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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보입니다, 썬팅 때문에. (1)

مؤلف: 연이수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10-10 13:08:32

“...괜찮습니까?”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서지원은 눈을 몇 번 깜빡였다.

너무 가까웠다.

정장을 입은 남자의 단정한 얼굴,

길게 뻗은 속눈썹,

그리고 바로 눈앞에서 마주친 짙은 시선.

심장이 괜히 한 박자 늦게 뛰었다.

“...아.”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다.

“네! 괜찮습니다.”

지원이 황급히 몸을 바로 세웠다.

동시에 윤태겸도 손을 거두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주변 사람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놀랄 만한 상황이었다.

“차장님 괜찮으세요?”

최도하가 먼저 물었다.

“네.

정말 괜찮습니다.”

지원이 민망한 듯 웃었다.

박석민 팀장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이구,

깜짝이야.”

그러다 태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십니까.

모먼트 박석민 팀장입니다.”

“윤태겸입니다.”

짧은 악수.

그 뒤로 태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다시 지원에게 향했다.

“서지원 차장입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짧게 떨어진 말이었다.

순간,

공기가 아주 미세하게 멈췄다.

서지원은 한 박자 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이쪽입니다.”

목소리가 살짝 높아졌다.

방금 전 엘리베이터에서의 사고 때문인지 괜히 손끝이 어색하게 움직였다.

지원은 시선을 피한 채 빠르게 몸을 돌렸다.

“VIP 회의실은 이쪽입니다.”

말끝이 조금 빨라졌다.

스스로도 민망했는지 발걸음이 약간 허둥댔다.

그 뒤를 따라오던 윤태겸은 잠깐 멈칫했다.

고개를 아주 살짝 옆으로 돌렸다.

‘아니… 뭔 알고 있습니다야.’

속으로 삼킨 말이었다.

표정은 유지했지만 미세하게 미간이 한 번 찌푸려졌다.

그리고 곧 아무 일 없다는 듯 숨을 고르고는 재킷 소매를 한 번 정리했다.

넥타이를 손끝으로 가볍게 누르고 다시 얼굴을 세웠다.

평소의 윤태겸.

빈틈없는 얼굴,

그리고 당당한 걸음으로 서지원을 따라갔다.

VIP 회의실.

문이 열리자 정돈된 테이블과 프로젝터,

자료 파일까지 완벽하게 정리된 공간이 보였다.

“자리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서지원이 말했다.

이번엔 조금 더 침착했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의 미묘한 흔들림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태겸은 말없이 자리에 앉아 서류를 한 번 훑었다.

“준비 잘 되어 있네요.”

단순한 말이었지만,

지원은 순간 살짝 놀랐다.

“아… 감사합니다.”

미팅이 시작됐다.

화면이 켜지고 자료가 넘어갔다.

서지원이 먼저 말을 꺼냈다.

“엊그제 본사 회의 때 말씀드린 수정본이 이건데요.

브랜드 방향은 기존보다 ‘경험 중심’으로 재정의했습니다.”

클릭.

슬라이드가 넘어갔다.

태겸은 자료를 진중하게 바라보다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수치 근거는요?”

“네,

3분기 소비자 리서치 기반입니다.”

짧고 정확한 응답.

군더더기 없는 대화였다.

서로가 서로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방식이었다.

회의는 빠르게 흘러갔다.

2시간이라는 긴 시간이었지만 흐름은 정돈되어 있었다.

중간에 사적인 감정도,

불필요한 말도 없었다.

오직 일뿐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묘하게 집중되는 지점이 있었다.

태겸은 몇 번이나 서지원의 설명을 들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정확하다.’

그리고 또 한 번.

‘일 잘하네.’

“이상입니다.”

서지원이 마지막 슬라이드를 닫았다.

잠깐의 정적,

그리고 박석민 팀장의 목소리로 회의가 마무리되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풀렸다.

긴장으로 팽팽했던 공기가 서서히 느슨해지며,

회의실 안에 가벼운 웃음과 정리하는 소리들이 섞였다.

그때 최도하가 자리에서 손을 살짝 들었다.

“저희 이사님이 약속하신 선물도 가지고 왔습니다.

각자 성함이 적혀 있고,

기존에 저희 제품을 쓰신 이력 있으신 분들은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따로 요청해 주셨던 구성은 그에 맞춰 준비했습니다.

이사님께서 직접 선물 상자도 고르셨습니다.”

조용히 설명이 끝나자,

검은 쇼핑백들이 차례대로 테이블 위에 놓이기 시작했다.

이름이 적힌 태그 하나하나가 정확했고 흐트러짐이 없었다.

모먼트 1팀 사람들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가,

동시에 감탄 섞인 표정으로 선물을 받아들었다.

“와… 진짜 디테일 뭐야 이거.”

“이사님이 직접 고르셨다고?”

박석민 팀장도 쇼핑백을 들고 피식 웃었다.

“이 정도면 협업이 아니라 거의 VIP 대접인데?”

지원은 조용히 자기 이름이 적힌 쇼핑백을 받아들었다.

무겁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묘한 단단함이 느껴졌다.

향수는 자신이 쓰는 P라인 No.5였고,

그 안에는 작은 카드가 하나 들어 있었다.

지원은 잠깐 숨을 고르고,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카드를 꺼냈다.

하늘색 카드에 적힌 단정한 글씨였다.

[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윤태겸 ]

딱 그 두 줄이었다.

장식도 없고 감정 표현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지원은 한 번 더 글씨를 읽었다.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너무 공식적이라서 웃긴데,

또 너무 단정해서 이상하게 뇌리에 남았다.

그리고 마지막 줄,

‘윤태겸’.

지원의 시선이 아주 잠깐 멈췄다.

‘직접 쓰신 거구나.’

괜히 확인이라도 하듯 고개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앞쪽을 봤다.

윤태겸은 이미 팀원들의 인사에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응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잘 쓰겠습니다!”

여기저기서 감사 인사가 이어졌다.

태겸은 딱 필요한 만큼만 입꼬리를 올리며 과하지 않게 짧은 미소를 지었다.

지원은 그 얼굴을 조금 오래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러운 결론이 내려졌다.

‘진짜 잘생기긴 했구나.’

그 말이 떠오르는 순간,

스스로도 살짝 민망해질 정도로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사이 팀원들은 선물을 들고 한참 떠들고 있었고,

회의실은 이미 마지막 정리 분위기로 넘어가고 있었다.

박석민 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그럼 오늘 미팅은 여기까지로 하죠.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의자들이 밀려나는 소리,

노트북을 닫는 소리,

쇼핑백을 챙기는 소리들이 한꺼번에 섞였다.

지원도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가 들며 싱긋 웃으며 말했다.

“오늘 선물도 주시고 저희 회사까지 직접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태겸이 먼저 악수를 건네며 말했다.

“차장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서지원은 예를 갖추며 악수에 응했다.

“아닙니다.

제가 밸루아를 좋아해서 일할 때마다 신나게 하고 있습니다.”

지원이 웃으며 말했다.

태겸은 대답 없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지원의 말이 끝났는데도 태겸은 악수한 손을 놓지 않고 미소 짓고 있었다.

연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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