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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 (2)

مؤلف: 연이수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10-10 13:08:28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무렵,

밸루아 본사.

집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고 최도하가 들어왔다.

손에는 얇은 서류철 하나가 들려 있었다.

“이사님.”

태겸은 결재 서류를 검토하던 중이었다.

“네.”

“모먼트에서 보내온 자료입니다.”

순간,

태겸의 시선이 움직였다.

최도하는 그 짧은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아까까지 결재 서류를 매섭게 보던 사람이,

이번에는 거의 곧바로 손을 내밀었으니까.

“주세요.”

“네.”

서류철이 건네졌다.

태겸은 다른 서류를 한쪽으로 밀어놓고 자료를 펼쳤다.

첫 페이지.

정돈된 구성.

깔끔한 정리.

한눈에 들어오는 핵심 요약.

페이지를 넘길수록 흐름이 자연스러웠다.

불필요한 내용은 없고,

필요한 내용은 빠짐없이 있었다.

태겸의 눈끝이 아주 살짝 휘어졌다.

“……”

그리고 입가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정말 아주 조금이었지만,

분명한 미소였다.

‘역시.’

자료를 넘기던 그의 손끝이 잠시 멈췄다.

‘일 잘하네.’

그 순간,

옆에 서 있던 최도하가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또다.

오늘만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도대체 이유는 모르겠지만,

윤태겸 이사의 기분이 상당히 좋아 보였다.

오후 2시,

밸루아 아시아 본부 대회의실.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스크린에는 해외 각 지사 책임자들의 얼굴이 차례로 떠 있었다.

윤태겸은 회의실 중앙에 앉아 있었다.

노트북,

태블릿,

회의 자료까지 완벽하게 정리된 책상 위처럼 그의 표정 역시 빈틈없이 차분했다.

“싱가포르 지사 쪽은 생산 일정 변경 가능합니까?”

영어와 한국어가 자연스럽게 오갔다.

태겸은 발표 내용을 들으며 자료를 넘겼다.

질문은 정확했고,

지적은 날카로웠다.

“그 수치라면 예상 판매량과 맞지 않는데요.”

화면 너머 담당자가 잠시 말을 멈췄다.

태겸은 자료 한 페이지를 펼쳤다.

“지난 분기 데이터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 보세요.”

낮고 침착한 목소리.

그러나 누구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지시였다.

“아,

네.

이사님.”

회의는 계속 이어졌다.

태겸은 분명 회의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선이 아주 잠깐 노트북 하단으로 내려갔다.

“……”

다시 회의가 이어졌다.

그리고 몇 분 뒤.

다시 시간 확인.

그리고 또.

윤태겸은 원래 회의 중 시간을 보는 사람이 아니다.

적어도 이렇게 자주 보지는 않는다.

“크흠.”

괜히 목이 타는 것 같았다.

태겸이 자세를 한 번 더 단정하게 고쳐 앉으며 집중했다.

“좋습니다.”

드디어 태겸이 마지막 자료를 덮었다.

“그 부분은 다음 주까지 수정안 부탁드립니다.”

회의실 안에 짧은 정적이 흘렀다.

“이상으로 회의 종료하겠습니다.”

시계는 정확히 오후 3시 58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회의 종료.

스크린이 꺼지고 참석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태겸 역시 곧바로 노트북을 닫았다.

서류를 정리하는 손길이 평소보다 조금 빨랐다.

회의실을 나온 그는 곧장 집무실로 향했다.

그리고 문이 닫히자마자 비서실 내선 버튼을 눌렀다.

― 네,

이사님.

“차량 준비해 주세요.”

―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통화는 짧았다.

태겸은 의자 위에 걸쳐 두었던 수트 재킷을 입으며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4시 3분.

충분했다.

잠시 후,

집무실 문이 열렸다.

밖에서 대기하던 비서 두 명이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사님.”

태겸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지나갔다.

그 뒤로 최도하가 빠르게 따라붙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복도를 걸었다.

성큼성큼,

망설임 없는 걸음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둘은 안으로 들어섰다.

닫히는 문.

짧은 정적.

그때 최도하가 슬며시 입을 열었다.

“이사님.”

“왜.”

“안 늦었습니다.”

“크흠.”

태겸이 헛기침을 하며 대답했다.

“알아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정문 앞에는 검은 세단이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차에 올라탔다.

문이 닫히고,

차가 부드럽게 출발했다.

최도하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

잠시 뒤,

수화기 너머로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네,

최 실장님.

최도하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차장님,

저희 지금 출발했습니다.”

그 순간,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윤태겸의 귀가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예상 도착 시간은 4시 45분 정도 될 것 같습니다.”

― 네,

알겠습니다.

3층으로 올라오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차장님.”

― 네.

조심히 오세요~ 준비해서 기다리겠습니다.

“네 차장님,

그럼 조금 뒤에 뵙겠습니다.”

통화가 종료됐다.

최도하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룸미러를 봤다.

“……”

또다.

또 입꼬리가 올라가 있다.

정작 윤태겸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윤태겸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좋은 일이 있어도 티를 내지 않고,

기분이 좋아도 얼굴 하나 변하지 않는 사람.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아주 미세하게,

하지만 분명하게 계속 기분이 좋아 보였다.

‘……뭐지?’

최도하는 룸미러를 한 번 더 올려다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모르겠어서 더 찝찝했다.

검은 고급 세단은 그렇게,

기분 좋아 보이는 윤태겸과 영문을 몰라 답답한 최도하를 태운 채 모먼트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모먼트 3층 VIP 회의실.

전화를 받은 서지원은 팀원들과 함께 회의실을 최종 점검하고 있었다.

자료 배치.

음료 준비.

프로젝터 확인.

예정 시간은 오후 5시.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다들 준비 끝났죠?”

“네!”

회의실을 한 번 둘러본 지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박석민 팀장이 말했다.

“그럼 우리 내려가서 맞이하자.”

“네.”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향했다.

조용한 복도.

엘리베이터 도착 표시등만 숫자를 바삐 바꾸고 있었다.

그러다 박 팀장의 시선이 문득 지원의 어깨 쪽으로 향했다.

“어?”

“네?”

“서 차장 가까이 와봐.

여기 실밥 하나 붙었네.”

“어디요?”

지원이 자연스럽게 한 걸음 다가갔다.

박 팀장은 크림색 니트 어깨 부분에 붙어 있던 작은 검은 실밥을 떼어냈다.

“이거.”

“아.”

“됐어.”

실밥을 손끝으로 털어낸 박 팀장이 피식 웃었다.

“오늘도~ 예쁘네~”

지원이 바로 장난스레 받아쳤다.

“또 아부하신다.”

“진심인데?”

“더 아부하시면 오글거려서 저 죽어요.”

“그건 안 돼.

죽으면 퇴사잖아? 내 허락 없이 퇴사는 안 돼.”

둘이 가볍게 웃으며 대화를 나눈 바로 그 순간이었다.

띵-.

엘리베이터 도착음이 맑게 울렸다.

지원이 소리가 난 쪽으로 몸을 돌렸다.

동시에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

안쪽에는 윤태겸과 최도하가 서 있었다.

그 둘의 손에는 어제 정성껏 준비한 향수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마침 내리려던 순간.

문 앞에 있던 지원이 한 발 뒤로 물러나고,

쇼핑백을 들고 비켜 나오려던 태겸도 동시에 앞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툭-.

“어?”

지원의 눈이 동그래졌다.

생각보다 훨씬 단단한 무언가와 부딪혔다.

순간 중심이 뒤로 휙 쏠렸다.

“어……!”

몸이 완전히 넘어가려는 찰나.

턱-.

비어 있던 태겸의 손이 재빠르게 뻗어 지원의 등을 받쳤다.

허리가 뒤로 꺾이기 직전의 아찔한 순간이었다.

“어어-!”

“차장님!”

주변 사람들이 동시에 놀란 목소리를 냈다.

지원은 본능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떴다.

넘어지지 않았다.

대신,

등 뒤로는 단단한 손이 받쳐져 있었고 눈앞에는 윤태겸의 얼굴이 아주 가깝게 있었다.

“……”

“……”

지원의 눈이 토끼처럼 커졌다.

너무 가까웠다.

서로의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로.

태겸 역시 순간 그대로 굳어 버렸다.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잡은 것이었지만,

손끝으로 전해지는 가느다란 체온이 이상할 정도로 선명하게 박혀왔다.

그리고 바로 그 향.

서지원의 체향과 섞여 은은하게 스쳐 오는 밸루아 P라인 No.5의 향기.

태겸의 깊은 눈빛이 아주 잠깐,

세차게 흔들렸다.

“……괜찮습니까?”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두 사람의 밀착된 거리 사이로 흘러나왔다.

연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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