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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허락을 구한 적 없습니다

ผู้เขียน: 데이지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07-22 18:58:44

헬레나의 눈이 가늘어졌다.

“지금 그 이야기가 왜 나오지?”

“제 치료와 공작님과의 관계가 채무에 영향을 준다고 하셨으니까요.

 제가 가문의 재정 수단이라면 적어도 어떤 거래에 사용되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마리엘이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언니, 어머니께서는 그런 뜻으로 말씀하신 게 아니에요.”

세레나는 시선을 헬레나에게 둔 채 말했다.

“그럼 어떤 뜻인지 직접 듣겠습니다.”

헬레나의 손가락이 부채살을 천천히 쓸었다.

“몰락한 가문의 딸이 공작의 관심을 얻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는 모양이구나.”

“그 관심이 제가 달려가야만 유지되는 것이라면 오래갈 관계는 아닙니다.”

“관계는 원래 노력해서 유지하는 것이다.”

“한쪽만 계속 달려가는 것을 관계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말이 떨어진 뒤 짧은 정적이 흘렀다.

마리엘의 시선이 세레나에게 돌아왔다. 오르센도 이번에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세레나 자신조차 전생의 몸 어딘가가 떨리는 것을 느꼈다. 

테오도르를 향한 마음을 누군가 앞에서 그렇게 말해 본 적이 없었다.

헬레나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사소한 다툼을 크게 만들지 마라. 

오늘 중으로 공작저에 사과 편지를 보내고, 내일 직접 방문하도록 해.”

“하지 않겠습니다.”

“세레나.”

헬레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세레나는 팔걸이에서 손을 내렸다. 

무의식적으로 손톱을 누르고 있던 자리에 붉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공작님의 상처에 필요한 소견은 이미 전달했습니다. 그 이상은 하지 않겠습니다.”

“네가 지금 누구 덕분에 이 저택에서 먹고사는지 잊은 모양이구나.”

세레나는 대답하기 전 탁자 위의 봉투를 바라봤다.

칼베른의 검은 늑대 문양.

처형 승인서에도 같은 문양이 찍혀 있었다.

“잊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서 제 몫을 제가 마련하려는 겁니다.”

헬레나가 웃음기 없는 얼굴로 그녀를 올려다봤다.

“치료사 흉내로 독립이라도 하겠다는 것이냐?”

“흉내인지 아닌지는 자격을 얻은 뒤 판단하시죠.”

마리엘의 손이 무릎 위에서 미세하게 굳었다.

오르센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성전 시험을 보겠다는 말이냐?”

세레나는 아버지를 바라봤다. 전생에서 그는 늘 같은 방식으로 침묵했다. 

헬레나가 세레나의 혼인을 정하고, 성전이 그녀를 소환하며, 

재판관이 딸을 죄인으로 만들 때도 가문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르센의 입술이 열렸다 닫혔다.

헬레나는 부채를 거칠게 집어 들었다.

“허락하지 않겠다.”

세레나는 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허락을 구한 적 없습니다.”

“문 앞에서 멈춰라.”

헬레나의 명령이 등을 때렸지만 세레나는 손잡이를 잡았다.

그 순간 저택 바깥에서 말발굽 소리가 울렸다.

한두 필이 아니었다. 여러 마리의 말이 자갈길을 빠르게 밟으며 정문 앞으로 들어왔고, 

곧이어 마차 바퀴가 급하게 멈추는 소리가 났다. 응접실의 창문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헬레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리엘은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젖혔다.

정문 앞에 멈춘 것은 아침에 보냈던 마차가 아니었다.

칼베른 공작가의 정식 의장 마차와 검은 군복의 기사들이 저택 앞을 채우고 있었다. 

마차 문이 열리자 한 남자가 지팡이도 없이 내려섰다. 

옆구리에는 두꺼운 붕대가 감겨 있었고, 

검은 외투 아래의 셔츠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피가 번져 있었다.

부축하려는 기사의 손을 밀어낸 테오도르가 고개를 들었다.

응접실 창문 너머를 향한 시선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세레나를 찾아냈다.

마리엘의 손끝에서 커튼이 미끄러졌다.

“공작님께서…… 직접 오셨어요.”

현관을 열라는 외침과 사용인들이 뛰어가는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세레나는 창가로 다가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응접실 바깥에서 묵직한 발걸음이 멈췄다. 

문지기가 이름을 알릴 틈도 없이 문이 안쪽으로 열렸다.

테오도르 칼베른이 창백한 얼굴로 문턱을 넘어왔다.

그는 방 안의 누구에게도 인사하지 않았다. 

피가 밴 옆구리를 한 손으로 누른 채 세레나만 바라봤다.

“세레나 베일런.”

아침부터 억눌러 온 숨이 그녀의 폐 안에서 조용히 굳었다.

테오도르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내가 사람을 보냈는데도 오지 않았더군.”

세레나는 피가 스며드는 그의 붕대를 먼저 확인한 뒤, 

천천히 눈을 들어 그와 시선을 맞췄다.

전생이라면 이미 그의 곁으로 달려갔을 거리였다.

이번 생의 세레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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