심이나 해림을 향한 맹목적인 충성심 같은 것은 묻어나지 않았다."대표님. 기사에 뜬 자료들을 봤습니다."그는 건조하고 사무적인 어조로 입을 열었다."먼저 말씀드리지만, 저는 그 자료들의 최종적인 법적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지금 누가 대표님을 공격하고 있는지는 전혀 모릅니다. 제가 증명할 수 있는 건, 오직 제가 제로파트너스 실무진으로 일할 당시 저 자료들의 버전 기록을 정리하고 관리했던 과정뿐입니다."해림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이성적인 선 긋기였다. 무조건 내 편이 되어줄 맹목적인 동조자가 아니라, 팩트를 있는 그대로 증명할 수 있는 실무자."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해림은 곧바로 상대 측이 언론에 뿌린 도난 의혹 자료의 발췌본을 화면에 띄웠다."상대는 이 문서들이 에이온 내부에서 완성된 것을 우리가 불법으로 반출해 무단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전 직원은 화면에 띄워진

  • 내 장례식 날, 전남편의 숙적과 결혼했다   제51화. 자료의 주인

    "대표님 가족 중 누군가가 안전 시험을 조작했습니다."그 선언이 에이온 대표실의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다. 팽팽하게 당겨진 정적 속에서, 강유헌의 굳은 입술이 간신히 열렸다. "가족… 누구." 충격에 휩싸인 짧은 질문이었다. 유헌의 얼굴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을 들은 사람 특유의 굳은 정지가 스쳤다. 그러나 해림은 단지 그 짧은 반응만으로 그가 이 사안에 대해 사전에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까지 성급하게 단정하지 않았다."현재 남아 있는 교집합의 권한 기록만으로는, 특정 개인의 이름까지 지목할 수는 없습니다." 담당자의 대답에 유헌의 턱 근육이 꿈틀거렸다. 그는 잠시 허공을 응시하다가 이내 무거운 질문을 던졌다. "이 자료, 밖에 나간 건 어디까지지?"당장 증거를 지우거나 입을 막으라는 식의 범죄적 은폐 지시는 아니었다. 하지만 해림에게는, 그 질문이 사실의 내용만큼이나 그것이 외부로 번졌을 때 에이온이라는 기업에 미칠 파장부터 확인하려는 뜻으로 들렸다. 해림은 그 서늘한 우선순위의 변화를 놓치지 않았지만, 지금 당장 가족 중 누구인지를 억지로 추궁하며 매달리지는 않았다."이름부터 찾으려 들지 마세요." 해림의 차가운 목소리가 유헌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추가적인 훼손의 여지가 있으니, 지금 확인한 원본 로그와 접근 기록부터 확실하게 보존하세요. 그게 대표로서 당신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입니다."해림은 그 말을 끝으로 미련 없이 돌아섰다. 조작의 꼬리를 밟았으니, 에이온 내부의 철저한 증거 보존이 우선이었다.하지만 에이온 빌딩을 빠져나온 직후, 상황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급변했다. 해림의 차가 도로에 진입하기도 전에, 조수석에 던져둔 휴대전화가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제로파트너스 법무팀과 전략팀의 긴급 연

  • 내 장례식 날, 전남편의 숙적과 결혼했다   제50화. 마지막 권한

    에이온모빌리티 대표실.해림은 책상 너머에 앉은 강유헌을 향해 서류철 하나를 차갑게 내려놓았다. 아무런 예고도 없는, 지극히 건조하고 사무적인 방문이었다. 제로파트너스 대표로서 치밀하게 쌓아 올린 증거 사슬의 끝을 쥐고 에이온의 심장부로 걸어 들어온 길이었다."이게 뭐지?"유헌의 미간이 좁혀졌다. 법적으로 두 사람은 여전히 혼인 관계에 놓인 부부였다.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서 해림은 아내가 아니라 지독한 조사자로 서 있었고, 강유헌 역시 남편이 아닌 에이온의 대표로서 그녀를 상대해야만 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그 어떠한 사적인 감정이나 미련이 끼어들 틈조차 없었다."당신 회사 내부의 시스템 기록으로 직접 검증해야 할 마지막 권한 범위입니다."해림은 감정을 섞지 않고 자신이 끈질기게 추적해 온 뼈대만을 간결하게 요약했다.안전시험의 원자료와 보관 수치가 맞지 않는다. 그 시기에 특정 비용의 움직임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해당 비용들은 일관되게 같은 수준의 상위 승인권을 거친다. 외부에서 객관적으로 들여다본 이상 징후는 딱 여기까지였다.유헌은 곧바로 서류철을 펼쳤다. 적어도 해림이 들고 온 자료를 허투루 넘길 태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아직 그 건조한 서류 뭉치가 결국 자신의 가족을 향해 거대한 칼끝을 돌리게 되리라는 징후는 그의 얼굴 어디에도 없었다."그래서, 당신이 밖에서 확인하지 못하고 들고 온 게 정확히 뭡니까.""이 상위 승인권과 데이터 변경 권한을 실제로 동시에 행사할 수 있었던 사람의 범위요. 외부에서 확보한 자료로는 여기까지가 한계입니다. 최종 검증은 에이온 내부 권한 기록을 통하는 수밖에 없어요."해림의 단호한 요구에, 곧바로 에이온 내부의 보안 및 감사 검증 담당자가 대표실로 불려 왔다. 그는

  • 내 장례식 날, 전남편의 숙적과 결혼했다   제49화 결재선의 끝

    모든 돈에는 결재선이 있다.수십억의 거대한 자금이든 단돈 몇 십만 원짜리 영수증이든, 조직의 시스템을 거쳐 집행된 이상 반드시 누군가가 기안하고 누군가가 승인했다는 논리적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었다.해림은 '이 돈을 움직일 수 있었던 사람'이라는 답을 찾기 위해, 텅 빈 집무실에서 새로운 자료들을 띄웠다. 그녀는 무작정 서류의 끝을 뒤져 최종 수취인의 이름을 캐내려 들지 않았다. 에이온과 같은 거대 조직의 복잡한 시스템 속에서 섣불리 이름 하나를 건져 올리려는 시도는,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이나 무모하고 비효율적이었다.그녀의 첫 번째 단계는 '정상적인 결재 구조의 복원'이었다.해림은 에이온 연구소의 일반적인 연구 관련 비용, 시험 관련 비용, 그리고 외부 의뢰 관련 비용들이 각각 정상적으로 처리될 때 거쳐야 하는 기본적인 업무 흐름을 먼저 화면 한쪽에 띄워 기준점으로 삼았다. 연구소 실무선의 기안, 관리 부서의 검토, 그리고 상위 책임자의 최종 승인으로 이어지는 보편적인 구조.그런 다음 해림은 한지수가 의심을 품었던, 그 기묘하게 맞물려 움직인 지출 기록들을 정상 구조와 나란히 대조하기 시작했다.첫 번째 난관은 예상보다 견고했다.기록들은 한눈에 공통점을 파악하기 어려울 만큼 철저하게 파편화되어 있었다.기안한 실무자도, 지출 항목의 명칭도, 심지어 비용을 처리한 날짜와 담당 부서마저도 서로 다르게 쪼개져 있었다."공통점이 안 보여."해림의 서늘한 눈매가 가늘어졌다.표면적인 데이터만 놓고 보면, 서로 전혀 연관이 없는 개별 부서들이 각자의 필요에 따라 정상적으로 지출을 결의한 것처럼 보였다. 만약 일반적인 감사 인력이 사람의 이름이나 부서명만으로 이 기록들을 쫓았다면, 여기서 추적을 멈췄을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해림은 관점을 비틀었다.기안자의 이름

  • 내 장례식 날, 전남편의 숙적과 결혼했다   제48화. 같은 시간의 기록

    돈은 흔적을 남긴다.그것이 도해림이 계약과 재무의 세계에서 오랫동안 벼려온 가장 날카로운 무기이자 원칙이었다. 기업을 옭아매는 수많은 함정을 설계하고 해체해 온 그녀에게, 장부 위를 맴도는 수많은 숫자들은 곧 그 기업이 감추고 싶어 하는 가장 내밀한 민낯이나 다름없었다.대표실의 무거운 정적 속에서 해림은 태블릿과 모니터 여러 대를 동시에 띄웠다. 한쪽 화면에는 조금 전 한지수의 음성에서 확인했던 '안전시험 수치 불일치'의 데이터 묶음을, 다른 한쪽 화면에는 화재 당시 에이온 연구소의 연구비 및 시험비 관련 비용 집행 기록들을 빼곡하게 나열했다.갑자기 외부 은행의 전산망을 해킹하거나 불법적인 계좌 조회를 시도할 이유는 없었다. 그녀가 과거 화재 사고 조사 과정에서부터 합법적으로 확보해 둔 에이온 내부 회계 자료와, 안전시험 관련 비용 집행 기록만으로도 분석할 데이터는 충분히 차고 넘쳤다. 해림은 안전시험 전후의 비용 처리 항목들을 먼저 좁힌 뒤, 한지수가 무엇을 이상하게 보았는지 역으로 추적해 들어갔다.해림의 첫 번째 목적은 단순한 회계 감사나 횡령범 찾기가 아니었다. 돈의 장부를 샅샅이 뒤져 최종 수령인의 이름을 캐내는 것은 지금 단계에서 성급하게 할 일이 아니었다.'거대한 에이온의 자금 흐름 속에서, 한지수라는 철저한 연구원은 대체 왜 하필 이 특정한 돈을 콕 집어 이상하다고 판단했을까.'해림은 철저하게 한지수의 시선으로 돌아가, 그가 남긴 질문의 궤적을 역으로 더듬기 시작했다.해림이 한지수의 말을 단서로 추려낸 비용 기록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하게 정상적인 회사 지출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안전시험 보조금], [외부 장비 대여 및 의뢰비] 같은 그럴싸하고 합리적인 명목들. 서류의 양식은 깔끔했고, 첨부된 증빙 자료도 표면적으로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일반적인 재무팀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